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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 DUST-100화 (100/261)

조짐 (1)

쿠워어어어어

좀비들의 소리가 조금 변한 것 같았다. 전부가 아니라 맨 앞에서 경보를 하는 것처럼 달려드는 한 놈이 특이했다.

“변종?”

아니... 변종은 아니었다. 일반좀비 같은데. 뭔가 미묘한 놈이었다. 마치 다른 놈들을 이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명령을 내린다고 하기보다는 소리로 방향을 알리는 것 같았다.

“변이?”

아더스 사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변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맨홀 변종을 처리하면서 흩어진 좀비들을 생존자들과 약탈자들이 많이 죽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방에 흩어진 시체들을 다른 좀비들이 먹었다면?

지하실에서 경험했던 바에 의하면, 동족을 먹은 좀비들의 동작이 매우 빨라졌었다. 당시에는 먹었기 때문에 그냥 빨라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면?

지금 남아있는 두 명의 생존자를 향해 달려드는 저 특이한 놈이 변이된 거라면 위험했다. 이제 막 좀비가 된 것처럼 폭발적으로 달려드는 놈이었다.

일반좀비라고 하더라도 완력은 스펙을 맞은 사람과 비슷할 정도로 강했다. 느려도 완력과 내구력이 강한 일반좀비였는데, 저렇게 빨리 움직인다면 좋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갑자기 달려드는 좀비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황씨 아저씨! 안에 물이 가득 찼어요.”

국지성 호우로 인해 하수가 가득한 맨홀로 도망치는 것은 무리였다.

“그쪽에 좀비는?”

“앞쪽에는 아직 없어요.”

“그럼 어서 가.”

20대 남자가 시체들에게서 뭔가를 챙겼다.

“시체는 포기해.”

“유품이라도...”

“죽고 싶어? 현상이나 부축해.”

40대 남자가 20대 청년에게 윽박질렀다. 20대 청년은 주섬주섬 유품을 챙긴 뒤, 다친 사내를 부축했다.

업어서 움직이는 게 빨랐지만 부상자의 가슴팍에 두 발이나 꽂혀있기 때문에 업을 수 없었다. 20대가 부상자를 부축하고 이동하는 동안, 40대는 달려드는 변이좀비의 머리통을 쐈다.

탕! 탕! 탕!

팅~

클립이 튀는 소리를 보니 M-1 개런드 소총으로 보였다. 너무 낡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래도 대구경이라서 그런지 저지력은 좋아 보였다.

일반 좀비였다면 충분히 죽일 수 있는 화력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변이된 좀비는 달랐다. 크게 뚫린 7.62*63탄에 맞은 흔적이 서서히 아물고 있었다.

“뭐야 저건? 변종? 변종이 왜?”

“어? 어? 황씨 아저씨... 저거... 총이...”

생존자들도 당황했는지 우왕좌왕했다.

“이봐! 이쪽으로!”

내가 몸을 숨기고 있던 빌딩으로 부르자 정신을 놓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사람들이었다. 놈의 뒤를 따라 맹렬하게 몰려들던 좀비들은 중간에 널려있는 시체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다행이었다. 처음 총에 맞고 쓰려졌던 약탈자는 죽지 않았는지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렀지만, 살과 뼈가 씹히는 소리와 함께 곧 침묵했다.

와그작- 우적-

찌이익- 꾸직-

기괴한 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늦게 온 좀비들은 눈에서 광망을 뿜어내며 포효하자, 상처가 재생된 변이 좀비가 몸을 일으키며 흉성을 터뜨려 화답했다.

쿼어어어어.

변종만큼은 아니더라도 재생력을 갖추고 있었다. 변종을 먹기라도 한 건가? 변종뿐 아니라 일반 좀비들도 섭식 진화를 한다고? 저런 놈이 더 있다면 피곤했다.

골목에서는 꾸역꾸역 밀려 나오는 좀비들이었다. 대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하나둘 모이고 있었다. 그 맨 앞에서 생존자들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는 변이체. 분명히 시력도 일반좀비들보다 좋아진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생존자들이나 약탈자들이 저놈을 죽여 놓고 시체처리를 하지 않으면 저놈을 먹고 몇 마리가 연쇄 변이를 일으킬지 몰랐다.

25kg짜리 둔기와 수연이 차고 있던 쿠크리 대검을 양손에 들었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쇼! 저놈을 처리하고 갈 테니.”

“엇?”

“이봐!”

내가 스쳐 지나가자. 생존자들이 깜짝 놀라 나를 불렀다.

“저 사람이... 너는 현상이를 데리고 빨리 가!”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개런드 소총에 8발 클립을 밀어 넣으며 엄호하겠다고 나섰다.

크르르르륵.

놈의 소리는 다른 좀비들과 달랐다. 그렇다고 변종으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어설펐다. 이런 놈이 빗치나 변종의 시체까지 먹게 된다면?

크아!

동면좀비처럼 일순간에 폭발하듯 달려드는 놈이었다. 동면좀비보다 훨씬 빠른 속도. 하지만 이 정도는 한 걸음 빗겨 걸으며 25kg 둔기를 안면에 꽂았다.

콰직! 코뼈와 이빨 턱이 한 번에 부서지는 느낌. 손끝에 걸린 묵직한 타격감. 하지만 일반좀비였으면 한 방에 머리통이 산산 조각났을 법한 충격에도 고작 안면함몰로 끝났다.

그렇단 거지? 힘을 좀 더 줘볼까? 그 순간 총성이 울렸다. 탕! 일어나려던 변이좀비가 풀썩 주저앉았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연속해서 틀어박히는 총탄.

탕!

탕!

굵직한 개런드 소총탄이 변이좀비의 몸통에 틀어박혔지만, 놈은 비척대며 일어섰다.

“거기 아저씨 총 그만 쏘죠! 근처 좀비들 다 부르겠네.”

“그 놈 그냥 두고 어서 빠지게.”

“저쪽 정문 열린 빌딩 보이죠? 그리고 가십쇼.”

“이 사람이 정말...”

어느 정도 강한 놈인지 확인했으니... 조단을 흉내 내는 것처럼 점프를 하며 둔기를 수직으로 내려찍었다. 수직으로 떨어진 둔기가 놈의 머리통을 U자로 푹 꺼트리며 쑥 들어갔다.

역시... 머리통이 터지지 않고 U자로 쑥 함몰되다니. 수직으로 떨어진 힘을 그대로 원운동으로 전환해 쿠크리 검에 힘을 실었다. 부확-소리가 날 정도로 급가속한 쿠크리 검이 좀비의 목에 콱 박혔다.

스스슥-근육이 잘리는 느낌- 크득- 목뼈가 걸리는 감각-콰직!- 목뼈가 잘리며 U자로 가운데가 푹 함몰된 머리통이 허공으로 휙 떠올랐다.

“자... 자네...”

단 한 방에 변이좀비의 목을 잘라 버리자. 40대 남자가 놀란 눈동자로 날 쳐다봤다.

“뭐하고 있습니까? 빨리 가라니까!”

배낭에서 휘발유병을 꺼내 시체에 뿌리고 불을 붙였다. 화르륵! 소리와 함께 시체가 불타올랐다.

우어어어어

그워어어어

일반좀비들이 불타는 시체를 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시체를 먹어서인지 확실히 움직임이 좋아진 일반 좀비였다. 그리고 바글바글 모인 좀비들 가운데 또 한 마리 변이좀비로 보이는 놈이 있었다.

“또 있었나?”

순식간에 200마리가 넘게 몰려든 좀비들 사이로 변이좀비 하나가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스펙을 쓰면 순식간에 잡을 수 있겠지만. 중화제는 주사기 하나, 횟수로는 3회 분량 밖에 없었다. 지금 쓰기엔 아까웠다.

뒤를 돌아보니 부상자를 데리고 빌딩 안으로 들어간 것이 보였다.

‘좋아.’

“어이 배고프냐? 이리 와라!!”

뒤돌아서 도망치자. 일반좀비와는 달리 확실히 반응하는 변이좀비였다. 빌딩으로 달려가 드르륵-셔터를 내렸다.

쿼어어어억!

놈의 지휘라도 받는 것처럼 일반좀비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좀비들의 완력에 의해 셔터가 출렁거렸다. 파이프 형태의 셔터를 휘고 잡아 뜯기 시작하는 좀비들.

콰지지직!-

쾅!

셔터가 우그러지며 두꺼운 강화유리에 금이 쩍-갔다.

“뭐가...”

두 사람은 좀비들의 육탄 돌격에 놀랐는지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버렸다. 배낭에서 휘발유병을 꺼내 좀비들에게 뿌렸다. 좀비들은 휘발유가 뿌려지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스테인리스로 된 셔터를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여긴 막혔잖아.”

“빌딩으로 들어가라며? 이봐 당신 뭐하고 있는 거야? 왜 여기로 오라고 했어?”

40대도 20대도 금방이라도 셔터를 찢고 난입할 것 같은 좀비들을 보고 패닉에 빠졌다.

“쯧- 비상계단으로 올라가!”

부상당한 사람이 패닉에 빠진 두 사람의 팔을 잡아당겼다.

“으윽- 어서.”

생존자들은 화살에 맞은 사람을 부축해 비상구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셔터가 우그러지고 강화유리가 폭발하듯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남은 휘발유통을 모두 집어던지고 지포라이터에 불을 붙여 던졌다.

쿠워어어어억!

변이된 놈이 가장 앞에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놈의 발아래에 지포라이터가 떨어지면서 후화아아악!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다.

놈은 불이 붙은 채로 셔터를 잡아 찢고 달려들었다.

비상구를 닫고 힘으로 손잡이를 잡아 뽑아버렸다. 거의 동시에 달려드는 불타는 좀비들...

쾅-! 콰직!

금속으로 된 방화문이 움푹 불쑥 자국이 났다. 몇 번이나 두들겨 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서히 달궈지기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하고 있어? 올라가!”

5층까지 올라가고 나서야 한 숨을 돌리는 생존자들이었다.

“허억-후우- 감사-후-합니다.”

“고... 고맙네...”

“크으윽-”

양궁 화살에 두 발이나 맞은 남자가 신음을 했다.

“이대로는 움직이기 힘들어. 화살을 뽑아야겠어.”

40대 남자가 부상자에게 박힌 화살을 뽑고 지혈을 시키려고 했다. 40대 남자를 말렸다.

“이대로 뽑는 건 위험합니다. 화살촉을 뭐로 썼는지도 모르고. 일단 아는 의사가 있는 곳이 있으니 그쪽으로 갑시다.”

사냥용 화살촉을 썼다면 안에서도 계속 출혈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잡아 뽑거나 건드리면 더 위험했다. 잘 모를 때는 의사에게 보이는 게 맞았다. 설령 피부과 의사라고 하더라도 의사는 의사였으니까. 자연스럽게 종구와 연결할 수 있게 됐다.

*

딸각- 화살촉이 뽑히고 깨끗하게 봉합이 됐다. 피부과라 그런지 흉터가 적게 생기도록 꼼꼼하게 봉합하는 종구였다.

“장기가 손상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사제로 화살촉을 만들었는데 건드리지 않고 와서 환자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뽑았으면 위험할 뻔 했습니다.”

스킨종구가 외과전문의처럼 근엄한 표정으로 설명을 했다. 두 생존자들은 나에게고 감사인사를 했고. 종구에게 머리를 숙여 거듭 고맙다고 말했다.

한의사가 부상자의 환부에 고약 비슷한 것을 붙여주고 한약을 먹였다.

“양한방 협진이라니 참 보기 드문 광경이네.”

내가 한의사가 부상자에게 처지를 하는 보고 중얼거리자 피부종구가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큭- 그렇지... 그래도 저 양반 실력은 진짜배기니까.”

“양의사가 한의사 실력을 진짜배기라고 하다니 너 의외로 괜찮은 놈인가 보다.”

“무슨 헛소리야. 그리고 양의건 한의건 환자 치료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거 양한방 협진 같은 거 함부로 못 하는 거 아니었냐?”

"양방이고 한방이고 할 수 있으면 다 해봐야지. 초기에 대응만 잘하면 죽을 사람도 살린다. 아오. 생각만 하면 확 뒤집히네.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했으면 이 꼴은 나지 않았을 텐데. 아오...”

종구가 인상을 팍-썼다.

“됐다. 이미 지난 일인데... 공기감염이었으면 어쩔 수 없었을 거다.”

당시에는 폭력사태가 급증한다고만 생각했었다. 사태가 이렇게 될 것이라 누가 생각했겠는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흥- 웃기는 소리 초기에 제대로 대응했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어. 간보고 시간 끌다가 이 꼴이 된 거지. 크큭- 썩을 놈들... 감기 걸리면 눈 돌아가디? 사람들이 미쳐 날뛰는 데 그냥 괴질? 빌어먹을 새끼들... 큭... 처음에 하는 짓 보고 이럴 줄 알았다니까.”

신랄하게 까대는 종구였다.

“야. 바이러스가 급속 진화하는 경우도 있냐?”

“있지. 하지만 인간도 만만한 생명체는 아니라서 말이야. 견디면 살아남거든. 면역이라는 게 그렇게 약한 게 아니라고.”

맨 처음에 벌어졌던 사건은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었다. 공기 중으로 진화인자, 변이인자를 가진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면? 생각이 복잡해졌다.

내 심각한 표정을 보곤 종구가 피식-웃으며 화제를 바꿨다.

“그 이야긴 됐고. 생존자 그룹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저 사람들이야? 숫자는 몇이나 된다고 해? 약탈자들에게 당한 거 보니까 약한 그룹인 것 같은데. 저 사람들 하는 짓을 보니까 위태해 보이는 게 저쪽으로는 가고 싶지 않은데.”

빌딩에 있던 사람들이 새로 옮긴 장소는 안온했다. 말이 모텔이지 무슨 테마 모텔인가 그런 곳이라서 상당히 시설이 좋았다. 역시 돈 좀 있는 지역에 있는 모텔은 말만 모텔이지 호텔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스킨종구는 이곳이 마음에 든 듯했다. 그리고 종구의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빌딩에서는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해했던 여자들인데 옮기고 나서는 상당히 많이 좋아졌다. 역시 정신적 충격이 있었던 것 같았다.

“내 여자들 상태도 이제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불안한 곳에 가면 다시 도질 거란 말이지.”

“여기도 마냥 좋고 안전한 건 아니란 말이지. 내가 도와줄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하려고?”

작게 한숨을 쉰 종구가 종이에 적으며 질문을 계속했다.

“그래서 저쪽은 전부 몇 명인데?”

“일단 저쪽은 63명이 모였다고 하는데... 3명이 죽었으니까 이제 60명 그룹이군.”

“60명... 60명이라...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다고 잡고... 물은 1L씩 소비하면 60L가 소비되는 상황에... 하루 칼로리를 평균 잡아 1800kcal 정도만 소모한다고 하더라도. 젠장...”

“......”

“거기에 이쪽 8명이가면 68명이네. 하- 좋아. 그렇다고 치고 성비는? 나이는?”

종구는 뭔가를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절래 흔들고는 계속 물었다.

“성비가 조금 문제더라고. 나이도 마찬가지고. 처음에 비해 계속 남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네.”

“끙- 지금 여기도 저 양반하고 나 이렇게 둘만 남자고 여섯이 여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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