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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72화 (72/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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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가 그렇게 감사의 인사를 하자 성호는 그런 사우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저 지금 배가 무지 고픈데요?”

    사우는 성호의 말에 조금은 황당한 표정이 되었지만 이내 성호가 밤새도록 이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 신의님 식당에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를 하겠습니다. 정말 밤새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더 이상 치료가 없는 것인가요?”

    “예, 오늘은 치료를 마쳤습니다. 내일 침을 놓으면 되니 오늘은 푹 주무시게 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신의님.”

    사우는 성호의 말에 의심을 하지 않고 믿었다.

    어차피 내일이면 모든 사실이 알게 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어서였다.

    성호는 사우가 아닌 다른 이가 안내를 하여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와서 수면을 취했다.

    “신의님은 지금 주무시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어제 하루를 꼬박 어르신을 치료하신다고 잠을 자지 않았으니 그럴 것이다. 신의님은 우리 같은 무인이 아니고 일반인이니 많이 피곤하시겠지. 주무시는데 소란스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사우는 노인이 있는 방을 보며 내일이 기대가 되었다.

    노인의 방은 지금 완전히 외부와 완전하게 차단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성호의 지시대로 절대 소란스럽지 않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내일이면 다시 어른의 모습을 볼 수가 있겠구나....”

    사우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성호로 인해 다시 노인의 모습을 볼 수가 있게 되었기에 지금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어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하루가 참 지루하게 느껴지겠네.”

    사우는 오늘 하루가 진짜로 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루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하고 있었지만 사우에게는 한 시간이 전의 하루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모든 일에 집중이 되지 않고 그저 시간이 가지 않는 것으로만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우에게는 피말리는 하루였지만 다음날이 되자 성호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노인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입구에는 사우가 성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어제 한숨도 자지 못했는지 눈밑에 다크서클이 보였다.

    “어제 잠을 못잤어요? 얼굴이 왜 그래요?”

    성호는 이미 상황을 알면서도 저렇게 태연하게 물었다.

    “아닙니다. 신의님.”

    사우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바로 짐작을 하는 성호에게는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성호도 사우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안으로 들어 가지요. 환자의 상태를 보고 침을 놓아야 하니 말입니다.”

    “예, 안으로 드시지요.”

    성호는 안으로 들어가 노인의 맥을 잡았다.

    노인의 몸은 확실히 어제와는 다르게 독이 사라지니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성호는 그런 노인의 몸을 확인하고는 옆에 있는 침통을 들고 침을 꺼냈다.

    “자, 마지막이니 절대 소란 스럽게 하지 마세요. 집중이 되지 않으면 지금까지 한 일이 모두 허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성호는 마지막 침이라고 하면서 사우를 보고 주변을 철저하게 통제를 하라고 하고 있었다.

    “예,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신의님.”

    사우는 마지막 침을 방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는 침을 들고 노인에게 놓았고 침하나하나에 치료의 힘을 넣고 있었기에 그 집중도가 어제와는 다르게 엄청났다.

    성호의 이마에 땀이 흐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성호는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중얼거렸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지독한 독을 사용했네요. 어르신에게는 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 치료는 하였지만 다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저도 방법이 없으니 각별하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성호는 마치 노인이 깨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말을 하고 있었다.

    사우는 성호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노인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말을 착각하고 잘못한 것으로 생각했다.

    노인의 몸은 아직도 반응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갑자기 노인의 눈이 떠지며 말을 하였기 때문이다.

    “허허허 내가 깨어난 것을 알고 있었는가?”

    “제가 치료를 하였는데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호와 노인의 대화에 사우는 기절할 것 같이 놀라고 말았다.

    “어...르신 깨어나셨습니까?”

    사우의 떨리는 목소리에 노인은 고개를 돌려 사우가 있는 곳을 보았다.

    “커튼을 걷도록 해라. 사우야.”

    노인의 지시에 사우는 최대한 빠르게 커튼을 걷었다.

    커튼을 걷으니 그 안에는 아직 침대에 누워있기는 하지만 전보다 더 화색이 돌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어르신 드디어 깨어 나셨군요.”

    노인의 이름은 황 해룡이었는데 대부분 황 대인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노인은 성호가 침을 놓는 중간에 정신을 차렸지만 성호의 침이 주는 효과는 더 만끽하고 싶어 그냥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성호의 침에는 치료의 힘이 담겨 있었기에 노인에게는 아늑함을 선사해 주었기 때문이다.

    평생 살면서 이런 아늑함을 느껴보지 못한 노인은 그런 느낌에 눈을 뜨고 싶지 않을 정도로 치료의 힘은 노인에게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성호는 커튼을 걷자 바로 사우를 보며 지시를 하였다.

    “어제 내가 준비하라고 한 미음을 준비하세요.”

    사우는 성호의 지시에 빠르게 대답을 하였다.

    “예, 바로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신의님.”

    노인은 사우가 신의라고 부르는 성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잘 생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집이 있는 눈매를 보니 자신의 일에 한해서는 절대 다른 의견을 듣지 않을 정도의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인상이었다.

    “그래, 신의님이 나를 살렸소?”

    “제가 살렸다기 보다는 어르신의 의지가 강해서이겠지요. 사람은 생명은 스스로의 의지가 약하면 살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물론 제가 의지에 힘을 보태기는 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눈을 뜨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성호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했다.

    노인은 그런 성호를 보며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주었다.

    자신과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노인은 행복했기 때문이다.

    “허허허, 그렇군, 나의 의지와 신의의 침술로 살아난 것이군 그래.”

    노인은 성호가 하는 말에 자신이 어떻게 살아난 것인지 금방 눈치를 채고 있었다.

    “어르신 정신을 차렸지만 아직은 많은 대화를 하시면 안됩니다. 저의 침술로 약간의 기운을 찾기는 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니 미음이 도착을 하며 되도록 많이 드십시오. 오늘은 미음만 드시고 내일부터는 죽을 드실 수가 있을 겁니다. 당분간은 죽을 드시면서 상태를 지켜보아야 합니다. 한 일주일만 먹으면 되니 너무 걱정을 하지는 마시고요.”

    성호의 능청스러운 말에 노인은 부드러운 미소만 지었다.

    오랜만에 사람 같은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노인의 위치가 있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이 전부 자신의 출세나 욕심 때문에 자신을 만나러 왔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성호는 그런 것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이 자신의 건강만 생각해 주고 있어서였다.

    “알겠소. 내 그렇게 하리다.”

    노인의 말에 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보기에 노인은 한번 자신의 입을 한 약속은 절대로 어기지 않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때 사우의 지시로 미음이 도착을 했다.

    노인은 미음이 도착을 하자 몸을 일으키려고 하였지만 성호가 일어나지 못하게 몸을 지긋이 눌렀다.

    “그냥 계세요. 오늘은 절대 몸을 움직이지 마시고 그냥 시중을 받으세요.”

    끄덕 끄덕

    사우는 노인이 성호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는 놀란 얼굴을 하였다.

    ‘헐! 저럴 수가 어르신이 신의님의 지시를 따르고 있잖아?’

    노인의 신분을 알고 있는 사우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었기에 놀라고 있었다.

    평소의 노인은 강하게 사람을 대하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는데 오늘은 그런 모습이 아니고 아주 유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느이 사우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죽다 살아나면 변한다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생각이 나는 사우였다.

    ‘진짜 죽다 살아나면 저렇게 변하는 건가?’

    사우는 내심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 어르신의 미음을 먹여 드리세요. 오늘은 아침과 저녁만 드시게 하고 내일부터는 죽을 준비해서 아침 점심 저녁까지 드시게 하면 되요. 앞으로 일주일 간은 그렇게 죽만 드시게 해야 합니다. 행여 어르신이 입맛이 돌아왔다고 해도 절대 드시게 하면 안됩니다. 아시겠지요?”

    “알겠습니다. 신의님.”

    사우는 이제 성호가 하는 말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모두 믿을 수가 있을 정도로 성호를 신뢰하고 있었다.

    성호는 치료의 힘을 많이 사용을 해서인지 눈가에 피곤함이 몰려 있었다.

    “어르신 제 말대로 그렇게 하시기로 했으니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겠습니다. 저는 피곤해서 잠시 쉬고 오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끄덕 끄덕

    성호가 나가고 사우는 노인에게 미음을 먹였다.

    노인은 성호에게 약속한 대로 최대한 미음을 많이 먹으려고 하였지만 삼개월을 음식을 먹지 않은 몸은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영양제만 먹고 있었던 몸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성호의 치료의 힘은 노인의 위장도 치료를 해서 죽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바로 죽을 먹지 못하게 한 이유는 아직 위장이 단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음을 먹으며 위장을 조금 움직이게 하고 난 다음에 죽을 먹게 하려고 한 것이다.

    “어르신 조금 더 드시지요.”

    “아니다. 많이 먹었으니 속이 그렇게 좋지 않으니 그만 먹어야겠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사우도 미음이지만 노인이 상당히 많이 먹었다는 것을 알기에 바로 말을 따랐다.

    “그 보다 내가 누워 있는지가 얼마나 되었느냐? 그리고 누워 있는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야기를 해보거라.”

    노인은 성호가 오늘은 많은 말을 하지 말라는 당부가 생각이 나서 되도록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지금 노인이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치료의 힘이 남아 있어서였지만 그 치료의 힘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우는 노인의 말에 미음이 담겨 있는 그릇을 치우고 조용히 그간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록 노인은 사우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사우의 이야기가 끝이 나자 노인은 자신이 독에 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누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독을 먹였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 범인은 잡았느냐?”

    “그날 식사를 준비한 주방장을 잡았지만 그 자도 그런 독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노인도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당했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독을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대비를 하지 못하고 당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자신에게 독을 사용하여 죽이려는 마음을 먹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독을 당했다고 하니 독에 대해 은밀히 알아 보거라. 독을 사용했으니 어딘가 독을 구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독을 판매하는 놈들에게 알아보면 놈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움직임을 놈이 알지 못하게 은밀히 움직여야 한다.”

    사우는 노인이 정신을 차리자 바로 추리를 하여 놈들을 잡을 방법을 알려주자 역시라는 생각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은밀하게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어르신.”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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