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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91화 (9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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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겠습니다. 아무튼 생각이 정리가 되면 지연이와 만나야 하니 그때까지만 시간을 주십시오.”

    성호도 아직 확실하게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기에 우선은 시간을 가지고 다시 생각을 해볼 생각이었다.

    여자 문제로 질질 끌고 가는 것은 성호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철중과 성호는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헤어졌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벌게 된 성호는 한의원의 일에 매진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덧 이제 이사를 가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성호는 정말 바쁘게 움직였고 그동안 많은 한의사들이 성호에게 새로운 침술을 배우고 갔다.

    배움을 얻을 때는 모두 성호에 대한 감탄을 할 정도로 이들에게는 새로움을 선물해주었다.

    세기 한의원이 이사를 가서 새롭게 자리를 잡은 곳은 기존의 한의원과는 크기가 달랐다.

    상당한 크기의 한의원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장비들이 모두 새롭게 장만을 한 것들이라 이제는 제법 규모가 있는 그런 병원으로 자리를 잡을 수가 있게 되었다.

    현대식 장비가 사실 상당히 비싸기는 했지만 그런 장비가 있는 병원과 없는 병원은 솔직히 수준이 달라 보였다.

    세기 한의원도 이제 조금 성장을 하여 중급 규모의 병원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김 선생 이제 원장으로 있는 것이 좋지 않겠나? 남들도 자네가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말이야.”

    박 원장은 성호를 보며 말했다.

    “아직은 아니니 그냥 원장님이 계속 자리를 지켜주세요. 조금 더 커지면 그때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아직 제가 나이가 어리니 그런 자리에 있기가 조금 거북해서 그렇습니다.”

    성호는 변명처럼 그렇게 말을 했고 박 원장은 내심 원장이라는 자리에 더 있고 싶었는데 성호가 그렇게 말을 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당분간은 내가 그 자리에 있겠네. 하지만 여기는 자네의 병원이라는 것을 잊지 말게.”

    “예, 알고 있습니다. 이제 병원도 커졌으니 더욱 열심히 일을 해야지요.”

    “아, 그리고 이번에 침술을 배울 한의사들도 내일부터 나오기로 했다네. 우리가 고용한 한의사들도 내일부터 출근을 하라고 하였네.”

    “잘하셨습니다. 우리 한의사들이야 앞으로 고정으로 있는 분들이니 문제가 없지만 침술을 배우는 분들은 아니니 우선은 그분들이 불편하지 않게만 신경을 써주세요.”

    배움을 얻기는 하지만 그들도 한의사였고 실습을 한다고 하면서 결국 세기 한의원에 도움을 주고 있으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전에는 일주일에 다섯만 가르침을 줄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기 때문에 일주일의 시간을 교육하는데 이십여명의 사람에게 가르침을 줄 수가 있게 되었기에 성호도 매우 바쁘게 살아야 했다.

    세기 한의원에 교육을 받는 한의사들은 모두 병원의 크기에 놀란 얼굴을 하게 되었고 이런 곳에서 교육을 받게 되어 아주 만족한 얼굴들이었다.

    “오늘도 수고 하셨습니다.”

    “예, 고생 많았습니다.”

    성호와 한의사들은 서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배움을 얻는 이들은 배우는 동안은 성호를 선생님처럼 대우를 하였고 성호도 그런 이들에게 정중하게 대우를 하고 있어 서로 만족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성호는 이제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한 한의사가 그런 성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김 선생님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성호는 의문스러운 눈으로 상대를 보았다.

    “시간이야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지요?”

    “사실은 제가 조금 곤란한 문제가 있어서요.”

    그러면 한의사는 자신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의사의 이름은 강 태성이었고 나이는 성호 보다 두 살이 많았다.

    한의사가 되자 태성은 아내의 도움으로 병원을 개업하게 되었지만 주변의 한의원 보다는 실력이 딸리기 때문에 결국 병원은 점점 힘들어지게 되었다.

    그 때 성호가 새로운 침술을 알려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자신이 이곳에 와 있는 사이에 아내와 처가에서는 병원을 처분하였다는 말이었다.

    병원의 명의가 처가로 되어 있었지만 자신은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런 자신도 모르게 병원을 처분을 하였으니 태성의 마음은 정말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기에 결국 아내와 대판 싸움이 일어나게 되었다.

    아내는 그런 태성을 무능력한 남자라고 하며 이혼을 요구하였고 태성도 더 이상은 그런 여자와 살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하자고 대답을 해주었다.

    침술을 배우는 기간이 끝나면 결국 아내와는 이혼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배운 침술을 사용할 방법이 없었기에 세기 한의원에 근무를 하였으면 해서 성호를 기다렸던 것이다.

    성호는 태성의 이야기를 모두 들으면서 정말 여자를 잘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지연은 어떤 여자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하나 잘못 만나 패가 망한다는 말이 사실이네. 여자 때문에 망하게 되었으니 말이야. 지연이도 그런 여자 중에 하나일까?’

    성호는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태성을 보았다.

    “우리 한의원에 근무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죠?”

    “예, 침술 교육을 마치고 여기서 근무를 하였으면 합니다.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태성은 침술교육을 마치고 나면 막상 갈곳이 없었다.

    그리고 이혼을 하면 부모님에게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가 고민이 되었고 말이다.

    아내와 결혼을 할 때부터 부모님은 반대를 하였지만 자신은 아내의 미모와 자산 때문에 결혼을 이행했는데 이제는 그 자본 때문에 이혼을 당하게 되었으니 부모님에게는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에 다른 곳에 취직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성호에게 교육을 받으며 여기라면 자신이 열심히 근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성호에게 어려운 말을 꺼내게 되었다.

    태성도 성호가 한의원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였다.

    “음, 우선 저희는 제가 혼자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희 한의원이 근무를 하시고 싶으면 내일 우리 원장님과 같이 만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아무튼 잘 부탁 하겠습니다.”

    태성은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고 화를 내었지만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고 그런 비참함이 자존심을 무너지게 하였고 자존심이 밥을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성호는 그렇게 태성과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한 성호는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는 태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돈이 많은 여자를 원해 살았지만 결국 능력이 없으면 그런 결혼은 실패를 하게 되네. 나는 능력이 있어서 유지할 수 있을까?”

    성호는 자신이야 솔직히 능력 빼고는 시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든 것이 능력만 있다고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능력이 있어도 이용을 하지 못하면 결국 똑 같은 결과만 만들 것이다. 나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좋게 이용을 해서 그 사람과 같은 일을 당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그 양반을 만나 나에게는 참 좋은 교육이 되었어.”

    성호는 덕분에 좋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연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정리가 되고 있었다.

    “나는 지연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미모에 반해 있었던 것이네. 그러면 이제 지연과는 어떻게 되는 거지?”

    성호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반문을 하고 있었다.

    자신은 지연과 같은 성격을 가진 여자와 살면 아마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호가 일반적인 남자라면 모르지만 정말 화가 나면 자신도 모르게 어떤 짓을 할지는 본인도 장담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상하게 냉정하게 생각을 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는 성호도 자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지연과 결혼은 힘들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도 둘은 키스는 했지만 더 이상은 깊은 관계가 아니었기에 성호가 지연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서로가 좋아해서 만나다가 싫어질 수도 있는 것이 남녀사이였다.

    “지연과는 정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 나와 그녀를 위해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자.”

    성호는 지연에 대한 생각을 확실하게 정리가 되자 한편으로는 마음이 시원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상반대는 마음이 들었지만 결론은 정리를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기에 조만간에 지연을 만나 자신의 마음을 전할 생각이었다.

    요즘은 병원 때문에 연일 야간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런 자신의 사정은 생각지 않는 지연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냥 어린아이처럼 자신만 챙겨주기를 바라는 지연이 같은 타입은 성호와는 어울리지가 않았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나 말고 더 좋은 남자를 만나면 되는 거지.”

    성호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가 있었다.

    세기 한의원은 연일 환자들로 북적거렸다.

    한의사들의 입으로 소문이 난 것도 있지만 인근에서 세기 한의원만큼 많은 한의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십여명의 한의사들이 성호에게 새로운 침술을 배우기 위해 와 있는 것이지만 그로 인해 얻는 것은 상당했다.

    “원장님 오늘은 반반씩 하지요.”

    성호와 박 원장은 한의사들에게 새로운 침술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아직은 성호가 익숙하기 때문에 많은 한의사들이 그런 성호에게 배우기를 원하고 있어 성호가 힘들었다.

    하지만 박 원장도 이제는 제법 익숙하기 때문에 성호가 그런 박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 일이 있는데 시간이 될라나 모르겠네?”

    박 원장은 요즘 성호가 매우 바쁘다는 사실을 알기에 일부러 그런 것이다.

    “에이, 원장님 요즘 한가하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무슨 일이 있다고 그러세요. 오늘은 반반 나누어서 해요.”

    “하하하, 알았네. 자네가 하자고 하면 해야지.”

    세기 한의원이 날마다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박 원장도 요즘은 정말 자신이 한의사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명성이 올라가니 절로 자신도 그런 명성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 김 간호사가 급하게 성호를 찾았다.

    “김 선생님 급한 환자에요.”

    “그래요, 어서 갑시다.”

    성호에게 가끔은 이렇게 급한 환자가 찾기도 했다.

    진료실이 아닌 치료실에는 한명의 환자가 지금 배를 잡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어디가 아프십니까?”

    “배가. 너무 아파요. 선생님.”

    나이는 이제 중년의 여자인데 배를 잡고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아픈 모양이었다.

    성호는 급하게 환자를 침대에 눕혔다.

    “우선 아파도 조금만 참으세요. 그래야 진료를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였지만 환자는 누우면서도 고통에 의해 절로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성호는 그런 환자의 맥을 빠르게 잡아보았다.

    성호는 맥을 잡으면서 치료의 기운은 요상법에 따라 환자의 몸속에 투입을 하였고 아프다고 하는 배가 있는 곳으로 집중적으로 가게 하였다.

    환자는 지금 장이 꼬여 있는 상태였는데 이 경우에는 침으로 해결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한방으로 치료가 가능한 것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기에 성호는 이런 환자들을 보며 가장 마음이 아팠다.

    치료의 힘으로 치료를 하기는 하지만 결국 한의사가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상한 힘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남의 눈이 있으니 성호는 급하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

    “환자분 잘 들으세요. 우선 제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드리겠지만 당장 병원으로 가셔서 정밀 진찰을 받으셔야 합니다. 지금 장이 꼬인 상태이니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성호가 하는 말에 여자는 고개만 끄덕였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고통은 점점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하자 여자는 아주 신기한 눈빛을 하며 성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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