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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는 박 원장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대로 행동을 했다.
성호에게 침술을 배우기 위해 와 있는 한의사들에게 공문을 보여주니 모두 생각이 비슷한 모양인지 같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성호는 한의사들에게 무료로 침술을 알려주고 있지만 이들이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세기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는 것이기에 이들에게도 나쁘지는 않았다.
실습을 하면서 배움을 얻는 기회가 그리 많지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침술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배워지는 것도 아니었기에 이들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해보고 있으니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알고 있었다.
“저는 협회에서 보낸 공문을 무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있으면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침을 놓게 되니 저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고 그로 인해 얻는 것이 더 많은데 한의사들이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미 경험을 한 한의사들이 소문을 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희와 같이 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 말에는 나도 인정합니다.”
성호에게 침술을 배우고 있는 한의사는 모두 다섯명이었는데 이는 성호의 한의원이 작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만약에 컸으면 이들에게 세세하게 침술을 알려주기도 곤란했을 것이다.
일일이 개인 교습을 하며 알려주기 때문에 배움도 빨랐고 그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이들에게는 얼마나 귀중한지를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성호는 한의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내심 뿌듯한 기분이었다.
‘저들이 나에게 침술을 배우고 있지만 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우리 한의사들의 수준도 매우 높아지겠다. 그런 이들에게 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네.’
성호는 아주 기분이 좋아졌고 그날의 수업은 매우 진도가 빠르게 진행이 되어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성호는 침술을 알려주고 나서는 그들에게 다른 한의사들에게도 알려주라고 하였는데 이는 혼자 모든 한의사들에게 침술을 알려주기가 곤란해서였다.
사람이 아무리 능력이 좋다고 해도 혼자서는 모든 것을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성호도 다른 이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이들이 침술을 배우면서 한가지 약속을 하는데 바로 다른 한의사를 책임지고 한 사람 이상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전국의 모든 한의사들이 새로운 침술을 배울 수가 있을 것이고 성호는 가만히 있어도 그 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의원을 찾아오는 이들이 많지만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성호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하하, 김 선생 덕분에 한의원을 증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겠어.”
“아이고 원장님 왜 그러세요. 지금 있는 환자들만 해도 버거워주겠습니다.”
사실 성호가 진료를 하는 환자들이 다른 한의사들 보다는 많았다.
박 원장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묘한 미소를 짓기만 했다.
요즘은 세기 한의원에 대한 이름이 알려지며 많은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어서 모든 한의사들이 다 바쁘게 진료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물론 침술을 배우기 위해 와 있는 다섯의 한의사들이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한의사들은 어떻게 반응을 보이든가?”
“모두 원장님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공문을 무시하려고 합니다.”
“잘 생각했네. 협회를 무시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지만 자기들만 생각하는 이런 짓에 동참을 할 생각은 하지 말게. 나도 알고 있는 선배들에게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네.”
사실 협회에서 크게 잘못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침술을 보다 빠르게 전하고 싶어 그런 것이 아니라 협회가 이번 일을 주관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성호도 좋게 생각이 들지 않았다.
주관은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고 협회는 그냥 보조만 해주면 되는 것인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권위의식에 빠져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성호는 그런 결정에 따르고 싶지 않았다.
이는 박 원장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세기 한의원을 전국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박 원장이 포기할 사람은 아니었다.
박 원장은 이번 기회로 한의원을 더욱 크게 하고 싶은 꿈을 꾸고 있는 중이었다.
성호의 명성을 이용하여 그렇게 만들고 싶은 것이 지금 박 원장의 꿈이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 욕심을 버리고 나니 박 원장도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되어서였다.
성호가 협회의 공문을 무시하고 연락도 하지 않자 협회에서는 그런 성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직접 전화를 하였다.
때르릉
“예 세기 한의원입니다.”
“여기 협회인데 거기 김 성호 한의사 좀 바꿔 주시오.”
김 간호사는 협회라고 하며 말하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우선은 참고 성호에게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김 간호사는 바로 성호의 진료실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김 선생님 협회라고 하면서 전화가 왔는데요?”
“아,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전화하라고 하세요.”
성호는 진짜로 바빠서 하는 말이었다.
김 간호사는 성호의 지시로 그대로 전화기에 대고 전했다.
“우리 선생님이 지금 바쁘시다고 나중에 전화를 하라고 하시네요.”
김 간호사는 그렇게 말을 하니 상대는 갑자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왜 전화를 받지 않겠다는 거야? 당장 전화 받으라고 해요.”
“여보세요? 나에게 소리 지르지 말고 직접 연락을 하세요. 여기는 병원 전화거든요.”
김 간호사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 간호사는 남자가 반말로 화를 내니 순간 화가 나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주변에 모여 있던 환자들이 그런 김 간호사를 다시 보게 되었지만 말이다.
김 간호사는 환자들의 시선에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다른 곳으로 갔다.
여자이기 때문에 그런 시선을 받으니 쪽팔렸기 때문이다.
한편 김 간호사가 전화를 끊어 버리자 협회의 남자는 열불이 나 있었다.
“아니 이런 개념을 밥 말아 먹은 년이 무슨 간호사라고 있는 거야?”
남자는 그렇게 혼자 욕을 하면서 화를 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난 것이 있는지 컴퓨터를 뒤지기 시작했다.
한의사들에 대한 기록을 찾는 것이다.
거기에는 한의사들의 핸드폰 번호가 남아 있기에 남자는 번호를 찾고 있었다.
한참을 뒤지니 성호의 핸드폰 번호도 나왔고 남자는 번호를 보자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걸었다.
드드드드
성호는 진료를 하다가 걸려온 전화는 어지간하면 받지 않고 있었다.
진료를 마치고 걸어 주면 되기 때문이었다.
환자를 볼 때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그런 결정을 한 것이다.
협회의 남자는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자 기분이 상했다.
“전화를 받지도 않는 다는 거지? 좋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남자는 그러면서 세기 한의원이 있는 위치를 보았고 약도를 적었다.
남자의 선택은 결국 직접 찾아가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협회에서는 성호의 새로운 침술을 이용하여 홍보를 하고 더욱 협회에 협조를 하게 만들려고 하였는데 그런 자신들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성호를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공문을 보낸지 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연락이 없어 자신이 직접 전화를 하게 하였다는 그 자체가 남자에게는 화가 나게 만들고 있었다.
남자는 빠르게 나와서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가서 문을 열고 안에 탔다.
“어디 내가 가도 만나주지 않는지 두고 보자.”
남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차를 세기 한의원이 있는 곳으로 몰았다.
성호는 빠르게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밀려있는 환자들이 제법 많았다.
다른 한의사들 보다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지만 요즘은 소문이 나서 그런지 환자들이 너무 많이 모여들고 있었다.
성호는 환자의 진료를 마치고는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휴우, 이제 끝이 났네. 오늘도 정말 많이 보았네.”
성호의 환자들은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해주는 성호에게 아주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런 성호에 대한 칭찬을 하는 바람에 동네에는 아주 친절한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러니 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성호와 박 원장말고도 다섯의 한의사가 더 있는 것을 보고는 소문이 더욱 빠르게 났는데 그 내용이 상당한 실력을 가진 한의사가 있어 어지간한 병은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나게 되었다.
덕분에 성호가 아주 죽을 맛이었지만 말이다.
소문의 힘은 무서웠고 박 원장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박 원장은 성호를 볼 때마다 병원을 키워야 한다는 소리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
성호도 지금의 한의원으로는 환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문제는 한의사들이 없었기 때문에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한의사들에게 침술을 알려주면서 우리 한의원을 오라고 할까?”
성호는 요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한의사들만 온다고 하면 한의원을 키우는 것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건물을 담보로 제공을 하고 돈을 빌릴 수도 있었기에 자금에 대해서는 그리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진한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만 해도 충분히 빌려 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자금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을 하지 않았다.
똑똑
“들어오세요.”
성호는 진료를 마쳤는데 노크를 하자 의외의 눈빛을 하였다.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사십대의 남자였다.
“김성호 한의사입니까?”
“예, 제가 김성호입니다. 무슨 일이신지요?”
남자는 성호가 본인이라는 말을 하자 바로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성호의 나이가 자신 보다 어리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만 강하게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니 당신 협회에서 공문을 보냈는데 연락도 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것이 우리 협회를 무시하는 거야?”
남자는 바로 반말로 나왔고 성호는 그런 남자를 무심히 보았다.
“지금 나에게 하는 말입니까?”
“그럼 여기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이 있나?”
성호는 협회에서 나온 남자를 보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였다.
지금 자신을 무시하고 반말로 말을 하고 있는 남자를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호가 말이 없자 남자는 더욱 의기양양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하였으니 다음 주에 협회에서 주최하는 장소로 나와 침술을 알려주는 것으로 여기 사인을 해.”
남자가 아주 강하게 나왔지만 지금 성호는 그런 남자의 태도를 보며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협회라는 것이 그렇게 반말로 상대를 무시하는 곳이라면 더 이상 협회에 협조를 할 생각이 없소. 그리고 당신이 누구인데 나에게 그렇게 말을 막하는 거요? 오늘은 처음 보는 얼굴이라 좋게 말을 하는 것이지만 다음에도 이렇다고 생각하면 크게 오산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겠소. 침술을 알려주고 말고는 내가 정하는 것이지 협회라는 곳에서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니 그만 나가 주시오.”
성호가 말을 마치자 바로 문이 열리면서 한의사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성호가 하는 말을 모두 들었기에 남자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남자는 막 발작을 하려고 하는데 문이 열리면서 한의사들이 들어오자 입을 닫아 버렸다.
“누구신데 여기를 쳐들어와서 그렇게 말을 하는 겁니까?”
“당신 누구요?”
한의사들과 박 원장은 남자를 보며 다그쳤다.
남자도 박 원장은 아는 얼굴인지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협회에 총무로 근무를 하는 전 재성이라고 합니다. 박 원장님.”
남자는 아는 얼굴이 박 원장 밖에 없어서 그런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남자는 아직 세기 한의원의 실질적인 주인이 성호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인사를 받고 싶어 들어 온 것은 아니고 협회에서는 그렇게 강압적으로 하라고 지시를 한 것이오? 도대체 누가 그런 지시를 내린 것이오?”
박 원장이 따지자 남자는 말을 못하고 있었다.
“원장님 그만 하세요. 말을 할 가치가 없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