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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 DUST-141화 (141/261)

반응 (4)

김경태는 지금 상황에 대해 불안해했다. 싸우는 것이 불안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변하는 상황이 불안한 것처럼 보였다.

“불안합니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어째서죠?”

“대표님과는 달리, 저는 일반인입니다.”

김경태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와는 다르게 자신은 일반인이라는 말 속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나와 일반인들이 느끼는 체감영역이 다르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성인 남성 3배 이상의 육체 능력을 가지고 있고, 재생능력과 스펙을 사용한 순간적인 전투능력 향상을 생각하면 어지간해서는 죽기 힘들었다. 여기에 유미와 페니까지 고려하면 내가 생각하는 관점과 김경태의 관점은 근본부터 달랐다.

“다르다? 제게 힘이 있다는 게 문제입니까?”

“아닙니다. 다만, 최악의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대표님이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아니라, 내가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경태였다. 비슷한 말이지만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말이었다. 위험이나 고난을 함께 겪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었다. 김경태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좋지 않았다.

“그렇습니까? 저도 위험합니다. 하루하루가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은 심정이죠.”

“.....”

“방금 전에도 그렇지 않습니까?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발포를 한 사람이 3명이나 있었다는 건, 우리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입니다.”

“......”

나는 ‘우리’를 강조했고, 김경태는 ‘대표’를 강조하는 미묘한 입장차이. 아마도 김경태는 위기상황에서 내분을 일으키려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에 대해 위화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총을 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던 것이 그렇게 이상했습니까?”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같이 밥 먹던 자들이 그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런데 ‘너는 어떻게 알았느냐?’는 표정이었다. 김경태도 내 능력이 정신계열 능력이라고 알고 있었다. 육체적으로도 일반인의 범주에서 벗어났는데, 정신계열 능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꺼려진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동맹군과 싸울 준비를 하라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

김경태가 운을 뗐다.

“박격포를 쓸 준비를 하라고 하셔서 동맹과 전면전을 벌이는 게 아닌가? 했었습니다.”

“......”

추론을 했다고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나상철의 착각을 그대로 둔 것처럼 김경태도 착각하도록 그냥 두는 것이 좋을까? 둘 모두 문제였다.

어디까지나 지금 상황은 서로 얽혀있는 장기와 같은 상황이었다. 저쪽에서 차를 움직이면 이쪽에서 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끝까지 작전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 기간시설파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빠진다고 하더라도 연방의 주력을 묶을 정도의 병력을 보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AWS가 본격적으로 양산될 경우, 그걸로 끝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구순 하게 작전에 참여한다고 해도 믿기 힘든 판국에 거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동맹이라면 어떻게 할까? 중부전선도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수도권 연방의 본거지를 타격하지 못하면 점점 더 위험해지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연방의 주력과 우리가 동귀어진을 해주면 좋으련만 내가 끝까지 어깃장을 놓는 상황. 공격하겠다고 해놓고 하지 않으면? 그러니 동맹에서는 병력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대대병력을 보내는 것으로 끝낼까?

이쪽을 그냥 두고 싶을까? 무기를 줬으니 어떻게든 써먹고 싶을 것이다. 이왕에 대대 병력을 보냈으니 이왕 올려 보낸 것, 이쪽을 장악하려고 할 것이다.

나를 실각시키거나, 실각시키지 않더라도 1천 명이 넘는 무장병력을 고스란히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을 것이다. 할 수 있다면 이쪽을 온전히 흡수할 기회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

나라면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그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과 교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동맹의 작전에 동조하는 자들을 추려서 지원 병력으로 보냈다. 동맹의 계획을 사전에 차단하는 수를 썼던 것이다.

김경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말을 주저했다.

“하지만...”

“괜찮으니 말해 보세요.”

“후- 솔직히 말씀드려서 납득이 되지만, 위험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

“동맹이 그럴 것이다. 연방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추론하신 것 아닙니까. 대표님의 추론 때문에 위험을 피했기도 했지만, 대표팀의 생각 하나로 모두의 생명이 좌우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가요?”

“네. 만약 동맹 측에서 대대병력을 보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셨습니까? 최필도씨와 온건파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선동했다면 어떻게 하셨을 생각이셨습니까?”

질문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김경태는 그 때는 대표와 그 둘만 몸을 빼려고 한 건 아녔느냐는 무언의 추궁이 섞여 있었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김경태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은 것 같았다.

“제 추론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예?”

동맹 쪽에서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중부지방 전선이 힘들다고 나상철이 내려갔는데, 대대병력이 올라왔다는 걸 그냥 좋게 넘길 수 없었다.

“추론이 틀렸다고 뭐가 문제가 되지요? 동맹과 사이가 틀어지는 게 문제일까요? 아니면 최필도씨를 비롯한 온건파들의 선동을 하는 것이 문제일까요? 온건파를 누르기 위해 무력부에 화력을 집중시켰던 겁니다.”

“그렇다면 그걸 알고 계셨던 겁니까? 아니면 유도하신 겁니까?”

김경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았지만, 그것까지 전부 설명해주는 건 아니었다.

“유도했다? 동맹이 저렇게 나올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느냐는 말입니까?”

“네.”

“그래서요? 그렇게 유도했다고 하면 뭐가 달라집니까?”

“......”

내 말에 김경태가 입을 꾹 다물었다. 장기에 비유하자면 내가 차를 올리면 상대방은 포로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동맹이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몰았다면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내가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었다.

대대병력의 동맹군과 122명의 지원군이 수십 개의 로프를 이용해 빌딩과 빌딩을 건너가는 모습이 멀리 보였다.

“우리도 움직일 준비를 합시다.”

“네?”

“연방의 주력을 잡아야죠.”

“......”

“먼저, 끄나풀들을 정리합시다.”

“알겠습니다.”

남은 사람들의 숙소를 옮겼다.

“짐은 그대로 두고 몸만 이동합니다.”

“이게 무슨 일이래?”

“그러게 말이야.”

사람들이 웅성거렸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짐을 전부 조사해서 무전기와 같은 것이 있는지 확인했다. 역시 두 사람이 걸렸다. 연방 측인지 동맹 쪽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두 사람이 사제 무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한 번 전부 털어낸 뒤, 곧바로 병력을 구성했다.

“350명, 추가로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쓸 만한 사람으로 모으세요.”

“연방을 공격하실 생각입니까?”

“지금이 기회니까요.”

“손을 거들 생각이었다면 동맹과 척을 질 필요가 없지 않았습니까?”

김경태가 말했다.

“보셨다시피 누구의 끄나풀인지 모르지만 끄나풀이 있었습니다. 동맹과 연합해서 작전을 펼친다고 했으면 그 정보가 연방으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었지요.”

“......”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을 속이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에 있었던 사람들이 아닌, 새로 합류한 사람들 가운데서 350명을 뽑으라고 했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식인종을 토벌하면서 어느 정도 실전 경험을 쌓았다.

새로 합류한 사람들은 실전경험도 부족했고, 단합도 잘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전쟁을 경험해 보고 나면 달라질 것이다.

김경태가 350명을 뽑았다. 작전은 간단했다. 하수구를 통해 이동, 박격포를 사용해 연방의 방벽을 무너뜨리라고 했다.

“3분간 포격하고 퇴각하세요.”

“방벽이 무너지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무조건 퇴각하세요.”

“직접적인 교전은 피하라는 말입니까?”

연방이 바보가 아닌 이상. 분명히 예비대를 남겼을 것이다. 81mm박격포를 4~5km밖에서 뿌려 넣고 도망치면, 예비대라고 하더라도 대응하기는 힘들었다.

“그렇습니다.”

“헬기로 반격하면 어떻게 합니까?”

“신궁과 토우를 가져가세요.”

연방 쪽이 다급한 나머지 헬기를 보낸다면 고마울 뿐이었다. 괜히 신궁과 토우미사일을 뜯어낸 게 아니었다. 예비대는 아마도 타격조나 경비팀이 움직일 확률이 높았다. 스펙을 쓴다고 하더라도 빗치나 변종이 아닌 이상. 유탄 발사기와 중기관총이면 충분히 제압 가능했다.

“3분. 집중적으로 방벽만 공격하고 곧바로 퇴각하면 충분히 몸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크흠. 알겠습니다.”

“목표는 방벽의 일부를 붕괴시켜 좀비들이 안으로 밀려들어 가도록 하는 것이지만, 3분간 포격을 해도 무너지지 않는다면 포기하고 여기를 칩니다.”

내가 표시한 곳은 옐로우 플래그가 있는 곳이었다. 군청건물에 꽂혀있던 노란 깃발. 이곳은 연방에서 인적자원을 보충하는 곳이었다. 생존자들을 모아놓고 적합 검사를 한 뒤, 병력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이곳을 파괴해야 했다.

옐로우 플래그라는 하부 조직이 있기 때문에 연방은 계속해서 인적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옐로우 플래그를 무너뜨린다면 당분간 연방의 세력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옐로우 플래그 말입니까?”

“네. 그곳을 쳐야. 적이 충원하지 못합니다.”

“그걸 어떻게 아시죠?”

“연방의 거점에 들어갔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연방은 뛰어난 기술력과 넓은 면적 그리고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지만 선택받은 자들에 의한 지배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인적자원이 문제였다. 연방의 주력이 동맹군과 싸우고 있는 동안 이쪽은 연방의 뿌리와 가지를 쳐내면 됐다. 뿌리와 가지가 마른 식물은 자라지 못하는 법이었다.

“건물과 방어벽을 무너뜨려 좀비들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면 됩니다. 81mm 박격포 8문이면 가능하겠죠?”

“최대한 숫자를 줄여야 합니까?”

“지금 상황이라면 그렇게 해야겠죠.”

“알겠습니다.”

김경태가 고개를 끄덕곤 되물었다.

“AWS와 교전하게 되거나 중간에 빗치를 만나면 어떻게 합니까?”

나와 유미, 페니가 따라간다면 모를까 일반인으로 구성된 병력이라면 AWS와 빗치, 변종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유미와 페니는 매몰된 상황. 일반인들로만 작전을 펼쳐야 했다.

“이런 식으로 클레이모어를 이용하면 막을 수 있습니다. 구조작업이 끝나는 대로 지원군을 보내도록 하지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350명을 따로 보냈다. 이렇게 간다면 동맹의 작전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연방의 기간시설을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면 당분간은 AWS의 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

새벽 4시 40분부터 시작된 폭음은 날이 밝아올 때까지 계속됐다. 그 말은 아직도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소리였다. 동맹 측의 아파치 헬기 두 대가 지나간 것을 시작으로 저쪽은 상당한 전력을 소모해가며 싸우고 있었다.

AWS의 양산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연방이 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AWS의 양산을 막지 못한다면 동맹 측이 지는 것은 확실했다. 어쩔 수 없이 동맹은 가용할 수 있는 전력 전부를 쏟아 붓고 있었다.

나상철을 비롯한 동맹군에서 지원요청이 계속 들어왔지만, 김경태를 보낸 상황에서 추가 지원은 불가능했다.

[지금이라면 연방을 밀어낼 수 있어!]

나상철이 흥분한 목소리로 지원을 요청했다. 김경태가 연방의 방벽을 공격하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연방의 주력을 묶어두기만 하려고 했는데, 잘하면 연방의 본거지를 노려봄직 하다는 판단이 들자 나상철은 총공격을 하자고 했다.

“더 이상 추가로 보낼 여력이 없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고작 122명 보내 놓고 손을 놓겠다는 소린가?]

“지금 전선에 여유가 생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연방의 예비대와 지원군을 누가 묶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 여유가 있지 않나? 자네가 직접 움직인다면...]

“보급받은 것 이상으로 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나까지 전장에 뛰어들라고?”

[승기를 잡았을 때, 밀어 붙어야 하지 않나!]

“그러니까 지금 승기를 잡았으면 당신이 올라와서 처리하면 되겠네. 거기 중부지방은 현상유지만 하고. 그러면 되겠네.”

핑계는 좋지만 결국 이쪽을 소모하고 싶다는 소리였다.

[지금 200~300명만 더 추가로 투입된다면 방어선을 뚫을 수 있어. 지금이 절호의 기회란 말이다!]

“그걸 장담해?”

[그래.]

“잘됐네. 200~300명이면 인근에 있는 병력 쥐어짜서 보낼 수 있는 인원이잖아. 이길 자신 있으면 수도권에 있는 방어병력을 밀어 넣으면 되겠네. 그 병력은 그냥 두고 왜 자꾸 병력을 보내라고 난리야.”

[하-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말이야...]

“보기는 뭘 봐. 댁이 뭘 봤던 오해니까, 간보지 말고 여기서 끊어. 서로 더 이야기해봐야 기분만 상할 테니.”

나상철과의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고 나자, 구조대에서 보고가 올라왔다.

[치직- 지하에 무너지지 않은 공간이 있습니다.]

“생존자는? 전혀 흔적을 찾지 못했나?”

[치직- 아직 흔적을 찾지 못했... 아- 있습니다. 다리가 보입니다. 움직입니다.]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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