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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성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드드드
“누구지?”
성호는 모르는 번호라 일단을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 하십니까. 경진 대학교 동문회의 총무를 보고 있는 07학번의 진 태성이라고 합니다. 선배님.”
성호는 갑자기 걸려온 전화였지만 일단 동문회라고 하니 우선은 받아 주기로 했다.
전 같았으면 그냥 끊어 버렸겠지만 대환과 이야기를 하고 나서는 연락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입니까?”
성호는 반말로 답하려고 하다가 그래도 초면이라는 생각에 정중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총무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잠시 후에 답변을 하였다.
아마도 성호가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동문회가 열리게 되어 이번만큼은 참석을 해주셨으면 해서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날짜가 언제인가요?”
성호의 답변에 총무는 바로 밝은 목소리로 답변을 했다.
“예, 이번 주 토요일에 하기로 하였습니다. 장소는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금방 찾을 수가 있을 겁니다.”
아직 장소가 어디인지도 말하지 않으면서 금방 찾을 수가 있다는 것을 보니 아마도 그리 멀지 않은 곳 같았다.
성호는 동문회에서 받은 연락으로 가야 할지를 생각했고 결국은 가기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참석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연락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연락을 먼저 드려야지요. 선배님.”
상대가 선배라고 하자 성호도 더 이상은 존대를 할 필요가 없었다.
“선배라고 하니 내가 편하게 말할게. 이번 모임에는 참석을 하는데 오는 사람들을 알 수가 있을까?”
“선배님과 같은 학번인 분들이 이번 모임에 많이 참석을 하시기로 하였습니다.
성호는 그 말에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학교를 다닐 때 자신이 상당히 무시를 당하고 있었던 기억이 그대로 나서였다.
과연 그놈들이 모두 나올지는 모르지만 만약에 나오게 되면 이번에는 놈들에게 빛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였다.
“그거 듣던 중에 아주 반가운 소리네. 모임에 대한 것은 문자로 보내는 건가?”
“예 일차적으로 그렇게 하고 바로 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았으니 문자로 보내줘.”
“예, 선배님.”
총무는 이번 모임에 성호가 참석을 한다고 하자 기분이 좋은지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연락을 해도 받지도 않았던 선배였는데 이번에는 모임에도 참석을 한다고 하니 자신의 공으로 느껴져서 자랑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통화를 마치고 성호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지만 총무는 아주 기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상반된 미소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성호는 철호를 만나고 나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결국은 병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나 정말 세상 힘들게 살았다는 생각이 드네. 어떻게 아는 사람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지?”
성호는 자신이 생각해도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같은 한의사들도 만나고 하는데 자신은 그런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병원에 돌아온 성호를 가장 반겨 주는 사람은 바로 김 간호사였다.
“어머 선생님 환자분들이 난리가 났어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성호는 자신 때문에 난리가 났다고 하자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을 하였다.
“호호호, 선생님이 진료를 하지 않으니 그렇지요.”
김 간호사는 성호의 환자들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다른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보다는 성호에게 받기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단골이라는 말이었다.
성호의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이상하게 조금만 이상이 와도 바로 성호에게 왔는데 크게 이상이 없는데도 성호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 환자분들을 진료하지 못하니 그렇게 처리를 해주세요. 김 간호사.”
김 간호사도 이미 박 원장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바로 대답을 했다.
“알겠어요. 선생님.”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박 원장에게 갔다.
성호가 진료실에 도착을 하였지만 지금 박 원장도 환자를 진료하고 있어서 바로 만날 수는 없었다.
아마도 성호가 빠지니 박 원장에게 환자들이 몰린 것 같았다.
성호는 그런 사정을 알기에 입가에 고소를 지었다.
‘우리 원장님 나를 원망 많이 하시겠네.’
성호는 박 원장이 바쁜 것을 보고는 조용히 빠져 나갔다.
막상 밖으로 나온 성호는 갈 곳이 없었다.
성호는 자신의 전화번호부를 모두 뒤져 겨우 찾은 것이 학창시절에 유일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친구였다.
“나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야? 어떻게 같은 동종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아는 사람이 없냐?”
성호는 정말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래도 참고 마지막 남은 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보고 성호는 친구도 지금 진료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민성아 나 성호다. 기억하냐?”
“이런 미친놈 이제야 전화를 하는 거냐?”
민성은 성호가 대학을 다닐 때 한참 친하게 지낸 친구였고 졸업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친구이기도 했다.
한 때는 둘이 도서관의 지킴이도 할 정도로 공부에 미쳐 있기도 했을 정도였다.
“미안하다. 그동안 일이 바빠서 연락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바빠도 전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 그리고 지금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말이야 그래도 내 동기인데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하면 나는 뭐가 되냐?”
민성은 성호에게 기분이 상해 있었는지 전화에 대고 따지고 있었다.
하기는 자신이라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성호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민성이 학교를 다닐 때에 자신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던 기억이 나자 성호는 그런 민성에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민성아 정말 미안하다. 내가 사과를 할게. 너를 생각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나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어서 그랬다.”
성호는 솔직하게 민성을 생각지 못했다고 실토를 하면 평생 친구에게 욕을 얻어먹을 것 같아 약간만 진실을 숨기고 사실을 실토하였다.
“그래도 전화를 하는 것을 보니 잊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무튼 전화는 고마웠고 어쩐 일로 유명인사께서 전화를 하신거야?”
“그만해라. 내가 잘못했으니 오늘 시간이 되면 함 보자. 내가 진하게 한잔 살게.”
결국 성호는 친구에게 술을 산다고 하며 사죄를 하고 말았다.
성호는 민성에게는 솔직히 백배 사죄를 해도 할 말이 없는 입장이었기에 스스로도 잘못은 인정하고 있었다.
민성은 성호가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조금은 마음이 풀린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오늘 한잔 시원하게 쏘면 내가 모든 것을 용서하마.”
“알았다. 오늘은 내가 책임지고 시원하게 한잔 쏠게.”
“정말로? 그러면 이쪽을 올거냐?”
“어디로 가면 되냐?”
성호는 민성에게 살살 빌면서 사정을 하고는 민성이 근무를 하는 곳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친구라고 생각하는 민성이 근무하는 곳도 몰랐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성호는 민성과 약속을 하고는 바로 친구인 민성이 근무를 하는 곳으로 이동을 하였다.
진심으로 민성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기에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민성을 위해 시간을 낼 생각이었다.
성호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민성이 근무하는 곳으로 도착을 하였다.
오늘은 성호에게 시간이 남았기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일 한의원에 도착한 성호는 바로 차를 주차 시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근무를 하는 친구인 민성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어서 오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안에는 아주 상냥하게 인사를 하는 간호사가 성호를 맞이 해주었다.
“예, 여기 김 민성 한의사를 만나러 왔습니다. 친구인 성호가 왔다고 하면 알 겁니다.”
“아, 얘기 들었어요. 지금 가시면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어디로 가면 되나요?”
“저기 보이는 문을 열고 안으로 가시면 진료실이 보일 거에요.”
성호는 대답을 듣고는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성호는 안에는 덥수룩한 얼굴을 하고 있는 민성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민성도 성호가 들어오자 놀란 얼굴을 하며 성호를 보았다.
“어? 빨리도 왔다. 무슨 총알택시를 타고 온 거냐?”
“지랄을 해요. 너 보고 싶어서 속력을 냈다.”
“하하하. 잘 했다. 지금 나가자.”
민성은 병원에 그리 애착이 없는지 바로 나가자고 하였다.
“아직 끝날 시간이 아니잖아?”
“자식이, 그냥 나가면 된다. 우리 병원은 내가 나가면 마치게 되어 있어.”
성호는 그런 민성의 대답에 병원이 잘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은 아프지만 친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기에 그냥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성호는 병원을 나오면서 간호사들에게 준비한 선물들을 듬뿍 안겨 주고는 민성을 데리고 나왔다.
크게 돈이 들어가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물이라는 것이 타인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성호는 민성과 함께 가까운 곳에 있는 술집으로 가게 되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과거 학장시절의 분위기가 풍기는 것을 보고는 성호도 잠시지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였다.
“여기는 옛날 생각이 나는 곳이네?”
“어, 나도 그래서 자주 오는 거다.”
민성은 성호의 말에 바로 대답을 하며 웃어 주었다.
성호는 그런 민성을 보니 마음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과거 민성은 제법 잘 나가는 집안의 아들이었지만 자신 때문에 남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신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충돌도 많았던 친구가 바로 민성이었다.
성호는 그런 민성을 잊고 있었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미안하다. 친구야.’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말이었지만 성호는 민성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민성아, 병원이 많이 힘드냐?”
성호는 민성을 보며 솔직하게 물었다.
원장이라고 하는 놈이 이러고 살고 있는 것을 보니 대강 눈치는 챘지만 그래도 친구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그렇게 물은 것이다.
“자식 눈치 챘냐? 지금 망하기 일보직전이다. 그래도 우리 간호사들이 상냥해서 아직 유지는 하고 있지만 조만간에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
민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답답함을 느끼지 못할 성호가 아니었다.
성호는 친구인 민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도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받았으니 지금은 자신이 친구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민성아 내가 하는 이야기를 고깝게 듣지 말고 잘 생각해라. 나는 솔직히 학교 다닐 때 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너는 어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너의 병원이 어려우니 나도 도움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냐?”
성호는 진심으로 민성을 보며 그렇게 말을 했다.
민성도 성호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 성호가 하는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그냥 하는 소리인지를 구분할 정도는 되었다.
“고마운 말인데 지금 우리 병원은 솔직히 더 이상 가망이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나도 접으려고 하는 것이고 말이다.”
민성은 병원이 더 이상은 투자를 한다고 해서 가망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큰 병원이 주변에 생기고 있으니 힘든 것이었다.
환자들은 주변에 거대 병원이 생기니 작은 동네 병원을 오지않고 바로 큰 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렇게 되니 작은 병원들이 죽을 수 밖에 없었다.
성호는 아직 자신의 병원을 빼고는 잘 알고 있는 것이 없었기에 민성이 하는 이야기를 잘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