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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갔었니?”
진한의 어머니는 성호가 중국에도 갔다는 말에 조금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
선호는 진한의 어머니에게 러시아의 인연에 대해 조금 알려주었고 중국의 환자를 치료하게 되었다고 했다.
길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진한의 어머니는 성호의 침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이미 알고 있기에 성호가 중국에까지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빴으면 어쩔 수없지. 우선 자리에 앉아라. 차라도 가지고 오마.”
“아닙니다. 오늘은 진한 놈하고 나가서 간단하게 술이나 한잔 하려고 온 겁니다. 그러니 다른 준비는 하지 마세요. 어머니.”
성호는 진짜로 진한의 어머니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한 이야기였다.
“여기로 혜영이도 온다고 하니 우선 기다리는 동안 차라도 한잔 해라.”
어머니의 말에 성호는 감히 거절을 하지 못하였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성호는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진한의 방으로 갔다.
방에는 아직 환자라는 표시를 내고 있는 진한이 기부스를 풀지 않은 상태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왔냐?”
“아직도 풀지 않은 거냐?”
“뼈가 그렇게 빨리 붙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나도 답답해 죽겠다.”
“움직일 수는 있고?”
“어, 그 정도는 되드라. 목발을 집고 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을 나가는 정도는 된다.”
진한이 기부스를 하고 동네를 돌아 다니는 생각을 하니 성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진한의 성호가 웃는 것을 보고 대번에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웃지마! 너도 다쳐서 이러고 있을 때 내가 웃으면 좋겠냐?”
진한이 약간 삐진 얼굴을 하고 말을 하자 성호는 그래도 웃었다.
“하하하, 진한이가 기부스를 하고 동네를 다닌다는 상상을 하니 이거 정말 눈물이 나도록 웃긴다. 흐흐흐.”
진한과 성호는 정말 건강하게 자랐기에 어디를 다치는 일이 없었다.
진한은 성호가 지금 장난을 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만 하고 혜영이가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야. 그런데 갑자기 술을 마시자고 그러는 이유가 뭐냐?”
“아니 너를 만나지도 제법 오래 되어서 오랜만에 한잔하고 싶어서 그런다. 내가 그러면 이상하냐?”
“그거는 아니고 갑자기 술을 마시자고 해서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
진한도 눈치는 빠른 친구라 성호가 조금만 이상한 말을 해도 바로 눈치를 채는 그런 놈이었다.
성호는 지연과의 관계로 진한과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자신의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친구인 진한에게까지 말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좋지 않은 말이 도는 것을 성호는 싫어했다.
그래서 진한에게는 다른 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다.
“내가 새롭게 침술을 익히고 있다는 것은 알지?”
진한의 성호가 신기한 침술을 배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데 왜?”
“이제 그 침술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 가장 우선 우리 원장님에게 침술을 알려주고 오는 길이다. 그런데 문제는 침술을 모두에게 전파를 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성호의 말을 들은 진한은 머리가 갑자기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성호가 알고 있는 침술이라는 것은 고대의 비기라고 들었는데 지금 성호는 그런 비기를 남들에게 알려주겠다고 해서였다.
“그런 것을 알리게 되면 유명세는 타겠지만 그만큼 타격이 생기지 않겠냐?”
진한의 단순한 생각으로는 그렇게 계산이 되었기에 하는 소리였다.
“유명세도 중요하지만 나는 환자들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야. 그런데 문제는 다른 한의사들이 반발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골치 아픈 문제이다.”
“아니 다른 한의사들이 더 좋은 침술을 알려주겠다고 하는데 왜 반대를 하냐?”
진한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물었다.
“우리나라에는 한의사 협회가 있는데 거기에 근무를 하는 분들이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새로운 침술에 대해 그렇게 좋게 생각지는 않는 다는 이야기이다. 저들이 만약에 자신들의 권위를 내세워 압박을 하게 되면 새로운 침술도 알려지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저들은 새로운 것에 대해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머리를 싸메고 있는 것이다.”
진한의 성호의 말을 들으니 무슨 말인지를 충분히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결국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이득 때문에 인정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새로운 침술이 알려지면 기존의 한의사들에게 타격이 심한 거냐?”
“만약에 새로운 침술을 익히고 있는 한의사가 있다면 아마도 환자들이 그쪽을 가려고 하겠지. 그만큼 새로운 침술은 기존의 침술에 비해 좋으니 말이다.”
성호는 박 원장과 침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바로 이 점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 그 해결책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협회에 있는 권력자들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지 않으면 절대 인정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해 부당함은 당사자가 지게 되기 때문이다.
막말로 한의사를 그만 두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진한은 성호의 말을 들으며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일은 자신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없는 문제였기에 진한은 성호를 보며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런 골치 아픈 이야기는 그만하고 오늘은 그냥 편하게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진한의 말에 성호도 진한과 할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골치 아픈 일은 내가 처리를 할테니 너는 오늘 나하고 편하게 술친구나 해줘라.”
성호의 말이 끝나자 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한의 어머니는 혜영이 오자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성호는 문을 열려 있어 혜영이 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아주 며느리처럼 대우를 하는 것 같았다.
“혜영이와는 잘 되고 있는 거냐?”
“응, 조만간에 집안에 찾아갈 생각이야.”
결국 진한은 혜영과 결혼을 할 생각이라는 말이었다.
성호는 진한의 대답에 자신도 지연과 결혼까지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는 것에 조금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지연과 혜영이 친구이기 때문에 나중에 서로 불편한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혜영은 어머니와 인사를 하고는 바로 진한의 방으로 왔다.
방에는 성호가 있는 것을 보고는 묘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성호는 혜영의 눈빛을 보고는 아마도 지연과 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어서 와.”
진한이 먼저 인사를 했다.
“성호 오빠 오랜만이에요.”
“그래 오랜만이네. 오늘은 진한이와 술이나 한잔 하려고 왔는데 같이 보게 되네.”
“호호호, 제가 선견지명이 있어서 그래요.”
혜영은 성호를 보며 즐겁게 웃어 주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고 이들은 모두 나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진한은 혜영의 부축을 받으며 집을 나서게 되었는데 그 얼굴에 행복이 가득 담겨 있어 성호는 그런 둘을 보며 소미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지연이 아닌 소미의 얼굴이 생각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성호는 갑자기 소미가 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성호의 눈속에는 아련한 그리움의 빛이 움직이고 있었다.
소미를 생각하면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더욱 그리움을 만들고 있었다.
지연과는 다른 이미지의 여인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소미와 있는 동안 성호는 참 편하고 행복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진한은 동네이기 때문에 가끔 가는 술집으로 성호를 안내했다.
“오늘은 여기서 마시자. 안주도 잘 나오고 가끔 혜영이와 마시는 집이다.”
“어, 그러자.”
성호는 생각을 정리하고 진한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술과 안주가 나오자 진한과 성호는 가볍게 건배를 하고 마시게 되었는데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혜영은 성호가 말이 없는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오면서 지연과 통화를 하였기 때문에 지금 성호가 어떤 상태인지를 짐작하고 있어서였다.
그래도 친구인 지연을 생각하면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혜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성호 오빠, 지연이하고 무슨 일이 있었어요?”
혜영의 말에 진한은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몰라 궁금한 표정이었다.
성호는 혜영이 먼저 말을 꺼내자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사실 오기 전에 지연과 조금 좋지 않은 일이 있었어.”
성호는 그러면서 자신이 당한 일을 그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진한에게 먼저 한 이야기 때문에 한의원에서 시간이 걸렸다는 말을 하였고 말이다.
진한은 성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충분히 설명이 되었지만 혜영은 달랐다.
“지연이 그렇게 무대포는 아닌데 오늘은 왜 그랬을까요?”
혜영의 말에 성호도 알 수 없는 일이었기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걸 내가 알면 좋겠는데 모르겠다는 말이다.”
진한은 성호의 대답에 지연에 대한 성호의 마음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껴졌다.
“너는 지연이가 남자가 일 때문에 늦은 것에 시비를 거는 것에 마음이 상해서 그냥 전화를 끊었다는 말이지?”
“그래,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전화를 걸자마자 바로 화를 내니 황당하지 않겠냐? 그리고 전화가 왔지만 어제 만나 오늘은 내가 일이 있어 바쁘니 연락을 해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미리 했고 말이다.”
성호는 자신을 변론하기 위해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아주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박 원장과 함께 시간을 보냈기에 증인도 있어서 성호는 아주 떳떳한 상황이었다.
혜영은 지연이 전화를 걸었는데 아마 받지 않아 열이 받아 있는 상태였기에 전화를 받으니 화를 낸 것으로 보였다.
지연이 성호에 대한 마음은 진실이었지만 문제는 가끔 그렇게 대책 없이 지랄을 할 때가 문제였는데 오늘 그 문제가 성호에게 좋지 않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성호의 말에 혜영도 전과는 다르게 성호가 조금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혹시 다른 여자가 생겨서 그런가?’
혜영은 여자 특유의 직감이 발휘되고 있었지만 이거는 증거도 없이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우선은 참기로 했다.
자신이 잘못 말을 해서 더욱 상황이 힘들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너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일은 지연이가 잘못을 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진한은 혜영을 보며 물었다.
혜영도 성호의 반응과는 달리 이번 일만 생각하면 지연이 백번 잘못을 한 것은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상대의 사정을 알아볼 생각도 안하고 일방적으로 화를 냈으니 이는 잘못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호의 말만 듣고 지연을 욕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혜영이었다.
솔직히 팔은 안으로 굽는 다는 말이 있듯이 혜영은 친구인 지연의 편이었기 때문이다.
“저도 그 말이 모두 사실이면 지연이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성호오빠의 말이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성호 오빠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혜영의 날카로운 답변에 성호는 잠시 생각이 잠겼다.
지연이 자신에게 전화를 하여 화를 낸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도 이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가 일 때문에 전화를 받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고 화를 내는 행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어 갈 수 없다는 것이 성호의 판단이었다.
“혜영의 대답은 잘 들었어. 그리고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문제는 내가 지연과 해결을 해야 하는 일이니 더 이상은 이 문제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