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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륙의 낭인무사-40화 (40/200)
  • # 40

    Chapter 11. 육합권 (3)

    제인은 한숨을 내쉬듯이 말하고는 자신의 붉어진 볼을 두 손으로 감쌌다. 정천우가 잡았던 손이라서 그런지 자신의 볼을 그가 어루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 왜 이러지? 나보다 나이가 많잖아! 난 어린 남자가…… 어린 남자가…… 뭐, 딱히…… 어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제인은 점점 더 깊어지는 생각을 멈추지 못하고 얼굴을 더욱 붉혔다.

    그녀가 엉뚱한 상상에 빠진 사이, 팽선웅 백작이 마침내 육합권의 비급에서 눈을 뗐다.

    “천우 경!”

    “예, 영주님.”

    “이제야 육합권에 쓰인 글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네. 다시 한 번 육합권을 봐 주겠나?”

    “기대하겠습니다.”

    “후웁! 후우우…… 끼얍!”

    숨을 고르던 팽선웅 백작이 기합을 지르면서 육합권의 초식을 펼쳤다.

    팽선웅 백작의 육합권은 아까와 전혀 다르게 변모해 있었다. 아직도 호흡에 어설픈 부분이 남아 있었지만 완급 조절만큼은 능숙했다.

    힘을 응축했다가 발현하는 부분에선 제인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아! 마나, 마나의 흐름이 느껴져요.”

    제인은 팽선웅 백작이 주먹과 손바닥을 힘껏 내지를 때마다 사방으로 퍼지는 마나를 느꼈다.

    마치 마법을 사용할 때와 비슷한 현상이 팽선웅 백작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마나가 응축되는 현상에 이어 손과 발이 뻗으면서 가볍게 폭발하는 것까지…… 비록 미약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사건이었다.

    이제껏 기사들이 수련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지만 마나와 공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타핫! 쉬이이…….”

    마지막 기합과 함께 팽선웅 백작의 입에서 숨 뱉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짝, 짝, 짝, 짝!

    정천우는 변모한 그의 육합권에 진심으로 박수를 쳐 주었다.

    아직도 보완할 점이 상당히 남았지만 겨우 한 번 비급을 정독한 사람치고는 대단한 변화였다.

    “이런 것이었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구려. 몸은 지쳤는데 마나는 오히려 생생해진 느낌일세.”

    팽선웅 백작은 자신의 두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생소한 감각을 즐겼다.

    힘을 쥐어짜면서 육합권을 펼치는 바람에 육체는 확실하게 지쳤다. 연달아 두 번이나 정성을 다했으니 지치는 게 당연하다.

    달라진 것은 마나다.

    마나를 사용하면서 육합권을 펼쳤는데 몸 전체가 외부의 마나를 빨아들였다. 빠져나간 마나보다 빨아들인 마나가 더 컸다. 신기한 느낌이 아닐 수 없었다.

    마나가 완전히 채워진 건 아니었지만 약간이라도 마나를 회복했으니 느껴지는 피로도가 전혀 달랐다.

    팽선웅 백작은 자신의 주먹에서 눈을 떼고 정천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대가 이것을 나의 기사들에게 알려 줄 수 있겠나? 나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네. 검술을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아.”

    “오늘 사건 때문에 기사들이 제게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을 것 같습니다. 재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영주님.”

    “하하하!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시게. 우리 팽가의 기사들은 그렇게 편협한 사나이들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대를 교관으로 임명하는 임명장과 함께 소집령을 내릴 테니, 잘 부탁하네.”

    “그, 그게…….”

    정천우가 막 거절하려고 했으나 팽선웅 백작은 즉석에서 펜을 들었다.

    정천우가 곤란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다가갔을 때는 이미 명령서를 완성한 뒤였다.

    “제인 마법사, 천우 경과 함께 가서 이걸 우룡 경에게 전달하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영주님.”

    제인은 명령서를 받아 들고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에이, 씨발! 묻지도 않고 지 꼴리는 대로 지랄이야.”

    정천우는 제멋대로 명령을 내리는 팽선웅 백작의 행동에 나지막하게 투덜거렸다.

    “……지금 뭐라고 했나?”

    팽선웅 백작은 정천우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어렴풋이 듣고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설마, 아니겠지?’라는 의문이 역력했다.

    “빨리 가서 골탕 좀 먹이겠다고 했습니다. 아하하하!”

    정천우는 급하게 말을 돌렸다.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 탓에 당황스러웠으나 재빨리 대충 둘러댔다.

    ‘쓸데없이 귀만 밝아!’

    그러나 속으로는 여전히 투덜거렸다. 내공도 없는 주제에 자신이 작게 투덜거린 걸 들은 게 그저 신기할 뿐이다.

    “그런가? 흐음…… 뭔가 좀…….”

    “아까 제가 당한 거 보셨잖습니까? 가르치면서 골탕 좀 먹여야 속이 풀릴 것 같습니다.”

    정천우가 너스레를 떨며 빙긋 웃었다.

    그러자 팽선웅 백작이 마주 웃으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너무 굴리진 말고 잘 부탁하네. 그대가 가르치면 다른 기사들도 나와 같은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팽선웅 백작이 정천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주고는 집무실의 책장에 꽂힌 혼원벽력도법을 뽑아 들었다.

    정천우가 뭐라 말할 틈도 없었다. 팽선웅 백작이 책을 들고 자리에 앉아 정독하기 시작했다. 얼렁뚱땅 잘 넘어갔다고 생각한 정천우가 그제야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가요.”

    제인이 멀뚱하게 선 정천우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래요. 갑시다.”

    그는 쓰게 입맛을 다시며 제인의 뒤를 따라 영주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팔자에 없는 스승 노릇을 하려니 조금 걱정스럽기는 했다.

    “팽우룡 경은 우리 하북팽가가 자랑하는 썬더 기사단의 단장님이세요.”

    “얼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천우는 제인의 말에 대답해 주며 팽우룡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몬스터 침공 당시…… 그러니까 어제, 목책 수비 병력을 감독하러 그가 직접 나타났었다.

    꽉 다문 입술과 우람한 몸을 지닌 사내였다. 그때 그가 보여 준 강렬한 인상이 기억에 남았다. 휘하 기사들과 병사들을 다루는 모습이 능숙하고 판단이 빨랐다.

    그와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나쁘지 않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룡 경은 자상한 분이세요. 부하 기사들한테 존경받는 기사 중의 기사죠.”

    “말이 좀 통하는 사람이면 좋겠네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제인 마법사님께 궁금한 게 있어요.”

    “저한테요?”

    제인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기분이었다.

    아까 영주 집무실에서 그가 ‘안아 주고 싶다’고 했던 말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팽선웅 백작의 명령을 받고 나올 때는 잊고 있다가 단둘이 걷고 있으니 다시 그 생각이 떠올랐다.

    “……뭐든지 물어보세요.”

    “하북팽가에는 마법사가 3명이라고 들었는데, 그중에 제인 마법사님의 이름은 못 들어 본 것 같아서요. 친구 녀석도 제인 마법사님을 모르더군요.”

    “이번에 하북팽가로 들어오는 바람에 아직 영지민한테 알려지지 않아서 그래요. 사실 영주님이 제 사촌 오빠거든요.”

    제인은 은근하게 자신의 배경을 소개하며 ‘나 끗발 있는 여자야!’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아! 그래서 친구 녀석이 제인 마법사님을 몰라봤군요.”

    정천우가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질문을 기다리던 제인은 그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걷기만 하자 의아했다.

    “그게…… 끝인가요?”

    “네? 뭐가요?”

    정천우는 걷다 말고 뜬금없이 말을 걸어오는 제인에게 눈을 크게 떴다.

    “저한테 궁금한 건 그게 끝이냐고요.”

    “네, 그게 무지하게 궁금했거든요.”

    “…….”

    “어, 어! 같이 가요!”

    정천우가 허둥대며 제인의 뒤를 따랐다.

    제인이 헤이스트 마법까지 사용해 걷는 속도를 높였기 때문에 정천우는 걸음을 더욱 빨리해야만 했다.

    ‘멍게, 말미잘, 해삼, 멍충이! 바보…….’

    제인은 속으로 정천우를 욕하기만 할 뿐,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궁금하다고 해서 잔뜩 준비하고 있었다. 가족 관계에서부터 좋아하는 음식, 언제 시간이 한가한지 등등…….

    그런데 한다는 소리가 ‘네, 그게 무지하게 궁금했거든요.’란다. 괜한 기대를 한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아서 제인은 기분이 급격히 나빠졌다.

    “제인 마법사님, 같이 가요!”

    ‘뭐야? 갑자기 왜 이래? 그날인가? 하여간 여자들은 비위 맞추기가 더럽다니까.’

    정천우는 애원하는 듯 말하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분명 그녀는 마법사라고 했는데 경공과 비견되는 속도로 움직인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 봐야 경공을 사용한다면 순식간에 추월할 정도의 속도다. 그러나 그녀가 화난 것 같아서 얌전히 뒤만 따랐다.

    여자를 사귀어 본 지가 너무나 오래되어 그의 연애 감각은 황무지 수준이었다. 여자와 대화하는 감각이 얼마나 최악인지 스스로도 잘 아는 정천우다.

    ‘그날이요?’라고 묻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름 발전했다고 봐야 할 만큼 정천우의 연애 감각은 무한히 영(0)에 가깝다.

    “여기에 다 있었…… 어? 같이 가자니까요?”

    정천우가 영주관 뒤편의 연무장을 지나치다가 기사들을 발견했다.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검을 휘두르는 모습에 감탄하다가 다시 허둥지둥 그녀의 뒤를 쫓았다.

    제인은 정천우가 따라오든지 말든지 손톱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다. 화가 난 것도 있지만 창피한 마음이 더 컸다.

    정천우는 별생각 없는데 자신만 안달한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걸 들키기 싫어서 마법까지 사용해 빨리 걸었다.

    기사단 건물의 계단에 올라설 때쯤에야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겨우 가라앉힐 수 있었다.

    “제인 마법사님, 왜 이렇게 서두르세요?”

    “영주님의 명령을 받았으니 서둘러 처리하는 게 맞지 않겠어요?”

    제인은 사무적인 어조로 정천우의 말을 받았다.

    ‘젠장…… 차라리 화를 내지, 갑자기 뭐야?’

    정천우는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제인의 말에 위화감을 느끼고 입을 닫았다.

    “물론이죠. 영주님의 명령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맞는 거죠.”

    정천우는 그녀의 달라진 모습에 자신도 따라서 사무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럼 올라갈게요.”

    “네, 그러시죠.”

    정천우는 갑작스레 찬바람을 쌩쌩 휘날리는 그녀에게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대꾸해 주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확신했다. 감정 변화가 큰 것으로 보아 그날일 게 분명하다고 말이다.

    기사단 건물은 영주관보다 작았지만 높이와 구조는 엇비슷했다. 계단을 타고 2층에 올라가서야 기사단 집무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주 집무실과 다른 점이라면 경비를 서는 기사가 없다는 정도였다.

    제인은 손등으로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시오.”

    묵직한 음성이 안에서 들려오자 제인이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룡 단장님, 안녕하셨어요?”

    “제인 마법사님, 어쩐 일입니까. 응? 저 친구는 또 누구입니까?”

    “안녕하십니까, 정천우라고 합니다.”

    정천우는 팽우룡이 자신을 가리키는 순간,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반갑습니다. 저는 썬더 기사단의 단장을 맡은 팽우룡입니다. 제인 마법사님, 지금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합니다.”

    “여기, 영주님의 명령서예요. 천우 경에게 육합권을 배우라고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육합권?”

    팽우룡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고는 정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망할 영주 놈! 이래서 안 하려고 한 거였는데!’

    정천우가 속으로 팽선웅 백작을 욕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부드러운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영주님께서 이런 명령을 내리시다니, 의외가 아닐 수 없습니다.”

    팽우룡의 얼굴에는 점차 짜증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육합권을 배우는 것도 그렇지만 정천우에게 배우라는 게 가장 거슬렸다. 마나의 기운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걸 보니 그저 그런 수준일 게 뻔한 놈이다.

    “영주님께서 천우 경에게 육합권을 배우라고 지시를 내린 게 확실한 겁니까?”

    “네, 거기 명령서에 적혀 있는 그대로예요. 우룡 경, 저는 바쁘니 이만 가 보도록 할게요. 그럼 천우 경, 수고하세요.”

    제인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인사하자마자 몸을 돌려 나갔다. 나가기 전에 그녀는 정천우를 한차례 째려보았다. 화난 기색이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였다.

    ‘확 뽀뽀해 벌라!’

    정천우는 자신을 째려보는 제인이 짜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여자들은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하니까.

    “정천우 경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제가 정천우입니다.”

    딴생각에 빠졌던 정천우는 상념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다.

    “영주님께서 내리신 명령을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팽우룡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명령서에 적힌 대로라면 자신 역시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정천우에게 육합권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였다. ‘근무자를 제외한 모든 기사’라고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추가 설명을 해 줘야 할 제인이 화가 나서 그냥 나갔으니 정천우로서는 지금 상황이 그저 귀찮을 뿐이다.

    “영주님의 명령이야 인정하겠습니다만, 솔직히 지금으로선 난 그대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팽우룡은 약간의 비웃음을 담아 정천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딜 가나 이 빌어먹을 놈의 자부심…… 누군 가르쳐 주고 싶은 줄 알아?’

    정천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맛을 다셨다.

    어째서 팽우룡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뻔하다. 이것은 무인의 자부심이다. 일정 경지에 올라섰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감정이다.

    이들의 수준이나 자신이나 거기서 거기다. 만만하게 생긴 놈이 무공을 가르치겠다니 배알이 꼴렸을 것이다. 지금 배알 꼴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서 말이다.

    남한테 배우는 걸 싫어하는 놈을 가르치는 게 더 열 받는 일이다.

    “영주님께서 갑작스럽게 결정하신 일이라 저도 곤란합니다. 그러나 영주님께서 내리신 명령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터라…… 거부하신다면 다음에 하는 걸로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정천우는 오히려 잘됐다는 듯이 몸을 돌리려고 했다. 가뜩이나 귀찮은 판이니 팽우룡이 반대하면 차라리 잘 된 일이다.

    막 방문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팽우룡이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영주님의 명령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러니 부하들을 설득시켜야 합니다만…… 그러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굳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냥 관두는 게 어떻습니까? 부하들을 설득해서 억지로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까?”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던 정천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귀찮은 일을 대충 넘기고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덜떨어진 놈들 가르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내공이나 수련하는 편이 훨씬 더 영양가 있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건 곤란합니다. 어떤 명령이 되었든 영주님의 뜻에 따라야 하는 몸이라서 말입니다.”

    팽우룡은 탁자 위에 올려 두었던 투구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새끼, 어제 봤을 때와 딴판이네? 왜 이렇게 얄밉지?’

    빈정거리며 복장을 갖추는 팽우룡에게 정천우는 턱을 한 대 갈겨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팽우룡이 어제 보여 주었던 모습과 달리 느물거리면서 다가오자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한판 붙어 봅시다!”

    자신감에 넘치는 팽우룡의 제안.

    “뭐? 무슨 개소리야!”

    정천우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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