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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88화 (88/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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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호가 그렇게 말을 하자 남자는 오만 인상을 썼다.

    “아니 내가 그런 것은 전화도 받지 않고 공문을 보냈는데 연락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오?”

    남자는 박 원장과 한의사들이 있으니 반말을 하지 않았다.

    성호는 그런 남자를 보며 차가운 눈빛이 되었다.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이 정말 싫습니다.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해서 바로 다르게 행동하는 그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보며 정말 때려죽이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더 이상 당신과는 할 이야기가 없으니 그만 나가세요.”

    성호가 단호하게 그렇게 말을 하자 남자는 잔득 독이 오른 얼굴이 되어 버렸다.

    나이도 한참이나 어린놈에게 저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남자는 협회에서 지내면서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공문을 보내면 그에 따라 주었기에 항상 그런 것으로 인식을 하게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협회에서 내린 지시는 무조건 이들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남자의 지시를 거절하는 성호가 생겼으니 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그로 인해 지금의 일이 발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남자는 지금 화가 나기는 하지만 박 원장과 한의사들이 있기 때문에 발광을 할 수는 없었는지 참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가라고 하니 가기는 하지만 이후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거요.”

    남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나가버렸다.

    박 원장은 협회와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협회가 잘한 것이 없기 때문에 박 원장도 성호를 응원하고 있었다.

    “지금은 저래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걸세. 새로운 침술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 협회에서도 저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박 원장의 말에 성호도 충분히 이해는 하고 있었다.

    다만 남자가 와서 하는 행동을 보니 협회라는 곳에 만정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문제였다.

    “김 선생님이 하신 행동은 정당했습니다. 협회는 오늘 일에 대해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할 겁니다. 이는 우리도 들었으니 증인이 되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협회와의 일이 생기면 중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그 사람들이 일개 개인의 말을 들어 줄지는 아직 미지수였기에 스스로 증인 되어 주겠다고 한 것이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이번 일은 우리가 잘못한 것이 아니고 협회에서 잘못을 한 것이니 말입니다.”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 정리를 하였다.

    오늘은 기분이 상했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멈출 수는 없었기에 마음을 우선 진정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침술을 알려드려야 하는데 잠시 저에게 시간을 좀 주세요. 마음이 불편하니 잠시 명상을 하고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들은 성호가 명상을 자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명상이라는 것이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차분하게 해주기는 했다.

    성호는 다들 나가고 혼자 남아 바로 운기를 시작했다.

    말로는 명상이라고 했지만 운기를 하고 있었다.

    성호가 운기를 시작한지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성호는 운기를 멈추었다.

    “휴우, 이제 조금 진정이 되네. 그런데 그 남자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어째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거지?”

    성호는 남자의 말에 전 같으면 벌써 화를 냈을 것인데 오늘은 화가 나지 않고 오히려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이상한 느낌이 되었다.

    “이거 내가 이렇게 변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건가?”

    성호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생각하며 무언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자신이 지금 이런 변화는 중국에서 요상법을 배우고 나서부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상법을 알게 되고 자신이 직접 익혔지만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부작용이 있는지는 몰랐다.

    “휴우, 요상법이 문제라면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니 지금은 침술을 전수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도록 하자.”

    성호는 혼자 그렇게 말을 하고는 나가게 되었다.

    침술을 전수하기 위해 모이기로 한 곳으로 갔다.

    세기 한의원은 새로운 침술을 한의사들에게 무료로 전수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많은 한의사들이 문의를 하고 있었다.

    성호에 대한 명성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편 협회로 돌아간 전 재성은 회장을 만나 자신이 당한 일들을 조금 부풀려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정말 싸가지 없는 놈이었습니다. 회장님.”

    회장은 전 재상이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는 좋은 얼굴이 아니었다.

    전 재성의 말대로 그렇게 성호가 행동을 하였다면 이는 한의사의 자격까지 문제가 된다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오늘 전체회의를 열도록 하세.”

    전체 회의라는 것은 한의사의 자격을 재심하기 위해 모이는 것이었고 그 자리에서 서로 만나 스스로가 증명을 하는 자리였다.

    전 재성은 회장의 그 답변에 속으로 환호를 하고 있었다.

    전 재성이 생각하기로는 회장의 발언이 가장 커서 자신의 말대로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였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전 재성은 완전한 회장의 딸랑 모드로 변해 있었다.

    협회에서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성호는 오늘도 침술에 대한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지만 성호는 요즘 재미가 있었고 자신의 침술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드드드

    “여보세요?”

    “오빠, 보고 싶은데 언제 오세요?”

    성호의 전화로 소미가 전화를 하였다.

    성호는 소미의 전화를 받으니 가슴이 찡했다.

    “소미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저는 매일 오빠를 생각하면서 지내요. 오빠를 기다리면서 요즘은 공부를 하고 있어요.”

    성호는 소미가 자신을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착하고 자신만 보는 여자가 있다면 아마도 모든 남자들은 그런 여인에게 마음이 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 잘 생각했어.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다른 생각만 하게 되니 무어라도 배우는 것이 좋은 거야.”

    “저도 그래서 배우고 있는 거에요, 그런데 언제 오세요?”

    “지금은 한국에서 하는 일이 있어 가지 못하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갈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우리 소미 잘 지내야 해.”

    “예, 알았어요. 오빠 사랑해요. 소미는 언제나 오빠만 기다리고 있을 게요.”

    성호는 소미의 말에 가슴이 찡했다.

    “그래 오빠도 우리 소미를 사랑해.”

    성호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운전을 하는 중에 받은 전화라 길게 하지는 못했지만 그 마음이 전해져서 가슴이 뭉클했다.

    집에 도착한 성호는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는 침대에 몸을 누웠다.

    오늘 하루가 문제가 아니라 소미의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채우고 있어서였다.

    성호가 그러고 있을 때 지연의 집에서는 지연이 때문에 서 여사가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엄마는 몰라도 된다고 하는데 왜 그래!”

    지연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기에 엄마의 말에도 신경질적으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서 여사는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지연을 보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그러니? 무슨 문제인데 그러는 거야? 엄마에게 말을 해줘야 알거 아냐?”

    서 여사가 집요하게 물으니 지연도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침내 지연은 서 여사에게 성호와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한참을 지연의 이야기를 들은 서 여사는 얼굴이 조금 심각해 지고 있었다.

    “그래서 연락도 하지 않고 있는 거니?”

    “나도 자존심이 있는데 어떻게 연락을 먼저 해.”

    지연의 대답에 서 여사는 한숨이 먼저 나왔다.

    “휴우, 지연아 너 김 선생이 얼마나 잘나가는 한의사인지는 알고 있는 거니?”

    서 여사는 성호가 상당히 잘나가는 한의사라는 것을 알기에 하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인물에게 철없는 짓을 하고 있는 지연을 보니 정말 한숨만 나왔다.

    이거는 열심히 노력을 해도 부족한 판에 오히려 지랄을 하고 있으니 속에서 열불이 날 것만 같았다.

    “엄마 나도 아고 있거든 그러니 그 이야기는 그만 해.”

    “이것아 알고 있는데도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는 거니?”

    서 여사는 철없는 지연의 행동에 정말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자신은 성호와 지연이 잘 되기를 빌려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런 자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게 만들고 있는 지연의 행동 때문에 서 여사는 정말 화가 나고 있었다.

    그 때 벨이 울렸다.

    서 여사는 급하게 문을 열었는데 바로 철중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수고 하셨어요. 어서 씻으세요.”

    “어, 우리 지연이도 집에 있었네.”

    철중은 요즘 아주 기분이 좋았는데 이는 성호가 소개를 해준 사우 때문이었다.

    성호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사우의 협조는 최상의 대우를 해주며 자신을 대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연은 아빠가 왔는데도 인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서 여사와 대화를 하면서 약간 삐져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딸 아빠가 왔는데 인사도 안하는 거니?”

    “그냥 두고 어서 씻으세요. 나중에 야기를 해줄게요.”

    “알았어.”

    철중은 아마도 아내와 딸이 서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였는지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사라졌다.

    지연은 아빠가 방으로 들어가자 바로 일어서 방으로 가려고 하였다.

    서 여사는 지연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런 지연을 잡았다.

    “방에 가지 말고 아빠가 나오면 우리 함께 이야기를 좀 하자. 아빠가 하는 일에 그 사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니?”

    서 여사는 남편인 철중이 무언가 잘 풀리는지 요즘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을 알기에 하는 소리였다.

    지연도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 충분히 알아들었지만 솔직히 지금은 엄마의 말대로 아빠와 대화를 할 기분이 아니었다.

    “엄마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나 오늘 기분이 무지 더럽거든 그러니 그냥 방에 들어갈게.”

    지연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방으로 갔다.

    서 여사는 딸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저렇게 지랄 같은 성격인지는 몰랐는지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이 되었다.

    “저거 내 딸이 맞아?”

    서 여사는 황당한 얼굴을 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 때 철중이 나오고 있었다.

    서 여사는 얼른 표정을 관리하였다.

    혹시나 철중이 신경을 쓰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 마누라가 해주는 음식을 두고 왜 먹고 오겠어.”

    “알았어요. 준비를 할게요.”

    서 여사는 그런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남편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항상 사소한 것도 신경을 써주고 있으니 여자로서 행복함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서 여사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철중은 무슨 일이 있엇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냥 참고 있었다.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것을 감추고 있을 아내가 아니었기에 식사를 하고 나면 말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었다.

    철중은 그렇게 식사를 하였고 식사를 마치자 차를 준비한 아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지연이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김 선생에게 지연이가 실수를 한 모양이에요. 당신은 알고 있어요?”

    “응? 나는 당신에게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무슨 소리야?”

    서 여사는 철중도 모르고 있다고 하니 지연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 주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도록 서 여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철중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서 여사의 말을 듣기로는 지연이 먼저 잘못을 하였기 때문이다.

    남녀간의 감정이 나빠져서 싸움을 할 수는 있지만 일방적인 경우는 없다는 것을 철중도 알고 있었다.

    특히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남녀였기에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을 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지연이는 뭐라고 하는데?”

    “저도 모르겠어요. 지연이도 무언가 생각이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솔직히 김 선생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사위를 볼 수만 있다면 어떤 짓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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