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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강동민의 첫 경기(2) (11/270)
  • 감독 강동민의 첫 경기(2)

    ‘일단 내려서 수비한 다음에 빠르게 카운터 어택 하는 쪽인가. 그중에서도 주의할 건…….’

    그의 눈에 가장 들어온 것은 중앙 공격수와 좌측 윙이었다.

    [오한석]

    23세

    잘 쓰는 발 : 왼발

    성장 가능성 8.5 / 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6.9 / 20

    선호하는 플레이 : 좌측 측면 돌파 선호, 터치라인을 따라 드리블 선호, 빠른 크로스

    특성 :

    장점 - 스프린터

    단점 - 허수아비

    현재 컨디션: 6/10

    [정기주]

    21세

    잘 쓰는 발 : 오른발

    성장 가능성 7.8 / 20

    현재 포지션에 대한 적합도 7.4 / 20

    선호하는 플레이 : 몸싸움 선호, 골문을 등지고 플레이

    특성 :

    장점 - 타깃맨, 로켓 점프

    단점 - 트러블 메이커

    현재 컨디션: 6/10

    ‘좌측 윙어가 스피드로 완전히 측면 박살 내놓고 크로스 올리면 저 공격수가 헤딩 따서 마무리라 이거네. 거기다가 저 인간 포지션 적합도가 7.4? 대학교 동아리팀에서 보일 수치가 아닌데, 저런 인간이 왜 여기 있어?’

    동민은 둘의 스테이터스에 놀라면서도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둔다면 발이 느린 조민혁이 맡고 있는 우측 수비는 오한석의 드리블과 크로스에 종잇장처럼 찢겨질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작은 키에 방심하고 있던 중앙 수비 또한 허둥대다가 골을 헌납하는 것까지 명확하게 예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역시…….’

    생각을 마친 동민은 공이 터치라인을 나간 틈을 타 곧바로 경태를 불렀다.

    “왜?”

    경태는 시작한 지 채 3분도 되지 않아서 곧바로 자신을 부른 동민을 보며 의아해하고 있었다.

    “민혁 선배가 우측 윙으로, 재원 선배가 풀백으로 자리 바꿔 달라고 전해주시고, 절대 올라가지 말고 자리 지키라고 말 전해주세요. 또 경태 형이 저쪽 공격수 아예 대인 마크로 막아주세요. 헤딩이 특기인 것 같으니까 헤딩만 방해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쪽이 무슨 소리를 해도 그냥 반응하시지 말고요.”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속사포같이 쏟아지는 동민의 말에 경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동민은 경태가 그러든 말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형이 붙으면 빈자리는 진규 선배한테 커버 해달라고 해주세요. 아 맞다, 재원 선배보고 저쪽 좌측 윙은 계속 몸으로 붙어주기만 해도 된다고 전해주세요.”

    “아니, 잠깐만. 너 시작하자마자 무슨 말이야?”

    “절 믿어주세요. 시간이 없어요. 빨리요!”

    잠깐이지만 가까이서 본 경태 자신도 아직 상대 공격수의 특기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운동장 밖에서, 심지어 아직 공 한 번도 잡지 않은 동민이 상대의 특기가 뭔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뭣보다 덩치라도 큰놈이라면 모를까, 쟤는 그렇게 크지도 않은 놈인데 헤딩이 특기라니 무슨 소리야?’

    경태의 머릿속은 의문투성이였지만 시간이 없다며 조급해하는 동민의 모습에 방금 들은 대로 전하는 것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몇 분 뒤, 동민은 자신이 본 것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측 수비를 몸싸움 좋은 심재원으로 곧바로 바꾸길 잘했어. 조민혁으로 그대로 뒀으면 진짜 끔찍한 꼴을 볼 뻔했네.’

    상대의 왼쪽 윙은 스프린터라는 특성이 장식이 아니라는 듯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다른 선수보다 늦게 뛰기 시작했는데도 먼저 공을 붙잡는 모습은 마치 육상 선수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상대 윙은 날아드는 롱 패스에 공은 따냈지만 매번 뒤쪽에서 기다리던 재원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몸싸움에 밀려 그 공을 크로스로 올리지도, 드리블과 개인기로 안쪽으로 끌고 들어가지도 못한 채 뺏기고 있었다.

    ‘역시 미리 알지 못했으면 당했을지도 몰라.’

    동민은 또다시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는 상대 윙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 더럽게 안 풀리네.’

    부광대학교 축구 동아리 BU(부광 유나이티드)의 좌측 윙을 맡고 있는 오한석은 당황하고 있었다.

    동아리에서도 그를 올려다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덩치가 큰 그였지만, 사실 그의 무기는 덩치가 아닌 스피드였다.

    오히려 몸싸움은 덩치에 비해서 몸의 밸런스가 안 좋아 쥐약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의 겉모습을 본 대부분의 수비는 몸싸움을 거는 것 대신 스피드로 막으려 했었다.

    커다란 덩치에서 그런 스피드는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던 상대방들을 비웃으며 재껴내고 크로스를 올리는 것이 그의 기쁨이었다.

    그러나 이번 상대방은 달랐다. 시작하자마자 본래 풀백과 자리를 바꾸어 내려온 상대는 그에게 짜증만을 주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이 몸싸움이라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오버래핑도 나가지 않고 뒤쪽 공간에서 머물면서 한석이 공은 잡기만 하면 계속해서 몸을 부딪쳐 오고 있었다.

    ‘이런 망할, 이 자식은 덩치에 자신도 없어 보이는데 왜 몸으로 자꾸 들이대고 난리야! 좀 꺼지라고!’

    그의 마음속 절규를 듣는지 마는지 그가 공을 잡자마자 상대 우측 수비는 또다시 몸을 붙여가며 수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속도를 올려 벗어나려 했지만 몸 옆쪽에서 비집고 들어오는 상대의 어깨에 밀려 한석은 또다시 운동장을 뒹굴었다.

    계속된 밀착 수비에 한석은 전반전 내내 단 한 번의 크로스도 제대로 성공시킬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부광대의 왼쪽 측면 공격은 완벽하게 무력화되었다는 뜻이었다.

    “아이 썅, 진짜.”

    정기주는 입에서 삐져나오는 욕설을 참아낼 수도, 참아낼 생각도 없었다.

    그는 헤딩을 자랑으로 여기는 선수였다.

    자신보다 키가 큰 수비들이 즐비한 상황에서도 그가 헤딩골을 넣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첫 번째로, 그의 덩치에 수비들이 방심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175㎝이라는 작은 키는 수비들로 하여금 그가 헤딩보다는 화려한 발놀림이나 재빠른 움직임을 무기로 하는 것이라 착각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는 그의 다리에서 나오는, 웬만한 농구 선수 뺨치는 점프력이었다.

    친구들에게는 메뚜기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상상 이상의 그의 점프력은, 그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수비들을 상대로도 헤딩골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다.

    ‘이 거지 같은 놈은 뭐 이렇게 들이대는 거야. 겁나 짜증 나네, 진짜. 거기다가 오한석 저 새끼는 뭔 크로스 하나를 못 올리고 빌빌대고 앉아 있어.’

    아직 전반전밖에 되지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그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 거 게임 엿같이 하네, 진짜. 이따위로 붙는 거 말곤 아예 재주가 없어서 그런가?”

    이것이 바로 그가 골을 만들어내는 세 번째 이유였다.

    심판이 보지 않는 곳에서 상대 수비를 도발하고, 그 때문에 평정을 잃은 상대 수비들은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한 채로 반칙을 범하거나 집중을 잃기 십상이었다.

    어릴 적부터 입이 험하고 말싸움이 잦았던 그에게 상대를 도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주 누가 보면 게이 새끼인 줄 알겠어. 땀내 나는 몸뚱이 들이대는 거 말곤 장점이 없다니 그냥 운동이고 뭐고 때려 치우는 게 나은 거 아닌가?

    기주의 입에서 쉴 새 없이 상대 수비를 도발하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상대는 들리지 않는지 아니면 신경 쓸 것도 없다는 듯 기주 쪽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욕설들은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날이 서 있었지만, 전반전 내내 그의 머리가 크로스를 받아 골을 넣는 일은 없었다.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

    경태는 전반전이 거의 끝나갈 때까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번 연습 경기를 잡으면서 다리가 되어준 친구의 말을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야, 만약 져도 너무 마음 쓰지 마라. 우리 학교 애들, 듣기로는 꽤 잘한다고 했던 걸로 기억하거든. 작년에도 대학교 축구 무슨 대회 8강인가까지 갔다고 하더라고. 일반 대학 동아리치고 성적 엄청 좋았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누가 부상이다, 그런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

    그 친구가 허풍을 떨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허풍을 치는 성격이라기보단 오히려 너무 진지하다는 말을 듣고 사는 친구였다.

    일부러 그런 이야기를 그에게 한 것도 만약에 대패하더라도 풀 죽지 않았으면 하는 진지한 마음에 한 것임에 분명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잘하는 건가?’

    그는 잠깐 떠오른 생각을 곧바로 머리를 흔들며 지웠다. 애초에 대회 본선에 가게 된 것도 여러 행운이 따른 결과였다.

    그랬던 팀이 고작 열흘 정도의 연습으로 아예 달라졌다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무슨 만화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지.’

    하지만 상대를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공격에서는 주현과 종환의 손발이 맞지 않았던 점 같은 몇 차례의 실수가 나와 비록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수비 부분에서만은 완벽하게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덩치에 안 맞게 속도가 주특기로 보이는 상대 좌측 윙은 재원에게 묶여 의미 없는 크로스만 시도하려다 제풀에 넘어졌고, 상대 원톱은 자신이 붙어 있자 성질만 부리고 있었다.

    ‘동민이, 아니, 감독의 지시 덕인가. 이 입 더러운 자식 주특기가 헤딩이라는 것도 단번에 간파했었고…….’

    경태는 입을 비죽이며 자신을 노려보는 상대 공격수를 흘끗 보았다.

    첫 번째 지시 이후에도 동민의 지시는 몇 차례 더 그에게 전해졌다. 상대 중앙 미드필더에서 원톱을 노리고 롱 패스를 뿌려댈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라든지, 거듭 말하지만 상대 공격수의 성격이 좋지 않아 보이니 무슨 말을 해도 신경 쓰지 말라 같은 지시들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스탠드에서 보고 알아채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세세한 지시들이 계속해서 내려와 경태는 당황했다.

    하지만 동민의 지시들은 그가 상상한 것보다 더 완벽히 들어맞았다.

    장기로 삼던 좌측의 측면 공격이 틀어막히자 상대는 중앙에서의 롱 패스로 원톱에게 넘기려 시도했지만, 롱 패스는 번번이 수비에 막혔다. 원톱이 계속해서 봉쇄되고 있는 한, 오히려 그 롱 패스들은 그저 공을 넘겨주는 행위일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 원톱은 그를 향해 점점 더 성질을 부렸지만 그는 그저 흘려 넘기고 경기에 집중했다.

    ‘전부 다 말했던 그대로네. 축구 코치 준비한다는 사람들은 다 저 정도인가.’

    동민에 지시에 대한 의심이 놀라움으로 바뀐 채로, 경태는 전반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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