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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륙의 낭인무사-83화 (83/200)
  • # 83

    Chapter 22. 불길한 상상 (1)

    “ЦфЖЙПБЫ…… 라이트닝 캐논!”

    샤칼의 주문이 완성되기 무섭게 그의 손에서 빛이 모여들더니 날아오는 바윗덩이에 발사되었다.

    콰과광!

    라이트닝 캐논은 전격 계열의 5서클 마법이다. 7서클에 올라선 대마법사급 샤칼이 손에서 발현되자 5서클 마법임에도 엄청난 위력을 드러냈다.

    “귀병신아! 또 날아온다! 또 날아와!”

    헤이먼이 샤칼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호들갑을 떨었다.

    “씨발아! 내가 귀병신이라고 하지…… ЦфЖЙПБЫ…… 라이트닝 캐논! ……말랬지!”

    콰광!

    샤칼이 마법을 사용하면서 버럭 화를 냈다.

    화를 내는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아무리 하위 마법이라고는 해도 연속으로 사용하다 보니 힘에 부치는 모양이었다.

    “제기랄! 그 인간, 콱 뒈져 버렸으면 좋겠다!”

    헤이먼은 트레뷔셰에서 쏘아지는 바위가 샤칼의 마법에 파괴되는 것을 보며 투덜거렸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몸집보다도 커 보이는 바위가 산산조각나면서 부서질 때마다 사타구니가 근질거렸다. 하나라도 놓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이 모두가 정천우 때문이라는 사실에 그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그 인간? 누구? 아…… 진정! 진정! 후웁, 후우우…….”

    샤칼은 정천우를 떠올리고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호흡 조절을 했다.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먹으면 심장의 마나 서클이 난동을 부린다. 흥분을 억제하고 냉정을 찾지 않으면 위험하다.

    바위가 날아오는 판국이다. 집중력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위험하다. 그런 상황에서 ‘마나의 맹세’를 어긴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고의 기회잖아!’

    샤칼은 이렇게 난전으로 치달아 가는 지금이 정천우를 해치울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크어억! 으억!”

    샤칼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정천우에 대해 살기를 품는 순간, 심장을 둘러싼 마나 서클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야, 야! 귀병신! 정신 차려! 돌! 돌 날아온다고, 씨발!”

    헤이먼이 식겁한 얼굴로 소리쳤다.

    돌덩이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판국에 샤칼이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하고 있으니 사색이 되어 허둥거렸다.

    “큭, 으윽! 제길! 제길! 제기랄! 으아악!”

    심장을 옥죄는 통증에 샤칼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헤이먼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위험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마나를 담아 던진 무기는 거리가 멀어지면 마나 쉐도우가 사라진다. 혼자의 힘만으로는 트레뷔셰로 쏘아진 바위를 박살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씨발! 병신 같은 귀병신 새끼!”

    헤이먼이 욕설을 터트리며 바닥에 떨어진 창을 집어 들었다.

    사방이 난리다.

    무당파의 병사들이 대형 방패를 앞세워 아이언 우드로 만든 목책에 다가와 쿼렐을 쏘는 중이다. 게다가 느린 속도긴 하지만 공성 병기들이 꾸준히 접근하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벽 위에 바위가 떨어진다면…… 아이언 우드로 만든 목책이 파손되기라도 한다면…….

    “좆 되는 거거든! 차압!”

    전력으로 마나를 창에 담아 헤이먼이 힘차게 던졌다. 정천우를 흉내 내려 했지만 마나 운용 능력이 떨어졌다. 바윗덩이와 부딪칠 때쯤에는 마나 쉐도우의 위력이 처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정도였다.

    그러나 헤이먼은 좌절하지 않았다. 이미 그럴 줄 알고 있었기에 창을 한 자루 더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곧장 전력을 다해 창을 던졌다.

    다행스럽게도 두 번의 전력을 다한 창질에 바윗덩이가 산산이 조각나 후두둑 떨어졌다. 정천우가 한 것처럼 깔끔하진 않았지만 방패를 들어서 돌조각들을 막아 낼 수 있었다.

    “헥, 헥, 헥…… 귀병신! 정신 안 차려? 아이고, 죽겠다.”

    마나를 모조리 소진한 헤이먼이 부들부들 떨어 대는 샤칼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한 번 더 바위가 날아오면 헤이먼으로서는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

    “크악! 큭! 크윽…… 침착! 침착해야 된다! 후욱, 후욱…….”

    샤칼은 정천우에 대한 살기를 억누르며 겨우겨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러자 심장을 옥죄던 고통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귀병신아! 딴마음 먹지 말라고 했잖아! 빌어먹을!”

    “ЦфЖЙПБЫ…… 라이트닝 캐논! 그래, 반토막아! 알아, 안다구!”

    샤칼이 마법으로 바위를 처리하고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순간적으로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해 괴롭긴 했지만 어쨌든 위기는 넘겼다.

    헤이먼은 샤칼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에 안도하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소진된 마나를 충전하기 위해서다. 동대륙의 인간 종족과 달리, 마나 수련법을 익힌 헤이먼이기에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샤칼은 마법을 사용해 날아오는 바위를 순조롭게 처리했다.

    “후아!”

    샤칼이 계속 바위를 처리하는 사이, 헤이먼은 기지개를 켜듯 크게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이기고 있냐?”

    “뭔 개소리야?”

    마나를 수습하고 일어나자마자 헛소리를 하는 헤이먼에게 샤칼이 뚱한 목소리로 코웃음을 쳤다.

    “아니면 뭐가 그렇게 좋아서 히죽거려? 왜? 날아가는 새 거시기라도 봤냐?”

    “하여간 생각하는 꼬라지 하고는……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냈어. 그러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아까 그 고생을 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냐? 하마터면 나까지 죽을 뻔했잖아!”

    헤이먼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서 샤칼에게 삿대질을 했다.

    ‘마나의 맹세’를 어겨 위험한 사태를 만들고서도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는 샤칼한테 화가 났다.

    “아깐 실수였어. 이크! ЦфЖЙПБЫ…… 라이트닝 캐논! 그런데 말이다, 내가 실수로 마법을 날릴 수도 있잖아?”

    샤칼은 또다시 날아오는 바위를 마법으로 격추시키면서 씨익 웃었다.

    “실수?”

    “그래. 실! 수! 로!”

    샤칼이 음흉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거 괜찮은데? 이 자식, 천재잖아? 우리 빨리 실수하자!”

    헤이먼이 정천우가 한창 싸우는 방향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자신이 손을 쓰는 건 아니니까 ‘수호의 펜던트’에 걸린 맹약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헤이먼과 샤칼의 얼굴이 사악한 미소로 물들어 갔다.

    ***

    “무슨 이런 자식이…… 헉, 헉…… 다 있지?”

    슈발리에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스콜피온을 들어 전면을 가렸다.

    순수하게 전투 능력으로만 따지면 자신보다 아래다. 그러나 별의별 잡스러운 수법으로 전투의 양상을 바꾸는데 미쳐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엉뚱한 곳에 칼질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목을 노리는 식의 공격은 애교다. 눈에 침을 뱉는 것도 그럭저럭 참아 줄 수 있다. 생사가 오가는 처절한 전장이라면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정도는 다들 하니까.

    하지만……

    “도망가지 말라고, 좀!”

    슈발리에는 숨이 턱에 찼다.

    공격하려고 하면 도망친다. 그렇다고 무시하자니 뒤통수가 근질거린다. 무시하고 돌아서서 부하들에게 가려고만 하면 달려든다.

    아주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다.

    “미안, 네가 좀 강해서 정면으로 승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네가 조금만 약했어도 이러지는 않았을 거다.”

    “……그걸 당당하게 말하다니, 네놈의 정체가 뭐지?”

    슈발리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천우를 노려보았다.

    하북팽가의 기사들은 정정당당한 승부를 고집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저만치 앞에서 자신을 향해 징그러운 미소를 흘리는 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건…….”

    정천우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슈발리에의 관심을 끌더니 왼손을 꿈틀거렸다.

    파웃!

    공간을 찢어발기는 듯한 파공성과 함께 누런 빛줄기가 쏘아졌다.

    “망할 자식!”

    슈발리에는 다급하게 스콜피온을 들어 전방을 향해 휘둘렀다.

    계속 이런 식이다.

    틈만 보였다 하면 비겁한 짓을 스스럼없이 해 댄다.

    그러고는……

    “더러운 자식! 비겁한 자식! 윽! 으아악!”

    슈발리에의 입에서 짜증이 잔뜩 묻어나는 기합성이 튀어나왔다.

    드로잉 나이프 공격 뒤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후속 공격이 이어진다. 드로잉 나이프를 막아 내면서 생기는 빈틈을 노리는 공격에 몇 번이나 죽을 뻔했는지 모른다.

    “꺼져! 꺼져 버리란 말이다앗!”

    슈발리에가 전신의 마나를 모두 끌어모아 스콜피온을 풍차처럼 휘둘렀다.

    바웅! 바우웅! 바웅!

    둔탁한 파공음이 일어나면서 살벌한 기세가 사방으로 뻗쳤다. 잔뜩 흥분한 슈발리에가 성난 멧돼지처럼 정천우를 쫓으며 맹렬하게 스콜피온을 마구 찔러 댔다.

    그러나 정천우는 경공을 사용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역천검으로 스콜피온을 쳐 냈다.

    캉! 카강! 카앙!

    “도망치지 말라고! 덤벼! 제발! 멈춰라! 멈춰, 좀!”

    슈발리에는 애원하듯 소리쳤다.

    마기에 의한 충동적인 흥분 따위에 휘둘리는 게 아니다. 치미는 짜증 때문에 마기의 흉포한 기질은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 이제는 짜증이 나서라도 상대를 갈아 마시지 못하면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아직 그건 좀 곤란해.”

    정천우는 고개를 좌우로 짤짤 흔들었다.

    이젠 중원에서의 찌질함은 버리고 자신이 싸움을 선택하겠다고 마음먹은 그였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았다. 슈발리에라는 마교 놈은 상당한 실력을 지녔다.

    마나양도 그렇고, 근력 또한 자신보다 위였다. 무거운 창을 사용하기에 원심력이 더해진 공격은 한 방 한 방이 전부 위협적이다. 그래서 이제껏 힘을 빼놓는 작업을 해 왔다.

    슈발리에가 구슬땀을 흘리며 헉헉대는 모습을 보니 정천우의 얼굴에 한 가닥 미소가 걸렸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어.’

    정천우는 허리춤에 매달린 작은 가죽 가방에서 드로잉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또냐!”

    슈발리에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렇게 얘기를 했음에도 정면으로 붙을 생각은 하지 않고 또다시 같은 수법을 사용하려 하고 있다.

    익숙해지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정천우의 드로잉 나이프 공격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날아오는 공격을 놓쳤다가는 몸에 구멍이 뚫릴 판이다. 허투루 상대할 수 없는 데다가, 공격을 막는 순간 뒤이어 기습이 펼쳐지니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이를 으드득 소리가 나도록 갈아붙인 슈발리에가 스콜피온에 마나를 담아 날아오는 드로잉 나이프를 일일이 쳐 냈다. 그와 동시에 자세를 낮추며 정천우의 기습 공격에 대비했다.

    이제껏 이어지던 패턴이었기에 그의 대응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다만 인상이 더욱 험악하게 일그러졌을 뿐이다.

    “기다렸다!”

    슈발리에가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며 힘차게 스콜피온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역천검으로 자신을 후려치는 공격을 튕겨 내기 위함이었다.

    정천우의 공격이 워낙 한결같아 이젠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수준으로 방어가 이루어졌다.

    ‘이번에도 도망친다면 아예…….’

    슈발리에의 눈에서 악독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제까지 해 온 것처럼 한 차례 깔짝 공격하고 도망친다면 스콜피온을 던져서라도 발을 묶겠다고 마음먹었다.

    “으헉!”

    그러나 슈발리에는 다급하게 헛바람을 집어삼키면서 뒷걸음질을 쳐야만 했다.

    얍삽한 기습이 아니었다.

    연속으로 들어오는 정천우의 공격은 단발성으로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아예 끝장을 보자는 듯 강력한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제, 제길! 큭! 으윽! 이런 개 같은 경우가! 크아압! 죽인다!”

    슈발리에가 뒷걸음질을 치면서도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상대가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지만 막상 싸우려고 하니 오히려 밀린다.

    “힘을 너무 빼 놨나? 이거 싱겁잖아? 차앗!”

    정천우는 다 이겼다는 듯이 미소를 지은 채 역천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면서 폭풍처럼 슈발리에를 몰아붙였다.

    오호단문도의 초식이 역천검을 빌려 엄청난 위력으로 슈발리에를 밀어붙였다.

    ‘좋아! 이런 느낌이었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역첨검이 움직여 주는 느낌에 정천우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부담스러운 상대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은 보람이 있었다.

    이 싸움을 이기면 자신의 입지는 달라질 것이 확실했다.

    정천우는 오호단문도의 제육초식인 용호상박을 펼치면서 힘을 더욱 끌어모았다. 좌우로 각기 한 번씩 검격을 날린 뒤에 적의 목을 따 버릴 생각이었다.

    “가라!”

    정천우의 입에서 벼락과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겨우겨우 공격을 막아 가던 슈발리에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제기랄! 이럴 순 없…….”

    슈발리에가 자신의 머리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역천검을 막으려 스콜피온을 위로 올리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도약한 정천우의 등 뒤에서 눈부신 빛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군의 트레뷔셰에서 쏘아 낸 바위가 날아가다가 빛과 함께 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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