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장간의 랭킹 1위-111화 (111/200)
  • ◈111화

    정혁의 부름을 받은 에트론이 재빨리 그의 곁으로 날아갔다.

    정혁은 본래 두 자루였던 단도 중 하나만 쥐고 만타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염구가 사방에서 만타를 교란했지만 만타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도끼를 마치 한 손 도끼 마냥 빠르고 세밀하게 휘둘렀고 휘두른 뒤에도 빈틈없이 본래의 방어 자세로 되돌아왔다.

    정혁이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어 비집고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전신을 뒤덮고 있는 갑주는 단도를 이용해서 치명타를 넣기에 매우 어려웠다.

    “…이익! 하, 하나 어디 갔는데요!”

    에트론이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쳤다.

    정혁은 가뜩이나 정신없는데 에트론의 발작을 들으며 소리쳤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다른 거 내놔!”

    “제가 무슨 자판기입니까!”

    만타의 도끼를 양 쪽으로 갈라지며 피한 둘은 그대로 반대 방향을 향해 흩어졌다.

    만타의 전신에 검은 암흑 마나가 응집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세 개로 분리되어 흩어졌다.

    이는 곧 만타와 똑같은 형상으로 바뀌었다.

    하나인 만타였지만 동시에 셋이 되었다.

    정혁은 자신의 단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걸로는 턱도 없을 것이다.

    “에트론!!”

    정혁의 고함에 에트론이 알겠다는 듯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당황스러운 손길로 자신의 열쇠 꾸러미를 들고 이 열쇠, 저 열쇠를 들었다 놨다 하며 중얼거렸다.

    “죽을거야, 죽고 말거야. 부러졌잖아? 없어진 걸까? 젠장. 천사장들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 줄 몰라서 저러는 거야. 내가, 무기를 빌려준 거지, 박살 내라고는 안했잖아! 내 잘못일까? 채찍질이라도 당하려나? 젠장, 어떡하지? 이거 또 꺼내 주면 저 자식이 또 망가트릴 것 같은데? 어떡하면 좋지. 가뜩이나 성격 더러운 양반 걸 망가트리냐고. 하 나, 진짜.”

    “아 뭐하냐고오!”

    정혁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에트론은 알겠다고 빽 소리를 치면서 정혁을 돌아보았으나 이내 그가 들고 있던 남은 단도 하나도 없어진 것을 확인하곤 사색이 되었다.

    정혁은 그의 두 망치로 세 곳에서 연달아 치고 들어오는 만타의 파괴적인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간간히 염구가 비상식적인 속도로 만타를 향해 쇄도했지만 안타깝게도 만타의 몸에 닿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에트론은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하나 쥐고서 허공에 찔러 넣었다.

    웅장한 문이 열리더니 이내 공중에서 조금 큰 한손검과 둥근 원형 방패가 떨어졌다.

    정혁은 재빨리 뛰어올라 검과 방패를 안정적으로 낚아챘다.

    “그, 그건 제발! 제발 깨끗하게 써 줘요!”

    “야, 지금 상황에 그게!”

    정혁은 자신의 머리 위를 가르는 만타의 도끼를 가까스로 피했다.

    “가능하다고 보는 거야?! 와서 거들어!”

    정혁의 고함에 에트론은 마법구로 돌아와 빠르게 비행했다. 에트론이 공중에서 함께 비행하고 있는 염구들에게 자신의 작은 힘을 나눴다.

    염구들은 빛의 보호막을 얻어 조금 더 효과적으로 만타에게 미미하지만 데미지를 입히거나 적어도 귀찮을 정도의 수준으로 덤벼들 수 있게 되었다.

    [선의의 칼과 도덕의 방패 안퀼]

    - 미소의 천사장 소유의 칼과 방패

    - 에트론과의 계약으로 임시 대여 가능

    - 잔여 사용 시간 : ……24:59……58……

    그나마 괜찮은 무기가 쥐어졌다.

    녀석의 무자비한 도끼를 효과적으로 막아 낼 수 있는 방패가 생기고 나니 정혁의 움직임이 보다 좋아졌다.

    물론 그의 전투 스타일이 검과 방패에 익숙한 편은 아니었지만 채광 활성화로 인해 비약적으로 상승한 신체 움직임은 불편함을 많이 해소해 주었다.

    다행히 만타가 셋으로 분할되고 나서는 각각의 개체가 약간씩 힘이 줄어든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플레이어는 눈으로 따라갈 수도 없는 쾌속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만타의 암흑 마법이 검은색으로 응축했다 폭발하면 정혁의 빛나는 도덕의 방패가 그 마나를 받아치며 밝게 빛을 뿜어냈다.

    오직 이 합이 수도 없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만 멀리서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 김창수는 마틴과의 싸움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의 불타는 양날 도끼가 수십 번 마틴을 노렸지만 거대하고 비대한 악어 새끼(?)는 그의 도끼질에 쉬이 자신의 살점을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철퇴가 지면을 붕괴시키고 철퇴에 연결된 붉게 달아오른 사슬에 김창수의 목이 엮여 하마터면 몸과 분리될 뻔도 했다.

    그의 곁에 룬다나와 녹턴이 함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마틴과의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김창수의 싸움에 약간의 버프를 줌으로서 미미한 도움을 줄 뿐이었다.

    그러다가 룬다나는 어디론가 휙 날아가 버렸고 이젠 녹턴만 남았다.

    다행인 것은 틈이 생길 때마다 날아드는 용의 화살이었다.

    저 멀리 안젤리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를 지원해 주고 있다.

    방금 전의 사슬 공격도 안젤리나의 화살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김창수의 목에 감겼을 것이다.

    김창수도 큰 덩치를 가지고 있지만 마틴은 그보다 1.5배 더 커 보였다.

    거대한 덩치에 툭 튀어나온 배를 가지고 있음에도 날랜 체구에나 어울릴 법한 스피드를 지녔다.

    악어 형상을 하고 있어서인지 그의 꼬리 역시 엄청난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서 방심한 찰나에 얻어맞았던 김창수는 옆구리를 감싸고 있었던 갑옷이 완전히 박살 나 버린 것을 확인하곤 식은땀을 흘렸다.

    정혁이 제작한 그의 양날 도끼는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엄청난 불의 기운이 담겨 있기 때문에 불에 조금 취약해 보이는 마틴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틴은 신이 난 모양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웃어 제꼈고 이는 김창수를 상당히 불쾌하게 만들었다.

    철퇴를 흔들고 던지면서도 마치 동네 마실 나온 아저씨 같은 추임새를 놓치지 않았다.

    그에게 베이거나 혹은 조금의 상처를 입었을 때는 더 호쾌해졌다.

    거죽에 거무죽죽한 피가 흘러나오면 그것을 손으로 닦아 혀로 핥아 먹으며 기괴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였다면 이미 기겁을 하고 도망쳤을 광경일 것이리라.

    “다른 병력들에게 가 봐야 할 것 같네!”

    녹턴이 소리쳤다. 김창수는 약간의 틈을 봐서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러나 곧바로 철퇴가 길게 그를 따라왔고 가까스로 그 철퇴를 쳐내면서 대답했다.

    “예! 부디 제 몸에 두른 버프만 좀 더 길게 유지시켜 주십시오!”

    김창수의 말에 녹턴이 양손을 그에게 뻗어 정령어로 몇 마디 중얼거리자 김창수의 전신이 푸른 물결같은 마나로 뒤덮혔다가 그것들이 온전히 그의 몸으로 흡수되면서 사라졌다. 녹턴은 인간의 모습에서 정령의 모습으로 변화해 지면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김창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결국 그와 안젤리나 둘이서 이 악마 군주를 상대해야 한다.

    상대한 경험은 있지만 그 모든 승리의 키는 정혁이 전부 쥐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둘이서 싸우는 것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저 완벽에 가까운 무기와 자신의 힘, 그리고 안젤리나의 든든한 지원을 믿으며 언젠가 틈이 생기면 그것을 비집고 들어가 기회를 노려야 할 뿐. 달리 방법은 없다.

    땅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흙먼지를 일으키는 철퇴 덕에 시야는 자꾸만 가려진다. 게다가 사슬은 어찌나 유연히 움직이는지 자칫 양날 도끼의 자루 채로 감겨 무기를 놓칠 수도 있다.

    “허허, 녀석! 잘 싸우네!”

    녀석이라니.

    김창수는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흙먼지 사이로 철퇴를 빙글빙글 돌리며 발걸음을 내딛는 마틴을 노려보았다.

    을매나 오래 사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악마 군주에게, 그것도 악어 모양의 녀석에게 녀석이라는 말을 들으니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

    김창수는 고함을 내지르며 자신의 마나를 폭발시켰다.

    그와 동시에 그의 뒤로 결의의 투사가 천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이전에는 약간의 검투사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형상화된 투사가 입고 있는 갑옷과 장비한 무기가 특이했다. 마치 용기사 같았다.

    “오랜만에….”

    김창수는 작게 중얼거리며 자신에게도 희미하게 입혀진 용기사 갑옷 이펙트들을 흘깃 보고는 기합을 강하게 넣었다. 그의 움직임과 함께 결의의 투사는 함께 무기를 휘둘렀다.

    마틴은 신기하다는 듯이 김창수의 공격과 투사의 공격을 함께 피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았다.

    김창수가 발현한 결의의 투사, 그리고 그에게 씌워진 용의 기운은 끊임없이 그의 주변으로 발산되어 주변 공기를 진동시켰다.

    이 진동 주파는 꽤 커서 근처의 상대에게 물리적 데미지보다 정신적 데미지를 지속적으로 입히기 시작했다. 이는 마틴에게도 동일했고 그를 무릎 꿇리진 못했으나 전투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의 움직임이 조금씩 무뎌졌다.

    “잔재주를!”

    마틴이 고함치면서 자신의 철퇴에 암흑 마나를 가득 담았다. 철퇴가 공중에서 회전할 때마다 응집된 마나덩어리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크고 작은 덩어리들은 마치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가 주변에 박혔고 비거리도 상당해서 누군가의 가슴을 뚫거나 혹은 막힐 때까지 추락하지 않고 날아갔다.

    결국 김창수를 제외한 주변의 악마들이나 아군 병력들은 모두 초토화되었다. 김창수는 그 모든 공격을 막아 냈지만 처참한 주변의 광경을 보고 악에 받쳐 마틴에게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그때 정혁이 공중에서 날아들었다. 정혁이 쥐고 있던 원형 방패가 마틴의 머리를 강하게 강타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김창수의 양날 도끼가 철퇴와 자루를 연결하는 사슬을 내리쳤다.

    사슬은 출렁하면서 그의 도끼에 감겼고 김창수는 그것을 뒤로 재끼며 철퇴를 마틴의 손에서 떨어트리려는 시도를 했다.

    마틴의 악력은 상상을 초월했지만 결의의 투사와 함께 당겼기에 그의 손이 딸려 오기 시작했다.

    그때 용의 가호가 담긴 거대한 화살이 철퇴 자루를 쥔 마틴의 손을 관통했다. 마틴이 고함을 질렀고 그 반사작용으로 철퇴는 마틴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정혁은 다시 만타에게로 돌아갔다.

    갑작스레 날아든 엄청난 수의 암흑구 공격에 재빨리 방벽을 펼쳤다가 거두고 보니 일대의 많은 병력들이 순식간에 쓰러져 있었다.

    이를 참지 못한 정혁은 이제 둘밖에 남지 않은 만타들에게 방패의 빛을 발산하여 잠시 틈을 만든 뒤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마틴이라는 악마 군주에게 날아가 그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었다.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 가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만타를 잡아 놓을 수 있는 최대의 시간은 마틴의 머리를 한 대 치는 것 말고는 더 남아 있지 않았다.

    만약 이곳에 만타까지 합류된다면 김창수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만타에게 다시 돌아가면서 돌아본 마틴과 김창수의 격전 현장은 다행히 김창수가 그의 무기를 빼앗으면서 전세가 김창수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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