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리터너-6화 (6/118)
  • [■] 그냥 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

    ─────

    서아영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럴 때마다 육체 계열 능력자 놈들이 부럽다. 안타깝게도 육체적 능력 상승은 개미 눈꼽만큼도 없는 서아영이 치를 떨었다.

    "헉헉!"

    그럼에도 투정을 부리지 않고 짜증을 내지 않는 건··· 지금 최소 수백 단위의 사람들 목숨이 그녀의 다리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깁니다!"

    거친 최정훈의 목소리를 들으며 코너를 돌았다.

    그리고 서아영의 발이 멈추어 섰다.

    "저, 저거······."

    얼빠진 최정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만도 했다.

    최정훈의 눈앞에 괴이한 광경이 보였다.

    2레벨 몬스터.

    1레벨과 2레벨을 구분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개인화기로 저지할 수 있는가.

    기관총이 박히지 않는 순간부터 그 몬스터는 2레벨로 분류된다. 외피는 단단하지만 공격력은 낮은 몬스터가 출현한다면 분류에 난항을 겪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몬스터는 출현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2레벨 몬스터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최소 분대 지원화기가 필요했다.

    박격포라든가 RPG-7 정도는 되어야 2레벨 몬스터에게 최소한의 대미지라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 2레벨 몬스터를 상대로 맨몸의 인간이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광경이 뭐라고 할까?

    마치······.

    '영화 같군.'

    최정훈은 자신이 생각해 낸 비유가 조악하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적절했다. 그 아이러니에 쓴웃음을 머금었다.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정말 그러했으니까.

    영화처럼 멋지다는 의미가 아니다. 마치 영화처럼··· 그래, 마치 짠 것처럼 합이 들어맞았다.

    휘둘러지는 팔을 최소한의 이동으로 피해내고, 물어뜯어 오는 주둥이를 걷어차 밀어낸다. 턱이 돌아간 코디악 몽키가 제 자세로 돌아오기 전에 주먹이 닿는 아랫배에 연속해서 스트레이트가 틀어박힌다.

    다시 피하고 반격.

    여러 번의 공격을 마치 영화에나 나올 잘 짜인 전투 신처럼 피해내고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공격한다.

    실제 격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광경이 얼마나 현실적이지 않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치겠군."

    최정훈은 코디악 몽키를 상대하고 있는 이지혁을 보며 뇌까렸다.

    또 저 인간인가.

    저 인간은 대체 얼마나 사람을 들었다 놔야 만족한다는 말인가.

    이지혁의 격투를 보는 최정훈은 또 한 가지 기묘한 감각에 전율했다.

    능숙하다.

    마치 수천 번은 저런 식으로 싸워본 사람처럼 익숙하고 능숙하게 이지혁은 괴물을 몰아치고 있었다.

    그건 말이 안 된다.

    합리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격투기는 인간을 적으로 상정하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헤비 웨이트급 격투가를 쓰러뜨리는 플라이급 격투가는 존재하기 어렵겠지만,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 그 가능성은 존재하니까.

    단련하고, 또 단련된 달인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괴물을 상대하는 격투기를 누가 가르칠 것이고, 대체 누가 단련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지금 이지혁은 마치 괴물을 상대로 수도 없이 싸워온 사람처럼 능숙하고 익숙하게 차근차근 코디악 몽키를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뭐야, 저거?"

    서아영의 탄식이 최정훈의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퍼억!

    이지혁의 회축이 관자놀이를 후려차자 코디악 몽키는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 벽을 부수고 시야에서 사라진다.

    "어휴."

    이지혁이 허리를 부여잡고 끙끙대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후우······."

    벽을 뚫고 나가 주차장의 기둥까지 두어 개 박살 내고서야 겨우 멈춘 코디악 몽키가 피거품을 토해내고 있었다.

    크륵, 크륵.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가라앉고, 팔다리는 움찔움찔대고 있지만, 그 이상의 움직임은 보이지 못했다.

    이지혁이 천천히 코디악 몽키 앞으로 다가가 섰다.

    "그러게 왜 사람 귀찮게 하고 그러냐?"

    길게 빨아들인 담배가 폐를 한 바퀴 돌아 천천히 뿜어져 나온다.

    "선물이다."

    틱.

    손가락에서 튕겨진 담배가 코디악 몽키의 얼굴에 떨어졌다.

    화아아악!

    센스 있게도 타이밍 맞춰 서아영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불꽃이 몸에 닿자 광포하게 화염이 일어 코디악 몽키의 육체를 집어삼켰다.

    "아, 깜짝이야!"

    눈앞에서 불이 붙은 것을 본 이지혁이 질린 얼굴로 빠르게 물러섰다.

    그러고는 가슴에 손을 대고 심호흡을 몇 번 했다.

    화르르륵.

    불타오르는 코디악 몽키를 보며 이지혁은 혀를 찼다.

    "담뱃불치곤 좀 거칠군."

    화력이 좀 강한 것 같은······.

    '저거 뭐지?'

    코디악 몽키가 불타는 장면을 지켜보던 이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죽어가는 코디악 몽키의 몸에서 뭔가 기운이 흘러나왔다.

    '마나?'

    이곳에서는 에테르라고 불리는 것. 이지혁은 마나라고 부르는 것.

    같지만 다른 그 미묘한 기운이 이지혁의 눈에 보였다.

    이상할 것은 없다.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것은 없는 일이다. 생물이 죽으면 마나는 육체에서 흘러나와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니까.

    한데 이상한 것은 그 흘러나온 마나가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 이곳과 달라서?'

    흘러나온 마나는 에테르와 다른 기운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운이었다. 그러다 보니 마나가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흠······."

    따지고 보면 이전에 나온 몬스터들에게서는 저런 현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저 코디악 몽키에게서만 저런 현상이 보이는 걸까?

    짐작 가는 것은 있지만, 아직 확정할 단계는 아니었다.

    그리고 저 마나는······.

    '일단 내버려 두자.'

    괜히 긁어 부스럼일 수도 있으니까.

    이지혁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서아영과 최정훈이 들어왔다.

    "너······."

    서아영이 뭔가 말하려는 순간, 최정훈이 그녀의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왜?"

    "망할."

    최정훈의 눈이 한곳으로 고정된다.

    볼품없이 우그러진 철골을 드러내며 부서진 기둥. 한가운데가 뻥 뚫린 기둥의 간격이 조금씩 좁아지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좁아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위치가 어디지?'

    아마 여기 위로······.

    백화점!!

    "저, 저거, 어떻게 해야 하는데, 저거······."

    "저거?"

    "기둥! 기둥요, 기둥! 제기랄, 여기 무너진다고!"

    서아영이 사색이 되어 기둥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무거운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 두 개나 부러졌는데 무사할 리가 있나.

    "빨리! 빨리 어떻게 좀 합시다! 어떻게! 삼풍이 다시 벌어지는 꼴 보기 싫으면 어떻게 좀 해보라고요!"

    서아영은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무전기를 잡아 들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하겠는가.

    무너지는 건물을 받치라고? 어떻게?

    이지혁은 돌아가는 상황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는 그들을 버려두고 코디악 몽키가 뚫어놓은 거대한 구멍(사실 그가 걷어차서 뚫린 거지만)으로 걸어갔다.

    "어, 어디 가!"

    "집에요."

    "여긴 어쩌고?"

    "아니, 난들 방법이 있나? 무너지기 전에 도망이라도 가야죠."

    "이 무책임한 새끼! 이거 너 때문이잖아."

    "헐,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네."

    "아무래도 좋으니까 어떻게 좀 해봐!"

    "아니, 내가 뭔 수로······."

    그때, 저 멀리에서 누군가 빠른 속도로 뛰어왔다.

    "팀장님!"

    "박성찬 씨!"

    "어떻게 된 겁니까? 이거, 팀장님이 잡으셨네요?"

    "아니, 성찬 씨.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그때.

    이지혁이 성큼성큼 박성찬에게 걸어가더니 그를 아래위로 훑었다.

    "······뭐야, 너?"

    "아저씨, 기사죠?"

    "응? 기사?"

    "몸 쓰는 쪽 계열 아니에요?"

    박성찬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쪽으로."

    "응?"

    "어서요."

    이지혁은 박성찬의 손을 잡아끌더니 부서진 기둥 아래로 밀어 넣었다.

    "들어요."

    "······야, 너 대체 뭐냐?"

    "오징어포 되기 싫으면 빨리 들어 올리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아니, 보자보자 하니까 이 새끼가?"

    박성찬이 막 발악하려는 순간.

    턱.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남자가 있었다.

    "부팀장님?"

    최정훈은 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들어요."

    "···네."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는 알 필요 없다. 시키면 까는 거다.

    부들부들거리면서도 힘차게 기둥을 들어 올리는 박성찬을 보며 이지혁은 개운한 얼굴이 되었다.

    아, 모두 해결했다.

    저벅.

    이지혁의 발걸음이 그들에게로 향한다.

    최정훈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고 말았다. 그가 자신들을 적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눈앞에 보이는 이 청년이 껄끄럽고 불편했다.

    저벅.

    이지혁이 그들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하지만 그의 고민은 의미가 없었다.

    이지혁은 그대로 그들 뒤에 있는 뚫린 벽으로 들어가더니, 엉망이 되어 있는 편의점 매장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열었다.

    치익.

    콜라 캔이 따지며 청량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꿀꺽, 꿀꺽.

    단번에 콜라 캔 하나를 원샷한 이지혁이 캬, 감탄성을 내뿜더니 과자 봉지를 쥐어뜯었다.

    "와, 당 떨어져 뒈질 뻔했네. 손 떨리는 거 봐, 이거."

    '···당뇨라도 있나?'

    이 상황에 어울리는 행동과 생각은 아니겠지.

    촵촵촵촵.

    과자 하나를 순식간에 흡입한 이지혁이 새로운 봉지를 뜯을 때쯤이었다.

    철컥, 철컥.

    그의 머리 주변으로 총구가 여럿 들이밀어졌다.

    이지혁은 의문 어린 눈으로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돈 낼 건데요?"

    "······."

    "무전취식 아니에요!"

    "······."

    "아니, 나도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사람인데, 계산하고 먹어야 한다는 거야 알죠. 근데 계산할 사람이 없는데 뭘 어떡하라고!"

    이해가 되기는 한다, 이해가.

    "연행해."

    서아영의 단호한 목소리에 이지혁이 양손을 들어 좌우를 막았다.

    조금 전, 코디악 몽키와의 싸움을 목격한 이들이다 보니 섣불리 이지혁을 제압하겠노라 달려들 수가 없었다.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지혁이 단호한 눈으로 서아영을 바라보았다.

    "먹던 건 마저 먹고 가죠. 이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서아영은 더 단호했다.

    "연행해."

    "와, 진짜 피도 눈물도······. 아니! 간다니까? 내가 내 발로 간다니까! 이거 놓고 얘기해요! 아니! 내가 뭔 죄졌어?"

    질질 끌려가면서도 이지혁의 입은 한시도 쉬지 않았다.

    최정훈과 서아영은 그런 이지혁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이코 새끼."

    "독특한 캐릭터네요, 진짜."

    그들이 그리 감탄을 늘어놓을 때, 이예원과 박선덕은 질질 끌려가는 이지혁과 그들을 번갈아 보더니 달려왔다.

    "우리 아들 왜 끌고 가는 거예요!"

    "아······."

    가족이 보고 있었구나.

    최정훈이 곤란해하는 와중에도 박선덕은 대답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뭔 죄를 지었다고 사람을 끌고 가요! 왜! 당신들, 뭐하는 사람인데!"

    최정훈은 자신의 멱살을 잡아채는 박선덕의 손을 정중하게 밀어내며 배지를 꺼내 내밀었다.

    "KSF입니다. 이지혁 씨는 능력자 보호법 관련으로 잠시 저희의 보호 아래 있을 겁니다. 법적으로 완벽히 보호할 테니 걱정 마시고 차분히 연락을 기다려 주십시오."

    "능관부······."

    KSF라는 말을 듣자마자 박선덕이 힘없이 손을 떼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엄마!"

    이예원이 박선덕에게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서아영이 그 광경을 보다가 손을 뻗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드님께 위해를 끼치려는 것이 아니니까요. 몇 가지만 확인하고 바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아드님께는 좋은 일일 수도 있어요."

    불신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박선덕을 보며 서아영은 상큼하게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이게 뭔 일이래?"

    박선덕에게는 일 년 같던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아니, 나 언제까지 이거 들고 있어야 하는 거냐고?"

    아, 박성찬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KSF 유치장에 긴급 수감된 이지혁은 평온하게 침대에서 뒹굴 거렸다.

    컴퓨터가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밥은 맛있고 잔소리가 없었다.

    게다가 감금당한 처지에 호화롭게도 TV마저 있었다!

    채널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TV에서 계속 뉴스만 나온다는 것은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정도 는 이해 범주 안에 있었다.

    보다 보니 뉴스가 예능보다 더 웃기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벽이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서 사생활에 극심한 피해를 입는다는 점 정도인데, 어차피 침대에 누워서 뒹굴대는 게 일과의 전부인 이지혁에게 사생활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화장실은 가려줬네.

    분명 잡혀오자마자 온갖 심문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건만, 예상외로 그는 3일 동안 방치되었다.

    하기야 끌려오던 시점에도 몬스터가 완전 제압된 것은 아니었을 테고, 사후 처리 문제도 있었을 테니. 그가 후순위로 밀린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나 그냥 잊혀진 건 아닐까?'

    까먹고 있지는 않을까?

    뭐, 괜찮다.

    이지혁은 TV가 지겨워지자 폰을 꺼내 소설 사이트에 접속해 소설을 읽었다.

    "어?"

    결제가 안 된다?

    통장에 돈이 벌써 다 떨어졌다는 말인가?

    이지혁은 화면을 내리고 통화 목록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엄마!"

    - 지혁아! 너 괜찮니?

    "응. 아무 일 없는데? 여기 거 KSF라고 하는 덴 거 같은데."

    - 너 잡아간 사람들한테 이야기는 들었다. 그 사람들은 별일 아니라고 하던데, 너 무슨 죄 같은 거 지은 건 아니지?

    "죄는 무슨 죄. 그냥 조사 좀 받고 나갈 거야."

    - 진짜 아니지?

    "아니라니까!"

    - 이 무심한 놈아! 그럼 진즉에 연락 좀 할 것이지! 엄마 속 터져 죽는 꼴을 봐야겠니? 휴대폰도 가지고 있었으면서 이제 연락을 해?

    그러고 보니…….

    "아, 엄마, 미안해. 나도 당황해서 그 생각을 못했어."

    물론 거짓말이다. 당황은 무슨.

    - 정말 별일 없지? 혹시 얻어맞거나 한 건 아니고?

    "내가 호구야? 맞고 참게? 별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 그래, 내 새끼.

    "근데 엄마, 나 통장에 돈이 없어서 휴대폰 결제를 못해. 계좌로 만 원만 보내줘."

    - 3일 만에 전화해서 한다는 소리가 돈 내놓으라는 소리야? 아이고, 이 무심한 자식 놈아! 내가 속이 터진다, 터져!

    잔소리가 시작되자 이지혁은 조용히 전화를 귀에서 뗐다.

    "아니, 안 보내줘도 돼."

    -…5만 원 넣어둘 테니까 뭐 사 먹을 수 있으면 사 먹고. 언제 집에 보내준다니?

    "글쎄, 오래는 안 걸릴 거야. 아마."

    - 밥 꼭꼭 챙겨 먹고.

    "어. 알았어, 엄마."

    이지혁은 통화를 끝내고는 침대에 벌렁 누웠다.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나 보네."

    5년 전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왜 죄도 없는 우리 자식 놈을 잡아 가두냐고 길길이 날뛰었을 어머니가 고분고분 KSF의 말을 듣고 있었다.

    과거에 비해 공권력이 압도적으로 강해진 것이다.

    "저, 아저씨."

    이지혁이 입구를 막고 있는 요원을 불렀다.

    "예?"

    요원이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했다.

    원래 죄수(?)와의 대화는 금지되어 있지만 이지혁은 죄목이 있어서 잡혀온 것도 아니고, 딱히 대응 강령 같은 것이 내려온 것도 아니기에 무작정 무시하기도 뭐했다.

    "저녁 메뉴 뭐예요?"

    "저녁은 소시지야채 볶음에 김치찌개지 말입니다."

    "와, 그걸 다 알고 계시네?"

    "고참이 외우라고 해서……."

    "아……."

    이지혁은 시큰해지는 눈가를 훔쳤다.

    군대에서 벌어지는 부조리가 직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대체 이 부조리의 연쇄는 언제나 끝난다는 말인가. 물론 군대는 안 갔습니다마는.

    "죄송한데, 밥 좀 많이 퍼 달라고 이야기 좀 해주세요. 맛은 있는데 왜 그리 쥐꼬리만큼 주는지 모르겠네요. 예산이 부족한가?"

    "…전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말이 전해졌는지 전해지지 않았는지 확인할 도리는 없었다.

    * * *

    저녁 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이지혁은 취조실로 옮겨졌다.

    투명한 유리실 안에서 밖을 보니 소총으로 무장한 수십이 자신 하나를 겨눈 채 적의를 내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지혁은 태연했다.

    그가 특별히 강심장이라거나 밖에 있는 인원들을 모두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저 익숙할 뿐.

    멸망의 좌인 그에게 인간들이 적의를 뿜어내며 노려보는 광경은 익숙하다 못해 일상적인 일이었다.

    도리어 약간의 향수마저 느껴졌다.

    그런 이지혁의 태도가 못마땅한지 서아영이 차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지혁 씨."

    "네."

    "당신 대체 뭐죠?"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요?"

    또 이런 식이다.

    "능력자죠?"

    "측정해 보셨으면서."

    "일반인이 코디악 몽키랑 싸워서 이겼다?"

    "일반인은 몬스터 못 이긴다는 법이라도 있나 보죠? 그럼 불법인데 어떡해야지?"

    "아니……!"

    최정훈이 서아영의 팔을 툭, 쳤다. 흥분하지 말라는 뜻이다. 서아영은 한숨을 내쉬고는 약속한 대로 슬쩍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최정훈이 빙그레 웃으면서 의자를 빼 자리에 앉았다.

    "여러 번 뵙네요."

    "잡아와 놓고 할 소리는 아닌 듯?"

    "직업상 그렇게 되네요. 악감정 없다는 건 이해하시죠?"

    "그 거짓말, 믿어드릴게요."

    최정훈은 눈앞의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대답은 삐딱하고 입만 열면 거짓말이 쏟아져 나오지만, 적어도 적의가 없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아니, 냉정하게 따져 보면 이 취조실에 들어온 사람 중 이만큼이나 협조적인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그 삐딱한 태도를 벗겨낸다면 말이지만.'

    이 사람과의 대화에 무의미한 수식어는 필요 없다. 정확하게는 배제해야 한다. 그 수식어 때문에 말이 삐딱해지고 감정이 상하게 되니까.

    "능력자인지 능력자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희 측 판단대로라면 이지혁 씨는 최소 3급 이상의 능력자와 동등한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법률적으로?"

    "아뇨. 저희 측 판단일 뿐입니다. 법률적으로 간다면 복잡해지겠지요. 증명도 어렵구요."

    실제 전투 장면을 증거 화면으로 내민다고 해도 능력자와 비능력자의 구분을 에테르 측정으로 하는 이상 증명은 쉽지 않았다.

    증명이 가능하다 해도 그런 식으로 법률적인 소송까지 해가며 사람을 끌어들인다는 것 자체가 실패한 것이다. 절대 협조적이지 않을 테니까.

    굳이 말로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서요?"

    최정훈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같이 일해보시지 않겠습니까?"

    "넹?"

    "이쪽은 생각보다 페이가 괜찮습니다. 그리고 복리 후생도 아주 좋죠.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갑니다. 특히나 이지혁 씨의 경우는 누릴 권리에 비해 가져야 할 의무가 적은, 아주 좋은 포지션에 계시죠.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지혁은 고민하는 듯 뺨을 톡톡, 두들겼다.

    "직종은요?"

    "정확하게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입사하면 무슨 일을 해야 하나요?"

    "그야 당연하게도 전투 일선에 나서게 되시겠죠. 그쪽이 적성 아니신가요?"

    이지혁은 빙그레 웃었다.

    "안 할게요."

    "네?"

    "아, 전투라니. 살 떨려. 괴물이랑 어떻게 또 싸워요? 지금도 이렇게 심장이 벌렁대는데."

    '완전 물 만난 물고기더만.'

    할 말은 차고 넘쳤지만 다행히 최정훈은 해야 할 말과 하고 싶은 말을 구분할 줄 아는 어른이었다.

    "전투라고 해서 꼭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괴물이랑 싸우는 데 안 위험하다구요?"

    "그게……."

    "아니, 왜? 전쟁터가 평화롭다고 하시지그러세요?"

    "물론 다소의 위험이 동반되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에 따른 혜택이 있으니 수많은 능력자들이 KSF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소속 안 되면 감옥 가서 그런 건 아니고요?"

    "…꼭 그렇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부정은 못하겠다.

    최정훈은 찔려오는 양심을 억눌렀다. 그는 사회인이자 회사원이자 조직원이다.

    조직의 부흥을 위해 다소의 거짓말쯤이야!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살기에는 가진 능력이 아깝지 않으십니까?"

    "않은데요?"

    와, 이것도 능력이다.

    어떻게 4음절로 사람을 짜증나게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욕도 아닌데.

    "KSF에 소속되시면 각종 혜택이……."

    "아니, 죽고 나서 혜택이 다 무슨 소용이에요?"

    "꼭 그리 비관적으로 생각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요원들의 사망률은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낮으니까요."

    "그리 좋은 직장인데 하고 싶은 사람이 많겠네요. 괜히 저까지 끼어들어서 경쟁률 올릴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끄응.'

    이노무 시키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디서 이빨만 단련했나? 한마디를 안 지네?

    최정훈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혹시 군대는 다녀오셨습니까?"

    "아뇨."

    "아, 그럼 곧 입대하시겠군요."

    "저 중졸이라 군대 안 가요."

    "하하하하, 오랫동안 실종되셔서 모르시는군요. 중졸도 군대에 가는 걸로 법이 바뀐 지가 좀 됐습니다. 아니, 그러고 보면 실종되시기 전에 법이 바뀌었을 텐데요?"

    "아, 그렇구나."

    최정훈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남자라면 죽어도 군대는 가기 싫은 게 인지상정이다. 예전에 사회에서 대접 받는다거나 개인의 자존심을 위해 굳이 군대를 가려던 사람도 있지만, 몬스터가 출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언제 어디서나 급할 때면 무료로 동원할 수 있는 게 군대다 보니 전투 차출이 급격히 늘어났고, 더 이상 예전처럼 안전하게 뻐길 수 있는 군대가 아니었다.

    덕분에 현재 입대 기피율을 최정점을 찍고 있었다.

    KSF에 입사하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이지혁에게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럼 그걸 구실로 옭아맬 수 있다.

    하지만 이지혁은 담담했다.

    "그럼 가면 되죠."

    "네?"

    "그냥 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 군대를 왜 가!"

    자신도 모르게 발끈한 최정훈을 보며 서야영의 눈이 가라앉았다.

    "뭐, 그거 꼴랑 2년 가면 그만이지."

    "……."

    최정훈의 공격은 나쁘지 않았다.

    아쉬운 것은 그의 공격을 받는 이지혁은 군대에서 생활한 시간만 50년이 넘는 베테랑 군인이라는 것이다. 멸망의 좌로서 군세를 지휘한 시간을 빼고도 50년이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조리와 열악함이 공존하던 베라프의 군대에 비한다면 대한민국의 군대는 그냥 수련회 수준이다.

    밥 주지, 재워주지, 운동까지 시켜준다.

    심지어 놀라고 게임기까지 주는데, 그게 무슨 군대란 말인가.

    자고로 군대라면!

    목창 하나 쥐어 주고 밀려드는 마수 칼 받이로 던져 넣어진다거나, 열흘을 보급도 없이 행군하며 바닥에 피어 있는 잡초를 먹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구분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아, 내가 짬밥 좀 먹었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베라프의 군대에서 바닥의 바닥부터 기어 올라가 본 경험이 있는 이지혁에게 대한민국의 군대 따위 피서 가는 것에 불과했다.

    서아영의 시선이 최정훈의 등에 꽂혔다.

    싸늘하다.

    등판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그 명백한 시선을 느끼면서 최정훈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호언장담이라도 하지 말 것을.

    상황이 여의치 않자 서아영이 패를 꺼냈다.

    "자꾸 이러시면 복무 기피로 수감되실 수도 있어요."

    "또 협박이에요? 달라진 게 없네?"

    "그땐 협박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를걸요? 아무리 판사들 눈이 옹이구멍이라도 당신이 삼 일 전에 한 짓을 보면 절대로 일반인이라 판단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럴싸했다.

    이전의 CCTV와는 다르게 이번에 찍혔을 영상은 액션성이 과할 테니까.

    "그리고 애초에 당신, 이번에 심각한 기물 파손에 재산 손괴를 저질렀다는 것 알고 계시죠? 까딱하면 백화점 건물이 통째로 무너질 뻔했어요."

    "그러고 보니 그 양반은 잘 있나요?"

    "…물론이죠."

    옆에서 최정훈은 살짝 눈물을 훔쳐 냈다.

    전대미문의 일이라 도대체 어떻게 보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지금도 박성찬은 건축공학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인간 기둥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굳이 알릴 필요는 없겠지. 회사의 인상이 나빠질 테니까.

    "수감이라……."

    이지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삼시 세끼 밥 주죠?"

    "…그야."

    "그럼 뭐 놀러간다 치고 한 번 다녀오죠."

    "네?"

    "감옥이라면 밥 주고, 운동시켜 주고, 재워주고, 목욕도 시켜주는데 군대처럼 부려먹지도 않는 곳이잖아요. 생각해 보니 군대보다 나은 것 같은데?"

    서아영은 가만히 이지혁을 바라보았다.

    허세부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느낌이 이상하다. 저 인간은 정말 감옥에 가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지혁은 코웃음을 쳤다.

    감옥?

    그게 뭐라고.

    현대의 감옥은 정말 피서다. 소말리아 해적이 한국에 잡혀와서 감옥살이하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는 게 그저 루머가 아니다.

    베라프 최악의 감옥인 벨카트라즈에 3일만 갇혀 있어보면 한국의 감옥은 7성급 호텔 스위트룸으로 느껴질 것이다.

    '내가 거기서 8년을 갇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나라가 망해서 죄수들이 탈옥하게 되지 않았다면, 적어도 수십 년은 그 빛 한 점 들지 않는 반쯤 물이 차 있는 감옥에서 계속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실 8년 수감조차 벨카트라즈 신기록이었다. 그 이전에는 2년을 버티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흠……."

    최정훈이 방법을 바꿨다.

    "이지혁 씨."

    "말씀하세요."

    "거꾸로 가보죠. 저희한테 뭘 원하십니까?"

    "그게 무슨 소리죠?"

    "저희가 어떤 조건을 제시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밀고 당기기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밀당이라…….

    이 양반들이 이해를 못하네.

    "아뇨. 저는 일할 생각이 없다니까요."

    "적어도 이지혁 씨가 구할 다른 직장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아니요. 저는 일을 할 생각이 없다니까요."

    이지혁은 활기찼다.

    "적당히 놀고 적당히 즐기다가 적당히 가는 게 인생 목표죠."

    "아니, 그래도 생활비는……."

    "부모님이 돈을 워낙 잘 버셔서."

    "결혼하면 분가하셔야죠."

    이지혁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삐딱한 시선으로 최정훈을 보았다.

    "에이, 안 생겨요."

    최정훈은 할 말을 잃었다.

    더 이상 공략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설득이 불가능하다.

    약삭빠르고 계산 빠른 놈이면 조건이라도 흥정해 보겠건만, 인생포기자를 설득하는 게 가능할 리 없었다. 이놈보다는 차라리 노숙자를 설득하는 게 더 쉬울 것 같다.

    "정말 저희와 같이 일하실 생각이 없으신가요?"

    서아영의 물음에 이지혁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화사한 미소를 짓는지 주둥아리를 주먹으로 돌려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다음에는 저희가 제시하는 조건이 지금과 동일하다고 보장해 드릴 수 없는데두요?"

    "또 만나시려고? 이젠 지겨운데요?"

    "……알겠습니다. 최정훈 씨, 이분 밖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밖까지입니까?"

    "이제 제 집은 알아서 찾아가겠죠."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에 굳이 항변할 말을 찾지 않았다.

    최정훈은 현관까지 이지혁을 배웅했다.

    "이제 그만 좀 봤으면 좋겠어요."

    '나도 동감이다.'

    이 인간만 만나면 속마음을 삼켜야 하는 것 같다.

    "인연이 있으니 그리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겉과 속이 다른 건 나쁜 게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럼."

    최정훈은 멀어져 가는 이지혁의 등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자꾸 이상하게 관계가 꼬인다.

    게다가 서아영의 성격상 절대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걱정이 앞섰다.

    "아!"

    순간, 중요한 것이 생각난 최정훈이 이지혁을 찾았지만, 이미 이지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돈 갚아야지, 인마."

    이렇게 자연스레 떼먹히다니.

    빈 지갑만큼 최정훈의 마음도 비어갔다.

    * * *

    "갔어요?"

    "예."

    서아영은 이를 으득으득, 갈았다.

    "내가 저놈 출근하는 꼴을 꼭 보고 말겠어요."

    "…아니. 그렇게 집착하실 필요까지는 있겠습니까?"

    "몰라서 묻는 건 아니시죠?"

    알기야 하지.

    예전에야 그저 독특한 능력자를 확보한다는 측면이었지만, 이번 코디악 몽키와의 싸움을 보며 상황이 달라졌다.

    그들이 계획하고 있는 '그것'을 위해서도 이지혁은 반드시 필요한 인재였다.

    "하지만 쉽지 않을 텐데요?"

    법률로 구속할 수 없다.

    조건으로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런데 뭘 어쩌겠는가.

    "방법이야 항상 있기 마련이죠."

    "어떻게요?"

    서아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최정훈을 나무랐다.

    "그야 최정훈 씨가 생각해야죠."

    최정훈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래도 너무 걱정 마세요. 조사는 해뒀으니까요."

    스슥.

    최정훈의 등 뒤로 도가윤이 유령처럼 나타났다. 이젠 너무 많이 봐서 딱히 놀라지도 않는 최정훈이었다.

    "어때?"

    서아영의 물음에 도가윤은 덤덤히 대답했다.

    "요소 넘침. 치명적 요소도 있음. 어렵지 않음."

    "그렇지?"

    서아영이 허공을 향해 주먹을 흔들었다.

    "빌어먹을 놈! 내가 반드시 니가 설설 기는 꼴을 봐주겠어! 호호호호호!"

    "추하다."

    둘의 모습을 지켜보며 최정훈은 품속에 손을 넣었다.

    아차, 오늘은 안 챙겼구나.

    내일은 꼭 사직서를 준비해 와 이 빌어먹을 곳에서 탈출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서글픈 직장인 최정훈이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