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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을 위하여(1) (14/270)
  • 본선을 위하여(1)

    ‘포인트 획득 방법이 감독으로서 내가 지휘한 경기의 승리로 밝혀진 이상, 어떻게든 본선 전에 연습 게임을 잔뜩 하는 수밖에 없어.’

    회식 이후, 팀원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동민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생각이 얽혀 있었다.

    ‘몇 포인트로 박주현의 특성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몰라. 그래도 컨디션을 강제로 올린 것을 생각하면 분명히 가능할 거야. 컨디션을 올리는 데 1포인트, 그렇다면 특성을 바꾸는 것은…….’

    동민은 머리를 긁적였다.

    가능하다고는 해도 경기 중이 아닌 지금은 몇 포인트를 모아야 특성을 바꿀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컨디션을 올릴 때는 1포인트라서 곧바로 가능했었지. 경기 중에 다시 스테이터스를 봐야지 특성을 바꾸는 데 포인트가 얼마나 필요할지 보이려나.’

    투덜거리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집에 거의 다 와 있었다. 동민은 머리를 흔들어 생각들을 털어내고 결론을 지었다.

    ‘별수 있나. 일단 내일 연습은 미니 게임으로 잡아야겠군. 스테이터스를 확인해야 뭐가 되든 안 되든 하지.’

    그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결론을 낸 다음에 그가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연습 게임? 저번에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BU와의 연습 게임이 끝나고 며칠 후, 경태는 동민의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네, 본선 전에 최대한 많이요. 정확한 날짜나 횟수는 제가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지만 일단 최대한 많은 쪽이 좋아요. 저번에도 느끼셨지만 우리 팀 같은 경우에는 실전에서 부딪치는 게 제일 좋아보여서요.”

    동민의 생각은 간단했다.

    몇 번의 훈련보다는 한 번의 실전이 더 좋다.

    저번 연습 경기에서 팀원들이 가졌던 동민에 대한 의문을 어느 정도 없앴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포인트는 둘째 치더라도 팀 전체가 경험이 필요해. 포지션을 바꿔도,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도 곧바로 적응하고 따라줄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이.’

    동민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하이고… 알았어. 감독님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최대한 여기저기 알아봐야지.”

    동민의 이야기에 경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말하고도 그렇지만 너무 부담되시면 저도 경기할 팀들 좀 알아볼까요?”

    경태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운 것이 아닌지 미안한 감정이 들어 말을 덧붙였지만 경태는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 처음부터 연습 경기는 내가 알아보겠다고 말했었고, 너 오기 전엔 연습 경기부터 선발 라인업까지 전부 내가 짜던 걸 생각하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으니까. 최대한 빨리 잡아볼게.”

    경태의 자신감 있는 말에 동민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연습 시작할게요! 다들 모여주세요! 어제 경기하셨으니 오늘은 다른 것보다 가볍게 미니 게임 정도만 할게요. 팀 구성은…….”

    웃으며 팀을 나누는 동민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박주현의 스테이터스를 새로 봐야 해. 그래야 특성 교체에 몇 포인트가 드는지 알고 경기를 잡지.’

    그의 생각은 간단했다.

    새로 주현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해서 특성 교체에 드는 포인트를 알아내고, 그 포인트에 맞게 경기들을 잡아 거둔다.

    ‘정상으로 돌아온 박주현 없이 본선에서 우승을 거두는 건 솔직히 쉽지 않을 테니까, 적어도 본선 전까지는 마무리를 지어 둬야지.’

    동민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본선에서의 구상이 그려지고 있었다.

    ‘막상 와보니 집에서 그리 멀진 않았네.’

    수연은 금원대학교 운동장 앞에 와 있었다.

    그녀의 친구가 말한 대로 운동장에는 금원대학교 축구부원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며칠 전에 있던 연습 경기가 끝난 이후로 그녀의 머릿속에선 그 경기가 떠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전술에 대한 생각이 있는 감독이 있는 팀이라면 연습하는 걸 구경만 해도 뭔가 배울 게 있을 거야.’

    순식간에 상대 팀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맞춤 전술을 내놓던 모습은 그녀를 감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눈은 기대를 담고 연습 중인 금원대학교 축구부원들로 향했다. 그러나

    ‘응? 감독이 없어?’

    연습 방법도 연습 방법이지만 그녀의 흥미 1순위인 감독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스탠드 쪽에서 보고 있거나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미니 게임을 하는 선수들뿐이었다.

    “오늘은 감독이 안 나와 있나?”

    가장 관심을 가지던 감독이 보이지 않자 순식간에 의욕이 떨어진 그녀는 반대편 스탠드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선수들이라도 보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지켜보는 그녀의 눈에 한 선수가 들어왔다.

    다른 선수들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가 눈에 들어왔지만 그녀의 눈을 끄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뭐야, 저거? 저런 선수도 있었나? 저번 시합 때는 못 본 것 같은데.’

    그는 부광대학교의 공격진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던 수비진을 허수아비인 것처럼 농락하며 공격을 이끌고 있었다.

    아무리 미니 게임이라지만 다른 선수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말을 잃었다.

    ‘시합 때 저런 선수가 안 나오고도 그렇게 이겼단 말이야?’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동민은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미니 게임을 시키다가 영진이 발목을 접질린 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마땅히 교체로 넣을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고민하던 동민은 결국 자신이 직접 뛰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뭐, 너 정도 상대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잖아.”

    “다르게 생각하면 본선에서 같이 안 뛸 사람이랑 발 맞춰봐야 의미 없는 거잖아요.”

    동민은 웃으며 말하는 경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대한 많이 선수들끼리 발을 맞춰야 할 현재 상황에서는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별거 아닐 테지만 만에 하나 영진의 부상이 오래 간다면 그건 그거대로 골치를 썩게 될 일이다.

    ‘박주현의 특성을 바꾸는 데 쓰이는 포인트 양을 알게 된 건 좋긴 한데…….’

    동민은 슬쩍 고개를 돌려 박주현을 바라보았다.

    [박주현]

    20세

    잘 쓰는 발 : 왼발

    성장 가능성 6.5[현재 정체] / 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6.2[현재 정체] / 20

    선호하는 플레이 : 수비의 틈 사이로 침투 [현재 정체], 아래쪽에서부터 공을 끌고 올라옴 [현재 정체]

    특성 :

    장점 - 타고난 골잡이[현재 정체], 왼발의 마법사[현재 정체]

    단점 - [소심함]

    현재 컨디션: 4/10

    [특성 삭제에 필요한 포인트 : 10]

    [현재 포인트 : 2]

    ‘예상대로 특성 삭제가 가능하다는 건 좋긴 하지만 10포인트라면 결국 앞으로 지난번처럼 연습 경기 네 번은 잡아야 한다는 말인데… 아이고, 본선 전까지 부지런히 연습 게임 하는 것밖에 답이 없겠네.’

    머릿속으로 본선까지 남은 날짜를 세고 있는 동민에게 경태의 장난 섞인 야유가 날아들었다.

    “어쭈, 본인이 잘한다는 건 그냥 조용히 넘어가네? 요즘 들어서 몸 움직이는 게 늘었다고 이제 자랑하는 거야?”

    “아이,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요.”

    동민은 투덜거리면서 오는 공을 받아 달리기 시작했다.

    “투덜거리면서도 잘만 하는구먼, 뭘.”

    경태는 개인기로 두 명을 제치고 공을 내주는 동민을 보며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한숨을 쉬는 동민의 태도와는 다르게, 입에 걸려 있는 미소는 그의 기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동민은 팀원들을 모아두고 웃으며 연습을 마무리 지었다.

    “고생했죠. 혼자서 수비 두셋을 바보 만드는 사람을 상대했는데. 무슨 연습 미니 게임이 실전보다 빡센지. 솔직히 저번 경기 때보다 더 피곤한 느낌이었다니까.”

    상대 팀에서 동민을 상대했던 진규가 너스레를 떨자 순식간에 웃음이 번져 나갔다.

    “아니, 그건 오랜만이라 분위기를 타서… 그리고 본선 가면 저 정도는 기본에도 못 드는 축일수도 있어요! 좀 더 정신을 차리고…….”

    “그래, 감독님이 아주 가벼운 미니 게임이라고 하셨지만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럼.”

    얼굴이 붉어져 변명을 하는 동민에게 경태가 쐐기를 박자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어쨌든!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할게요! 고생하셨어요! 끝!”

    동민이 붉은 얼굴로 말을 마치고 웃던 선수들이 흩어져 갈 때쯤, 경태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선수로 뛸 생각은 없어?”

    “그거 저번에도 대답했잖아요. 그리고 이미 선수 등록은 끝난 지 오래인데 어떻게 뛰어요.”

    “아니, 우리랑 뛰는 거 말고. 선수로 다시 뛰는 거 말이야. 난 니가 감독으로서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직 직접 경기 뛰는 걸 더 좋아하잖아. 너 나이도 어리고 군대 문제도 없는데 조금 더 해보고 나서 지도자를 생각해도 되지 않아?”

    경태의 말에 동민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들이쉰 숨이 동민의 입속에서 한참 동안 머물다 한숨이 되어 나왔다.

    “다리가 나아졌다고는 해도 뛰어봤자 15분 정도가 고작이에요. 지금도 좀 뛰었다고 무릎 후들거리는 거 보이잖아요.”

    경태의 시선이 작게 떨리는 동민의 다리에 멈췄다.

    “제가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계속 나아질 거라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부모님 속만 썩이고 있느니 빨리 제 갈길 찾아보는 게 낫죠. 얼마 전까지 매일 술 먹고 놀기나 하면서 이미 속 썩힐 만큼 다 썩혔으니까요.”

    동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경태가 감당하기에는 무거운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보다 어린 동민의 말에 경태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미안하다.”

    “괜찮아요. 저 생각해서 말씀해 주신 거잖아요.”

    억지로 밝게 대답한 동민이었지만 한번 무거워진 분위기는 쉽게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

    “저기, 죄송합니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가 무거운 분위기를 단번에 부수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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