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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실력을 믿어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제가 가서 치료를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성호는 우선은 한발 뒤로 물러서서 말을 하기로 했다.
잘못 말을 해서 실수가 일어나면 이는 크게 곤란을 겪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허허허, 나는 김 선생의 실력을 믿고 있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오. 만약에 김선생이 치료를 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누구도 치료를 할 수 없을 것이니 말이오.”
화대인은 성호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대단했다.
이는 화대인의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성호의 실력이라면 신의라는 호칭을 받아도 무방하다는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화대인은 성호의 실력을 믿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오히려 부담이 되어 가겠습니까?”
“허허허, 아무런 부담을 가지지 마시고 그냥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준비는 우리가 알아서 다 해드리겠습니다.”
화대인이 저렇까지 말을 하니 가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는 성호였다.
그리고 중국으로 가서 그들의 실력을 솔직히 보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한의사는 저들의 기술이 더 좋다고 떠들고 다니는 꼴을 성호도 그리 좋게 생각지 않아서였다.
한의사라는 직업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지 누구의 실력을 평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성호였기에 저들이 평소에 하는 말을 그렇게 좋게 생각지 않았기에 이참에 가서 확실하게 저들을 눌러 주고 싶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얻은 침술이라면 죽지 않았으면 충분히 살려낼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성호였기에 가지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대인이 그렇게 말하시니 가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알겠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있으니 조만간에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하지만 너무 시간을 끌지 않았으면 하오. 여기 환자도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니 말이오.”
“그렇게 하지요.”
성호와 화대인의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를 하였다.
성호는 출근을 하면서 화대인과의 대화를 생각하였다.
중국으로 가는 일이야 가면 그만이었지만 가서가 문제라 고민이 되었다.
과연 어떤 환자이기에 저들이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자신들의 침술은 세계제일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중화인이 치료를 하지 못할 정도라면 이미 병원에서는 손을 놓았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저들은 침술로 죽은 자도 살려낼 수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자신들의 실력을 외부에 알리려고 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치료를 못한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성호는 조금 고민이 되었다.
“우선은 가보면 아는 일이니 여기 일을 먼저 생각하자. 내가 지금 걱정을 해도 아는 것이 없으니 괜한 생각만 하게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성호는 결정을 하고는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었다.
출근을 하고 진료를 보는 중에 철호의 전화가 와서 성호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철호의 병원은 정형외과와 외과의 일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 병원이었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아니요. 일이 있어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잠시 보았으면 하는 환자분이 계셔서 그렇습니다.”
철호도 성호가 한의사로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의사였다.
그래서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은 성호에게 묻기도 했다.
“아니 외과 환자를 저보고 보라고요?”
성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철호를 보았다.
철호네 병원은 정형외과 즉 뼈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 외과만 하는 병원이었기에 외부적인 상처에 대한 환자를 받는 병원이었기에 성호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수술을 하는 일이라면 자신 보다는 철호가 더 잘한기 때문이다.
“하하하, 외과의 환자이기는 하지만 이분은 이상하게 생각이 들어 혹시 모르니 진료를 한번 해주셨으면 해서 부른 겁니다. 제 생각에는 다른 병이 있는 것 같아서요.”
철호의 대답에 성호는 이제 이해가 된다는 얼굴이 되었다.
“아, 그러시군요. 환자분은 어디에 계시는데요?”
“저를 따라 오세요.”
철호를 따라 간 성호는 40대 중반의 나이를 먹은 남자를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눈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안좋아 보였기 때문에 성호는 철호를 보았다.
성호가 자신을 보자 철호는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저기 보이는 분이십니다. 큰 병원에 가시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아서 김 선생님을 오시라고 한 겁니다.”
성호가 병원에서 얻은 이득 중에 일부를 사회에 환원을 한다는 생각을 듣고는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여 마음이 통하게 되었기에 서로 간에 환자가 있으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경우에는 도움을 주자고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었기에 성호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바로 환자에게 다가갔다.
“환자분 잠시 진맥 좀 할게요.”
남자는 성호가 의사복을 입고 있기에 의사라고 생각했는데 진맥을 한다고 하자 한의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는 아무리 한의사라고 하지만 무언가 감추는 것이 있는지 성호의 진맥을 거부하려고 하는 얼굴을 하자 성호는 그런 남자의 손을 일방적으로 잡았다.
“잠시 맥을 좀 보겠습니다.”
“아니 이 사람이 무슨 짓이야?”
남자는 거칠게 반항을 하려고 하였지만 성호의 힘을 당할 수는 없었다.
성호는 내기를 이용하여 남자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남자가 반항을 하기는 했지만 성호의 힘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성호는 남자의 몸을 내기로 확인을 해보니 남자는 지금 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호는 남자의 눈을 보았는데 눈에 황달이 낀 것을 보고는 간 경화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아마도 남자는 그런 자신의 병명을 이미 알고 있기에 진료를 거부하려고 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남자가 온 이유는 다리가 삐어 오게 되었는데 철호가 보기에는 삔 것 말고도 환자에게 다른 병이 있을 것 같아 성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 것이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의사로서 병이 깊어 보이는데 그냥 둘 수가 없어 그런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마세요.”
성호가 그렇게 말을 하자 남자는 몸에 힘을 빼고 말았다.
남자는 성호가 자신의 병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눈치로 알 수가 있었다.
남자가 힘이 빠진 모습을 하자 철호는 그런 남자를 두고 성호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이분은 이미 자신의 병명을 아시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안 그래요. 환자분?”
성호의 말에 남자는 철호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도 제가 어떤 병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으니 병을 고칠 수가 없어 이러고 살고 있습니다.”
남자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을 하자 성호는 안타까운 얼굴을 하였다.
“아니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렇지 병을 그냥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돈이 없으니 병원에서는 나가라고 하고 저는 죽고 싶지 않아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병원에서 강제로 나오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남자는 아마도 다른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남자가 치료비가 밀리니 그냥 방치를 할 수가 없었기에 나머지 돈을 포기하고 강제로 내보낸 모양이었다.
환자의 병명이 장기간 입원을 할 병은 아니었기에 병원에서 그렇게 처리를 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아파도 현실은 환자를 보살펴주지 않았기에 이들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갈 곳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김 선생님 환자분이 이러니 우선은 여기서 치료를 받게 하고 나서 그쪽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철호는 성호가 진료를 하고 난 다음에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보았기에 환자의 상태가 생각 이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예상하고 하는 말이었다.
성호도 철호가 하는 소리에 충분히 이해를 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렇게 하세요. 바로 죽는 병은 아니니 시간이 아직은 있으니 말입니다.”
성호의 말에 철호는 급한 병은 아니지만 병이 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은 비록 돈이 없어도 환자를 그냥 방치할 생각은 없었기에 환자를 치료를 하려고 하고 있었다.
비록 무료로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기는 처음 병원을 시작할 때부터 이런 환자가 생기면 돈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하였고 서로 간에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었기에 이렇게 대화를 할 수가 있었다.
“우선 환자분에게 이야기를 해주세요. 오해를 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설명을 하면 충분히 이해를 하실 겁니다.”
성호는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내려가려고 하였는데 마침 환자부부가 오는 것을 보았다.
“아아, 더럽게 아프네.”
“당신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잖아요.”
부인의 말에 남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무언가 잘못을 한 것처럼 보였다.
남자는 손을 들고 있는데 성호의 눈에는 손가락이 부러진 것 같아 보였다.
그것도 엄지가 부러지는 경우는 드문데 지금 그 드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저기 오시는 분은 손가락이 골절을 당해 오신 것 같은데요?”
“그런 것도 보이세요?”
철호의 말에 성호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주었다.
“보세요. 저기 손가락을 받치고 오시니 손가락이 부상을 당했다고 말하지 않아요.”
성호의 대답에 철호는 자세히 환자를 보게 되었고 그의 눈에도 그런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철호는 성호가 관찰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보통은 환자가 와도 어디가 아파서 온지를 모르는데 성호는 그런 자신과는 다르게 자세한 관찰을 하고 환자를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우리 오늘 저 환자분을 잠시 보는 것이 어떨 까요?”
철호는 성호의 말이 진실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말이었다.
성호는 철호가 그렇게 말을 하자 약간 기분이 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철호와 있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기에 그냥 수락을 하게 되었다.
“그러지요. 그러면 저 분만 보고 가겠습니다.”
성호의 허락에 두 사람은 환자 부부가 들어가는 진료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안에는 철호의 후배인 의사가 진찰을 하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엄지가 부러지는 경우가 있습니까?”
의사인 철호의 후배도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환자 부부 중에 여자가 조금은 부끄러운 얼굴을 하며 대답을 해주었다.
그 내용을 들으면서 성호와 철호는 웃음을 참으려고 정말 개고생을 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남자가 엄지가 부러진 이유는 바로 부인이 거실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똥침이 생각이 나는 바람에 엄지로 똥침을 놓으려고 하다가 부인이 엉덩이를 비트는 바람에 부러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부인이 하는 말이 더욱 이들을 웃기게 하였다.
“아니 어떻게 자신의 부인에게 그렇게 무자비하게 똥침을 할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러니 벌을 받은 거지요.”
남자는 부인의 말에 고개만 숙이고 있는 것이 부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이들은 알 수가 있었다.
저런 부부도 있다는 것에 성호는 웃기면서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잠시지만 정말 웃기는 장면을 보았고 그 덕분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성호는 자신의 진료실로 내려와서도 부부가 생각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을 정도로 오늘 들은 이야기는 성호를 웃게 하고 있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성호가 그러고 있으니 김 간호사와 서 간호사는 둘이 성호에 대한 말을 하고 있었다.
“아니 김 선생님은 날아가는 제비의 거시기를 보았다니 오늘 왜 저러니?”
“내가 알아요? 아까 3층에 갔다 오시고는 하루 종일 저러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