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대륙의 낭인무사-50화 (50/200)

# 50

Chapter 13. 약속에 목숨을 걸다 (3)

트윈 헤드 오우거나 미노타우로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오우거 역시 강력한 대형 몬스터다.

“어, 어디서 이렇게나…….”

몬스터의 피는 역겨운 냄새가 강하다. 그에 반해 인간의 피 냄새는 몬스터들에겐 향긋하게 느껴진다. 맛있는 먹이(?)의 냄새에 이끌려 오우거들이 미친 듯이 올라오고 있었다.

“망설일 시간 없어요! 뜁시다!”

정천우가 순간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진 정찰대원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팽진우가 앞장섰다.

다른 곳과 달리 거치적거리는 나무가 많은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나마 오우거의 수가 적은 방향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숫자가 넷이나 된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머지 방향은 그보다 두 배 이상씩 몰려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파바박!

정찰대원들이 힘차게 땅을 박찼다.

시기를 놓치면 오우거의 밥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지쳤음에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망할!”

함께 몸을 날렸던 정천우가 나지막하게 욕을 했다. 그러고는 발을 멈추었다.

제인을 잊고 있었다.

다른 정찰대원은 모조리 기사다. 육체적인 단련만 해 오던 사람이다. 마법사가 그들의 이동 속도를 따르기엔 무리가 있었다.

“실례할게요.”

“네? 꺄악!”

제인이 가볍게 비명을 질렀다. 정천우가 자신의 몸을 안아 들었기 때문이었다.

“뒤처지면 죽어요.”

정천우는 손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육체의 감촉을 애써 무시하며 무뚝뚝하게 한마디 툭 던졌다.

“고마워요, 천우 경…….”

제인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죽을 맛이었다. 행군하느라 체력을 빼앗긴 상태에서 마법을 연달아 사용하는 바람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정찰대원들을 뒤쫓지 못하고 낙오할 뻔했는데 정천우가 안아서 옮겨 주니 고마운 마음이 절로 피어났다.

생전 처음 남자의 품에 안겼지만 이런 상황에서 부끄럽거나 황홀하거나 하는 감정은 사치였다.

“크워억!”

“워억!”

먹이(?)들이 제 발로 달려들자 오우거들이 흉성을 터트렸다. 놈들의 손에는 저마다 굵직한 나무 몽둥이가 쥐어져 있었다.

선두에서 달리던 팽진우와 정찰대원들이 세이버를 휘둘러 오우거의 공격에 맞섰다.

“혼자 싸우지 마라!”

팽진우가 오우거의 팔뚝을 베어 내며 소리쳤다.

“기다려요! 마법, 알죠?”

정천우가 제인을 내려놓고 역천검을 뽑으며 홀로 오우거를 상대하는 팽진우에게 달려갔다.

팽진우는 힘겹게 오우거의 공격을 방어하다가 정천우가 달려와 거들자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확실히 아까 싸웠던 트윈 헤드 오우거보다는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어?”

정천우의 입에서 기이한 탄성이 터졌다. 괴성을 지르며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던 오우거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느려졌다.

영문을 알 수 없지만 정천우의 입장에선 좋은 기회였다. 역천검이 파공음을 일으키며 오우거의 목을 노렸다.

푸슉!

“그륵…….”

역천검이 목을 꿰뚫고 들어가자 오우거가 튀어나올 듯이 눈을 부릅떴다.

정천우가 손잡이를 비틀어 상처를 크게 벌리면서 역천검을 빼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의 몸을 따라 역천검이 회전해 구멍이 뚫린 오우거의 목을 한 차례 더 훑고 지나갔다.

쿠당탕!

커다란 덩치의 오우거의 몸뚱이가 바닥에 쓰러지면서 먼지를 일으켰다.

“어디서 계속 기어 나오는 거야!”

정천우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분명 내려올 때까지만 해도 네 마리였는데 오우거의 숫자가 불어났다. 피 냄새를 맡고 달려가던 오우거들이 근처에서 풍기는 인간의 냄새에 현혹된 것이다. 정찰대원들의 몸에 뿌렸던 탈취제가 땀에 씻기면서 일어난 비극이었다.

“크워어어!”

정천우가 투덜대거나 말거나, 싱싱한 먹이(?)가 몰려 있는 걸 발견한 오우거들이 포효했다. 근처에 나자빠진 다른 오우거의 사체는 덤이다.

현재 오우거들은 굶주릴 대로 굶주려 있었다. 중소형 몬스터가 어딘가로 사라지는 바람에 식량이 부족해졌다. 오우거들은 동족의 고기를 먹는 것쯤은 충분히 감수할 만큼 배가 고픈 상태였다.

덕분에 죽어나는 것은 정찰대였다.

“죽이려고 하지 마라! 상처만 입혀! 더 몰려오면 우린 끝장이다! 이곳만 돌파하면 살 수 있다. 모두 힘을 내라!”

팽진우가 크게 소리치며 부하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팽진우 자신이 더 잘 안다.

엄청난 덩치의 오우거들이 사방에서 압박하며 몰려들었다. 이를 악물고 세이버를 휘두르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가망이 없을 것 같았다.

“ДЁФЭб…… 슬로우(Slow)! 하악, 학…….”

제인은 심장 부근이 뻐근해지는 아픔을 참으며 억지로 마법을 사용했다.

기사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3서클 마법에 해당하는 슬로우 마법으로 보조하고 있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나 미노타우로스에게는 슬로우 마법이 소용없었다. 그러나 일반 오우거에게는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은…….’

제인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마나 홀에 쌓였던 마나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도 오우거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숫자가 늘어났다. 그렇게 기사들이 죽여 댔는데도 말이다.

무리해서 마나를 뽑아 쓴 탓에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묵직했다. 그저 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크워억!”

“으악! 아아악!”

제인은 오우거의 괴성과 사람의 비명이 함께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상에…… 이건, 이건 악몽이야! 흐흐흑…….”

제인은 두려움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오우거가 정찰대원의 어깨를 씹어 대고 있었다. 산 채로 팔을 씹히는 정찰대원은 벌써 눈이 반쯤 돌아갔다.

그 끔찍한 모습에 제인은 소름이 돋았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몸이 떨렸다.

‘돌아가고 싶어. 무서워…….’

제인은 자신에게 정찰 임무를 맡긴 사촌 오빠 팽선웅 백작을 원망했다.

이렇게나 두렵고도 끔찍한 일일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많이 걷는 게 힘들 뿐, 위험한 것들은 정찰대원들이 막아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상했던 최악의 최악보다 수만 배는 더 최악이었다.

아무 생각도 못하고 정신이 멍해질 만큼.

“우워! 우워어!”

그녀의 뿌연 시야에 흉포한 괴성을 지르며 자신을 쳐다보는 오우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텅 비어 버리는 것 같았다.

거리를 두고서 마법으로 지원할 때는 몰랐다. 엄청난 위압감을 뿌리며 자신에게 뛰어오는 오우거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아무런 마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당황스럽고 두렵기만 할 뿐이었다.

허둥지둥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 싫어엇!”

자신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린 제인은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녀의 처절한 앙탈을 받아 줄 오우거가 아니었다. 오우거는 먹이가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으니 더욱 흉성을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크훠엉!”

벌벌 떠는 제인의 앞에 선 오우거가 침을 질질 흘렸다.

겉이 딱딱한 껍질(?)로 둘러싸인 수컷보다 얇은 껍질로 둘러싼 인간 암컷이 먹기에 훨씬 좋은 음식이다.

“бФ…… БДЭ…… 아, 안 돼! 안 돼!”

제인은 마법 주문을 외우려 했으나 주문이 꼬이고 말았다. 잠꼬대로도 외울 수 있었던 슬립이나 마나 에로우 같은 마법들이 엉망으로 뒤엉켰다.

오우거가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손을 뻗어 올 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비명을 지르는 것밖에 없었다.

츠걱!

“그룩? 크르르…… 크륵…….”

손을 뻗어 가던 오우거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피 묻은 검날을 내려다보았다. 뒤이어 밀려드는 고통이 제인을 잡아먹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남은 것은 오직 고통과 분노뿐.

“크워억!”

오우거가 포효했다.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가슴에 자라났던 피 묻은 검날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분기탱천한 오우거가 몸을 돌려 자신을 공격한 인간을 찾았다.

스각!

그러나 오우거는 몸을 돌리는 순간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풍경 속에서 목을 잃은 자신의 몸뚱이가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괜찮아요?”

“아, 아…… 천우 경! 천우 경!”

제인은 극적인 순간에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 자신은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거짓말처럼 오우거가 쓰러지고 그가 나타나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정천우에게 와락 안겨 들었다.

“엇! 제인 마법사님, 일단 진정하세요.”

정천우는 제인을 거칠게 몸에서 떼어 냈다.

부드럽고 뭉클거리는 감촉(?)이 싫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포옹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재수 없으면 오우거의 배 속에서 피와 살이 뒤섞인 포옹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제인의 비명에 겨우 몸을 빼고 달려온 참이다. 원래 그가 상대하던 오우거가 뒤를 쫓아와 정천우에게 덮쳐들었다.

“크워!”

정천우는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오우거의 팔에 역천검을 휘둘렀다.

츠걱!

제인을 떼어 내느라 시간을 지체한 게 위기를 초래했다.

검기를 담아 공격해야 오우거의 질긴 피부와 근육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그런데 그녀를 밀쳐 내느라 시간을 지체한 탓에 검기를 일으킬 시간이 부족했다.

“크아앙! 워웍!”

오우거가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지르며 역천검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자신에게 고통을 준 정천우를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는 듯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정천우를 향해 반대쪽 주먹을 날렸다.

“이런!”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주먹이 날아들자 정천우가 다급하게 철포삼의 기운을 담아 오른팔을 들었다.

퍼억!

“우욱!”

정천우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철포삼으로 오른팔을 단단하게 굳혀 막았지만 오우거의 힘은 철포삼의 기운을 간단히 흩어 놓았다.

“크훵! 크아악!”

오우거는 오우거대로 화가 치밀었다.

역천검에 베인 상처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왼 주먹으로 인간을 때렸는데 바윗덩어리를 때리는 느낌이었다. 또 때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우거가 정천우를 발로 걷어차 밀어내고는 바닥에 떨어진 굵은 나무를 집어 들었다.

콰당탕!

“으아악!”

정천우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오우거의 발바닥이 얼마나 큰지 가슴과 얼굴을 동시에 걷어차였다. 마치 절정의 권법 고수가 죽일 작정으로 공격한 것이나 다름없는 충격을 받았다.

정천우는 머리가 흔들려 사물을 제대로 식별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

땅바닥이 빙빙 돌고, 입과 코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캬우우!”

오우거가 굵은 나무를 치켜들며 포효했다.

“제, 젠장!”

정천우의 입에서 허탈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몸을 일으키기가 무섭게 거대한 나무 기둥이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고 있었다. 급하게 내공을 일으켰지만 역부족이었다.

“안 돼애!”

정천우의 위기를 지켜보던 제인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들었다.

콰앙!

“제인 마법사님! 이런 망한 괴물 새끼!”

정천우가 정신을 번쩍 차리고 제인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의 몸을 밀치고 오우거의 공격을 대신 받아 낸 제인이 5~6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몸이 부서지는 느낌이었지만 정천우는 이를 갈며 재빨리 오우거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정천우의 몸이 단단하다는 것을 알기에 있는 힘껏 몽둥이를 휘두른 오우거는 반응이 늦어졌다. 다시 몽둥이를 휘두르려 할 때는 이미 정천우가 턱밑에까지 파고든 상태였다.

“차아압!”

어렵게 모아 둔 내공으로 검기를 일으키며 정천우가 역천검을 수직으로 솟구쳐 올렸다.

쩌걱!

검기를 머금은 역천검이 턱에서부터 정수리까지 단번에 갈라냈다.

“크룩…….”

막 몽둥이를 휘두르려던 오우거의 몸이 기우뚱하더니 옆으로 쓰러졌다. 정천우는 오우거를 해치우자마자 제인을 향해 달려갔다.

“헉, 허억, 헉! 제인 마법사님!”

“쿨럭! 쿨럭…… 처, 천우 경…….”

제인은 정천우가 자신을 안아 들자 희미하게 웃었다.

“괜찮아요? 정신 차려요.”

정천우는 푸르스름한 빛에 싸인 제인의 몸을 흔들었다.

그에게 목숨의 구함을 받고 가장 먼저 실드 마법부터 자신의 몸에 걸었다. 오우거가 정천우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는 걸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달려갔다. 실드 마법이 아니었다면 맞은 즉시 죽었을 게 확실하다.

하지만 후회하진 않았다. 몸은 괴로웠지만 오히려 기뻤다.

그를 살렸다는 게 왜 이렇게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제인은 자기의 뜻이 이루어진 게 기쁠 뿐이었다.

“크워어억!”

“크훠어어!”

정천우는 오우거의 포효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인상을 구겼다.

대여섯 마리의 오우거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찰대원 하나가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쳐 오고 있었다.

“썅! 저 망할 자식은 끝까지 도움이 안 돼!”

정천우가 이를 갈았다.

잭슨이다. 이번 참사의 원흉.

다른 기사들은 모두 죽었는데도 용케 혼자 살아남았다.

“뒈지려면 혼자 뒈지지! 제인 마법사님, 기다려요.”

정천우는 잭슨을 욕하면서 제인의 몸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도, 도망치세요. 전, 저는 괜찮아요.”

제인은 정천우가 물러서지 않고 싸울 생각이라는 걸 깨닫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렸다.

하지만 정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얼굴로 용감한 척하면 더 불쌍해요. 얘기했잖아요. 당신만은 반드시 지켜 주겠다고.”

정천우가 힘든 와중에도 애써 미소를 보였다.

피로 뒤범벅된 역천검을 뽑아 들고 달려오는 오우거들을 향해 몸을 돌려세웠다.

제인은 가물거리는 눈에 억지로 힘을 주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이다.

왠지 마음이 가는 사람.

무드는 없지만 자신의 가슴을 뜨겁게 해 주는 사람.

자존심 때문에 다가설 수 없었던 사람.

그런 사람과 뭔가 시작도 해 보기 전에 헤어질 위기에 놓였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순간에 정신을 잃고 싶진 않았다.

‘저 사람과 여기서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제인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정천우의 뒷모습을 보았다. 흉흉한 기세로 달려드는 오우거들을 맞이하는 그의 뒷모습은 한없이 작아만 보였다.

그의 자세가 더욱 낮아졌다.

잭슨이 겁먹은 얼굴로 정천우의 곁을 지나쳤다. 때를 같이해 정천우의 역천검이 움직였다.

누르스름한 빛이 그의 몸 앞에 맺히며 마구 요동쳤다.

‘아…….’

제인의 눈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났다.

역천검이 어지러운 궤적을 그리며 사방을 휘젓는 순간, 누르스름한 뇌전의 기운이 변화를 일으켰다.

“샤벨타이거…….”

제인은 믿을 수 없는 현상에 눈을 크게 떴다가 그 한마디만 내뱉고 정신을 잃었다.

기절한 그녀의 입가에는 한 가닥 미소가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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