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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륙의 낭인무사-28화 (28/200)
  • # 28

    Chapter 8. 기사가 되다 (3)

    ‘갑자기 왜 저래?’

    정천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자신의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팽만리가 쓰러진 채로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쌤통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이 영 기분 나빴던 탓이다.

    “크윽! 으으윽…….”

    팽만리는 욕설이 튀어나오려는 걸 초인적인 인내로 참아 냈다.

    온몸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역천검에 불어넣은 마나가 흡수되어 사라지는 듯하더니 뇌전의 기운이 치솟았다. 제법 여러 개의 마법검을 만져 보았지만 이렇게나 강렬한 반발은 처음이었다.

    그란드의 경우처럼 조심스럽게 마나를 주입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팽만리는 역천검을 너무나 우습게 보았다.

    “괜찮은 것인가?”

    “견딜 만합니다! 크…… 정말 지독한 마법이었습니다.”

    팽만리가 바닥에 떨어진 역천검을 내려다보며 치를 떨었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고통이었다.

    “역천검이 확실한 모양일세. 그럼 이걸 어쩐다…….”

    팽선웅 백작은 바닥에 떨어진 역천검을 집어 들고는 정천우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이 자식 봐라? 잘하면 칠 기세네…….’

    정천우는 두 사람의 분위기에 속으로 주판알을 튕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눈앞에 마주 앉은 팽선웅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역천검을 놓고 고민한다는 점이다.

    ― 보물엔 잘못이 없지만 보물을 가진 건 죄가 된다.

    강호에 떠도는 격언과도 같은 말이다.

    보물이 힘없는 사람의 손에 있다면 힘 있는 자들이 빼앗으려고 든다. 보물을 지킬 힘이 없다면 그것은 재앙으로 바뀐다.

    하지만 그것도 있는 놈들 얘기다.

    정천우는 역천검보다 돈이 더 좋다. 돈만 있으면 튼튼한 검 따위야 얼마든지 입맛대로 구할 수 있으니까.

    “마음에 드신다면 가지셔도 됩니다.”

    정천우는 한 점의 미련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그깟 살인 도구 따위에 관계가 틀어지는 것보다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는 게 낫다. 그에게 역천검이라는 건 그저 단단하고 좋은 검에 불과할 뿐이다. 돈을 뜯어내야 할 놈에게 돈을 주고 파는 거라 생각하면 그만이다.

    마법검이라는 게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물건이라고 했으니까.

    ‘이거 참…….’

    팽선웅은 속으로 자신을 욕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정천우의 태도에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에게서는 아무런 욕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벽력대제의 검을 앞에 두고서도 저렇게 초탈할 순 없다. 동대륙의 전설적인 인물이 사용하던 물건을 선뜻 넘겨주겠다는 것부터가 보통은 아니었다.

    정천우의 속내를 모르는 팽선웅 백작은 그가 달라 보였다.

    부끄러웠다.

    벽력대제 외에는 아무도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검에 욕심을 부리다니…… 자신이 가지고 있어 봐야 그저 장식에 불과할 뿐인 것을 말이다.

    팽선웅 백작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정천우를 바라보았다.

    “아니오, 아니외다. 하하하! 내가 괜한 모습을 보여 생명의 은인께 걱정을 끼쳐 드렸소이다. 미안하오.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겠소?”

    “말씀하시지요.”

    정천우는 최대한 공손한 어조로 대답해 줬다.

    물주님이 부탁하는데 당연히 들어줘야 한다. 수고비를 줄 때까진 소중한 고객이니까.

    “역천검에 마나 쉐도우를 만들어 주시면 고맙겠소.”

    팽선웅은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손잡이를 정천우에게 내밀었다.

    “마나 쉐도우를요? 알겠습니다.”

    정천우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역천검을 받아 들었다.

    뭔가 거창한 것을 부탁할 줄 알았더니 겨우 검기를 보여 달라는 거다. 상처 입은 옆구리가 따끔거리긴 했지만 짭짤한 수입을 위해선 못할 것도 없다.

    역천검을 손에 쥔 그가 검기를 보여 주기 위해서 단전을 일깨웠다.

    ‘큭!’

    그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데스나이트를 상대하면서 입은 내상이 가라앉지 않은 탓이다.

    단전을 바늘로 쿡쿡 쑤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억지로 내공을 끌어올렸다. 물주가 원하는 만큼 확실하게 검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강함을 드러낼수록 그만큼 수고비를 올려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츠즈즛…….

    역천검이 정천우의 내공을 받아들이며 희미하게 빛을 냈다.

    미약하기는 해도 검기가 분명했다. 하지만 단전이 쑤셔서 검기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한 게 아쉬웠다.

    정천우는 검기만 내보이고는 곧바로 내공을 거두어 들였다. 더 힘을 써 봐야 지금 수준을 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것이오?”

    “옆구리가 조금 신경 쓰여서 지금은 이게 한계입니다. 오늘 좀 무리를 많이 했더니…….”

    정천우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팽선웅 백작의 얼굴을 살폈다.

    오늘 뭐 빠지게 싸웠으니 알아서 챙겨 달라는 의미로 뒷말을 생략한 것이다.

    “흐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필요하시다면 가지십시오. 저에겐 그저 쓸 만한 무기 정도의 가치밖에 없으니까요.”

    정천우는 고민하는 팽선웅에게 다시 역천검을 내밀었다. 뻘짓 그만하고 빨리 수고비나 챙겨 달라는 의미였다.

    “아니오. 생명의 구함을 받고서 어찌 은인의 물건을 탐하겠소. 단지 확실히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라오.”

    팽선웅이 손사래를 쳤다.

    영지의 주인이라는 자신이 속물처럼 선조의 물건이라는 것 때문에 욕심을 너무 드러낸 것 같아 미안해졌다. 그러니 정천우가 자꾸 자신에게 역천검을 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팽만리가 역천검을 다루면서 어떤 꼴을 당했는지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자신이라고 해서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쓰지도 못할 물건을 선조의 것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달라는 건 너무나 염치없는 짓이다. 하물며 그것의 현재 주인이 생명의 은인인 바에야 더더욱 그렇다.

    “묻고 싶은 것이 있소이다. 솔직하게 대답해 주시길 바라오.”

    “제가 아는 것이라면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천우는 지금의 자리가 싫었다. 빨리 계산이나 마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가뜩이나 옆구리가 욱신거리는 판이었으니 시간만 죽이는 게 귀찮기만 했다.

    “역천검은 어디에서 얻으셨소?”

    “바위산의 동굴에서 가져왔습니다.”

    “바위산이라 함은 영지 밖에 위치한 벽력대제의 성지(聖地)를 말씀하시는 것이오?”

    “성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벽력대제의 동상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정천우는 묻는 말에 숨김없이 대답했다.

    “동굴? 그곳엔 동굴이 없는 것으로 아오만?”

    “바위산에 있었습니다. 동굴에서 나오니까 바위가 움직여 동굴 입구가 사라졌습니다. 다시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사실이오?”

    팽선웅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정천우를 데려온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역천검이 중요한 건 사실이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벽력대제의 무공을 부활시키는 것!

    그가 남긴 무공은 많지만 아무도 그의 뒤를 잇지 못했다. 그저 책에 적힌 동작을 흉내 내는 정도에 불과하다.

    ‘벽력대제의 후예!’

    팽선웅은 마른침을 삼켰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동대륙 최강의 기사!

    그의 손에 검이 쥐어지면 싯누런 뇌전으로 이루어진 샤벨타이거가 튀어나왔다고 전해진다. 그 엄청난 파괴력은 드래곤마저도 두려움에 떨었다고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현 대륙에는 벽력대제의 검술이 가진 힘을 100% 발휘하는 기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면 정천우를 통해 벽력대제의 검술에 숨겨진 비밀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팽선웅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건 정말 혹시나 해서 묻는 거요. 정천우 님, 그대는 혹시 중원이라는 곳에서 오신 것이오?”

    팽선웅은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의 눈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정천우는 잠깐의 고민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의 기대하는 표정을 보니 나쁜 뜻으로 묻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습니다.”

    역천검이 벽력대제의 검이라는 것을 아는 바에야 숨기는 게 무의미하다. 자신이 벽력대제는 아니니까 말이다.

    벽력대제와 자신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는 중원에서 이미 천하제일인이었으며, 대륙으로 넘어온 뒤에는 아예 신격화까지 된 사람이다. 그런 자와 비교하기엔 자신의 능력이 너무나 초라하다.

    “오오!”

    “무엇이? 당신이 정말 중원에서 왔다는 겁니까? 세상에! 주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하북팽가의 오랜 숙원을 풀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신의 생각이 들어맞았다는 생각에 팽선웅이 감탄성을 터트렸다. 가만히 곁을 지키던 팽만리가 오히려 호들갑스럽게 끼어들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죄송합니다만, 전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도 중원에서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정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이들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

    “벽력대제께서 남긴 무공을 가르쳐 줄 수 있겠소?”

    팽선웅 백작이 기대에 부푼 얼굴로 눈을 빛냈다.

    잘하면 하북팽가의 무공이 급격히 발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실력이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정천우는 볼을 긁적이며 부정의 말을 꺼냈다.

    무공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제럴드가 그랬고 전에 만났던 엘프 기사 샤칼의 경우도 단전이 없었다.

    중원 무공의 근간은 단전(丹田).

    단전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무공이라도 그저 동작을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소이다. 이제껏 우리 하북팽가는 많은 연구를 해 왔소. 벽력대제의 검술이 어떤 원리에 의해 마나 쉐도우를 뇌전의 기운으로 바꾸는지만 알면 된다오. 도움을 주시오. 그렇게만 해 준다면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소!”

    팽선웅은 격정에 휩싸여 눈에서 빛을 발했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이 팽만리 역시 부탁합니다. 주군을 도와주신다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팽만리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천우를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태도 변화가 정천우에게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수고비나 챙기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상황이 꼬이는 느낌이었다.

    “이,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전 그저 중원에서 넘어왔을 뿐입니다. 두 분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대단한 능력도, 뛰어난 지혜도 없습니다.”

    정천우가 팽만리의 앞에 다가가 그와 똑같은 자세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런! 미안하오! 일어나시오. 생명의 은인께서 그리하시면 내가 어찌 되겠소. 만리 경, 그대도 그만하고 일어나게.”

    팽선웅 백작은 자신이 너무 서둘렀다는 것을 깨닫고 정천우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아직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 새끼들, 대체 왜 이 지랄인 건데?’

    정천우는 의자에 다시 앉으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들이 단전을 생성할 수 없다면 벽력대제가 남겼다는 중원의 무공은 그저 정교한 검술에 불과하다.

    쓸데없는 기대는 애초에 싹을 잘라야 한다.

    “중원의 사람이라 하여 벽력대제처럼 뛰어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난감해하는지 이유를 알려 주면 고맙겠소이다.”

    “검기…… 그러니까 이곳 세상에서 말하는 마나 쉐도우를 만들려면 단전이 필요합니다. 물론 중원에서는 그렇다는 겁니다. 영주님께서는 마나 쉐도우를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이곳에서는 서대륙으로 도주한 마교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마나 쉐도우를 생성하오. 몸속에 충만한 마나를 의식적으로 검에 주입해 사용하는 방식이오. 그렇게 하면 검의 내구력이 높아지고 더욱 날카롭게 된다오. 만리 경, 그대가 시범을 보여 주게.”

    팽선웅은 정천우에게 동대륙의 기사들이 마나 쉐도우를 뽑아내는 방법에 관해 설명했다.

    팽만리는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신의 세이버를 꺼내 마나를 주입했다. 잠시 후, 푸른색의 기운이 세이버의 날에 불타오르듯이 맺혔다.

    정천우가 보기에는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검기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최대한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 내상을 입었거나 단전이 망가져 내공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잘 보았습니다. 단전을 활용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중원의 무공은 아까도 보여 드렸지만 이런 식입니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정천우가 쥔 역천검에서 흐릿한 검기가 순간적으로 피어올랐다. 팽만리가 자세를 잡고서 정신을 집중하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사실 속도 차이는 미세했다. 그러나 정천우는 자세를 잡지도, 정신을 집중한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자연스러워 보이는 건 사실이오. 아까 전투할 때도 느낀 것이지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서슴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팽선웅 백작이 부러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정천우는 뭐든지 물어보라는 듯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그제야 팽선웅은 정천우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정천우 님의 마나는 너무나 부족하오. 어린 나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오. 아! 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으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그것 때문에 저 역시 소환단을 원했습니다. 만약 소환단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면 끼어들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뭐, 이번엔 운이 좋았다는 걸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소환단? 그 저주받은 물건이 어째서 정천우 님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오?”

    팽선웅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정천우를 바라보았다.

    소환단의 끔찍한 효과는 역사가 증명한다. 소환단을 복용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나 폭주를 경험하면서 죽어 갔다. 때로는 다른 증상을 보였지만 어쨌든 죽었다는 사실이 변하진 않았다.

    그저 벽력대제가 남긴 것이기에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다. 선조의 유물을 함부로 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중원에서는 소환단을 영약이라고 부릅니다.”

    “영약? 그게 무슨 뜻이오?”

    팽선웅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품속에서 상자를 꺼냈다. 바닥에 떨어진 소환단을 주워 담아 온 바로 그 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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