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려워 하지마-53화 (53/290)

0053 / 0290 ----------------------------------------------

.

박 원장을 믿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박 원장도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비법을 배우려 돈을 들이댄다면 어쩔 수 없이 알려주게 되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성호는 박 원장과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고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한의원은 성호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성호에게 침을 맞은 환자들이 아주 신통하다고 소문을 내고 있어서였다.

물론 그중에 돈이 있는 사람들은 진한의 어머니나 아버지의 소개로 오는 이들이 태반이었지만 말이다.

성호는 그렇게 재판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환자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재판이 열리는 날이 찾아왔다.

성호는 오늘은 한의원에 출근을 하지 못한다고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기에 한의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준비를 한 채 재판장으로 가고 있었다.

오늘 재판에는 진한도 참석을 하게 되었고 두 놈들도 참가를 하게 되어 있었다.

이는 성호가 고소를 한 당사자들이 거짓으로 식물인간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의를 제기하여 이루어진 일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말을 하였고, 진성종합병원의 의사들도 참석을 하게 되었다.

의사들은 이미 식물인간이 되어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참석을 하는 것이었지만 내심 이들도 그리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

이미 병원에 입원을 하고 난 뒤에 벌어진 일을 가지고 법정으로 가서 거짓증언을 하라고 하니 누가 좋다고 하겠는가 말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벌어지는 이상한 재판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법원에서도 공정하게 재판을 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

물론 오늘 재판을 하는 판사는 이미 정 회장의 올가미에 걸려 있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재판을 하는 장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오늘은 취재를 하려는 기자들도 몰려 있었다.

한의사와 병원의 싸움이기도 한 이상한 상황이 벌어져서였다.

성호는 재판장에 도착하자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재판이 시작될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가장 성호가 신경을 쓰는 것은 바로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였다.

놈들이 식물인간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성호는 바로 이들을 다시 돌려놓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이들이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었다.

성호가 준비한 다른 것은 바로 이번 식물인간이 된 두 사람을 검사한 의사 중 한 명의 증언이다. 때문에 정현도 그리 걱정을 하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직 검찰에 증언을 주지는 않았지만 오늘 재판에서 증언에 대한 자료를 모두 제출하려고 하고 있어서 걱정이 없었다.

드디어 판사가 착석을 하고 재판이 시작되었다.

"자, 고소인의 대변인이 먼저 진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판사의 말에 김 변호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희 피해자 두 명은 지금 식물인간이 되어 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두고 그냥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저희는 그래서 고소를 하게 되었고, 이를 증명하는 서류들을 여기 제출을 합니다."

김 변호사는 고소를 하게 된 두 명의 상태를 기록한 서류를 제출하고 있었다.

이미 병원의 원장과 기록에 대해서 가짜로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서류가 제출이 되고 나서 성호 측 변호사의 차례가 되었다.

성호의 변호사는 가지고 있는 진짜 증거는 일단 두고 상황에 대한 변론만 했다.

"고소인은 김성호 씨와 싸움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여자를 데리고 가기 위해 친구인 원진한 군을 폭행하고 있었고, 그에 격분한 김성호 씨는 두 사람을 때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당시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던 두 사람이 일주일이 지나고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유없이 식물인간이 된다고 하면 누가 이해를 하겠습니까?"

성호의 변호사는 원칙적인 이유를 가지고 변호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의 시간 동안 서로는 그렇게 변호를 하였고 고소인의 대리인인 김 변호사가 먼저 증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김 변호사가 보여주는 증거는 바로 병원에서 기록을 한 내용들이었다.

의사가 검사를 하였다고 하는 증거들이 제출되기 시작하자 성호는 변호사에게 눈치를 주고 있었다.

"재판장님, 오늘 이 재판에 가장 중요한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두 사람은 보이지를 않습니다. 저는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없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에 당사자를 불러주시기를 원합니다."

이미 당사자가 출두를 하기로 합의를 하였기 때문인지 재판장은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다.

"오늘 이 재판을 위해 당사자들이 와 있다고 하니 당사자를 불러주세요."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식물인간이 되어 있는 두 명의 환자가 침대에 누워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성호는 두 놈을 보자 입가에 스산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쥐어 있는 아주 작은 침을 날리려고 준비를 하였다.

당사자들이 침대에 누워 재판장으로 나오자 성호의 손은 아무도 모르게 움직였다.

침은 아주 작은 것이라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니 누구도 모르게 두 놈의 몸에 스며들었다.

침대가 도착을 하자 두 명의 식물인간이라는 놈들은 갑자기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으으으. 여기가 어디야?"

"으으, 정말 답답했다."

두 놈은 지금 자신들이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아직 파악하지를 못하고 있었기에 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한편 식물인간이라는 놈들이 재판장에 오자 정신을 차리고 있는 모습에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란 얼굴을 하고는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성호는 두 놈이 깨어나자 변호사에게 눈치를 주고 있었다.

변호사도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는 바로 재판장을 향해 말했다.

"재판장님, 저희는 이미 고소인이 식물인간이 아니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증언하는 테이프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변호사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음성 테이프를 틀기 시작했다.

음성의 당사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진성종합병원의 의사이자 과장인 정철호의 음성이었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식물인간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우리 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단순한 골절상만 입었는데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검사를 하니 혼수상태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무리 병원이 힘들다고 해도 거짓으로 기록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의사의 명예를 저버리는 행동이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양심을 걸고 진실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식물인간이 된 이유는 절대 입원할 때 입은 상처 때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제 의사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일주일을 입원하고 있던 정상적인 사람들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혼수상태에 들어간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는 여기까지 틀고는 껐다.

"저희의 증언은 여기까지입니다."

재판장은 성호의 변호사가 들려준 내용 때문에 난리가 나고 있었다.

판사가 아무리 정 회장에게 매수를 당했다고 해도 이제는 어쩔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저거 특종이지?"

"최대한 빨리 보내도록 하게."

기자들은 본능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감을 잡기 시작했고, 이번 사건이 신문과 방송을 타면 대단한 파문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 병원이 생사람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어서 진단을 해준다는 것이 말이 되냐 말이야?"

"그러게 이제는 병원도 믿을 수가 없으니 이거야 원."

세상 사람들은 이번 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한동안은 재판장 안이 시끄러웠을 정도였다.

그렇게 재판은 성호 측을 향해 급격히 기울어졌다.

결국 이번 고소로 인해 진성종합병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되었고 정 회장과 정 회장을 이용하려고 하던 정치인도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되어 사회에서 매장을 당하게 되었다.

성호는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지가 않았기에 더욱 그들을 몰아치기로 했다.

"삼촌, 저들이 저럴 때 더욱 강하게 몰아쳐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가 당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저들은 저희에게 없는 죄를 만들려고 하였으니 절대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알았다. 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도록 하마."

진한의 삼촌이 현직 검사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모두 진한의 심촌에게 맡기기로 했다.

성호는 이들을 모두 고소하여 구속을 시키려고 하였지만 정현의 설득에 고소를 취하하고 대신에 이들에게 엄청난 합의금을 받아내게 되었다.

사실 이들은 법정 구속이 되어야 하지만 아들이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소식에 부모로서 그냥 볼 수가 없어 일이 이렇게 진행이 되었다며 하소연을 했다.

거기에 법의 아량에 호소를 하여 구속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벌금을 피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성호가 고소를 하게 되면 이들은 절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자금을 주고라도 고소를 피해야 하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하게 되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성호는 세상에 얼굴이 공개가 되었고, 성호가 한의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호에 대한 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성호는 자신을 철저하게 감추려고 하였지만 이미 공개적으로 얼굴이 나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호가 얼굴이 알려진 것이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또 한편으로는 한의사가 종합병원을 상대로 싸워서 승리를 한 것으로 회자되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한의사들이 그런 성호를 응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의사들과 병원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성호가 한의원에 출근을 하니 박 원장과 간호사들이 모두 성호에게 축하해 주고 있었다.

"허허허, 김 선생 축하하네."

"축하드려요. 김 선생님."

한의원에서는 성호가 이번 재판에 승리를 한 것을 모두 보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이번 재판은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았는데 식물인간이라는 환자들이 정신을 차리는 기사가 크게 보도되었다.

병원의 의사가 증언한 내용이 모두에게 알려지는 바람에 진성종합병원은 결국 성호에게 고소만은 참아달라고 하면서 엄청난 돈을 주게 되었다.

이는 관여되었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당사자가 성호였기 때문에 이들은 성호가 고소를 하게 되면 이는 빼도 박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빠르게 성호에게 선처를 부탁하였다.

이를 근거로 많은 돈을 합의금으로 주겠다고 하였지만 성호는 이를 정민에게 하라고 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절대 외상은 사양품목이라는 말을 잊지 않아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하하하, 이거 공개적으로 얼굴이 알려지는 바람에 조금 이상하네요."

성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그런 성호를 보며 요상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유, 내가 결혼만 하지 않았으면 진짜로 한 번 꼬드겨 보는 건데 말이야.‘

간호사들의 마음속에는 성호 같은 남자라면 충분히 인생을 걸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 간호사는 지금이라도 성호가 자신을 원하면 충분히 하룻밤 정도는 같이 잘 수 있다는 과감한 생각까지 하고 있었고 말이다.

간호사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만큼 성호가 이들에게 매력적인 남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성호는 간호사들의 그런 눈빛이 곤혹스러웠다.

‘에휴, 저런 눈빛을 나에게 날리면 어쩌란 말이야.‘

성호는 간호사들의 눈빛이 부담이 가는지 빠르게 자신의 진료실로 들어갔다.

오늘도 환자들을 받으려면 자신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가운을 갈아입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환자를 본 성호는 시간이 되자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은 지연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성호는 자신의 차로 이동을 하여 서초동으로 갔다.

서초동의 한 카페는 지연과 자주 만남을 가지기 위해 정해진 장소였다.

지연은 성호와 만나기로 약속을 해서 그런지 조금 빨리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성호가 도착을 하고 문을 열자 지연은 그런 성호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성호는 그런 지연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마주 손을 흔들면서 다가갔다.

"빨리 왔네."

"응, 엄마가 약속을 했으면 상대보다는 먼저 나가 있는 것이 예의라고 하면서 나가라고 해서."

지연의 어머니는 성호에 대해서 알고 나서는 지연에게 전격적으로 결혼날을 잡으라고 할 정도로 성호를 마음에 들어 했다.

솔직히 성호 같은 사위라면 돈다발을 싸들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