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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95화 (9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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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호는 한참의 시간을 침을 놓았고 모든 침을 놓고 나서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앞으로 십분 후에 침을 뽑아야 하니 그동안 눈을 감고 계세요.”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정 상무는 성호가 치료를 하는 동안 말도 없이 그냥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침을 놓는 성호에게서 성스러운 느낌을 받고 있었다.

    ‘사람이 치료를 하는 것에 집중을 하면 저런 성스러운 느낌을 줄 수도 있네?’

    정 상무는 전에도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기에 오늘도 성호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정 회장은 침을 맞으면서 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도 무수히 많은 침을 맞았지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침은 처음이었다.

    ‘허허허, 김 선생은 정말 아들의 말대로 신의란 말인가?’

    정 회장은 아들의 말을 들으며 아들이 직접 신의라고 한 말이 생각이 나서 하는 생각이었다.

    지금 자신이 침을 맞으면서 이런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호는 신의라는 소리를 들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이 드는 정 회장이었다.

    성호는 십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바로 침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침을 모두 수거한 성호는 정 회장을 보며 말했다.

    “회장님 이번에는 추나술이라고 하는 지압입니다.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지만 침을 맞고 지압을 받으면 효과가 더욱 좋으니 시작하겠습니다.”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추나술을 펼쳤다.

    성호의 손이 예술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손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정 회장의 입에서 신음이 나오고 있었다.

    “윽!”

    “억!”

    “흑!”

    정 회장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하였지만 저절로 나오는 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성호는 그런 정 회장의 소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지압을 해나갔다.

    약 십분의 시간이 지나자 성호는 마지막으로 지압을 하고는 손을 멈추었다.

    “이제 끝났습니다. 어떠세요?”

    성호는 지압을 마치고 정 회장에게 물었다.

    정 회장은 태어나서 이렇게 시원한 지압은 처음이었다.

    물론 성호가 침술을 놓고 나서 하는 지압이라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진심으로 성호에 대한 놀라움을 느끼고 있었다.

    저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어떻게 하든 성호와 인연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으면서도 놀라는데 더 이상 말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말이다.

    “김 선생 내가 오늘 인생 최고의 치료를 받았다는 생각이 드네. 자네는 정말 최고의 한의사라고 해주고 싶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자네처럼 신기한 치료를 하는 사람은 만난적이 없네.”

    정 회장은 원래 칭찬에 아주 인색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인색이 잠시 출장을 갔는지 성호를 보며 칭찬이 아니라 그 이상의 말을 마구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정 상무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마치 사람이 달라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지금 자신의 몸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생각하면 그 이상으로 말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성호가 산삼만 있으면 마지막 유언을 들을 수있게 해주겠다는 말을 무조건 믿게 되었다.

    저런 실력을 가진 성호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항상 답답하던 가슴이 지금은 마치 뻥 뚫린 것 같이 시원했고 몸에도 활력이 넘치는 것이 정 회장은 마치 회춘을 한 기분이었다.

    성호는 지금 정 회장이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기에 입을 열었다.

    “정 회장님 지금 당장은 몸이 활기를 찾으니 정상인 것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약을 드시지 않으면 며칠 후에는 다시 전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겁니다. 침술과 지압은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약을 드시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면 바로 버리시기 바랍니다. 침술도 한번은 통하지만 두 번은 그만큼 더 힘들기 때문입니다. 지금 회장님에게 한 침술은 이번에 제가 새로운 침술이라고 한의사들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 중에 가장 힘든 침술이었습니다. 그러니 두 번은 없다고 생각하시고 내일부터 탕약을 꾸준하게 하루 두 번은 드셔야 합니다. 그러면 한달 뒤에는 지금의 기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성호의 긴 연설에 정 회장은 금방 말귀를 알아들었다.

    그리고 정 회장도 성호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를 알기에 바로 대답을 했다.

    “알겠네. 자네의 말대로 한번은 쉽지만 두 번은 힘들다는 그 말 꼭 기억을 하고 약을 먹도록 하겠네. 한달만 먹으면 건강을 찾을 수가 있다고 하는데 당연히 해야지. 그리고 정말 고맙네. 앞으로 자네의 말이라면 어떤 말이라도 믿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정 회장의 눈속에는 강력한 신뢰의 빛이 돌고 있었다.

    이제는 아들의 말이 아니라도 진심으로 성호를 믿을 수가 있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성호는 그런 정 회장의 눈빛을 보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런 성호의 미소가 정 회장은 마치 신의 미소와도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있었다.

    ‘허허허, 의약계에 파란이 일어나겠어. 저 친구로 인해 한국의 미래는 걱정이 없겠네.’

    정 회장은 성호를 보며 앞날이 걱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성호는 엄청난 실력을 가졌다고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그런 침술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인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정 회장은 그런 큰 인물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아주 만족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내심 성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아보려고 하였다.

    ‘애들에게 지시를 내려야겠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말이야.’

    성호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것이 있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하여 해주고 싶은 것이 지금 정 회장의 마음이었다.

    그런 정 회장의 생각으로 인해 성호는 상당히 시달리게 되었지만 말이다.

    “회장님이 약속을 하셨으니 지키실 것이라고 믿겠습니다. 오늘 가서 약을 준비하여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성호는 정 회장의 탕약은 직접 달여 줄 생각이었다.

    “아니 이 시간이 약을 달인다는 말인가?”

    “예, 약재는 병원에 있으니 가서 제가 직접 달여 전해 드리겠습니다.”

    정 회장은 성호의 말에 진심으로 감동을 하였다.

    나이를 많은 늙은이지만 저런 말을 하는데 감동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허허, 자네가 늙은이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게 하는군 그래.”

    정 회장은 그렇게 말을 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정 상무는 빠르게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아버지에게 주었다.

    “아버지 여기요.”

    그래, 고맙다. 오늘은 진심으로 내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구나.“

    정 회장은 정 상무 때문에 성호를 만나게 되었기에 하는 소리였다.

    정 상무는 그런 아버지의 말에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에이 아버지는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정 상무의 그런 모습에 정 회장은 정말 오랜만에 아들을 보며 웃어 주었다.

    “허허허, 오늘은 우리 아들이 마음에 드는 구나.”

    정 회장은 정 상무를 보며 정말로 웃으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즐거운 분위기였다.

    성호는 그런 정 회장을 보며 참 인간적인 분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재계의 별이라는 분도 결국은 인간이고 저런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계시니 많은 분들이 저분을 따르는 것이겠지. 내가 배울 것은 바로 저런 면을 배워야한다.’

    성호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 선생 산삼을 구하면 바로 연락을 하도록 하겠네. 그런데 산삼을 구하면 약을 만드는데 얼마나 걸리는가?”

    “삼일간은 직접 달여야 합니다. 그 시간 동안은 아무도 접근을 하지 못하게 조용한 장소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약이 완성이 되는대로 바로 시침을 해야 하니 환자분과 멀어서도 안됩니다.”

    성호는 정색을 하고 대답을 했다.

    정 회장도 성호의 표정을 보고는 절로 긴장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성호에게 있어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정색을 하고 말을 하는 것이 버릇이었다.

    하지만 오늘 말하는 환자는 다른 일반 환자와는 다르게 정말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정 회장에게 확실하게 말을 해주고 있었다.

    자신이 침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약으로 잠시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에 시간이 되지 않으면 절대 성공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산삼의 약효를 성호는 치료의 힘을 이용하여 최대한 환자의 몸을 정상으로 돌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러면 약을 여기서 달여도 되는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회장님.”

    “다른 약재도 알려주면 내가 준비를 하겠네.”

    정 회장은 성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그리 말했지만 성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산삼은 몰라도 다른 약재는 그 성분이 달라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마시고 산삼을 구하는 것만 신경을 써주십시오. 하지만 백년이 넘어야 한다는 것을 꼭 지켜 주십시오. 백년이 되지 않으면 약효를 볼 수가 없고 이런 치료는 오직 딱 한번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성호는 비장한 얼굴을 하며 대답을 하였고 정 회장은 지금 성호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엄청 힘든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기는 죽어가는 사람을 잠시지만 살려낸다는 것이 보통의 일이겠는가 말이다.

    다른 한의사는 설사 산삼이 있어도 그런 일을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정 회장이었다.

    “알겠네. 자네의 말대로 꼭 기억을 하여 절대 실수가 없도록 하겠네.”

    한국 제일의 기업인 한국 그룹에서 총력을 기울여 구한다면 산삼도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한국그룹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산삼이 아무리 비싸도 구할 수가 있다고 보는 성호였다.

    성호는 정 회장과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는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차안에는 정 상무가 싱글벙글한 얼굴을 하며 성호를 보고 있었다.

    “김선생 오늘 말일세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를 따뜻한 눈으로 볼 수가 있었네. 모두 김 선생 덕분이라 정말 고마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정 상무는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저는 오늘 상무님 덕분에 사람 같은 분위기를 가진 가족을 볼 수 있어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피장파장이네요 하하하.”

    성호의 대답에 정 상무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성호를 보았다.

    “내가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잘 한 일이 있다면 아마도 자네를 알게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 이거는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네.”

    정 상무의 말에 성호는 내심 당황스러운 기분이었다.

    “아이고 상무님 어디 가서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 정말 매장 당하는 꼴을 보고 싶어 그러세요?”

    성호의 익살스러운 대답에 정 상무는 웃고만 있었다.

    어떤 보답을 바라고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면 치료를 하는 성호의 모습은 정말 성스러움을 가득 찼기에 정 상무는 진심으로 성호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줄 수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에게는 아들만 있어 이럴 때가 제일 아쉬운 정 상무였다.

    하지만 정 상무는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기에 속으로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성호를 조카에게 소개를 해주고 싶었다.

    ‘흐흐흐, 김 선생 자네는 무조건 내 조카사위가 되어야 하네. 이는 우리 아버지도 절대 반대가 없을 것을 내 장담하지.’

    정 상무의 음흉한 내심을 모르는 성호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약을 달이면 어떻게 보내야 하지?’

    약을 달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문제는 전해주는 것이 문제였다.

    새벽에 약을 달이는데 그 시간에 찾아 가는 것도 실례였기에 성호가 고민을 하는 것이다.

    성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정 상무를 보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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