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도시 (7)
삐이이이익!
뇌로 직접 전달되는 강력한 정신파에 의해 백색으로 물들어가는 의식.
후두둑. 코피가 쏟아졌다. 코피를 쏟아내자 정신이 조금 들었다. 피는 금방 멎었지만, 머릿속을 뒤흔드는 정신파의 여파는 제법 독했다. 사람들을 먹고 링커와 슬레이브를 흡수하면서 점차 저 괴식물이 진화하는 것 같았다.
작은 유조차도 가져와 동시에 폭파하려고 했었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멀리서 블랙 호크 헬기가 다가왔다. 프로펠러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균형을 잃고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헬기였다.
끼이이이익!
사방으로 흩어지는 정신파 공격. 끈 떨어진 연처럼 휘적거리던 헬기가 기어코 추락하고 말았다. 괴식물은 반구 형태의 권역을 형성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공중에서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 헬파이어 미사일의 사거리를 8km 내외라고 했을 때, 일반적인 공격헬기에서 괴식물을 공격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저 앞에 보이는 괴식물의 모습. 스륵-소리가 날 정도로 확연하게 움직이던 넝쿨은 실시간으로 변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서서히 더 빨라지는 움직임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다. 이대로 간다면 두족류의 다리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있었다.
분 단위, 초 단위로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괴식물이었다. 생각할 시간도 여력도 없었다. 정신파는 점점 더 강해졌고 괴식물의 변이도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었다. 마치 곤충이 탈피하는 것처럼 옅은 연두색 껍질이 벗겨지고 그 안에서 조금 더 짙은 녹색 줄기가 나왔다.
휘리리릭!
새로 변이된 넝쿨이 마음에 드는지 뱀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탱크로리에 붙여 놓은 C4 타이머를 돌려놓고 꺼진 시동을 다시 켰다. 키르릉- 키르륵- 방치된 지 9개월이 넘어서 그런지 시동이 빨리 걸리지 않았다. 몇 차례 푸들 거리던 엔진이 낮은 배기음과 함께 다시 돌아갔다.
정신파 공격으로 끝장냈다고 생각했던 유조차가 다시 움직이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괴식물이었다. 괴식물의 본체가 있는 청사건물을 향해 운전대를 고정하고 액셀을 꾹 눌러 고정했다. RPM바늘이 휙 붉은 선까지 치솟아 오르며 배기구에서 매연이 쏟아졌다.
끼이이이이익!
강력한 정신파가 쏘아졌다. 멎었던 코피가 다시 터지면서 반쯤 나갔던 의식이 돌아왔다. 그대로 기어를 조절해 전진 시키고 운전석에서 뛰어내렸다. 유조차는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하는 투우처럼 정부청사 건물을 향해 돌진했다.
괴식물은 자신을 향해 폭주하는 유조차를 향해 계속해서 정신파를 쏘아댔다. 나중에는 유형화된 파동이 보일 정도로 쏘아냈지만, 운전사가 없는 유조차에 정신파를 쏜다고 멈출 리 없었다.
콰가가각!
앞을 가로막는 주차된 차량들을 박살내며 정부청사로 돌격하는 유조차. 어제 터져 나갔던 자리에서 꿈틀거리던 넝쿨들이 마치 살아있는 동물처럼 움츠러들었다. 움츠러든 넝쿨들은 정신파를 쏘아도 멈추지 않는 유조차가 당황스러운지 건물 안쪽으로 숨기 시작했다. 어제 일을 기억한다는 소리였다.
‘트럭이 폭파됐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고?’
기억할 리 없었다. 기억은 그렇다 치고 대응하는 방식도 놀라웠다. 유조차가 돌진하는 것을 확인하자 정신파로 공격했다. 그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이 먹히지 않자 도주하려고 한다는 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좀비보다도 더 판단력이 좋았다. 하지만 늦었다. 넝쿨들이 건물 안으로 도망치기 전에 유조차가 덮쳤다. 덩치가 큰 탱크로리가 부서진 건물을 꿰뚫을 것처럼 파고들었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틀어박힌 유조차가 굉음을 내고 멈췄다.
막 도망치던 넝쿨들이 마른오징어 다리가 불길에 오그라드는 것처럼 오그라들었다. 뜨거운 불길이 뿜어져 나올 것을 아는 것처럼 바르르 떠는 넝쿨들이었다. ‘어?’ 유조차가 터지지 않았다.
‘왜 안 터져?’
충돌의 여파로 탱크로리가 뜯겨 나뒹굴고 있었고, 엎어지면서 탱크에 금이 갔는지 휘발유와 등유가 뒤섞인 기름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조차 위에 대충 묶어둔 LPG 가스통은 사방으로 흩뿌려진 채 미약하게 가스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언제 터져도 모를 상황인데 유조차가 폭발하지 않고 있었다.
“씨발.”
여기저기 충돌하면서 붙여 놓은 C4가 떨어졌거나, 기폭 타이머가 떨어진 것 같았다.
“빌어먹을.”
내 염화 능력은 길어야 25m 안정적으로 힘을 발휘하려면 20m 거리 안쪽이어야 했다. 반사적으로 청사 건물을 향해 내달렸다. 어제와는 달리 곧바로 폭발이 일어나지 않자. 넝쿨들이 조심스럽게 유조차 주위를 감쌌다. 유조차를 밖으로 끌어내려는 것 같았다.
끼익-넝쿨들이 유조차를 휘감아 끌어내기 시작했다. 바닥을 끄는 소리와 함께 유조차가 조금 움직였다. 넝쿨들의 힘이 장난 아니었다. 내가 달려오는 소리를 느꼈는지 넝쿨 몇 개가 뱀처럼 내가 있는 방향으로 기어왔다.
“타올라라!”
화륵! 내게 달려든 넝쿨들을 불태우자. 유조차를 끌어내던 넝쿨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역류하는 폭포처럼 녹색의 넝쿨들이 빳빳하게 수직으로 일어섰다.
끼이이이이이!
정통으로 나를 향해 쏘아진 정신파. 쏟아지는 화살에 전신을 두들겨 맞는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 정신파에 대항하기 위해 있는 힘껏 고함을 질렀다.
“으아아아앗!”
툭! 다시 코피가 터졌다. 안구의 실핏줄이 터졌는지 시야가 붉게 보였다. 백색으로 물들어가는 의식. 붉게 물든 시야 한쪽에서 해일처럼 몰려오는 넝쿨들이 보였다.
“타올라라!”
불타오르는 넝쿨들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끼에에에에에!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 같은 소리가 뇌를 흔들었다. 붉게 물든 시야가 순간적으로 밝은 빛에 휩싸였다. 마치 섬광탄이 눈앞에서 터진 것 같았다. 강렬한 빛을 피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뜨자 세상이 변해있었다.
보이는 건. 무심하게 내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
횡단보도 파란불이 깜박이고 있었다. 내 옆을 스쳐 뛰어가는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눈을 깜박였다. 시력은 멀쩡했다.
빵빵!
다시 눈을 비볐다. 분명히 붉게 물들었던 시야가 깨끗하게 변해있었다. ‘이럴 수가?’ 소매로 코밑을 슥 닦았다. 코피가 난 흔적이 없었다. 코피를 흘렸다는 게 꿈인 것처럼 깨끗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게 뭐지?’ 서늘한 가을바람이 달아오른 얼굴을 식혔다.
빵빵!
경적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나는 횡단보도 중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빠아아앙!
다시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경적. 이윽고 운전사가 창문을 내리고 고함을 질렀다.
“어이 아저씨. 길을 건너다 말고 뭐 하고 있어요.”
“예?”
“아이 씨발. 지금 길 막고 뭐하고 있냐고!”
뒤에서 자동차들이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리고 내 옆을 지나가는 차들을 운전하는 운전사들이 미친놈을 보는 것처럼 날 보고 지나갔다. 횡단보도에 켜진 붉은 신호가 파란 불로 바뀌었다. 앞에서 마주 건너오는 사람들도 내 옆을 스쳐 지나가며 수군수군 거렸다.
나도 모르게 후다닥 뛰어 횡단보도를 건넜다. 맞은편 건물 유리창에 비치는 모습은 분명 내 모습이었다. 변하기 전의 모습. 평범하리만큼 특색 없는 내 모습. 불규칙한 식사로 망가진 몸매. 힘없는 머리카락은 덥수룩하게 자라있었다. 다크 서클이 내려온 눈은 직장인의 피로가 그대로 느껴졌다.
띠리리 띠리리
주머니 안쪽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이건 환상이다.’
‘깨라. 깨라. 이건 환상이다.’
띠리리 띠리리
“씨발 깨라고!”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쥐어 잡고 고함을 질렀다. 길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날 피해서 걸어가며 쑥덕거렸다. 몇 명은 대놓고 휴대폰으로 나를 찍어댔다. 미치도록 사실적이었다. 소름 끼치도록 현실 같았다.
띠리리 띠리리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에 적혀있는 이름. 이름 대신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빌어먹을.’
전화기를 귀에 대자. 익숙한. 잊지 못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나경의 목소리였다.
=어. 지금 자기 집에 왔는데, 요즘 집에서 밥을 먹지 않나 봐. 반찬이 많이 남았네?
“......”
=자기야.
다정한 목소리. 그년의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분명히 다정한 목소리였지만, 등골에 식은땀이 샘솟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껐다.
띠리리 띠리리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휴대폰 액정에는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들고 있던 휴대폰을 패대기쳤다. 액정이 깨져나가면서 안에 있던 배터리가 내장처럼 튀어나왔다.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울컥한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이건 환상이다. 환상이야. 그러니까.
“씨발!!! 깨라!”
와장창. 앞에 있는 간판을 발로 걷어찼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현실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어.’
“어이 이봐 당신 미쳤어? 왜 남의 집 간판을 걷어차고 난리야?”
가게에서 나온 사내가 나를 보고 말했다. 툭- 신경이 끊어지는 느낌. 사내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여자들이 꺅-소리를 질렀다.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으니 머리통이 터졌어야 하는데 멀쩡했다. 때린 것은 나인데 주먹에 찡한 통증이 느껴졌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주먹을 쓰기라도 한 것처럼 주먹이 아팠다.
남자가 피가 섞인 침을 퉷- 뱉으며 가계 안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미친 새끼네 이거. 다짜고짜 주먹질이야? 112에 신고해.”
몸을 돌려 도망쳤다. 사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내 몸을 붙잡았다. 엉겨 붙은 사내와 몸싸움을 하면서 겉옷이 반쯤 찢어졌다. 우직- 팔꿈치로 사내의 얼굴을 내려찍자 남자의 코뼈가 내려앉는 느낌이 가감 없이 느껴졌다.
“으악!”
갑작스러운 일격에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끔찍한 고통 때문인지 내 몸을 붙잡고 있던 사내의 손이 풀렸다. 허겁지겁 일어나 골목길로 도망쳤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숨이 가빴다. 호흡이 끊어질 것 같았다. 떨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곤 사방을 살폈다. 여긴 내가 아는 골목이었다. 거래처 근처였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주먹은 퉁퉁 부어있었다. 몸싸움하면서 찢어진 겉옷 사이로 보이는 팔뚝엔 붉은 자국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정하자. 진정해. 이건 환상이다. 꿈이야.”
깨야 했다. 환상을 깨는 방법. 꿈을 깨는 방법이 있을 거다. 그걸 찾아야 했다. 꿈속에서 죽으면 꿈을 깰까? 만약 꿈속에서 죽어서 정말 죽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이게 꿈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지? 이게 현실이라면?
심호흡했다. 대도시 특유의 공기냄새가 났다. 골목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일상의 풍경 그 자체였다. 오른손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이곳이 현실이라고 항변하는 것 같았다. 모든 감각이 나를 배신하고 있었다.
“씨발. 타올라라!”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넘치던 힘도 없었다. 욱신거리는 오른손의 통증이 나를 비웃었다. 죽고 죽이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좀비와 괴물이 나오고는 세상이 거짓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현실과 환상 사실과 거짓이 뒤섞이는 감각이었다.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쪽에서 올라왔다.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거짓임을 안다고 하더라고 그 거짓을 인정하면 그건 사실이 아닐까?’
그럴 리 없다. 거짓은 거짓이고 사실은 사실이었다. 아무리 현실을 속인다고 하더라도 현실 도피를 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골목 밖에 쌩쌩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보였다. 달리는 자동차를 향해 머리부터 몸을 던졌다.
시간이 느릿하게 흐르는 것 같았다. 내가 머리부터 달려들자, 여자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퉁-하는 둔탁한 충격과 함께 머리통이 터지는 느낌. 뼈가 으스러지는 통증과 함께 길게 이어지는 브레이크 밟는 소리. 덜컥. 자동차 바퀴 밑으로 말려들어 가는 감각.
죽으면,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죽지 않으면 이곳에서 죽어갈 것이다. 내가 미친 거라면? 이제까지의 일들이 꿈이라면. 죽을 뿐이었다. 붉게 물든 시야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어두운 시야.
앞이 깜깜했다.
눈을 떠보자 붉은 시야 밖으로 불의 장막이 펼쳐져 있었다. 불꽃이 타오르며 나를 노리는 넝쿨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
끼에에에에!
내 으르렁거림에 반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정신파가 쏘아졌다. 의식이 잠시 흔들렸지만, 내성이라도 생겼는지 버틸 만했다. 유조차에서 흐른 기름이 이 근처까지 흘러내려 와 있었다. 그 기름을 향해 불꽃을 일으켰다.
“타버려! 터져버려!”
화르르륵!
흘러내린 기름을 타고 불길이 사방으로 퍼졌다. 넝쿨들이 번지는 불길을 잡기 위해 잎사귀로 불길을 덮었다. 넝쿨 타는 냄새와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불길은 기어코 유조차에 닿았다.
콰아아아앙!
강한 충격파와 함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어제보다 몇 배는 더 크게 터지는 폭음과 화염. 수십 통이 넘는 LPG가스통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건물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끼에에에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정신파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처럼 느껴졌다. 불길이 강하게 번질수록 정신파는 서서히 약해졌고 이윽고 끊겼다.
*
군용 트럭이 있던 것으로 보아 동맹군이 우릴 추격하다, 괴식물의 밥이 된 건 확실했다. 정부청사를 수색하러 온 병사들은 그렇게 됐다고 치고 그들이 전부일까? 추격대를 그렇게 조금 보냈을 리 없었다.
‘링커와 슬레이브도 있을 텐데.’
연방의 링커와 슬레이브와는 달리, 동맹 측의 링커와 슬레이브는 중화제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연방은 슬레이브의 변이를 무시하고 단기간 최대 출력을 뽑아내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동맹은 안정적인 출력-작전능력에 초점을 뒀다. 링커의 수명도 연방보다 동맹 측이 길었다.
‘어떻게 할까?’
중화제와 스펙이야 제법 있었지만, 대부분은 펜트하우스에 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양이 적지는 않았지만 시로에게 쓴 것을 생각하면 중화제를 더 구할 수 있으면 좋았다. 정신파가 수차례 휘몰아쳤으니 일반병들은 무력화됐을 가능성이 컸다. 링커와 슬레이브도 아마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할 상황은 아닐 것이다.
도시를 수색하고 있는 병력이 있다면 털어먹기로 했다. 인근에 주차된 1톤 트럭들 가운데 시동이 걸리는 게 하나 있어, 그것을 타고 주변을 돌았다. 예상대로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교전한다고 하더라도 자신 있었다.
천천히 트럭을 몰아 시내를 돌았다. 여기저기에 제법 많은 병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정신파 공격을 받고 코피를 쏟은 정도에서 끝났지만, 일반 병사들은 상태가 심각했다. 눈에서는 피눈물을 흘리고 코와 귀에서 피를 쏟은 채 죽은 병사들이 많았다. 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백치가 된 병사들도 제법 많았다.
“쯧-”
링커와 슬레이브도 마찬가지였다. 링커들은 눈, 코, 귀에서 피를 뿜고 죽어있었고 슬레이브들도 상태가 엉망이었다. 그나마 상태가 좋은 슬레이브 셋을 챙겨 트럭에 태웠다. 인아의 슬레이브들을 구하지 못했으니 이 슬레이브들을 인아에게 줄 생각이었다.
링커와 슬레이브들이 가지고 있던 짐에서 전투식량과 여러 가지 보급품들이 나왔다. 중화제와 스펙 비슷한 약품들이 있었다. 1톤 트럭으로 돌아다니면서 병사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총기와 탄약, 수류탄과 네이팜 같은 것들을 전부 챙겼다.
멀리. 청사 건물이 불타오르며 나는 연기가 점점 더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