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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성호를 보며 두명의 여자는 호기심이 어린 눈빛을 하였다.
"오늘 무슨 약 먹었나? 왜 저런데?"
"좋은 일이 있으니 그렇겠지요."
"그래,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좋기는 하지."
서 간호사는 성호가 즐거운 미소를 지으니 조금 이상하게 생각이 들었는지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사실 성호에게 은근히 마음이 있는 서 간호사였기에 성호의 표정을 보고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상한 것이었다.
여자의 직감은 남자와는 다르게 매우 민감했고 서 간호사는 그런 직감이 유달리 빠른 여자 중에 하나였다.
‘흥, 저렇게 기분이 좋은 것을 보니 어제 애인하고 좋은 일이 있었나 보네. 자기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바보 같은 사람.’
서 간호사는 성호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데도 성호가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매일 가슴만 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성호는 자신의 진료실에 가서 옷을 갈아 입고 오늘의 진료를 할 준비를 하였다.
"자, 오늘도 열심히 치료를 하도록 하자."
성호는 근방에서 제법 유명한 의원으로 소문이 나 있었기에 한의원에 많은 환자들이 찾아 오고 있었다.
그래서 예약을 받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에 예약을 받았다면 성호가 시간을 비우지를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똑똑
"들어오세요."
"선생님 시작하시기 전에 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모닝커피 좋지요."
"알았어요. 커피 준비해 드릴게요."
성호의 담당은 서 간호사가 아니라 김 간호사였다.
이는 성호가 눈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서 간호사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자리를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성호는 서 간호사의 마음을 알지만 그 마음을 받아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포기를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서 간호사는 상당히 유능한 사람이었기에 그만 두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성호의 진료실에는 상당한 수의 환자들이 배정이 되고 있었다.
문이 열리면서 부부로 보이는 이들이 들어왔다.
"정 창원씨 우선 여기 앉으세요."
"예, 선생님."
성호는 환자가 편하게 자리에 앉게 하고는 바로 진맥을 해 보았다.
이 환자는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되지 않아 병원에 온 것이다.
성호는 환자의 상태를 진맥해 보니 환자는 위암 초기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혹시 자신이 잘못 알 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세하게 내기를 이용하여 진찰을 하였지만 환자는 위암이었다.
성호는 잠시 진맥을 마치고는 눈을 감고 환자에게 어찌 말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자신이 암을 치료하게 되면 유명해지기는 하겠지만 그로 인해 더 힘이 드는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직 환자는 초기의 증상이기 때문에 암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가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라 그쪽으로 보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음, 환자분 지금의 상태가 언제부터 진행이 된 겁니까?"
"한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아요."
"이런 말을 하기 곤란하지만 환자분은 지금 위암 초기의 증상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초기로 보이니 오늘 바로 암을 치료하는 병원으로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 제가 암이라고요?"
남편이 암이라고 하자 옆에 있는 부인은 더 놀라는 얼굴이 되었다.
"아니 선생님 진맥을 하고도 암이 걸린 것을 아실 수가 있는 건가요?"
여자는 무언가 수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사실 진맥을 하고 암이라고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성호가 그렇게 말을 한 이유는 환자의 병이 아직은 초기이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치료를 받았으면 해서 한 말이었다.
"사실 제가 전에 비슷한 분을 진맥을 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분도 처음에는 소화불량으로 알고 저를 찾아왔지만 나중에 암이라고 판정이 나서 결국은 치료의 시기를 놓치게 되어 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분의 병명이 그와 비슷하기 때문에 미리 말을 드리게 된 겁니다. 만약에 암이 아니라고 하면 더욱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암이라면 초기에 확실하게 치료를 하시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이렇게 말을 하는 겁니다. 시기가 중요하니 오늘 바로 암을 전문으로 치료를 하는 병원에 가셔서 검사를 해보십시오."
성호는 환자들이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하지만 성호의 그런 설명을 듣고도 부인은 짜증을 내었다.
"아니 비슷한 증상만 가지고 암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암을 검사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아세요? 그냥 소화제나 처방해 주세요."
부인은 남편의 병명이 암이라고 해도 저렇게 말을 하니 성호는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도대체가 부부가 많기는 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성호는 이런 환자들은 처음 보았지만 그렇다고 시끄럽게 떠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조용하게 말을 하였다.
"지금은 처방전이 필요 없으니 그냥 가세요. 검사를 받는 것은 본인들이 하시는 것이니 알아서 하시고요."
성호의 대답에 여자는 아주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요. 무슨 돌팔이도 아니고 진맥을 하고는 암이라고 하는 곳이 어디에 있어요."
여자가 남자의 팔을 잡으면서 일으키고 있었고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여자가 하는 소리에 따라 몸을 일으켰다.
성호는 그런 남자를 보며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혀 살아도 어찌 저리 잡혀 살 수가 있을까?
자신 같으면 저러고는 절대 못 산다는 생각이 드는 성호였다.
성호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부부는 문을 거칠게 열고는 나가 버렸다.
여자는 병원을 나가면서 무슨 소리를 하였는지 김 간호사가 바로 들어왔다.
"선생님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저래요?"
"무슨 일이라니요?"
"아까 환자부부가 나가면서 돌팔이 의사라고 소리를 치고 가잖아요. 기분 나쁘게요."
김 간호사가 아는 성호는 상당한 실력을 가진 한의사로 알고 있었기에 환자가 그런 소리를 하니 기분이 상해서 하는 말이었다.
성호는 자신의 한의원에서는 제법 실력도 있는 그런 한의사로 인식이 되어 있었기에 그런 성호를 돌팔이라고 하니 다른 이들이 화를 내주었다.
비록 네명이 전부인 병원이었지만 말이다.
"후후, 그냥 넘어 가세요. 다른 환자분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그래도 저런 소리를 들으면 기분 상하지 않으세요?"
"하하하, 환자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방법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야지요."
성호가 그리 말을 하니 김 간호사도 더 이상 그 문제로 말을 할 수는 없었기에 바로 나가게 되었다.
성호의 일상은 이렇게 환자를 보는 것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비록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 힘을 이렇게 사람들을 치료하고 살 수가 있다는 것이 성호에게는 행복감을 주고 있었다.
성호와는 다르게 지연은 자신의 아버지와 지금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빠, 어제의 일은 오빠가 모두 처리를 했다고 했잖아요. 이제는 더 이상 납치를 하려고 하는 일은 없다고 하니 외출을 허락해 주세요."
"그래도 안된다. 일주일 동안은 무조건 집에 있어라. 성호군이 비록 해결을 보았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주일은 집에 지켜보도록 하자."
"아이 참, 그냥 나가도 된다니까."
"절대 안된다."
지연의 아버지는 지연을 위험에 노출이 되는 것을 절대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오빠를 만나는 것도 나가지 마요?"
지연은 아빠가 오빠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물었다.
"성호군은 너를 만나기 위해 집으로 오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마라."
아마도 성호와 이미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지연은 아빠의 답답함에 힘이 빠졌다.
저럴 때는 아무리 때를 써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오빠에게 부탁을 해야겠어.’
지연은 아무리 오빠가 아빠랑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만 자신의 부탁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알았어요. 하지만 만약에 오빠가 부탁을 하면 들어 주세요."
"흠, 성호군이 부탁을 한다면 내 한번 생각해 보마."
지연은 아빠의 허락에 바로 자신의 방으로 갔다.
방에 핸드폰이 있으니 어서 방으로 가야 전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연은 핸드폰을 들고 바로 성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드드드드
"지연아 나 지금 환자분 진료를 해야 하니 조금 있다가 전화를 할게."
"알았어요. 꼭 전화 하세요."
지연도 성호가 한의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진료를 본다고 하자 바로 끊어 주었다.
성호와 지연은 이번 납치 사건으로 인해 전보다는 더욱 서로를 생각하게 되어 이제는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물론 성호 보다는 지연이 더욱 심했지만 말이다.
성호는 지연이 전화를 한 이유에 대해서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다.
"답답한 모양이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보니 말이야."
성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런 지연을 생각했다.
사실 환자도 없으면서 그렇게 전화를 끊은 이유는 지연을 조금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애가 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성호는 즐거웠다.
그래도 지연에게 전화는 해야 했기에 잠시 고민을 하는 성호였다.
이미 지연의 아버지에게 연락을 받았고 이번 사건을 이용해서 지연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지연이 무슨 부탁을 해도 이번만은 들어주지 말라고 하여 자신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기에 지금 지연이 어떤 심정인지를 성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와 한 약속을 어길 수도 없는 입장이었기에 어떻게 말을 하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성호가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었다.
"오빠,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꼭 들어 주셔야 해요."
"갑자기 무슨 부탁을 들어 달라는 거야?"
이미 알고 있지만 모르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하였다.
"사실 아빠가 갑자기 나가지 못하게 해서 그래요. 어제 일로 일주일은 나가지 못하게 해서 답답해 미치겠어요. 그러니 오빠가 아빠에게 전화 좀 해주세요."
지연은 성호가 아빠에게 전화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오빠는 자신의 부탁을 반드시 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제의 일도 오빠인 성호가 직접 와서 모두 처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지연은 자신의 부탁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음, 지연아 내 말을 듣고 오해는 없었으면 하는데 이번 부탁은 나도 들어 줄 수가 없을 것 같아 미안하다.”
성호의 거절은 지연에게 충격을 주고 있었다.
“오...빠 거절하는 거야?”
지연은 목소리도 떨리는 것이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였다는 것이 아직도 인정을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지연은 제법 사는 집안의 외동딸이었고 외모가 특출나서 남자들에게는 어떤 부탁을 해도 모두 들어 주었기에 거절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생애 처음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을 당했으니 제법 강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일이 없겠지만 성호였기에 지연은 더욱 강하게 충격을 받았다.
성호도 지연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에 지연이 당연히 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절을 당하자 그런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버지의 부탁을 자신이 거절 할 수도 없지만 지연이 충격을 받아 자신과의 사이가 멀어지는 것도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입장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성호는 그런 지연을 달래줄 방법을 찾았지만 솔직히 연애경험이 없는 성호가 그런 좋은 묘수를 생각할 수가 없었다.
“지연아 일주일이니 아버지의 말씀대로 집에 얌전하게 있어 내가 매일 저녁에 갈게.”
“오빠, 어떻게 내 부탁을 그렇게 단칼에 거절을 할 수가 있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그렇게 생각도 없이 거절을 하는 것을 보니 이미 아버지하고 이야기가 되어 있는 거지?”
지연도 머리가 있으니 지금의 상황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성호가 거절을 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을 하였다는 것은 아버지와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성호가 거절을 할 수가 없다고 지연은 생각하였다.
성호도 지연이 머리가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제법 추리력도 좋은지는 이번에 알게 되었다.
“지연아 내가 이미 아버지와 이야기가 되어 있다고 해도 이번 사건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잖아.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서 놈들이 포기를 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조심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그러니 이번만큼은 아버지의 말을 따라 주었으면 해.”
성호도 이번 일로 많은 생각을 하였기에 지연이 이번은 아버지의 말을 따랐으면 했기에 부탁을 받아 들인 것이다.
고집이 강하지만 자신의 위험을 가지고 고집을 피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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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많은 분들이 스토리에 이상이 있다고 하여 보니 다른 것이 올라가 있어서 다시 수정해서 올립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