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류 (5)
수색대와 정신이 나가버린 난민들이 충돌했다. 링커처럼 일종의 뇌파를 이용해 명령을 내리는 것이라면, 연방의 비행선이 격추되고 로라와 특수부대가 죽은 지금, 난민들은 멈춰야 했다. 슬레이브들이 링커가 죽으면 기동정지가 되는 것처럼 그래야 했다. 하지만 난민들을 계속 꾸역꾸역 훈련병들이 만든 포위망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이거 이상한데...”
“확실히 그렇군요.”
“우리한테는 유리한 상황이니까.”
난민들이 포위망을 흔들어주고 있으니 나쁠 건 없었다.
“다 챙겼고?”
“전부 챙겼어요.”
“그럼 시체부터 처리하자.”
“시체가 있어야 저들의 포위망이 얇아지지 않을까요?”
여기저기 널려진 시체를 봤다. 작전도 나쁘지 않았지만, 신체능력이 압도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 주변의 소음도 우리를 도와줬다. 사이렌 소리와 총소리가 발걸음 소리를 차단했기 때문에 기습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직접 싸워본 느낌으로는 일반 빗치들보다는 조금 떨어져도 확실히 슬레이브들보다는 강했다. 동맹의 신형 슬레이브에 대항해 만든 연방의 신형 슬레이브 같았다. 로라는 슬레이브가 아니었다. 슬레이브라면 자연스럽게 스파이 역할을 못 했을 것이다. 로라의 시체는 남겨둘까?
“일단 시체를 그냥 두면, 예상과는 달리, 역으로 더 위험해 질 수 있어. 놈들을 죽인 무엇인가가 아군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우리를 잡겠다고 더 혈안이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흔적도 남기지 말고 지워버리는 게 최고다. 그리고 이것들은 연방의 신형 슬레이브 같다. 이걸 여기 남겨두면, 이 사체를 통해 동맹의 기술이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될 가능성도 있어.”
“그렇군요. 그럼 로라 시체도요?”
인아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생각한 것 같았다. 어떻게 하는 게 시간을 끌 수 있을까?
“로라 시체도 태우자.”
“그러죠.”
전리품을 수거하는 동안 적외선 감지기를 교란하기 위해 지른 불길이 사방으로 번졌다. 초가을 가뭄에 퍼진 불길은 순식간에 낮은 잡목을 태우며 번졌다. 불길 때문인지 공원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방향에 펼쳐진 포위망은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거 위험한데? 시로를 숨겨둔 곳까지 불이 번지겠어. 마저 부탁해. 시로부터 챙겨와야겠어.”
“네.”
질식이라도 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게다가 시로 옆에 힘들게 가져온 서류 묶음까지 있었다. 잃어버리면 타격이 컸다. 다행히도 시로는 돌돌 말린 김말이처럼 있었다. 전신이 꽁꽁 묶였지만, 손가락을 움찔거리면서 뭔가를 적고 있었다. 시로를 들고 인아에게 돌아갔다. 인아는 시체들을 불태우고 있었다.
“여기도 위험해요. 불이 빠르게 번지고 있어요.”
“일단 피하자. 뒤에 있는 낮은 동산 방향이 포위망이 얇아. 잠시만, 가기 전에 확인 좀 해보고.”
확인할 것이 있었다. 정신을 집중해 염화 능력이 돌아왔는지 확인했다. 화-르-픽!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나 싶더니 힘없이 소멸했다. 그 반동인지 다시 두통이 생겼다.
“난 아직 힘들어. 너는?”
인아를 쳐다보니 인아도 고개를 저었다. 아직까지 슬레이브와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소리였다. 위기 감응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자연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일단은 포위망을 뚫고 벗어나야 했다.
“그 옷 위에, 아까 입었던 동맹의 군복 말이야. 그거 겹쳐 입을 수 있겠어?”
“티가 나지 않을까요?”
“밤이니까 상관없어.”
인아가 벗어던졌던 동맹군 슬레이브 군복을 껴입었다. 안에 두툼한 특수복을 입어서 그런지 자세히 근육질 여자 같이 조금 이상했지만, 일반인들이 한눈에 알아채기는 힘들었다. 불길이 막 번지고 있는 곳을 향해 이동했다. 난민들은 그저 막무가내로 포위망을 형성한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자. 불길이 번지면 포위망을 뒤로 뺄 거야. 그 틈을 타서 지나가자.”
탕! 탕!
“씨발 우리가 왜.”
한 병사가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달려드는 난민의 머리에 총을 쐈다.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막고만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
“분대장은 어디 갔어?”
“모르지.”
“빠진 거 아니야?”
탕!
바로 앞까지 온 난민이 또 시체가 됐다.
“야. 근데 이상하지 않냐?”
“뭐가?”
“이 사람들 두려움이 없어.”
“그래서?”
“바이러스가 다시 퍼진 거 아니야?”
초기에 퍼졌던 바이러스가 다시 변이를 일으킨 게 아니냐는 소리에 훈련병들이 웅성거렸다. 그 때 후방을 경계하던 훈련병이 총을 고쳐 쥐고 외쳤다.
“꽁치!”
“야. 조용히 해.”
후방에서 나타난 그림자가 총구를 겨눈 훈련병에게 윽박질렀다. 훈련병은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정지. 꽁치.”
“씨발 나다. 분대장.”
하지만 훈련병은 격철을 잡아당겼다. 철컥-
“꽁치! 쏜다.”
“이런 미친 새끼가. 고등어. 고등어라고.”
바지춤을 치켜 올리며 분대장이 뛰어왔다.
“뭐야? 씨발 나 쏘려고 했어? 너 돌았냐?”
“수칙대로 했습니다.”
“수칙? 수우칙? 이 새끼 미친 새끼네. 내가 분대장이라고 했어? 안 했어?”
“식별할 수 없었습니다. 어디 갔다 오신 겁니까?”
“이 새끼가 내가 너한테 보고하고 다닐 짬밥이냐?”
분대장이 이를 갈았지만, 실탄을 장전한 총을 들고 있었다. 잘못도 자기가 한 상황인데 조인트를 까기도 뭐했다. 분대장은 분을 참고 상황을 살폈다.
“어떻게 됐어?”
“불길이 근처까지 왔습니다.”
“이쪽으로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본부에 연락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닥치고 있어.”
분대장이 신경질적으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잠시 뭔가를 주고받은 분대장이 퇴각 명령을 내렸다.
“퇴각명령이다. 능선까지 빠진다. 천천히 견제사격하면서 뒤로 빠져.”
분대단위로 뭉쳐있던 포위망이 서서히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빠진다고 했지만 진지를 구축한 곳에서 몰려드는 난민들을 막아내고 있다 후퇴하자, 난민들이 몰려들었다. 난민들 가운데는 정신을 차린 사람들도 뒤섞여 있었다.
불이 공원 전체로 번지자 정신지배에 걸리지 않은 난민들도 도망치려고 했기 때문이다. 무표정하게 달라붙는 자들을 죽이는 것도 힘든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을 쏴대는 것은 훈련병들에게 심적 부담감을 줬다.
그 틈을 타, 인아와 내가 포위망 안쪽으로 들어갔다. 예상했던 대로 포위망은 한 겹이 아니었다. 훈련병들이 분대단위로 앞에 있었고 그것을 피해 뒤로 빠질 것을 대비한 부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꽁치!”
“고등어!”
암구호를 알았기 때문에 접근하는 건 쉬웠다. 암구어를 대자 손전등으로 확인하는 병사들이었다. 내 옷을 보곤 병사가 경례했다.
“자유! 어디 가십니까?”
“아- 적의 포로로 보이는 자를 잡아서 본부로 이송하려고 한다.”
“넷. 호위가 필요하십니까?”
“아니. 괜찮다.”
돌돌 김밥 말듯 묶은 시로도 의심받지 않고 데리고 갈 수 있었다. 인아에게 시로를 들고 가라고 했기 때문에 인아의 신원도 의심받지 않았다. 성인 남성을 한쪽 어깨에 들쳐 메고 갈 수 있다는 건 슬레이브라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쉽게 포위망을 돌파하자, 인아가 한숨을 쉬었다.
“허술하네요. 긴장했던 게 억울해요.”
“허술한 게 아니야. 여러 가지가 겹쳐서 생긴 일이지.”
불을 지르지 않았다면? 그 불이 사방으로 번지지 않았다면? 난민들이 미쳐서 달려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지금처럼 어수선한 분위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극소수 고참병사들과 대다수 훈련병으로 이뤄진 포위망은 말 그대로 시간끌기용 방패이자 미끼였다. 포위망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적이 돌파를 하려고 충돌하면 그곳으로 슬레이브를 투입해 끝장을 내겠다는 전술이었을 것이다.
“주력은 슬레이브들이었겠지.”
“여기 훈련병들은 미끼라는 소리네요.”
“그래. 우리도 힘으로 뚫고 나가려고 했으면 위험했을 거다.”
포위망을 지나 방어선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기까지는 별다른 위험이 없었다. 멀리 철책을 감시하는 감시 망루가 보였다. 더 들어가면 숲에서 벗어났다.
“여기서 좀 쉬었다 가자.”
“꼬리가 붙으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들어올 때도 그렇고 아까도 확인했지만, 군견은 없었어. 빗치들이 있다면 네 체향을 맡고 추격할 수도 있겠지만, 빗치나 변종을 숙청했으니, 당장 추격당할 위험은 없지 않을까 싶어.”
“그래도 아직 혼란스러울 때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철책을 빠져나가는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어떻게 합류할 건데? 텔레파시가 먹통이기 때문에 페니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 너도 네 슬레이브와 연결이 끊어진 상황이잖아.”
인아에게 야전삽을 건네줬다. 둘이서 삽질하니, 순식간에 구덩이가 파였다. 구덩이 안에 몸을 숨기고 하늘을 봤다. 불길로 인해 하늘 한쪽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사이렌 소리와 총성이 고즈넉한 가을 밤하늘을 찢어발겼다.
“새벽 4시쯤 넘어가려고 하니까 3시까지는 쉬자. 여유가 있으니까 번갈아가며 눈 좀 붙이고.”
“먼저 쉬세요.”
“그래. 그럼 부탁해.”
*
인아와 교대를 한 뒤, 능력을 확인했다. 화르르륵! 거의 절반 이상 회복된 느낌이었다. 염화 능력이 5할 정도 회복됐다면 다른 능력도 그 정도는 회복됐을 것이다.
“한숨 돌렸군.”
인아가 눈을 붙이는 동안, 가져온 서류를 살폈다. 불을 따로 켜지 않더라도 달빛과 별빛이면 충분했다. 변종과 빗치에게 행한 생체실험 자료는 전부 따로 빼고, 필립이 보여주려고 했던 내용만 간추려서 확인했다.
생체실험을 한 사람들은 소수의 희생을 통해 다수의 행복을 위했을 뿐이었다는 이야기가 주절주절 적혀있었다. 연구원들이 적은 일기라든지, 연구원들이 애인에게 보낸 편지에 구구절절 적혀 있는 사연들이었다.
필립은 이 자료들을 통해 내가 가진 불신이나 적개심을 없애고자 했겠지만, 우스웠다.
‘가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였을 따름이라.’
누구는 애국하는 심정으로 해부했고 또 다른 이는 인류를 위협하는 불치병을 정복하기 위해 손에 피를 묻혔다. 어떤 이는 정부의 강압과 협박 때문에 하기 싫은 연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얻은 연구 성과로 인류가 혜택을 보고 있고, 생물학병기 운용에 도움이 됐다. 과거 세계 대전은 일어났고 희생은 있었다. 그 희생으로 살아남은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면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을 용서하기 힘들더라도 그 연구 자료는 무슨 죄인가? 연구 자료를 없애는 것이 희생자들의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모두가 전쟁이란 끔찍한 사태의 피해자일 따름이다. 그러니 연구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희생자들의 희생을 기리는 일이 아닐까?
“개소리지.”
모두가 가해자이자 모두가 피해자라는 논리는 어딘가 역겨운 논리였다. 가해자는 가해자고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이었다. 연구원들의 연구일지 같은 자료나, 일기들을 보여주면서 생체실험을 한 사람들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감정이 있고 뭐 이따위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로라가 내 정보가 적힌 서류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역사적으로 한국이 일본에게 식민 지배를 당하지 않았었다면, 한국 근대사에 독재가 없었다면 아마도 가해자도 피해자라는 말을 쉽게 인정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니었다.
필립은 왜 이런 자료를 끼워 넣었을까? 내가 생체실험을 했다는 데 강한 반감을 품고 있으니 그 반감을 완화하기 위해 넣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앞으로 생체실험을 하더라도 다수를 위한 소수의 안타까운 희생이라고 말하기 위해 그랬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렇게 구구절절 편지를 보여주고 일기장을 보여주고 그럴 일은 아니었다.
김밥처럼 돌돌 말린 채 꾸물거리며 손가락으로 뭘 적어 내려가는 시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봤던 모습. 그 이시이 시로의 자식이나 친척인가? 아니면 동맹의 연구원들 가운데 일본계 연구원들이 많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날 실험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하고 싶었던 걸까? 이미 지난 일이니 잊고 손을 잡고 세세세를 하자고?
“훗- 웃기지도 않네.”
새벽 3시가 가까워져 인아를 깨웠다. 인아도 잠을 자고 난 뒤, 링크 능력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다고 했다.
“슬레이브는?”
“연결이 끊겼어요.”
“잡혔나?”
“포위를 뚫지 못할 때는 자폭을 하라고 했으니, 시체를 남기지는 않았을 거예요.”
페니에게 연락했다. 아직 완벽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7할 이상은 회복된 것 같았다.
[페니?]
[...]
연결이 됐다.
[별다른 일은 없나?]
[...]
언어가 아니라 영상을 통해 상황을 보고하는 페니였다. 곤충들이 습격해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개미와 지네, 말벌이 전달됐다. 개미를 피해 지금도 이동하고 있었다. 빨리 합류하는 게 좋았다.
[들어왔던 방향으로 나갈 테니까 대기해.]
인아가 내 표정이 심각한 것을 보곤 물었다.
“무슨 일 있나요?”
“개미들이 추격하는 것 같아.”
우리가 들어왔던 곳을 향해 움직였다. 개미들의 사체가 쌓여있던 곳은 사람들이 치웠는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도 여기가 제일 안전했다. 지뢰가 매설된 곳도 얼추 알고 있었고 감시 망루의 위치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쪽으로 나가는 게 그나마 수월했다. 유미와 페니가 밖에서 소란을 떨어줬으면 좋겠지만, 개미에게 추격당하고 있으니 가능할지 몰랐다.
[할 수 있나?]
페니가 유미와 이야기를 한 뒤 가능하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좋아. 그쪽에서 소란을 일으키면 그 틈을 타서 나갈게.]
잠시 뒤, 유미로 보이는 인영이 나무를 뿌리째 뽑아들고 철책을 향해 달려들었다. 감시 망루에서 저격수가 유미를 향해 총을 쏴댔다. 총알구멍이 여기서도 보일 정도로 팍팍 생겼다. 다행히 바렛은 아니었는지, 유미에게 직접 타격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달려가는 유미의 뒤로 개미들이 바글바글 달려들었다. 족히 수백은 넘어 보이는 개미들이 유미의 뒤를 쫓았다.
“이아아아앗!”
유미가 특유의 기합소리와 함께 굵직한 나무를 철책에 던졌다. 철책 일부가 우그러지며 나무가 걸쳐졌다. 유미는 재빨리 유리병을 열어 자기 주위에 동그랗게 원을 그리듯 네이팜 액을 뿌리곤 불을 붙였다. 분노한 개미들이 유미 주위를 포위했다. 저격수들은 유미와 주변에 모여 있는 개미들을 향해 총을 쏴댔다.
유미를 포위하고 있던 개미들은 졸지에 저격수들에게 총을 얻어맞고 발악했다. 총알이 날아온 곳을 향해 돌진하는 개미들. 유미가 걸쳐놓은 나무를 타고 철조망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화염방사기를 든 병력이 들어왔을 때는 수 백 마리의 개미들이 철조망을 넘어 오고 있었다.
쾅!
개미 한 마리가 발목지뢰를 밟고 하늘로 붕 떠올랐다.
쾅! 쾅!
이어서 지뢰 터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껍데기가 불에 익는 고소한 냄새가 이곳까지 진동했다. 병사들은 개미들이 뚫고 난입하자 그쪽 방향으로 몰려들었다. 감시 망루에 있는 저격수들도 그쪽을 지원하기 위해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난리가 아니었다.
“가자!”
그 틈을 타, 방어선을 넘었다. 돌아보니, 유미는 언제 몸을 뺐는지 동그랗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 그녀의 모습이 사라져있었다. 며칠 보지 않은 사이에 또 훌쩍 성장한 것 같았다.
숲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도도도독 소리가 들렸다. 반응하기도 전에 폭하고 품에 파고드는 감촉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