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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륙의 낭인무사-73화 (73/200)
  • # 73

    Chapter 19. 피할 수 없는 전쟁 (1)

    헤이먼이 볼살을 푸들거리며 말했다. 내키지 않아 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웃기는군. 유언은 그게 끝이냐?”

    정천우가 코웃음을 치며 역천검을 들어 올렸다.

    흔들릴 필요 없다.

    깔끔하게 죽이는 편이 맘 편하게 발 뻗고 잠잘 수 있는 지름길이다.

    “왜! 네 부하가 되겠다는데 왜 싫다는 거지?”

    헤이먼이 당황한 중에도 분노해 소리쳤다.

    드워프라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거기에 베테랑급 전사다.

    샤칼은 또 어떤가!

    7서클의 대마법사에 올랐으며 물의 중급 정령을 다룰 줄 안다. 최고급 인력이 부하가 되겠다는데, 그것을 마다하는 정천우의 뇌 구조를 헤이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귀찮아. 죽기 싫어서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놈을 믿으라고? 너나 이놈이나 너무 위험해. 쓸데없는 일에 목숨 걸고 싶진 않다. 그러니까 너희 둘! 죽어 줘야겠어.”

    정천우가 역천검을 슬쩍 내보이며 빙그레 웃었다. 어쩐지 사악해 보이는 미소였다.

    역천검에서 피어오른 마나 쉐도우가 스파크를 일으키며 빛을 뿌렸다. 그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 위력이었다. 노호출격의 초식을 사용해 헤이먼을 난도질할 생각이었다.

    혹시라도 공격이 막힌다면 곧바로 맹호폭격(猛虎爆擊)과 맹호측격(猛虎側擊)의 초식을 사용해 완전히 숨통을 끊어 버리겠다는 계산을 마친 상태다.

    꺼림칙한 둘을 해치울 생각에 정천우의 전신에서 끈적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제길! 기다려! 기다려 보라고!”

    천천히 자세를 낮추면서 역천검을 들어 올리는 정천우를 향해 헤이먼이 다급하게 손바닥을 펼쳤다.

    “진짜 더럽게 말 많네! 또 뭔데!”

    정천우가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상대가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자꾸 말을 시키는 바람에 독하게 마음먹고 일으킨 살기(殺氣)가 깎여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넌 우릴 믿지 못하겠다는 거잖아! 맞나?”

    “당연하지! 두 발 달린 놈들은 믿을 수가 없거든. 그러니까 제발, 그만 나불거리고 무기 들어! 자꾸 분위기 조지지 말고!”

    정천우가 역천검으로 헤이먼을 겨누며 소리쳤다. 그러나 헤이먼은 싸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자, 잠깐!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썅! 그래그래, 지껄여 봐.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데?”

    정천우가 지겹다는 듯이 역천검을 내리며 물었다.

    “귀병신한테 ‘마나의 맹세’를 시키겠다. 그럼 되겠나?”

    “마나의 맹세? 그건 또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새끼가 돌았나…….”

    “거 씨발! 내가 말하면 좀 들어! 마나의 맹세라는 건 자신의 몸에 쌓은 마나를 걸고 맹세하는 거야. 만약 맹세를 어기면 마나가 모조리 사라지는 거라고! 넌 귀병신의 마법이 무서운 거잖아!”

    “뭐, 그렇지?”

    정천우가 왼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역천검이 마법을 막아 주지 않았다면 상황은 반대였을 거다. 그래서 더 샤칼을 죽이려고 마음먹었다.

    마법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기에.

    “마나를 걸고 맹세를 시키면 저놈은 꼼짝없이 맹세를 지킬 수밖에 없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저놈더러 내 부하가 되라고 맹세를 시켜라?”

    “그렇지!”

    “지랄하네.”

    정천우가 못 들을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욕을 했다.

    당최 믿을 수 없는 얘기만 골라서 하고 있으니 이제껏 얘기를 들어준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뭐? 이 개 상놈의 자식이! 계속 이렇게 나온단 말이지?”

    말이 잘 통한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풀었던 헤이먼이 인상을 구겼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초를 치니 슬슬 헤이먼도 화가 차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점차 붉어지더니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마침내 결심했는지 전투 도끼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기(鬪氣)!

    ‘제기랄! 만만치 않겠는데?’

    헤이먼이 작정하고 본격적으로 마나를 일으키자 정천우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

    정제되지 않은 마나 쉐도우를 전투 도끼에 불어넣었지만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물론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싸운다면 자신도 크게 다칠 것을 각오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천우는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일단 샤칼을 죽이고 상대를 흥분시켜 허점을 노릴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빌어먹을 새끼! 그렇게 불안하면 네놈의 목숨을 노리지 않는 부하가 되라고 맹세시키면 되잖아! 좋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어디 누가 죽나 보자!”

    헤이먼은 전신의 마나를 모조리 전투 도끼에 집어넣고 투지를 불살랐다.

    한 번의 도끼질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듯 필살의 의지가 그대로 전해졌다.

    ‘장난이 아니겠는데?’

    정천우는 헤이먼이 뿜어 대는 투기에 놀랐다.

    죽기를 각오한 모양인지 방어 따윈 염두에 두지도 않고 있었다.

    동귀어진(同歸於盡, 함께 죽을 각오로 하는 공격).

    헤이먼의 기세에서 그것을 느꼈다. 저런 식의 마음가짐이라면 정천우가 불리했다. 몇 번이나 공격할 타이밍을 방해받아 살기(殺氣)가 한풀 꺾인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잠깐, 그러면 되겠네?”

    정천우는 미처 몰랐다는 얼굴로 헤이먼에게 겨누었던 역천검을 슬그머니 내렸다.

    우선 탁해진 자신의 살기와 투기를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속는 셈치고 마나의 맹세인지 지랄인지를 시켜 본 다음에 판단하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개소리라면 곧바로 샤칼을 죽일 생각이었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거냐?”

    “뭐,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거지.”

    뺀질거리는 정천우의 말에 잔뜩 흥분했던 헤이먼이 인상을 풀면서 전투 도끼를 내렸다. 정천우가 마음을 고쳐먹은 이상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자신에게도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말로는 당차게 싸울 것처럼 큰소리 떵떵 쳤다. 실제로도 모든 마나를 끌어올렸지만 승리를 장담할 순 없었다.

    “망할 자식아! 진작에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좋잖아!”

    “워, 워! 거기 그대로 있어! 제안을 받아는 들였지만 그렇다고 널 믿는 건 아니니까.”

    정천우가 뒷걸음질로 샤칼에게 다가가 역천검을 겨누었다.

    “참 가지가지 한다. 네 마음대로 해!”

    헤이먼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땅바닥에 철푸덕 앉았다.

    “좋아, 그럼 이제 그 마나의 맹세인가 뭔가를 해 볼까?”

    으스스한 미소를 지으며 정천우가 샤칼의 아혈을 풀어 주었다.

    “켁, 켁! 어, 어떻게 된 거야? 왜 내가 말을 할 수 없었지? 젠장! 콜록, 콜록!”

    점혈이라는 수법을 처음 경험한 샤칼은 기침을 해 대며 투덜거렸다.

    “다 들었으니까 알겠지? 그 마나의 맹세인지 뭔지 할 거야, 말 거야?”

    “제길, 살려만 준다면 그깟 맹세, 한다, 해! 그래, 어떤 맹세를 원해?”

    아혈은 풀렸지만 마혈을 봉쇄당한 샤칼은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순순히 승낙했다. 인간보다 월등하게 긴 삶을 사는 엘프였기에 정천우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기껏해야 몇십 년 부하가 되는 게 죽는 것보다는 몇만 배 나았으니까.

    “네가 내 목숨을 노리지 않고, 누군가를 시켜 내 목숨을 노리지 않아야 해. 그리고 내 부하가 되는 거야.”

    정천우는 역천검의 검 끝을 샤칼의 가슴 위에 가져다 댄 채로 말했다.

    주둥이만 나불거리면 뭐든 할 수 있는 놈이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단어가 튀어나오면 그대로 찔러 버릴 작정이었다.

    “좋아! 나 샤칼은 나의 마나를 걸고 맹세한다.”

    지이이잉…….

    샤칼의 입에서 ‘맹세’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주변의 마나가 공명하며 진동을 일으켰다.

    뜻밖의 현상에 정천우는 더욱 긴장했다. 대자연의 기운이 멋대로 움직이는 게 불안했던 것이다. 역천검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고서 여차하면 그대로 찔러 버릴 태세를 갖췄다.

    “나 샤칼은 인간 정천우의 생명을 노리지 않을 것이며, 다른 사람을 시켜서라도 그의 생명을 위태롭지 않게 하는 충실한 부하가 될 것을 맹세한다.”

    “으응?”

    정천우가 놀란 얼굴로 눈썹을 꿈틀거렸다. 주변을 둘러싼 대자연의 기운이 샤칼과 합쳐졌다가 다시 자신에게로 다가오자 움찔한 것이다.

    위협적인 느낌은 없었기에 정천우는 일단 가만히 놔두었다. 그러자 다가오던 기운이 정천우의 몸에 스며들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흘러들어 온 기운이 단전으로 옮겨 가더니 내공과 한데 뒤섞였다. 잠시 단전의 내공과 어우러지는 듯하던 대자연의 기운이 단전을 빠져나와 오른손으로 이동했다.

    “이건 뭐야?”

    정천우는 오른 손등에 생겨난 이상한 문양에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젠장! 뭐긴 뭐야! 마나의 맹세를 한 증표지! 내 귀 뒤를 확인해 봐! 네놈 손등에 생긴 문양과 똑같은 게 새겨져 있을 거야.”

    샤칼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정천우는 별 괴상망측한 사술(邪術)이 다 있다고 생각하며 샤칼의 귀를 살폈다.

    “없는데?”

    정천우가 의심스러운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야, 이 개자식아! 귀가 하나냐? 반대쪽을 확인해 보면 되잖아!”

    열 받은 샤칼이 짜증 부리며 소리쳤다.

    정천우는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샤칼의 반대쪽 귀를 살폈다.

    샤칼의 말대로였다.

    복잡한 도형으로 이루어진 문양이 그의 귀 뒤에 새겨져 있었다. 모양이 정천우의 손등에 새겨진 것과 똑같았다.

    “으음…… 그래. 다 좋은데, 이게 사기가 아니라는 증거는?”

    정천우는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괴상한 사술을 써 대는 놈들에게 이따위 문신 정도는 주문조차 필요 없을 만큼 간단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 토막 새끼가 다 말했잖아! 저 자식은 거짓말 못 해!”

    “사기 치고 자빠졌네. 거짓말 못하는 새끼가 세상에 어디 있어?”

    정천우가 비아냥거리며 혀를 찼다.

    드워프는 천성적으로 거짓말 못한다는 것을 알 리 없는 그였기에 의심은 더욱 커졌다. 그의 상식으로는 믿을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야, 이 개자식아! 넌 상식도 없냐? 아…… 젠장…… 딴 세상에서 왔다고 했지?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

    “넌 새꺄! 내 부하라면서 주댕이 꼬라지가 그게 뭐냐?”

    “미친놈! 그건 맹세에 없잖아! 빨리 안 풀어 줘?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젠장…… 골치 아프네. 이 새끼들을 그냥 죽여?”

    정천우는 샤칼과 헤이먼의 말을 신뢰하기가 어려웠다.

    역시나 샤칼을 죽이고 헤이먼과 싸우는 게 가장 깔끔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너, 이 씨발 새끼! 약속 안 지켜? 확 죽…… 으윽! 으으으…… 끄아아아…….”

    열이 뻗쳐 욕을 퍼붓던 샤칼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이 새끼, 왜 이래? 어? 그런 거야?”

    정천우는 자신의 손등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묘한 문양에서 미약하게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샤칼의 몸에서 미약하게 살기가 흘러나온다 싶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마나의 맹세라는 게 이런 거였군. 좋아!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저 땅딸보 녀석뿐인 건가?’

    정천우는 샤칼이 괴로워하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의 얼굴에 혈관이 툭툭 튀어나와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어찌나 괴로운 표정을 짓는지, 보는 사람이 더 안타까울 정도였다.

    마나의 맹세가 뭔지도 몰랐던 정천우였기에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살기를 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괴로워하는 걸 보니 효과는 확실한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건 너뿐인데…….”

    “뭘 원하는지 말하라.”

    헤이먼은 앉은 자세에서 인상을 찡그렸다.

    지독하게 조심성 많은 놈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고독(蠱毒)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안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난 널 절대로 공격하지 않겠다. 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부하가 되어 명령에 따를 생각이다.”

    “말로는 뭐든 할 수 있지. 문제는 내가 널 못 믿겠다는 거야.”

    “니미럴! 그럼 어쩌자고!”

    헤이먼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진심을 다해서 말하는데도 이렇게까지 의심 많은 놈은 처음 보았다.

    드워프라는 종족은 고집스러운 성격 그대로 약속 하나는 칼같이 지킨다. 드워프의 약속은 드래곤의 맹약만큼이나 확실하다. 그럼에도 정천우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니 드워프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졌다.

    “헉, 헉…… 이봐! 일단 나부터 풀어 줘.”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샤칼이 힘없이 말했다.

    살기를 품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고통을 받은 탓에 샤칼은 정천우가 자신의 주인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했다.

    정천우는 마나의 맹세가 확실하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미련 없이 그의 마혈을 풀어 주었다.

    어기적거리면 일어난 샤칼은 징그럽다는 듯이 정천우를 쳐다보다가 헤이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길! 반 토막!”

    “왜 불러? 이 띨띨한 귀병신 놈아!”

    “수호의 펜던트를 이 자식한테 넘길게. 그럼 다 해결되지?”

    지친 얼굴의 샤칼이 목걸이를 풀며 정천우에게 내밀었다.

    정천우는 멀뚱한 눈으로 목걸이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왜 계집들이나 하는 장신구를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뭐? 야, 이 미친 귀병신아! 돌았어? 그럼 난 저놈을 지켜야 한다고!”

    흥분한 헤이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뭔데 둘이 개지랄이야? 어디서 경극질인데?”

    정천우가 콧방귀를 뀌었다.

    겨우 목걸이 따위를 받는다고 지금의 상황이 해결되진 않기 때문이다.

    “경극질? 그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수호의 팬던트에는 나와 저 반 토막의 맹약이 깃들어 있다. 지금 네놈과 내가 마나의 맹세를 한 것과 비슷한 거다.”

    “인마! 그건 아니잖아! 말이 돼?”

    목걸이를 넘기려는 샤칼에게 헤이먼이 분노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어차피 인간이 우리보다 오래 살진 못해. 기껏해야 50년 정도만 부하 노릇 해 주면 모두 끝나.”

    “젠장! 차라리 난 불꽃 망치 부락으로 돌아가겠어.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되잖아!”

    헤이먼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샤칼을 노려보았다.

    “뭐야? 그런 거였어?”

    정천우가 재빨리 수호의 펜던트를 낚아채 목에 걸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헤이먼이 차라리 떠나겠다고 선언할 정도의 물건이라면 충분한 약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씨부럴 인간 놈!”

    헤이먼이 정천우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끝났다. 헤이먼은 그저 투덜대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게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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