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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님 약을 달이고 전달은 어떻게 합니까? 아침에는 드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약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아니 약을 달이고 나서요. 아침부터 찾아가는 것이 결례인 것 같아서요.”
“하하하, 자네 참 재미있는 친구일세. 환자를 보는데 그냥 오면 되지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은가.”
정 상무의 시원한 대답에 성호는 멍해지는 기분이 갑자기 시원해지고 있었다.
‘나도 참 멍청하네. 아침에 결례를 생각하고 환자는 생각지 않고 있었네.’
성호가 그런 이유는 성호에게도 내심 재벌가의 집이라는 생각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의 회장님 댁이니 아침부터 찾아가는 것은 결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편하게 환자의 집을 방문한다고 생각했으면 간단한 문제였는데 자신은 잠재적으로 재벌이라는 의식을 하는 바람에 방문을 꺼려하고 있었다.
성호는 그런 자신을 보며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때달았다.
정 상무는 성호가 대답이 없자 다시 말했다.
“어이, 왜 말을 하지 않는가?”
성호는 정신을 차리고는 바로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랬습니다. 내일 아침에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남의 집을 아침부터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이렇게 허락을 받아 두면 아침부터 불상사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재벌이 사는 집은 경비가 삼엄하고 그런 경비들은 사전에 연락을 받지 않으면 오는 손님이라 해도 바로 출입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네가 직접 온다고 하는데 누가 거절을 하겠는가? 아침에 식사를 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니 최대한 빨리 오게. 여기 식사가 참 맛있으니 함께 아침을 먹자고.”
정 상무는 정 회장님의 집에 거주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은 놀러도 가고 자기도 해서 아침을 먹을 때가 많았다.
물론 아버지가 자고 가라는 지엄함 명령이 있을 때였지만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성호와 정 상무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한의원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성호는 차에서 내리며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정 상무는 성호가 급하게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참 급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저 친구처럼 환자를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거야? 저렇게 급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천생 한의사인데 말이야.’
정 상무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차를 집으로 가게 했다.
성호는 늦은 시간이라 한의원에 아무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안에는 아직도 불이 꺼져 있지 않아 이상한 생각에 불이 켜져 있는 곳으로 갔다.
그 안에는 다른 한의사들이 모여서 토의를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침술에 대한 말이었다.
“흠, 저렇게 열정적으로 하고 있으니 금방 배우겠네.”
성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탕약을 제조하기 위해 움직였다.
정 회장에게 맞는 탕약을 달이기 시작한 성호는 결국 밤을 꼬박 세고 말았다.
성호의 지론이 바로 탕약의 약효는 바로 정성이라는 것이라 최선을 다해 달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휴우, 이제 마쳤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닐까?”
성호는 시간을 보니 5시였기에 지금 찾아간다는 것은 너무 이른 것 같아 잠시 쉬었다가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약을 모두 박스에 담고 성호는 자신의 진료실이 아닌 명상실로 갔다.
한시간 정도는 운기를 하고 가려고 하였다.
몸이 피곤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피곤을 느꼈다.
성호는 명상실에서 운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대략 한시간 정도 지나자 성호는 눈을 떴다.
성호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주차장으로 가서 차에 탔다.
지금 출발을 하면 될 것 같아서였다.
성호가 도착한 정 회장의 저택은 상당한 크기였다.
입구에 도착한 성호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드드드
“김 선생 어딘가?”
“지금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아니 왔으면 벨을 누르지 그랬어?”
“차를 가지고 와서 그냥 전화를 하였습니다.”
정 상무는 입구에 도착했다는 말에 마음이 급해졌다.
“어, 지금 나갈게 기다리고 있게.”
정 상무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성호는 차를 주차시킬 곳을 확인했지만 눈에 보이지가 않았다.
아마도 안에 주차를 따로 시키는 모양이었다.
성호가 그러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면서 정 상무가 나왔다.
정 상무는 성호의 차를 보고는 이내 차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서는 문을 열고 안에 타고는 손에 들고 있는 리모콘을 눌렀다.
그러자 벽이 있는 곳이 자동으로 열리며 주차장이 보였다.
“들어가세. 주차를 시켜야 하니 말이야.”
“예, 상무님.”
성호는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성호와 정 상무는 거실로 들어가니 안에는 정 회장이 성호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김 선생 어서 오게. 이거 나 때문에 밤에 잠도 자지 못한 것 아닌가?”
“안 그래도 회장님 때문에 밤을 꼬박 세고 오는 길입니다. 그러니 약값을 많이 쳐주세요.”
성호의 말에 정 회장은 크게 웃었다.
“허허허, 김 선생이 밤을 세고 달인 약이니 당연히 많이 주어야지.”
정 회장도 성호의 말에 장단을 맞추어 주니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하지만 정 회장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그런 정 회장과 성호를 보며 놀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 회장이 저런 환한 웃음을 보여준 날이 이들에게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누구지? 한의사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저렇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할 정도야?”
정 회장의 손자이자 장손인 재계의 황태자 정 재민은 지금 상당히 놀라 그렇게 묻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다른 손자들이 모여 있었지만 그 질문에 답변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 선생 아직 식전이지 않나?”
“예, 저 지금 엄청 배가 고프니 밥을 많이 주셔야 합니다. 제가 보기 보다는 많이 먹습니다.”
“허허허, 걱정 말고 많이 드시게. 우리 집에 남는 것이 많으니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거네. 어서 가세.”
“예, 회장님.”
성호는 정 회장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을 하였다.
물론 그 뒤에는 정 상무가 따라 오고 있었다.
식당에 도착을 하자 성호는 가장 먼저 아주머니를 불렀다.
“저기 아주머니 사기로 만든 컵이 있으면 좀 주세요.”
아주머니는 회장님이 데리고 온 손님이라 바로 대답을 했다.
“예, 알았어요.”
아주머니는 바로 컵을 가지고 왔다.
성호는 컵에 자신이 들고 온 박스를 열고 안에 있는 약봉지를 한 개 꺼냈다.
그리고는 바로 뜯어 컵에 따랐다.
“회장님 처음 드시는 겁니다. 항상 식전에 드시고요. 저녁은 상관이 없으니 편하게 드세요. 아침은 식전이라는 것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성호는 강하게 정 회장을 보며 말했다.
“허허허, 김 선생의 지시이니 절대 어기는 일이 없을 거네. 내가 어제도 약속을 했지만 약속을 어기는 일은 없을 거네.”
성호의 말에 대답을 하는 정 회장의 답변은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었다.
감히 누구도 정 회장에게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런 말에 저런 대답을 하는 정 회장은 이들에게는 정말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게 하였다.
‘아니 우리 회장님이 맞아? 간밤에 바뀐 것 아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 바로 이거였다.
성호는 다른 이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고 약을 정 회장의 손에 쥐어 주었다.
정 회장은 성호가 주는 약을 단숨이 들이켰다.
“크윽, 도대체 무엇을 넣었는데 이렇게 쓴건가?”
“회장님 몸에 쓴 것이 약이 된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까. 약이 당연히 쓰지요. 한약중에 단 것은 없습니다.”
성호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냐는 듯한 얼굴을 하며 정 회장을 보고 있었다.
정 회장은 성호의 그런 모습을 보며 정말 좋아했다.
누구도 자신에게 이렇게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에 자신을 그저 평범한 노인으로 취급을 하는 성호를 만나게 되어 아주 기분이 유쾌하고 좋았다.
“허허허. 그렇지 약은 원래 쓰지. 내가 잊고 있었다네. 그런데 식전이라고 했으니 바로 식사를 할 수는 없는 건가?”
“원래는 30분 전에 드셔야 하지만 오늘은 제가 특별히 봐드리겠습니다.”
성호는 진짜로 봐주는 것처럼 행동을 하고 있었다.
정 회장은 성호의 그런 태도가 참 마음에 들었다.
저런 태도를 항상 유지하고 있는 성호를 보니 자신의 가족들을 보게 되었다.
지금 모여 있는 놈들은 죄다 배짱이 없어서 성호와 같은 행동을 하는 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때로는 야단을 맞을 수도 있지만 배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죄다 자신의 앞에서는 주눅들이 들어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잉, 못난 놈들.”
정 회장은 가족들을 보며 그렇게 짜증을 냈다.
성호는 그런 정 회장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회장님 지금은 약을 드시는 중이니 어지간하면 화도 내시지 마세요. 짜증이 나도 참으시고요. 딱 한달만 그렇게 하세요. 아시겠지요?”
성호는 정말 그렇게 해달라고 하고 있었다.
약을 먹으면서 성질을 부리면 그만큼 약효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성호를 보니 절로 얼굴이 펴졌다.
“김 선생이 하는 말이니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 보겠네.”
“예, 그럼 저는 회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그런데 밥은 언제 주나요?”
성호는 진짜 배가 고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정 상무는 성호의 넉살에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감히 한국그룹의 회장의 앞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인간은 아마도 성호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도대체 저 친구는 무서운 것이 있을까?’
정 상무는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 회장은 성호가 배가 거픈 표정을 짓자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지며 주방을 보며 말했다.
“전주댁, 식사를 내오게.”
“예, 회장님.”
정 회장은 가족들 보다는 성호가 더 정이 가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지금 모두가 멍한 상태로 성호를 보고만 있었다.
하기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호는 정 회장의 가족들에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었다.
성호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정 회장의 가족들은 성호를 무시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는 정 회장이 특별한 말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중에 만약에 김 선생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우리 족보에서 아주 파버릴 것이니 나를 대하는 것처럼 아주 정중하게 김 선생을 대하도록 해라.”
정 회장의 발언에 가족들은 바로 답변이 없었다.
정 회장의 발언은 이들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족들의 태도에 정 회장은 버럭 화를 냈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아닙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할아버지.”
집에서는 회사의 호칭이 아닌 가족들 간의 호칭을 사용하라는 지시로 집에서는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그런 지시를 내린 정 회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성호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한의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회장님의 밝은 표정을 보니 탕약을 달여 드린 보람이 있네.”
성호는 정 회장을 생각하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 지웅 회장이라는 이름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결국 자신에게는 한명의 사람이었고 막상 이야기를 해보니 그저 편한 할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성호는 그런 정 회장을 아주 편하게 대할 수가 있었다.
남들은 모르지만 자신은 그저 편한 할아버지 같았다.
성호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현실에서 정 회장에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성호와는 달랐지만 말이다.
세기 한의원은 오늘도 매우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성호도 바쁘게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김 간호사는 다음 환자에 대한 차트를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 탁자에 두었다.
"환자분은 평소에 건강을 좀 더 생각을 하세요. 오늘은 침을 맞고 약을 타서 드시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