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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55화 (5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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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 성호의 애인인 지연을 대상으로 다른 짓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회장님, 고정하십시오."

    "내가 지금 고정하게 생겼나?"

    "물론 화가 나시는 것은 알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냉정하게 생각하셔야 할 때입니다."

    남자는 바로 사진을 받아온 남자였다.

    정 회장의 왼팔이라고 불리는 남자로 머리를 비상하게 쓰고 있는 참모의 역할을 하고 있는 자였다.

    "놈을 당장 건드리지 못하니 놈의 애인을 사고로 위장하는 것이 어떤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더 미칠 것 같단 말이야."

    "알겠습니다. 놈의 애인 정도는 충분히 보낼 수 있습니다, 회장님."

    "그래, 그렇게라도 해야 내가 참을 수가 있을 것 같아."

    정 회장의 눈빛은 마치 정신병자와 같은 번들거림이 나타나고 있었다.

    정 회장이 집요하게 무언가를 노리고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는데 요즘은 저런 현상을 보이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나타나고 있었다.

    "제가 처리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남자는 최도수라는 자로 사십대의 나이였지만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건달이었다.

    최도수의 말에 정 회장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지고 있었다.

    그만큼 최도수를 믿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 도수 자네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믿어보지."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회장님."

    최도수의 눈은 매우 빛이 나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항상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을 때만 나타나는 현상이었는데 지금 지금이 바로 그런 상태였다.

    쪹             쪹             쪹

    성호는 어떤 위험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지금 자신을 위해 증언을 해주었던 정철호를 만나고 있었다.

    이미 병원이 문을 닫았기에 정철호는 다른 곳을 알아보아야 했지만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을 상대로 배신을 했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에서 받아주지를 않고 있었다.

    올바른 일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병원의 입장에서 항상 좋은 것만 있지는 않기 때문에 철호를 받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나 자신의 병원에서도 같은 일이 생기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정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성호는 지금 정철호에게 개인 병원을 여는 것이 어떠냐고 묻고 있었다.

    어차피 다른 병원에서 받아주지도 않지만 그의 실력은 상당하기 때문에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성호에게는 철호에게 개인 병원을 열어줄 정도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한의원의 위층에 철호의 개인 병원을 열게 되면 오히려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성호였다.

    한의원만 있는 것보다는 서로에게 상부상조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였다.

    "아직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인 병원을 개업하는 것은 모든 의사의 소망이니 저도 뜻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 제가 운영하는 한의원의 위층은 어떠십니까? 제가 알기로는 병원을 개업하는 데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바로 장소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제 개인의 건물입니다. 이번에 정 선생님에게 제가 은혜를 입었으니 정 선생님이 개업을 하도록 도움을 주고 싶군요."

    성호가 하고자 하는 말을 듣고는 정철호는 솔직히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자신이 한 것이라고는 양심을 속이지 않으려고 한 행동이었는데 이런 행운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도 믿어지지가 않아서였다.

    "성호 씨가 저에게 그렇게까지 해도 되겠습니까?"

    정철호는 성호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개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병원을 개업하려면 한두 푼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성호가 개업을 도와주겠다고 하니 솔직히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결국 자존심을 접고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자신도 남자고 병원을 개업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철호도 가정이 있기 때문에 의사 생활을 그만두면 할 일이 없었다.

    안 그래도 지금 병원이 문을 닫자 바로 아내와 다투고 나온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정 선생님이 한 가지 약속만 해주시면 병원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으셔도 되게 해드리겠습니다."

    "무슨 약속을요?"

    "여기는 그리 잘사는 동네가 아니니 가끔 돈이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한 달에 한 번은 무료로 아픈 분들을 위해 봉사를 해주십시오. 저희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무료치료를 해달라는 말에 철호는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그 정도만 하면 병원이 생긴다는 것은 그냥 주겠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봉사를 하는 것이야 저도 항상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철호는 의사가 되기 전에는 솔직히 봉사를 자주 하려고 하였지만 막상 의사가 되고 나니 그렇지가 않았다.

    병원에서 하지 않는 것을 자신이 한다고 해서 되지를 않아서였다.

    "하하하, 정 선생님이 그러시면 바로 병원에 대한 준비를 하지요. 솔직히 봉사는 그냥 하는 이야기였고, 정 선생님이 이번에 증언을 해주시는 덕분에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 분이 병원에 다시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에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바로 개업이었습니다. 일단 장소를 한 번 보시지요. 이미 위는 비워두었으니 말입니다."

    "아, 아닙니다."

    정철호는 솔직히 보고 싶지만 그래도 예의상 한번은 거절을 하고 있었다.

    그런 철호의 심정을 성호는 알고 있었기에 바로 그를 데려다 병원이 개업을 할 장소로 이동을 했다.

    성호가 철호와 만난 장소가 건물과 그리 멀지가 않아 걸어서도 십 분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세기 한의원이란 간판이 걸려 있는 작지 않은 아담한 사층 건물이 눈에 보였다.

    "여기입니다. 올라가시지요. 정 선생님."

    "아, 예."

    성호와 철호는 건물의 삼층으로 올라갔다.

    삼층에 올라간 철호는 안을 구경하게 되었고, 다른 병원과 비교를 해도 그리 적지 않은 평수라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건물은 외관상 작을 뿐이었지, 실제로는 제법 큰 평수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 크기면 마음에 드십니까?"

    "이거 마음에 든다기보다는 생각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철호는 아주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정 선생님, 내일 인테리어 기술자가 오기로 했으니 바로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병원의 주인은 정 선생님이시니 직접 상담을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철호는 성호의 말에 고마운 눈빛을 하면서도 무언가 결심을 했는지 이내 입을 열었다.

    "성호 씨, 여기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제가 하지만 이 병원은 저와 성호 씨가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병원이 개업을 하고 나오는 수입의 반은 모두 성호 씨 명의로 하겠습니다."

    성호는 갑자기 철호가 절반은 자신에게 주겠다고 하니 조금은 당황하고 말았다.

    "아, 아니 무슨 이 병원은 전적으로 정 선생님의 것이니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저의 생각은 변함이 없으니 우리 그 문제로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말죠. 안 그러면 저는 여기서 그만두겠습니다."

    철호는 이미 마음을 굳혔는지 눈빛이 달랐다.

    성호는 철호가 부담과 미안한 마음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그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우리 그러면 병원에서 버는 금액의 절반은 불우한 이웃을 위해 돕기로 하지요. 우리 관내에는 그런 가정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성호 씨는 마치 사회봉사를 하시는 분 같습니다."

    "봉사를 한다기보다는 그렇게 돈에 욕심이 없다고 해야 정답이지요."

    성호는 아직 돈을 벌기보다는 어려운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던 자신의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벌어들인 돈으로, 직접 그들에게 베풀고 싶었다.

    철호의 병원이 개업을 하고 더욱 스스로 벌어들이는 돈이 늘어나게 되면 그때는 진심으로 그들을 다방면에서 도울 수 있으리라 확신하는 성호였다.

    물론 자신에게는 먹고살 만큼의 돈은 있었다.

    솔직히 지금 가지고 있는 건물도 남의 병을 치료해 주고 얻은 것이라 거의 공짜라고 해도 무방했고 말이다.

    하지만 좀 더 자신의 손으로 그것을 하고 싶은 성호였다.

    이 건물을 얻으면서 나오는 세금에 대한 문제는 모두 한국그룹의 정 상무가 처리를 해주었기에 성호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튼 고맙습니다. 성호 씨 덕분에 모든 고민이 해결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오늘은 제가 집에 가서 마누라에게 큰소리 좀 치겠습니다. 하하하."

    철호는 지금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의사로서 자신의 병원이 생긴다고 하는데 싫어할 인간은 아무도 없겠지만 말이다.

    성호는 그렇게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인물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인맥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성호가 철호의 개업 때문에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지연은 오늘도 성호가 시간이 없다는 소리에 조금 화가 나기는 했지만 이해를 하려고 하였다.

    "참 애인을 만나는 것이 친구보다 중요한 것이 아냐? 그래도 친구들을 만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내가 참아야지."

    성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철호의 개업 준비를 도와주고 있었다.

    "하하하, 이제 기계들만 들어오면 되는 겁니까?"

    "아, 김 선생님, 어서 오세요. 이제 공사는 끝났고 이미 주문을 했으니 오후부터는 기계들이 들어올 겁니다. 간호사도 이미 이야기를 하여 오후부터 오겠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철호는 예전 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들 중에 인물도 좋고 마음씨도 부드러운 여자들에게 연락을 하여 자신이 개업을 하며 함께 근무를 하자고 약속을 받아 두었다.

    한의원과 다르게 일반 병원은 간호사가 하는 일이 상당히 많았기에 필요한 인원도 많았다.

    철호는 지금은 자신이 혼자 하지만 조만간에 필요한 의사가 있으면 더 고용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종합병원은 아니지만 개인 병원으로도 충분히 그만한 위치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아주 의욕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일이 아주 잘되고 있다니 말입니다."

    "하하하, 이게 모두 김 선생님 덕분입니다.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최대한 열심히 해서 김 선생님의 자금을 불려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철호는 농담으로 하는 말이었지만 성호는 그런 철호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철호에 대한 믿음이 커지고 있어서였다.

    성호가 보기에 철호는 인간적으로 사람이 아주 좋은 사람이었고 생각이 올바른 남자였다.

    주변에서 약간의 도움만 주면 충분히 혼자 자립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고 말이다.

    사람이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현실에서 돈이 없으면 그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철호에게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성호였기에 철호의 입장에서는 성호가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엄청난 호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지연이 집에서 골목길을 벗어나면 바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가 있었다.

    "에이, 오빠랑 만나자는 약속도 어기면서 만나려고 했는데 감히 빵꾸를 낸다는 말이지 두고 보자."

    지연은 혼자 씩씩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지연의 뒤에서 두 명의 남자가 지연을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지연은 순간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김 지연씨?"

    뒤에 따라 오던 남자가 지연의 이름을 부르며 앞을 가로 막았다.

    "누구세요?"

    "그건 가보면 알겁니다,"

    남자는 지연이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안심하라는 듯 정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연은 이들을 따라 갈 생각이 없었다.

    "비켜 주세요,"

    "확실히 한국사람은 좋게 말을하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아, 어이 이 지연이 그냥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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