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스트 DUST-209화 (209/261)

제약회사 (3)

내부를 정리한 뒤 바로 자리를 잡으려고 하자 유미가 물음표를 동동 띄웠다.

“그냥 이걸로 끝이에요?”

“왜?”

“철조망 같은 것도 안 만들어요? 낮아도 펜스나 바리케이드 같은 것도 안치고요?”

“응. 만들지 않으려고.”

“왜요? 그거 만들어야 대비를 할 수 있잖아요.”

“당장 좀비들이 우릴 노리지는 않을 것 같고, 어설프게 막아봐야 생존자들이나 빗치의 관심을 끌 수 있어. 그냥 이대로 있는 게 나아.”

“그럼 불안한데.”

“사람이든 빗치든 주변에 좀비도 없는 제약회사 공장에 들어온다면 목적이 있을 거고 어설픈 바리케이드를 쳐봐야 들어오는 걸 막는 건 불가능해. 차라리 들어왔을 때 처리하는 게 낫지.”

유미는 지나쳤던 읍내에 설치됐다던 낮은 바리케이드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그리고 막아야 할 면적이 너무 넓어. 담이 있다고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라도 보강할 곳이 많은데 자재도 없고.”

제약회사는 공장과 연구소가 같은 부지에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넓었다. 텅 터진 공터는 자동차 주차장이었고 중간에 건물만 우두커니 서 있는 형태였다. 그러니 이 넓은 부지를 전부 막는 건 힘들었다.

“다른 곳을 찾아서 가는 건 시간 낭비야.”

“후우- 알겠어요.”

유미는 뻥 뚫린 주차장과 공터를 보곤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냥 대답 대신 볼을 잡아당겼다. 말캉한 볼이 죽 늘어났다.

“아유. 걱정 마라니까.”

“아와와-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그렇게 제약회사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갔다.

*

시로가 권해준 약은 나름대로 효과적이었다. 근육이완제와 신경안정제 가운데 뭐가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하룻밤이 지나자 울고 웃는 모습이 뒤섞인 기괴한 표정이 조금 돌아왔다.

“근육이 문제가 아니었나? 그럼 정신적인 문제인가?”

시로가 약간 이완된 내 얼굴을 보곤 한 마디 내뱉었다.

“......”

“뭐. 정신적인 문제라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안면 근육이 놀랄 정도로 충격받을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시로가 ‘너 같은 인간도 충격을 받기는 받나 보다.’ 하는 표정으로 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표정을 마음대로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면 내성이 생기든지 아니면 훨씬 더 취약해졌을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도록 하라고. 크크.”

내성은 그렇다 치고 취약해진다는 건 무슨 의미?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으면 취약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금시초문이었다.

“취약해진다고?”

“아- 내성이 생기기도 하지만 말이야. 왜? 정말 정신적인 문제였나 보지?”

“숨길 일도 아니니까.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치고 취약해진다는 걸 설명해봐.”

시로가 예의 그 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역시 이 녀석의 미소는 적응되지 않았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거야. 거미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 사람을 어떻게 도울지 생각해 보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안전한 상황에서 거미를 자주 접하게 해서 거미가 실제로는 무섭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하는 방법이지. 이를테면 두려워하는 것을 자주 접해 내성을 기른다는 방식이야. 다른 하나는 거미를 두려워 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하고 두려움의 이유를 환자 자신이 깨닫게 해서 스스로 극복하도록 돕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 이게 문제야. 그렇게 극복하도록 했던 소수의 환자에게서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하더라고.”

“......”

“아- 심리 쪽은 내 전문이 아니라서. 설명하기가 좀 애매한데, 공포나 불안에 대한 문제는 현실과 닿아있다고 해. 음. 거미 공포증을 가진 사람 이야기를 다시 해보면... 음.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거미를 두려워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고 극복하게 돕는다는 것은 좋은 시도지만, 소수의 환자는 거미에게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거나, 심지어 숭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 어이없지? 자신의 공포와 불안을 거미라는 외적인 존재에...”

“복잡한 이야기는 거기까지 하고 정신적으로 취약해진다는 말만 자세히 말해봐.”

시로가 동그란 안경을 고쳐 쓰고 혀를 내밀어 슬쩍 입술을 핥은 뒤 나지막하게 말했다.

“간단하게? 크크크. 그렇다는 거야. 두려워하면 이성을 잃게 되고 맹목적이 된다는 거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기도 하고, 자기가 증오하는 것을 닮고자 노력하면서 스스로 자괴감에 빠진다든지, 다른 쪽으로 보자면 정신적으로 취약해져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존재의 지배를 받아들이기 쉬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는 소리야.”

“개소리군.”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였다. 배트맨이 박쥐를 상징으로 삼는다거나 그런 종류의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시로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정신은 오묘한 거니까 말이야. 인간의 정신처럼 단단하면서도 부서지기 쉬운 것은 없으니까 말이지. 하긴 강철은 부러지기 쉬운 법이니까 말이야.”

“철은 두들기면 단단해지는 법이다.”

시련은 인간을 단련시킨다. 죽을 만큼 강렬한 시련을 극복하는 인간은 그만큼 더 강해진다. 시로는 그런 날 보고 웃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쳤던 실험체들의 절규가 들어있는 것만 같았다.

인간의 밑바닥을 본 것처럼 번들거리는 시로의 눈동자가 거슬렸다. 조금씩 돌아오는 표정이 다시 일그러지는 기분이었다. 시로는 그런 내 감정을 읽었는지 눈웃음을 지으며 반문했다.

“과연 그럴까?”

“그만하지. 이곳 시설은 어때? 필요한 건 뭐가 있지?”

시로가 다시 동그란 안경을 고쳐 썼다. 원형 렌즈 뒤로 가늘게 뜬 실눈이 보였다. 일부러 자기 눈동자를 감추기 위해 실눈을 뜨는 것 같았다.

“대략적으로 필요한 건 다 있더라고. 중요한 원료가 하나 부족한데 말이야.”

“무슨 원료?”

“아- 배양시설과 원료가 있었다면 필요 없겠지만, 고가의 세포 배양시설과 원료를 구하기는 힘들어서 말이지.”

“말 돌리지 말고. 그래서 대체할 원료가 필요하다는 거지?”

“그래. 음. 정확해. 대체할 원료가 필요하다는 거지.”

시로의 눈이 다시 실눈으로 변해 휘어졌다. 그 가늘게 벌어진 틈새로 보이는 번들거림.

“필요한 게 뭐야?”

시로가 뱀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냥. 인간이 필요해.”

주사제의 성분 가운데 특수한 호르몬 성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약품은 충분했지만, 호르몬 성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합성할 수 있는 설비가 필요하거나 아니면, 호르몬 생산체인 인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뇨병이 인슐린 때문이라는 것을 안 뒤, 처음에는 인슐린 채취를 어디서 했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동물에게서 인슐린을 채취하고, 합성 인슐린을 만들고 그랬을 거 같아? 처음에는 전부 사람에게서 뽑았다고. 물론 비공식적으로 말이지. 크크.”

“......”

이제서 성인군자인척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놈처럼 사람들을 가축취급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필요하다면 할 각오는 있었다. 놈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그럼 사람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는 건가?”

“변이 억제제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지. 폭주하지 않게 변이를 억제하고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그렇게 오래 살면 무슨 희망이 있지? 혼자서 고작 몇 명이서 얼마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 이런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오래 산다는 건 지옥에서 영생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거다. 조직이. 질서가. 조직을 만들고 질서를 잡을 힘이. 그 구심점이 될 왕이 필요한 거지.”

“또 그 소린가?”

내 시큰둥한 반응에 시로가 안경을 위로 올렸다.

“괴식물과 싸웠지? 싸워보니 어땠나? 쉬웠나? 정신지배를 하는 식물이라니... 전신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찌릿찌릿했다고. 그런데 이겼으면서도 샘플 하나 가져오지 않고 전부 태워 버렸다니 아쉽다고. 너무 아쉬워.”

“전부 태워버렸으니 그걸로 끝이다. 아쉬워해도 소용없어.”

“큭.크하하하. 그래 샘플은 없어졌지. 그렇다고 정신지배의 편린이 어디로 간 건 아니야. 정말 완전히 사라졌을까? 복구할 방법이 정말 없을까? 방법이 없지만은 않아.”

시로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런 것을 떠나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자고. 나는. 그래. 솔직하게 네가 날 싫어하는 것처럼 나도 네가 싫어. 싫다. 하지만 싫고 증오스러운 것과 현실은 별개다. 난 그걸 구분할 줄 알고 너는 그걸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

“내가 싫겠지. 아마도 약을 넉넉하게 만들면 날 처분하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 그런데 그걸 내가 모를까? 연방 놈들은 연구가 끝난 뒤 자기들이 귀족이 될 정보를 쥐고 있는 연구원들을 처분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예로부터 왕성의 탈출구를 만든 인부들은 입막음으로 죽기 마련이었고, 연금술로 성과를 냈던 자들은 실종되기 마련이었다. 그걸 내가 모를까? 크크크.”

“......”

시로는 내 생각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 약을 넉넉하게 만든 뒤 나를 죽였다고 가정하지.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그 약에도 내성이 생긴다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10~20년 뒤에 생긴다면? 생존자들이나 변종. 빗치들이 너를 중심으로 모이게 된다면? 지금 이 조그만 세력이 아니라 큰 집단을 만들게 된다면? 그렇게 약이 많이 필요하게 되면 어떻게 할 거지? 연방이든 동맹이든 쳐들어가 약을 만들 정도로 능력 있는 연구원을 납치해 올 건가?”

“......”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위험한 사람을 죽여 버리고 그 대신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하는 게 합리적인 판단일까? 그렇다는 거다. 난 분명히 위험한 놈이야. 기회가 있다면 물어뜯을 놈이지. 그렇다고 나를 죽이는 게 합리적일까? 날 싫어하는 것 내가 널 증오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은 별개의 문제라고.”

“혀가 매끄럽군. 그렇게 연방 놈들을 구워삶은 뒤, 뒤통수를 쳤나?”

내 차가운 대답에 시로가 이죽이죽 웃었다.

“칭찬 고맙군. 정말 궁금한데 말이야. 네가 연방의 연구원이었다고 생각해보라고 연구가 끝나면 정신지배를 당해 꼭두각시가 되거나 폐기 처분될 운명이라고 하자고. 너는 배신하지 않고 뒤통수치지 않겠다는 의리로 자발적으로 꼭두각시가 되거나 폐기 될 건가? 앙? 정말 그럴 건가?”

“......”

“아- 그래. 나를 증오하는 이유가 여기서 생체실험을 했기 때문인가? 생체실험도 마찬가지야. 조선반도에서 생체실험을 했다면? 그게 그렇게 지탄받을 일인가? 네놈들의 손으로 뽑은 정부를 견제하지 않은 건 네놈들이야. 민주주의란 말이지. 네놈들이 정말 분노했다면 그러면 안 돼지. 권리를 포기한 건 네놈들이다. 네놈들이 신경 쓰지 않아놓고 왜 피해자인 척 그러는 거지? 생화학무기를 실험하는 걸 다른 나라에서 할 수 있었을까? 여기라서 할 수 있었던 거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왜 날 증오하는 거지?”

“그딴 개소리를 지껄일 여유가 있나 보군.”

“크크크크. 사실을 말했더니 화를 내는 군. 뭐 좋아. 억제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건 여기 대충 다 있어. 인간을 제외하면 말이지. 사람만 잡아오면 바로 시작하지. 언제 잡아올 건가? 이왕이면 예쁜 여자가 좋겠는데.”

“......”

시로가 앞으로 묶은 두 팔로 허리춤을 툭툭 치며 웃었다.

“나보고 잡아오라는 건 아니겠지? 그럼 내 취향대로 잡아오겠지만, 날 풀어줄 리는 없고. 아? 잡아오라고 그 여자들에게 말 할 건가? 궁금한 걸 그 여자들에게 뭐라고 할지. 재료를 뽑기 위해 인간이 필요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건가?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댈 건가? 크크크.”

시로가 묶인 팔을 앞으로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내가 시로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시로가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동류가 된 걸 축하해. 크크크.”

“이 빌어먹을 새끼가.”

퍽- 따귀를 올려붙였다. 시로의 고개가 휙 젖혀졌다. 피를 흘리면서도, 시로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

시로의 화법은 교묘했다. 선후와 인과를 뒤틀어 결국 똑같다는 논리를 만들었다. 결과가 같으면 모든 것은 같은가? 원인이 다르더라도 결과가 같다면 같은 결과인가? 동류가 됐다는 말로 너도 인간을 재료로 보게 됐다는 걸 똑똑히 알려준 시로였다.

시로는 내가 가진 나약함을 파고들고 있었다. 고작 며칠 만에 내가 사람을 먹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간파했고, 쓸데없는 살육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알아챘다. 내가 일반 변종에 가까운 사냥꾼이었다면 시로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었다.

실험의 피해자가 다른 사람을 잡아, 피해자로 만든다. 피해자는 이제 가해자가 됐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원해서 가해자가 된 게 아니라고 변명하거나 가해자임을 인정하고 그 모든 오욕을 견디는 것이었다.

“변명할 생각도 없고 위선을 떨 생각도 없다.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해.”

인아와 유미는 내 말에 물음표를 동동 띄웠다.

“그게 왜 문제에요? 사람이 필요하면 잡아오면 되잖아요.”

“뭐?”

유미가 이상한 걸 고민한다는 것처럼 되물었다.

“사자가 양을 잡아먹는다고 나쁜 사자라고 할 수 없잖아요.”

“하아- 우리는 사자가 아니고 사람들은 양이 아니니까. 반성과 성찰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는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거야.”

“어렵네요.”

유미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인아는 묵묵하게 이야기를 듣다 말고 다른 말을 했다.

“시로가 유현 씨보고 왕이 되라고 했다면서요?”

“그래.”

“왕이 될 수 있는데도 거절하신 건가요?”

“놈이 말하는 건... 왕이 되라는 게 아니라 인형사가 되라는 소리였으니까.”

“인형사요?”

“어. 괴식물이 가진 정신지배 능력을 이용하자고 했거든, 정신을 완전히 지배하면 그게 왕일까? 왕이 아니라 꼭두각시 술사나 인형사나 마찬가지 아니야? 모든 사람을 슬레이브로 만드는 거나 다름없는데 그걸 왕이라고 할 건 아니지.”

인아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광역 정신지배 능력이 있다면 지배 강도를 조절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지배 강도를 조절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힘을 갖는 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신지배 능력을 얻을 수 있다면 얻는 것이 좋다는 말이었다. 왕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신지배 능력이 있다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였다. 적을 그냥 정신지배를 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건 맞는 말인데, 그걸 연구하고 실험하는 사람이 시로다. 실험 결과를 제일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시로고. 그 연구 결과를 시로가 자기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면 어떻게 하게? 시로가 정신지배를 해버리면?”

인아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유현 씨는 괴식물의 정신공격도 극복하셨어요. 시로가 연구결과를 가로챘다고 한다고 하더라도 유현 씨는 지배당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너희는? 그놈이 너희를 이용해서 날 공격하면?”

“그러기 전에 시로를 죽이면 되잖아요. 저번에 말씀하셨죠? 연방과 동맹 둘 모두에게 쫓길 수 있다고.”

인아의 말에 유미도 손을 거들었다.

“예전에 우리가 도망치고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그래서 강원도로 가서 울릉도로 갈 생각도 있다고 하셨잖아요. 울릉도에 갔는데 거기까지 쫓아오면요? 도망친다고 피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유미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인아가 쐐기를 박았다.

“정신지배 능력을 확보하는 건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해보자.”

사람을 잡아오는 것은 저번에 약을 가져왔던 읍내에서 잡아오기로 했다. 경고사격 없이 선제공격했고,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고 퇴각함에도 집요하게 집중 공격했으니, 그에 대해 복수하겠다고 했다.

납치조는 저번과 같았다. 연막탄과 수류탄을 챙기고 총화기를 챙겼다. 일반적인 슬레이브들은 총을 쏘기보다 육박전을 했지만, 며칠 슬레이브들을 굴려본 인아는 ‘얘들은 총도 곧잘 쏴서 총으로 무장시켜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총기로 무장한 인아의 납치조가 읍내를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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