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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에 내딛는 첫걸음(2) (23/270)

본선에 내딛는 첫걸음(2)

동민은 자신의 계획이 통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의 선제골이 들어가고 전반전도 반이 지난 이후부터 동민이 취한 변화는 단 한 가지였다. 그것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있던 영진을 상대 수비와 공격의 중추인 형민의 대인 마크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에 따라 다른 포지션들의 변화도 필요했지만 그는 고의적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전술의 변경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까지 바꾸면서 상대 4번을 몰아넣으려 들면 분명히 일찍부터 선제골을 지키는 싸움으로 끌고 가려 할 테니까.’

신영대와의 마지막 연습 경기에서 동민이 받은 교훈 중 하나는 바로 상대방의 방심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상대 감독이 내 전술을 어정쩡한 칠푼이 정도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끝까지 에이스들을 남겨두었다면 그 게임은 분명 못 이겼겠지.’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반전 20분이라는 빠른 시점에 상대의 에이스에 대한 집중 공략을 실시하면 분명 상대는 뒤로 몸을 빼고 지키는 싸움에 집중할 것은 자명했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이 바로.

‘이영진 정도만 움직여서 견제하면 다른 포지션하고의 갭도 늘어나고, 어느 정도 패스 루트에 방해는 하면서도 저쪽에서 느끼기에 완벽한 견제는 아니니까, 오히려 빈틈을 파고들어 추가골을 노리고 싶어 할 게 분명해.’

고의적인 허점. 그것이 바로 동민이 택한 수법이었다. 딱 한 가지 문제라면.

“저 인간이 생각보다 너무 내 생각을 잘 읽은 느낌이 든단 건데…….”

동민의 눈은 종환을 향했다.

그는 최전방에서 측면으로 빠져 돌아가면서 영진과 공간이 겹치지 않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까 영진이 보는 표정이 안 좋아서 성질부리지 말고 물러나라 손짓만 했는데 그 이후로 너무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맞춰준단 말이야.’

동민은 행여나 상대방에게 들키는 게 아닐까 노심초사하면서 종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태 형도 진짜 쓸데없는 타이밍에만 눈치가 빠르더니 왜 쟤도 저러냐고. 주장하고 부주장이라고 닮는 건가…….”

결국 전반전은 한참을 더 동민의 애를 태우고서야 끝이 났다.

“대체 아까 그 손짓은 무슨 말을 하려던 거야? 밖으로 빠지라는 소리인가 싶어서 영진이한테 맞춰서 움직였는데 쟤는 왜 앞으로 튀어나온 거고.”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기가 무섭게 종환이 도끼눈을 한 채로 뛰어들어 와 말했다.

‘진짜 그렇게 알아들은 건가. 이걸 눈치가 좋다고 해야 할지 없다고 해야 할지 돌겠네.’

“아니, 제대로 읽었어. 형한테 따로 이야기를 하기엔 상황이 안 맞을 거 같아서 그랬거든.”

동민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사인을 그딴 식으로 하면 누가 알아 봐. 내가 쟤 움직이는 거 보고 움직였으니까 망정이지 미리 사인이라도 정하고 하던가!”

‘진짜 이럴 때만 쓸데없이 눈치 있던 거였네.’

본인의 생각이 맞자 역정을 내는 종환을 보며 동민은 마음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미안, 미안. 형이라면 알아들을 줄 알았었거든. 어쨌든 다들 모여줘! 수고했고 곧바로 후반전 전술 설명할 테니까. 민혁이 형은 긴장해서 조금 실수한 거 자책하지 말고.”

동민은 적당히 종환을 높이는 이야기를 하며 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이런 식으로 저쪽은 양쪽 미드필더가 내려가고 리베로 역할 하던 사람이 올라와서 중앙 밀집형 4-4-2처럼 변할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까 조금 전에 말한 대로 영진이 니가 전반전이랑 마찬가지로 상대 4번 계속 묶어주고, 수환이 형이랑 병원이 둘은 밑으로 내려와서 롱 패스 받으려는 상대 공격수 번갈아 가면서 경합해 주고. 이상, 질문 있어?”

후반전 동민의 전술은 상대 핵심인 4번과, 끊임없이 돌아가며 롱 패스를 받으려 하는 세 명의 공격수에 대한 방어에 중점을 맞추고 있었다. 확실히 수비라는 측면에서는 상대에 맞춘 좋은 전술이겠지만 듣는 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그렇게 하면 상대 공격이야 막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골이 필요한 건데 너무 소극적인 거 아냐?”

동민의 전술에 뻔히 뚫려 있는 구멍을 수환이 그대로 찌르고 들어왔다. 그는 지금 당장 골이 아쉬운 쪽은 KFC인 상황에서 상대방의 수비를 뚫고 공을 넣어야 하는 것 대신, 한 골 차를 지키려 하는 이상한 모습에 입을 열었다.

그리고 동민은 그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미리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 모두 말한 쪽에 집중하고 종환이 형도 측면에서 곧바로 빠져 들어올 수 있도록 계속 공간 보고. 일단 다들 먼저 나가서 준비하고 있어. 주현이 넌 잠깐 나 좀 따라오고.”

주현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동민의 뒤를 쫓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뛰는 경험이 별로 없는 탓에 주현도 전반전 내내 어딘가 겉돌았던 것이다.

자신의 주특기 중 하나인 드리블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전진 패스 또한 한 번도 종환에게 연결되지 못했다.

주현은 동민이 자신을 따로 불러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무섭기만 했다.

‘못했다고 화내려는 건가? 아니면 곧바로 교체? 어느 쪽이든 할 말은 없지만…….’

잠시간의 짧은 시간에 벌써 세 번째 한숨을 내쉬는 주현이었다.

‘그래도 조금 더 잘하고 싶었는데…….’

주현의 후회가 그의 가슴을 채울수록 그의 고개는 숙여지고, 마침내 동민에게 사과의 말을 하려 슬며시 얼굴을 들자 등에 강한 충격이 내달렸다.

“억?!”

“괜찮아, 괜찮아. 넌 충분히 잘할 수 있다니까. 후반전에 뭔가 다른 걸 보여줘. 네 장기가 좁은 곳에서 드리블로 파고들어 가는 거잖아. 장기 한번 유감없이 발휘해 보라고. 종환이 형이랑 영진이가 왔다 갔다 하면서 생기는 공간 분명히 나올 테니까.”

동민은 자신의 등을 때리듯 두드리면서 위로하는 동민을 보며 혼란에 빠졌다.

“아, 아니, 그게…….”

“말했잖아. 괜찮대도.”

“제가 그… 악!”

혼란에 빠진 상태도 사과를 계속하려던 주현의 등에 이번엔 날카로운 고통이 달렸다. 동민이 손바닥으로 주현의 등을 친 것이다.

“뭐, 뭐 하는 거야!”

주현은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음성으로 동민을 불렀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동민에게 큰 소리로 반말을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 미안. 아팠나 보네. 아니 너무 얼어 있는 거 같길래, 긴장 좀 풀어주려다가. 예전에 긴장하면 내가 감독님한테 당하던 거라 갑자기 생각나서. 어쨌든 좀 풀렸으면 운동장에 나가. 난 네가 잘할 거라 믿고 있으니까 힘내고.”

동민은 주현의 날카로운 외침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은 듯 사과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자신의 스탠드석으로 돌아갔다.

“대체 뭐하는 짓… 응?”

주현은 그런 동민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아까보다 떨리고 그런 게 없는데… 진짜 감독 말대로 효과가 있는 거였나?’

동민은 눈앞에 떠올랐던 문장을 생각하며 행복에 겨워하고 있었다.

‘됐어, 됐다고!’

[포인트로 특성 ‘소심함’ 삭제 성공]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 0]

‘이번에도 등 세게 두들기는 정도로 가능할까 했는데 결국 성공했네. 진짜 천만 다행이지.’

동민은 운동장을 향하는 주현의 등을 보고 바뀐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박주현]

20세

잘 쓰는 발 : 왼발

성장 가능성 18.8 / 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7.8 / 20

선호하는 플레이 : 수비의 틈 사이로 침투, 아래쪽에서부터 공을 끌고 올라옴

특성 :

장점 - 타고난 골잡이, 왼발의 마법사

단점 - 없음

현재 컨디션: 7/10

동민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그러나 수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채 동민의 눈에 남아 있었다.

‘이게 뭐야? 성장 가능성 18.8? 이거 오류 같은 거 아냐?’

“왜? 눈에 뭐 들어갔어?”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입만 채로 눈을 비비기를 계속하자 옆에 앉아 있던 진호가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냐. 괜찮아. 그럼, 응.”

동민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분명히 [소심함]이 사라지면 스테이터스가 전체적으로 바뀔 거라 기대하긴 했지만 이건 진짜 말도 안 될 정도잖아!’

동민은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고 자신이 보았던 가장 높은 스테이터스를 떠올렸다.

[심형만]

25세

잘 쓰는 발 : 왼발

성장 가능성 14.8 / 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12.9 / 20

선호하는 플레이 : 좌측면에서 안쪽으로 드리블 선호, 공을 잡고 템포를 조절, 정확한 슈팅 선호

특성 :

장점 - 정확한 패스, 왼발의 마법사

단점 - 불같은 성격

현재 컨디션: 8/10

그가 직접 보았던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스테이터스를 가지고 있던 수원 블루 데빌즈의 에이스, 심형만을 떠올려 보자 동민의 손 떨림은 더욱 심해졌다.

‘K리그에서 최고의 스타인 심형만의 성장 가능성이 14.8이었어. 그런데 18.8? 대체 어느 정도인지 감도 안 오는데? 이게 진짜로 있을 수 있는 거야?’

“저기, 동민아. 너 진짜 괜찮아?”

‘20이 끝인데 거기서 18.8이면 거의 최고 수준… 그 정도의 성장 가능성이라고? 거기다가 성장 가능성뿐만 아니라 현재 포지션 적합도까지 한 번에 1.6이 올라 있는데.’

“동민아, 감독. 너 몸 어디 많이 안 좋은 거 아니야?”

‘대체 [소심함]이라는 특성이 얼마만큼 스테이터스를 묶고 있었길래 그 특성 하나가 사라지자마자 저 정도로 변화한 거지?’

“동민아!”

한참을 충격에 빠져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 있던 동민의 의식이 현실로 되돌아왔다.

“어, 어?”

“너 진짜 괜찮아? 갑자기 조금 전부터 얼굴도 새파래지고 손도 부들부들 떠는데. 의무대 다녀올래? 시작하기까지 약간 남았는데 가서 약이나 그런 거라도 받아올까?”

동민이 소리가 들려오는 앞을 보자 진호를 포함한 교체 멤버들이 그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아니 괜찮아요, 아니 괜찮아. 조금 놀랄 일이 좀 있어서 진짜 괜찮아.”

지금 당장 동민을 업고서라도 의무대로 달려갈 듯한 모습의 그들을 보자 다시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너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래?”

“아니, 어지러웠는지 잠깐 헛것을 봐서. 이제 괜찮아. 경기 제대로 지시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박주현의 스테이터스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니 뭐니가 아니지. 일단 이 경기가 끝나고 다시 보자. 만약 내 능력에 뭔가 오류가 생겼던 거라면 곧 돌아올 테니까.’

동민은 다시 경기에 집중하려 애쓰면서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만을 기다렸다는 듯 휘슬 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동민이 바라던 반격의 후반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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