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혈의 숲 (3)
“독한 것.”
“헤헤헷.”
눈이 퀭하게 변한 유미가 내 피를 빨면서 헤실헤실 웃었다. 헤실헤실 웃던 유미의 표정이 급격히 우울한 표정으로 변했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조그맣게 찢기네요. 이거 약한 거 아니에요?”
생각보다 작은 균열을 만들 수 있어 실망하는 유미를 달랬다. 내가 염화 능력을 처음 얻었을 때도 그렇게 강하지 않았었다. 토마스가 마지막에 보여준 광역 균열을 빨리 얻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처음이니까 그래. 아무리 강한 능력이라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강했을 거 같아?”
“제힘은 처음부터 셌잖아요.”
“그건 예외적인 거고.”
근거리에서 유미의 주먹을 견디는 건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일단 제대로 걸리면 원 펀치로 끝났다. 유미가 고전했던 상대는 근접전에서 주먹을 피할 정도로 숙련된 전투 기술을 가진 상대였다. 그런 유미에게 원거리 공격기인 균열-절단 능력이 생긴 것이다. 주먹을 피해도 시선에 따라 전조 없이 벌어지는 균열까지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근거리 원거리 공격 모두 일격필살에 준하는 공격력을 갖게 된 것이다.
“으. 몸에 힘이 안 들어가요. 머리도 계속 울리고요.”
“일단 조금 쉬고 있어.”
“네.”
넝쿨과 이끼가 타버린 공터를 잠식하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우선 귀족들의 시체에 불을 붙인 뒤 해자를 파는 것처럼 여기저기 불을 붙였다. 찢어진 나무둥치에서 흘러나온 하얀 수액들이 아메바처럼 움직이면서 불을 끄려고 했다.
얼핏 보면 텅 빈 숲같이 보였지만, 숲은 활발히 맥동하고 있었다. 40~50m도 넘게 자란 거대한 나무들이 아래에 있는 우리를 노리는 것 같았다. 끈끈하고 불쾌한 기분. 위기 감응은 발동되지 않았지만, 껌처럼 달라붙은 불길함이 점차 짙어졌다.
‘진정하자. 진정해.’
현실적으로 처음 평택에 들렀을 때, 신발에 작은 넝쿨이 피어올랐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시체를 파고들던 넝쿨을 생각하면 조합이 좋지 않았다. 상처가 났을 때 빨리 회복하지 못하면 넝쿨이 환부를 파고들 위험도 있었다.
‘밤보다 낮에 활발히 움직이고 있어.’
밤에는 넝쿨 괴물만 움직였다. 하지만 낮에는 숲 전체가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이런 숲에서 사흘, 나흘이나 버티다니.’
균열로 찢어졌던 나무들은 언제 상처를 입었느냐는 듯 멀쩡하게 회복됐다. 불을 질러 이끼를 태운 공터도 실시간으로 잠식되고 있었다.
‘좋지 않아.’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고 무전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무인 정찰기나 GPS로 방향을 유도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심지어 울창한 숲은 하늘도 가리고 있었다. 별자리로 방향을 찾지 못한다는 것. 여기에 끔찍한 숲의 복원 능력이 더해지면 나무에 상처를 내 방향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주변에 있는 죽은 나무들을 장작 삼아 계속 불을 피웠다. 숲의 복원 능력은 훌륭했지만, 끝없이 타오르는 불꽃을 한 번이 잠식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으- 아직도 어질어질해요. 유현 씨가 발화 능력 얻었을 때도 이랬나요?”
“오래 힘들지는 않았지.”
유미가 숙취에 절은 중년 마냥 축 늘어져 중얼거렸다. 통증이 심할 때마다 중화제를 넣고 있었지만, 짧은 시간 연속적으로 중화제를 사용해서인지 조금씩 내성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낮에도 어둑했던 숲은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깜깜해졌다. 날이 저물면서 탐지 꼬마의 탐지 범위에 넝쿨 괴물의 출몰이 늘어났다.
“일단 좀 더 먹고 준비하자. 놈들의 움직임을 보니 오늘 밤엔 바쁠 것 같다.”
“으- 네.”
*
바닥은 흰 수액과 녹색의 점액질로 범벅이었다. 하늘거리며 피어오른 불꽃은 위태롭게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어슴푸레한 불빛 사이로 토막 난 넝쿨이 낙지처럼 꿈틀거렸다.
“거리. 800m. 750m. 680m. 550m.”
탐지 꼬마의 입술이 바쁘게 달싹였다. 엄청난 속도. 심지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숲에서 이동한다고 볼 수 없는 이동속도는 넝쿨 괴물이었다.
“적 분열. 셋.”
“변신 합체도 아니고! 방향은?”
한 덩어리로 뭉쳐 움직이다 셋으로 나뉜 놈들이었다.
“12시. 3시. 5시!”
어느 순간 벌집을 쑤신 것처럼 달려드는 넝쿨 괴물이었다. 탐지 꼬마의 입술이 다시 달싹거렸다.
“적. 2차 분열. 숫자 9.”
“방향은!”
“11시. 12시. 1시... 5시. 6시.”
포위가 아니었다. 우리를 반대쪽으로 몰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벌써 이렇게 몰이한 것이 두 번째. 힘을 뚫고 전진하자 점점 많은 숫자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2마리 3마리를 죽였더니 이제는 9마리였다.
“젠장. 유인한다. 유미 준비!”
“네.”
뻔히 보이는 놈들의 속셈에 넘어갈 이유가 없었다. 놈들이 가로막는다면 이유가 있을 것. 처음부터 15~20마리가 닥쳤다면 위험했겠지만, 지금은 유미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상태. 충분히 해볼 만한 숫자였다.
머리통을 주렁주렁 몸에 붙인 넝쿨 괴물이 넝쿨을 쏘아냈다. 단순한 넝쿨처럼 생겼지만, 일반적인 넝쿨이 아니었다. 소화액을 머금은 것도 있었고 마비액을 머금은 것도 있었다. 넝쿨에 찔린 링커나 슬레이브가 순식간에 무력화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탐지 꼬마를 옆구리에 끼고 옆쪽으로 유인했다. 여기에 걸려 놈들이 뭉치면 발화 능력으로 단숨에 태워버리고 흩어져서 추격해오면 유미의 균열로 각개격파할 셈이었다. 허나 놈들은 하나로 뭉치지도 않았고 따로 떨어지지도 않았다. 절묘한 거리를 유지하며 우리를 압박하기 시작하는 넝쿨 괴물들.
그물처럼 엮여 쏘여지는 넝쿨이 순간적으로 찢어졌다. 작은 균열에 찢긴 넝쿨이 꿈틀거렸지만, 균열은 진공청소기처럼 넝쿨들을 빨아먹었다.
끼이이이이이
성대가 없는 넝쿨 주제에 기괴한 소리를 내며 발버둥 치는 모습. 균열에 넝쿨이 뜯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넝쿨 공격을 시작하는 괴물들이었다. 유미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큿. 이것들 떨어지지 않아요.”
“버텨.”
연이은 교전으로 인해 유미의 균열-절단이 숙련됐지만, 그로 인해 칼로리 소모가 늘었다. 토마스의 균열 능력은 40m~50m 가량의 사거리를 보인 반면 유미는 이제 10m~15m였다. 연속적인 능력 사용에 있어도 아직 많이 부족했다.
내 염화 능력이라면 쏟아지는 넝쿨을 일순간에 태우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 염화 능력을 써버리면 넝쿨 괴물 본체를 타격하는데 에너지가 부족했다. 지금은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이번이 마지막 공격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회복과 에너지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유미의 균열을 최대한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으잇!”
소리 없이 접근한 넝쿨을 손날로 후려치는 유미였다. 퍽! 녹색 점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유미가 재빨리 피했지만, 몇 방울이 튀었다. 치이이익! 유미는 그대로 내달리면서 겉옷을 벗어 던지곤 옆에 끼고 있던 옷을 재빨리 껴입었다.
“잘했어!”
“이번엔 부식이에요!”
“오케이!”
소화에 마비 이제는 부식까지. 놈들의 대응이 점차 기민해지고 있었다. 싸우면서 점차 성장하는 느낌. 좋지 않았다. 옆구리에 낀 탐지 꼬마가 중얼중얼 말하기 시작했다.
“귀족 셋. 슬레이브 열둘. 링커 넷. 12시 방향.”
“12시? 이대로 직진?”
“전방. 거리 4.2km”
“좋아. 유미야 뚫어!”
“네!”
작은 균열이 앞을 가로막은 넝쿨의 그물을 찢어발겼다. 벌어진 틈으로 쏙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다시 앞을 가로막는 넝쿨들.
“타올라라!”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 넝쿨을 밟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
슈르르르륵
기괴한 소리와 함께 넝쿨 괴물들이 몰려들었다.
*
멀리 총소리와 불타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불꽃이 뿜어지는 소리. 화염방사기가 내는 소리였다.
“화염방사기라니. 멋진 걸 가지고 있잖아.”
나흘이나 버틴 그룹답게 제법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저쪽에도 탐지 슬레이브가 있는지 간혹 이쪽으로 견제 사격을 하고 있었다. 저쪽은 우리보다 밤눈이 좋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를 보고 쏜 것이 아니라, 탐지 슬레이브가 말한 방향으로 단순히 견제사격을 한 것이다.
“이대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떠넘기기요?”
“그래.”
귀족 셋에 화염방사기까지 있는 그룹이니 제법 버틸 게 분명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불꽃이 치솟아 오르고 G-22 총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쪽도 넝쿨 괴물이 넷이나 달라붙어 있었다.
“뒤에 아홉. 앞에 넷이라. 피바다가 되겠는 걸.”
“괜찮을까요?”
“화염방사기가 여섯이나 되니까 해볼 만해.”
넷이나 되는 넝쿨 괴물들을 화염방사기로 착실하게 견제하며 G-22와 귀족의 특수능력으로 잘 버티고 있었다.
“누구냐?”
“멈춰라!”
귀족들이 먼저 우릴 발견하고 한마디씩 했다. 곁에 있던 탐지 슬레이브가 중얼거리자. 상황을 파악했는지 귀족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뭣이?”
“이런 더러운 새끼들!”
저쪽에도 탐지 슬레이브가 있으니 우리 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넝쿨 괴물의 숫자를 알아챘을 것이다.
츄리리릭!
귀족들의 집중력이 흩어진 틈을 타, 넝쿨 괴물이 중앙에 있던 링커 하나를 무력화시켰다. 넝쿨을 불태우며 공격하던 화염방사기 여섯 가운데 둘이 멈췄다. 동시에 귀족의 곁에 있던 탐지 슬레이브가 덜컥 끈 떨어진 인형처럼 우두커니 멈췄다.
넝쿨 괴물들은 무작정 공격하는 게 아니었다. 탐지 슬레이브를 조종하는 링커를 먼저 제거한다. 탐지 능력을 잃게 되면 기습에 취약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빌어먹을!”
욕설을 내뱉은 귀족이 안쪽으로 들어온 넝쿨 괴물 하나를 염력으로 낚아채자 대기하고 있던 화염방사기가 넝쿨 괴물을 태웠다. 링커 하나를 잃고 넝쿨 괴물 하나를 잡았지만, 손해가 막심했다. 탐지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귀족 셋이 우릴 보고 이를 갈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 없었다.
*
떠넘기기는 제대로 효과를 봤다. 우리가 귀족들의 진형과 거의 붙어있었기 때문에 이쪽과 저쪽을 합해 열둘이나 되는 넝쿨 괴물들이 양분되는 효과가 났다.
끼이이이익
기괴한 소리와 함께 마지막 넝쿨 괴물이 작은 균열에 집어 삼켜졌다. 허공에 생긴 균열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크윽- 그 능력은 토마스의 능력일 텐데.”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준 귀족들은 전멸이나 마찬가지였다. 귀족 셋 가운데 둘은 죽었고 살아남은 하나도 두 팔이 넝쿨에 뜯겨 허덕이며 우릴 노려봤다. 놈의 질문을 무시하고 초음파 슬레이브에게 명령을 내렸다.
“화염방사기로 시체부터 처리해.”
내가 알고 있던 화염방사기보다 화력이 월등하게 좋았다. 이 정도 화력이라면 강철도 녹일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불꽃이 쉽게 꺼지지도 않았다. 이런 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버틴 것이었다.
초음파 슬레이브가 화염방사기로 시체에 불을 붙였다. 매캐한 시체 타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타오르는 시체들을 보며 양팔이 뜯긴 귀족이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토마스가 그럴 리 없다. 쿨럭. 토마스가. 당할 리. 쿨럭!”
팔만 뜯긴 게 아니라 복부에 난 구멍도 아물지 않고 있었다. 넝쿨 괴물들의 소화액에 당한 것이다. 놈은 기침을 하면서도 부정했다. ‘토마스의 능력을 흡수하는 건 불가능하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놈이었다.
고위 귀족이 된다는 건 그런 거였다. 강한 능력은 그만큼 변이의 위험성이 컸다. 억제제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토마스는 동맹에 대한 강렬한 증오로 변이의 고통을 견뎠을 것이다.
그러니 놈이 토마스의 균열 능력을 가진 유미를 보고 믿지 못한다는 표정을 짓는 게 당연했다. 그건 놈의 생각일 뿐이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화염방사기를 이렇게 많이 가져왔다는 건 숲에 뭐가 있는지 정보가 있다는 소린데 말이야. 어떻게 알았지?”
여왕을 독점하겠다고 들어온 숲은 사실 세 고위 귀족들이 서로 상잔하는 장소였다. 상대방이 같은 귀족과 슬레이브라면 G-22로 무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G-22를 사용 원거리에서 쏴 맞추기만 하면 귀족이라도 치명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쪽은 무장의 절반이 화염방사기였다. 숲에 뭔가 있다는 걸 알지 않고는 준비하기 힘든 숫자였다. 내 말에 놈이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크흐흐흐. 그렇군. 그랬어.”
말하는 것을 보니, 뭔가 착각하는 것 같았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해줬으면 좋겠군. 탐지 슬레이브를 제외하면 전투 슬레이브는 열하나. 그 가운데 화염방사기가 여섯이라는 건 아무래도 이 숲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숫자야. 그 정보를 어떻게 알았지?”
“크크크큭. 어떻게 알았을까?”
놈은 피를 왈칵 토하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 이러지 말자고. 숲에 들어왔다 살아 나간 자가 있다는 소린데. 어떻게 살아 나갔지? 이 숲에서 방향을 찾는 방법이 있다는 말인가?”
“크큿. 방향이라.”
단순한 협박이나 고문으로는 놈의 입을 여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양팔이 넝쿨에 뜯겼으면서도 웃는 모습을 보니 일반적인 귀족들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독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이러긴 싫은데 가는 길 곱게 가고 싶지 않은가?
“크흐흐흐. 어차피 죽일 거 아닌가? 큭. 그냥 깔끔하게 죽여라.”
선혈에 잠긴 이끼들이 피를 머금고 환희했다. 그 환희가 무색하게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염이 붉게 물들 이끼를 불살랐다. 사방에 흩어진 시체와 꿈틀거리는 넝쿨 조각들.
“마지막에 어떻게 가고 싶나? 괴물로 죽고 싶은 건가?”
끼이이이
토막 난 넝쿨을 사내의 상처에 가까이 가져다 대자, 파고들고 싶다는 것처럼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크읏! 이. 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지 사내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산채로 넝쿨 괴물로 변하면서 화염방사기에 천천히 타죽고 싶은 건가?”
남자의 눈이 꾹 감겼다. 앞에서 꿈틀거리는 넝쿨을 보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걸 원한다면야. 넝쿨이 당신의 뇌를 산채로 파먹는 걸 봐주지.”
산채로 뇌를 파먹는다는 말에 사내의 몸이 움찔 떨렸다.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 사내의 뱃속에 꿈틀거리는 넝쿨 조각을 던져 넣으려는 순간, 탐지 꼬마의 입술이 열렸다.
“거리. 3.8km. 6시 방향. 귀족 넷. 슬레이브 스물일곱. 링커 일곱. 고속 접근.”
너무 많았다. ‘이 숫자라면.’ 문득 토마스가 떠올랐다. 토마스의 그룹도 이렇게 많은 숫자였다. 눈을 꾹 감고 이를 앙다물었던 사내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크크크. 회장님. 흐흐흣. 회장님이 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