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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191화 (19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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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호의 깊은 상념은 그렇게 깊어만 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성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운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 내가 알고 있는 운기법은 전체가 아닌 일부만 가지고 하였던 것이구나.”

    성호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운기법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게 되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약식으로 운기를 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자기의 기운을 모두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성호는 운기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자 머릿속이 환해지며 크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이로서 성호는 다시 한 번 성장을 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제는 자신의 몸에 있는 모든 기운을 사용할 수가 있는 방법을 찾게 되어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운기에 대해 너무 생각이 없이 하고 있어서 내 자신의 기운도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었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용을 하지 못하는 바보가 바로 나였네.”

    성호는 한편으로 기쁘면서 한편으로 조금 기분이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은 그동안 상당히 머리도 좋아졌기에 똑똑하다고 자부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였다.

    “이제라도 방법을 찾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앞으로는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가 있게 되었으니 그나마 나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자.”

    성호는 좋게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의 행운을 느끼기로 하였다.

    성호의 몸은 지금 온몸이 단전화가 되어 있어서 어지간하면 기운이 딸리는 일은 없을 정도였다.

    이제는 그 기운을 모두 사용할 수가 있게 되었지만 성호가 모르는 것이 많은 기운을 사용하게 되면 성호의 몸에서 하얀 빛이 생기게 되어 주변의 사람들이 금방 눈치를 챌 수가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성호도 알게 되겠지만 남의 눈에 보여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도 있는 문제였다.

    내기를 사용하는 무인이라면 몰라도 일반인에게는 성호의 그런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성호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상당히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이구, 이거 시간이 많이 지났네. 슬슬 나가봐야겠다.”

    성호는 그렇게 중얼 거리면서 명상실을 나가게 되었다.

    어차피 자신은 가운만 입고 일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문제는 없었다.

    성호는 명상실을 나와 바로 특실로 올라갔다.

    특실에는 김 박사가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하고 간호를 하고 있었는지 얼굴에 피로가 가득남아 있었다.

    “김 박사님, 간호를 하시는 분이 없으시면 저희 병원에서 간병인을 불러 드릴 까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이렇게 혼자 간호를 하실 수는 없잖습니까?”

    성호는 김 박사의 나이를 생각하여 하는 말이었다.

    “허허허, 매일은 못해도 지금은 아내의 곁에 남아 있고 싶어 그러니 이해를 하세요.”

    김 박사의 말에 성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남의 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자신이 개입을 할 수는 없어서였다.

    “그러면 알아서 하시고요. 환자분은 어제 잘 주무셨습니까?”

    “아내가 어제처럼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자는 모습은 최근에 처음 보았습니다. 아주 편하게 자고 있어요.”

    성호는 김 박사의 말에 잠시 환자의 곁으로 가서 진맥을 하려고 손을 잡았다.

    “으으음...”

    성호가 손을 잡으니 환자가 정신이 돌아오는지 신음을 흘렸다.

    “여..보 정신이 드는 거요?”

    김 박사는 환자의 신음소리에 안색이 변하여 아내의 옆으로 왔다.

    “아직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할 겁니다. 우선 진맥을 해보고 이야기를 하지요.”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진맥을 하였다.

    환자의 상태는 어제와는 다르게 조금씩 회복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완전한 회복은 힘들었는데 이는 환자가 노환이기 때문에 완전하게 치료를 할 방법이 없었다.

    성호는 천천히 손을 놓고는 김 박사를 보았다.

    “어제 제가 말한대로 조금 있으면 정신을 차리실 겁니다. 하지만 어제도 이야기를 드렸지만 환자분의 상태는 병이 원인이 아니라 노환이기 때문에 완전한 치료를 없습니다. 아직 현대 과학이나 한의학에서도 노환을 치료할 수는 없어서 완전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김 박사도 아내의 병명이 노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포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성호를 만나 약간의 시간이라도 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김 선생님이 이 정도라도 해주었으니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정신을 차린 아내와 대화를 할 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저는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 박사는 눈에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평생을 함께 한 사람과 마지막을 같이 보내고 싶은 심정을 성호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그러면 환자분이 정신을 차리시면 바로 간호실로 연락을 주세요. 그 때 다시 진맥을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성호는 김 박사의 대답을 듣고는 조용히 나갔다.

    두 분에게 함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주고 싶어서였다.

    성호는 진료실로 와서 오늘 예약이 되어 있는 서류를 보았다.

    다른 한의사들과는 다르게 성호는 항상 예약을 한 환자만 진료를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모든 진료가 거의 차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성호가 바쁘다는 이야기였다.

    진료실에 서류를 보고 있으니 김 간호사가 출근을 하여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성호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머나, 선생님 언제 출근하신 거에요?”

    “하하하, 어제 갑자기 입원한 환자가 있어서 병원에서 잤습니다. 미안하지만 아침 커피 한잔 부탁할게요.”

    김 간호사는 성호가 어제 병원에서 잤다는 소리에 급하고 중요한 환자라고 생각이 들었다.

    세기에서는 성호의 위치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급해도 어느 정도는 시간을 주었는데 갑자기 어제 입원을 했다고 하니 그만큼 비중이 있는 환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네에, 선생님 고생 하셨는데 제가 아주 맛있는 커피로 타서 가지고 올게요.”

    김 간호사는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성호는 하루의 일과를 커피로 시작을 하고 있었다.

    김 간호사에게는 이제 일상생활이었기에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성호는 진료를 시작했고 오늘은 예약 손님이 그리 까다로운 분들이 없어서 힘들지는 않았다.

    그렇게 있다가 성호에게 특실의 환자가 깨어났다는 연락이 왔다.

    “김 선생님 특실에 계시는 환자분이 일어 나셨다고 하네요.”

    김 간호사가 전해주는 말에 성호는 담담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알았어요. 이분 진료를 마치면 다음 진료를 하는 시간을 길게 잡아 주세요.”

    김 간호사는 특실로 가겠다는 이야기를 금방 알아들었다.

    “네에, 선생님.”

    성호는 진료를 마치고는 바로 특실로 갔다.

    “어서 오세요. 김 선생님.”

    김 박사는 성호가 오자 가장 반가움 목소리로 맞이해 주었다.

    특실에는 이제 정신을 차린 김 박사의 아내가 눈을 뜨고 있었다.

    “안녕 하세요. 환자분을 진료한 김 성호라고 합니다.”

    성호는 인사를 하며 환자에게 다가갔다.

    김 박사의 아내는 성호가 다가와도 그저 눈만 꿈뻑이고 있었는데 아직은 말을 할 힘이 없어 그런 모양이었다.

    성호는 그런 환자를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어 주었다.

    “자, 이제 상태가 어떠신지 한 번 볼까요?”

    성호는 그러면서 환자의 맥을 잡으려고 하였다.

    김 박사의 아내는 그런 성호를 보며 약간 움찔하는 동작을 보였지만 이내 포기를 하였는지 그냥 가만히 있었다.

    성호는 환자의 맥을 잡으면서 지금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였다.

    특별하게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환자가 살려고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성호였다.

    무슨 일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환자의 상태는 호전을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본인의 의지가 보이지가 않아 이상하게 생각이 들었다.

    “음, 지금 환자분의 몸이 전과는 다르게 많이 좋아 졌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환자분의 의지가 났겠다는 의지가 아직은 부족하네요.”

    성호의 말에 김 박사는 움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부부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성호도 느낄 수가 있었다.

    김 박사의 행동을 보면 부부간의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는 성호였다.

    “김 박사님 환자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살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런 생각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의술이 있어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환자분에게 그 점을 말씀해 주세요.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것 같으니 김 박사님이 그 부분은 해결을 해주세요.”

    성호는 부부간의 문제는 알아서 해결을 하라는 말이었다.

    자신이 개입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지금은 두 사람만의 시간을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조용히 나갔다.

    김 박사는 성호가 나가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아내를 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는 정말 미안하오. 당신을 속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오.”

    김 박사는 아내에게 무언가 죄를 지었는지 잘못을 시인하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김 박사의 아내의 눈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김 박사는 그런 아내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닦아 주며 아주 찹찹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김 박사가 아내에게 무언가 잘못을 한 것으로 보였다.

    김 박사의 아내는 안쓰러운 눈빛을 하고는 김 박사를 보았다.

    “우리가 함께 한 세월이 어언 사십년의 시간이 되어 가네요. 그동안 살면서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었는지를 알고 있어요. 그런 당신에게 배신감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그런지 다른 이들 보다는 더욱 감정이 상한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죽음이 다가오니 제가 잘 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어차피 핏줄이 없는데 늘그막에 핏줄이 생겼으니 더욱 좋은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내가 하는 말을 듣고만 있던 김 박사의 눈에 약간이나마 기쁨이 스쳐가고 있었다.

    김 박사는 아내 몰래 과거에 한 여자를 만나 관계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 때 관계를 가진 여인이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여인은 김 박사를 찾지 않고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여인이 병에 걸려 죽음이 임박하자 아이에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찾아가라는 유언을 남기게 되었고 청년이 된 김 박사의 아들은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김 박사를 찾아오게 되었다.

    “저는 김 태영이라고 합니다. 아버지.”

    김 박사는 자신의 아이라고 하면 나타난 청년을 보고는 상당히 놀라게 되었다.

    “어떻게?”

    자신과 판박이로 생긴 청년을 보는 순간 자신의 자식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청년은 놀란 김 박사에게 자신이 어떻게 찾아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하였다.

    한참의 이야기를 들은 김 박사는 과거의 여인이었던 청년의 어머니를 생각하게 되었고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김 박사는 아직 확실하게 확인이 되지 않았기에 청년과 유전자 검사를 하였고 검사 결과가 자신의 자식이라는 판정을 받았기에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아직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시간을 끈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일이 아니었기에 김 박사는 아내에게 그 사실을 모두 실토하고 말았다.

    그 후는 아내가 실신을 하였고 지금과 같이 병이 생기게 되어 입원을 하게 되었고 자신과는 말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내가 자식을 인정하고 있으니 김 박사는 진심으로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고맙소. 정말 당신에게는 미안하오.”

    “아니에요. 제가 입원을 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는데 당신 때문에 평생을 마음고생을 하다가 죽은 사람이 무슨 죄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죄라고 하면 모두 당신이 무책임하게 버린 것이 죄지요.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여자는 죽으면서 우리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려고 아이를 보낸 것이라는 생각이 말이에요. 우리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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