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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 DUST-129화 (129/261)

습격 (2)

보균자들을 곧바로 죽일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죽여 버린다면 ‘우리는 하나’라고 해놓고 아무런 노력도 없이 죽여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이제 막 안정감을 되찾고 하나로 뭉치는 도중이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향방이 결정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문답 무용으로 죽이는 것보다, 통제하는 것이 더 유리했다.

통제가 불가능하지 않았다. 보균자들이 갑자기 날뛸 확률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격리를 시키고 격리의 이유를 밝힌 뒤, 다음을 결정한다. 그렇게 안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일 처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습격한 놈들은 내 생각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격리하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누군가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아니면 격리를 하게 시키자, 걸렸다고 생각했나?’

방벽 쪽의 사람이 침입했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기존에 있던 사건들을 모를 리 없었다. 식인종들과 추종자들이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도 모를 놈들이 아니었다. 이쪽에서 벽을 세우고 체계를 잡고 확장을 하려니까 손을 쓴 건가?

“젠장.”

한 그룹 19명이 전부 보균자일 확률은 극히 낮았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룹이 막장이었거나 아니면 인위적인 상황을 거쳤거나. 종구와 한의사를 변하게 했던 것처럼 놈들의 손을 탄 것이 분명했다.

욱신- 내리누르는 감각에 의지해 날아오는 것들을 쳐내며 전진했다.

“오른쪽!”

쾅! 유미가 방패를 오른쪽으로 트는 것과 동시에 폭음이 울렸다. 다음에는 교통 표지판부터 전부 뜯어내 버릴 테다.

날아온 곳을 보니 교통 표지판을 던지고는 몸을 피하는 모습이 보였다. 실루엣이 여자였다. 유미가 공격을 받아 막는 동안, 내 뒤를 따르던 세 여자는 뒤로 돌아 공격한 적을 추적하려고 했다.

“멈춰. 그냥 간다.”

유인책일 가능성도 있었다. 추격하려던 세 여자가 멈추고 본래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확실히 유인이었는지 도망치던 것이 다시 되돌아왔다.

“무시하고 돌파한다.”

양 옆에서 3마리가 동시에 공격했다. 빗치라면 서로 견제하느라 바빴을 것이다. 게다가 이 공격력은 빗치보다는 약했다. 확인하기 위해 유미를 쳐다봤다.

“유미야?”

빗치였다면 유미가 살기를 내뿜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미도 미도를 봤던 것처럼 그렇게 강한 살기를 뿌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AWS다. 남자들을 잡아.”

“알았어요.”

“남자는 모두 6명. 남자 하나가 여자 둘을 통제하고 있다.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근처에 통제하는 놈이 있을 거다. 남자들부터 죽여!”

통제하는 놈들을 처리하기 위해 셋으로 찢어졌다. 유미와 세 여자들이 좌/우 한 부분씩 맡았다. 나는 곧바로 후방으로 이동했다. 방어가 약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금방이라도 뚫릴 것처럼 위태한 상황이었다.

투다다다닥!

중기관총이 외롭게 저지하고 있었다.

“소총들은 머리, 눈만 노려!”

“알겠습니다.”

서른 병 정도가 방어선을 만들고 접근을 저지하고 있었다. 뒤를 돌아 그대로 빌딩으로 뛰어들었다. 유리창이 깨지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막 통제를 시작한 AWS로 기습을 하려면? 링크가 온전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통제하려면 제한적인 거리 안에서 눈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방어선을 보면서 명령을 내릴 만한 곳은 이곳밖에 없었다. 쾅!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 둘이 으힉!- 하는 소리를 냈다. 한 놈이 허둥지둥 은색 금속가방을 열려고 했다.

‘저놈부터.’

근육이 터질 것처럼 수축-팽창하며 놈의 머리통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퍽! 문을 박살내는 것과 동시에 메뚜기처럼 점프해 내려치는 일격을 피하지 못하고 한 방에 두개골이 터져버리는 놈이었다.

중화제를 맞았지만 스펙의 뜨거운 느낌이 혈관과 심장을 달구고 있었다. 달콤한 혈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으아아아 괴물!”

탕! 탕! 탕!

팅!팅! 티이이잉!

9mm 권총탄으로는 30kg이 넘는 두꺼운 강철 방패를 뚫을 수 없었다. 그대로 메이스를 내려치려는 순간 옆의 벽을 뚫고 두 여자가 달려왔다.

맨 몸으로 달려드는 두 여자를 무시하고 그대로 ‘죽여! 막아!’를 외치는 놈의 입에 방패를 때려 박았다. 머리통이 방패에 맞아 산산 조각나는 것과 동시에 달려들던 두 여자가 중심을 잃고 앞으로 데굴 굴렀다.

두 여자는 초점을 잃고 엎어진 채로 부르르 떨었다. 싸우는 도중 이 여자들과 새로 링크를 연결하는 것은 위험했다. 깔끔하게 포기했다.

잠금장치가 풀린 은색금속상자를 열자, 종구가 나에게 놓으려고 했던 주사기 빈 것과 처음 보는 알약, 그리고 스펙 주사기가 가지런하게 들어있었다. 이것으로 확실했다. 방벽 쪽에서 손을 쓴 것이다.

아마도 이게 AWS의 실전 실험 같은 것이다.

“실전 데이터수집인가”

금속상자를 한쪽에 숨겨놓고 유미가 있는 곳으로 갔다. 유미를 막기 위해 네 여자가 달라붙었지만 소용없었다. 유미는 말 그대로 탱크처럼 달려들었다. 유미의 방패에 두들겨 맞은 한 여자의 몸이 움푹 파이며 갈비뼈가 밖으로 삐져나왔다.

총알도 뚫지 못하는 가죽이 찢기며 뼈가 돌출된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음에 이어진 일격이 갈비뼈가 돌출되고도 유미를 막아선 여자의 움직임을 끝내 버렸다.

콰직!

털썩 하나가 쓰러졌고 둘은 만신창이. 달랑 하나가 유미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두 남자는 우왕좌왕했다.

“씨발- 말하고는 다르잖아! 저년 이상해!”

“한 방 더 맞아.”

“뭐? 너?!”

옆에 있던 동료에게 주사를 한 번 더 놓고 거기에 스펙까지 꽂아버리는 남자였다. 졸지에 주사를 두 방이나 섞어 맞은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

“저년. 저년만 잡아가면 된다고 어서!”

침을 질질 흘리며 눈이 붉게 물들인 남자가 실핏줄이 터져 피눈물을 흘리며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유미는 자기 앞을 막아선 한 마리의 머리통을 살포시 박살내고 두 남자를 처리하기 위해 메이스를 치켜들었다.

“크흐흐흐흐. 멈춰!”

유미를 향해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기어가던 두 여자가 그 자리에서 뚝 멈췄다. 다른 사내의 AWS의 지배권을 한 번에 빼앗은 것이다.

“내 링크를... 그래 잘했어. 저년을 빨리 잡아!”

동료에게 주사기를 꽂은 사내가 자신의 명령을 더 이상 듣지 않는 두 여자를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가 금방 표정을 바꿨다. 유미도 멈췄을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의기양양한 표정의 사내를 본 유미가 픽- 웃더니, 그대로 메이스를 내려쳤다.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유미를 장악하려던 남자의 머리통이 수박 깨지는 소리를 내며 박살났다.

퍼억!

“으이이익! 항복! 항복한다고!”

동료에게 주사기를 찔러 넣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던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주사기를 내던졌다. 두 손을 번쩍 들고는 항복한다며 유미의 눈치를 살폈다. 유미의 몸이 반 바퀴 돌면서 묵직한 방패가 사내의 관자놀이를 밀고 지나갔다. 코 윗부분이 폭발하듯 터진 시체가 풀썩 쓰러졌다.

“어? 언제 오셨어요?”

“방금.”

“에이 금방 해결하고 바로 가려고 했는데.”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유미를 향해 버둥거리며 기어오던 두 여자가 풀썩 무너졌다. 동공이 풀린 채 멍하게 늘어진 여자였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냥 두고 간다. 지금은 다른 놈들부터 정리하는 게 우선이야.”

세 여자가 맡은 구역으로 갔다. 끝까지 유인하려고 했던 놈들과 충돌한 세 여자는 아직도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바로 도와주려고 달려가는 유미를 잠깐 멈춰 세웠다.

“잠깐. 2명이 남았어야 하는데 3놈이야.”

“어? 정말요.”

놈들의 일행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놈들은 유인하려고 했다. 누구를 유인하려고 했을까? 나보다는 유미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던 것으로 보아 유미를 유인하려고 했던 것이 분명했다.

“두 놈은 그렇지만 저 맨 뒤에 있는 놈은 아무래도 이상해. 맨 뒤에 있는 놈부터 잡는다.”

“포로는요?”

“정신공격을 하는 놈들이야. 포로를 잡기는 위험해.”

“알겠어요.”

두 놈이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는 한 놈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게 뭐야? 저년들을 충분히 장악할 수 있다며?”

“우리한테 넘겨준다고 해놓고는 발뺌이냐? 엉? 아니라고?”

“너희 둘이서 하나씩만 더 링크하면 4:3이 아니라 6:1이 되는데 고작 하나를 더 링크하지 못하는 건가? 응?”

“웃기지마. 네놈은? 네놈은 뭐하고?”

“네놈이 둘을 링크하면 되는 것 아냐?”

“쯧- 약기운 때문에 정신이 나갔나?”

“저것들부터 어떻게 해봐.”

“이 새끼야 쟤들 이상하다고. 씨발 네가 말한 거랑 다르단 말이야!”

페니는 짧은 시간이지만 유미를 막았었다. 페니가 2:1을 감당하고 있었고 다른 둘은 1:1에서 조금씩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사내가 두 남자가 아우성을 치는 것을 보곤 세 여자에게 흥미가 생겼는지 되물었다.

“3명까지는 연결할 수 있다고. 전혀 파고들지 못하겠나?”

“안 된다고 미친놈아.”

“이 미친 새끼야. 지금 보고서도 몰?”

퍽! 유미가 멀리서 던진 철근이 한 놈의 머리통을 관통했다. 머리통이 관통된 놈이 사지를 부르르 떨며 앞으로 꼬꾸라지자, 페니를 막던 두 여자가 전원이 끊긴 인형처럼 멍하니 제자리에 멈춰 섰다. 페니는 내 명령대로 다른 여자들을 무시하고 그대로 두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화들짝 놀라는 남자에 비해,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내는 철근이 날아온 것을 확인했다. 그쪽에서 유미를 보곤 반가워했다.

“으악! 어쩌라고? 이제 어떡해? 이런 이야기는 없었잖아!”

“스펙을 써. 스펙을 쓰고 잠시만 막아! 저년만 잡아가면 된다. 마리!”

유미를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는 놈이었다. 조심스럽게 옆으로 빙 돌았다. 옆으로 살짝 돈 그 짧은 순간 상황은 변해있었다.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여자가 유미를 막아서고 있었다. 갑옷처럼 전신을 보호하는 보호구를 쓰고 있는 여자였다.

유미의 공격을 어느 정도 막아내는 것을 보니 최소한 페니급으로 보였다. 유미와 방어구를 입은 여자가 충돌해 싸우는 동안 뒤에서 지켜봤던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왜? 멈춰! 왜 장악되지 않지? 어째서냐?”

유미와 방어구를 입은 여자 그리고 한 남자가 뒤엉켜 소리를 내고 있는 동안, 페니는 스펙을 맞은 남자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스펙을 맞은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도와달라는 애원은 신경도 쓰지 않고 유미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조금씩 옆으로 이동해 위치를 잡았다.

유미를 노리는 놈과 방어구를 입은 년이 일직선에 놓였다.

‘여기. 지금.’

방패를 유미에게 정신이 팔린 놈을 향해 집어던졌다. 대포알처럼 쏘아진, 30kg짜리 방패가 유미를 보고 침을 튀기며 악을 쓰는 놈의 머리통을 박살내고 날아갔다. 일순 링크가 끊겨 멈춘 방어구 입은 여자의 몸통에 꽂힌 방패는 힘을 잃지 않고 그대로 전진했다.

무식하게 밀고 들어오는 방패를 유미가 능숙하게 흘려 막았다. 쾅! 방패와 방패가 충돌하며 내가 던진 방패가 하늘위로 튕겨 올랐다 떨어졌다.

스펙을 맞고 페니와 싸우던 놈이 재빨리 도망치려고 했지만 유미가 던진 메이스에 몸통이 꿰뚫린 채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놈을 그대로 짓밟아 버리는 페니였다.

*

AWS를 제압하고 난 뒤에는 순식간에 정리됐다. 좀비들과 동면 좀비들은 중기관총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총을 들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실전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피해가 많지는 않았다.

“58명이 죽고 12명이 중상입니다. 중상자는 일주일을 넘기기 힘들어 보입니다.”

최필도가 말했다. 일주일이나 고통을 견디고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건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편히 보내주도록 하세요.”

“예.”

1425명 가운데 18명이 방벽 쪽에서 작업한 인원이었다. 18명 가운데 12명이 AWS임에도 60명 선에서 사상자가 그쳤다는 것은 천만다행이나 마찬가지였다. 놈들의 목적이 유미였기 때문에 일반인 희생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놈들이 유미를 노리는 이유가 뭘까?’

종구가 마지막에 유미를 통제했었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다. 빗치 자체를 정신지배 할 수 있다면 그 열화판인 AWS를 만들 리 없었다.

빗치만큼 강하면서 정신지배가 가능할지도 모르는 존재로 유미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유미를 노렸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에 겸사로 AWS의 실전 데이터를 얻으려고 했을 것이다.

AWS는 뭔가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타격조나 전문적인 전투요원을 링커로 삼았을 것이다. 맨 마지막에 방어구를 입은 여자와 함께 있던 놈을 제외하면 다른 놈들은 단순한 일반인 같았다.

“방벽 쪽에서 스파이가 들어온 것 같습니다.”

“크음-”

조장들이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막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아래 안전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적들의 시체는 어떻게 됐습니까?”

“지금 바로 수습하고 있습니다.”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와서 김경태에게 종이를 건네줬다.

“남자 일곱 명이라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시체는 남자 일곱에 여자 여섯이어야 합니다.”

링크가 끊긴 여자들은 일단 유미를 시켜 펜트하우스로 옮겼다.

“시체가 빕니다.”

“예?”

“남자 시체는 넷, 여자 시신도... 넷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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