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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51화 (5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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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그렇습니다. 어제까지도 멀쩡하던 두 사람이 갑자기 식물인간처럼 되어버렸다고 하니 누가 믿겠습니까."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나?"

    "저들이 고소를 하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우리도 고소를 하면 그리 좋은 결과를 바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정현의 생각으로는 잘해야 쌍방이 합의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성호가 때린 두 인간이 지금 식물인간이 되었으니 이를 가지고 저들이 더 난리를 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사전에 의사의 진단이 있었기 때문에 이쪽에서도 반발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찜찜함을 안고 가고는 싶지 않은 정현의 심정이었다.

    정현과 정민은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고는 상대가 어찌 나오는지를 보고 결정을 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아직 저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자신들이 먼저 움직인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만큼 성호가 두들겨 팬 놈들의 부상이 심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놈들을 구속시키고 싶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러지 못해 참고만 있을 뿐이었다.

    성호를 고소한다고 해서 저들 또한 이득을 보는 것은 없었고, 자신들도 마찬가지의 입장이었다.

    그러니 일단은 두고 보자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성호는 두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고 여유롭게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정 회장은 원장과 만나고 있었다.

    "원장이 우리 아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문제는 아들이 지금 식물인간이 되어 있다는 것이오. 그러니 내가 원장에게 부탁을 하고 싶은 것은 진단을 떼기 전에 이미 아들과 친구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진술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오. 어떻소?"

    정 회장은 이미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아들을 이용하여 성호를 구속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정 회장이 이렇게 성호를 집요하게 노리는 이유는 바로 정 회장과 친분이 있는 정치인의 부탁 때문이었다.

    그 정치인은 여당의 중진으로 있는 사람으로 성호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성호와 연관이 있는 정민을 노리고 있었다.

    정민이 정치에는 생각이 없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정민이 정치를 하겠다고 하기만 해도 당장 공천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맥이 두터워서였다.

    그래서 사전에 이런 사건으로 정민을 묶어두려고 하였는데 마침 정 회장의 아들과 정민의 아들의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를 노린 그는 정 회장에게 정치를 하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그를 이용하여 정민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수법이었다.

    즉, 정 회장은 정민을 노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정치인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정 회장님, 그러면 제가 위증을 하라는 말씀입니까?"

    "위증이라기보다는 의사로서 정확한 소견을 말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들이 식물인간이 된 이유를 병원에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니 이는 일거양득이 되지 않겠습니까?"

    정 회장의 말대로 자신이 두 환자의 상태를 조금 다르게 말하게 되면 병원은 확실히 위기를 면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의사 생명을 걸고 하는 일임과 동시에 자신이 지금껏 쌓아올린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기도 하기에 원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다는 것을 원장도 알고 있었고 자신에게 간곡히 말하던 부원장의 모습이 떠올라 결국 정 회장이 원하는 대로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두 환자가 우리 병원에 와서 의식불명의 상태가 된 것이 아니라 오기 전에 이미 이상 징후가 있었다고 발표를 하면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원장님은 역시 말을 빨리 알아들으십니다. 하하하."

    정 회장은 이미 원장이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정 회장은 마지막으로 원장을 보며 쐐기를 박고 있었다.

    "원장님이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도 병원을 위해 섭섭지 않게 기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 회장의 말에 원장은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동안 병원은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었기에 실제로 많은 자금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비록 병원을 완전히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병원의 원장이라는 자리에서 병원이 적자를 누적하여 망하게 놔둘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정 회장의 지원은 포기하기 어려운 유혹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가서 담당 의사들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병원도 살리고 회장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하도록 지시를 내리지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원장님."

    정 회장은 드디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였는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정 회장은 즐거워하고 있었지만 반대로 원장은 그런 정 회장을 그냥 보고만 있었다.

    원장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기분이 들지 않아서였다.

    병원을 위하여 의사 생활 동안 쌓아올린 모든 자긍심과 지켜왔던 양심을 저버린 데 불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약속을 한 상태였고, 정 회장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장의 마음과 다르게 일은 이미 정 회장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되었다.

    병원 원장은 정 회장과 헤어지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면서 부원장에게 전화를 했다.

    "…부원장이 원하는 대로 정 회장을 만나 지원을 받기로 했소. 그런데 그가 원하는 것이 있으니 이는 부원장이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원장님?"

    부원장은 원장이 정 회장에게 지원을 받았다는 것에 기분이 좋은지 바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원장은 정 회장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부원장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 병원에 오기 전에 두 환자가 이미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을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부원장께서 처리를 해주세요."

    부원장은 정 회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금방 파악할 수가 있었다.

    이는 관련되었던 의사들을 단속하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기에 바로 수긍을 하였다.

    "그런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처리를 하겠습니다, 원장님."

    "알겠소. 내가 지금 병원으로 가고 있으니 나중에 봅시다."

    "그럼 조심해서 오십시오, 원장님."

    부원장은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는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모두의 말을 맞추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정 회장은 모든 준비가 되자 바로 진한과 성호를 상대로 고소를 시작했다.

    정 회장이 직접 고소를 하였기 때문에 고소는 바로 이루어졌고 이 사실은 바로 성호와 진한에게도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고소에는 조금 달라진 점이 있었는데 바로 다친 두 사람이 병원에 와서 검사를 하였을 때 이미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았다고 내려진 진단 결과였다.

    상대가 이미 식물인간이 되어 있었다는 의사의 기록은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정현의 판단에 성호 측 인원들은 모두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성호는 상대 병원의 의사가 이상한 기록을 남겼다는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물론 자신이 이러한 사태를 일으켰다는 점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점에 반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문제를 떠나 의사라는 자들이 이렇게 거짓으로 양심을 팔았다는 것이 성호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아니, 입원을 한 날이 언제인데 이제 와서 그런 진단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는 것이 문제네."

    "아무리 그래도 이거는 너무한 처사가 아닙니까?"

    성호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정민과 정현이 있는 자리에서 이성을 잃을 수는 없었기에 최대한 자제를 하고 있었다.

    "지금 더 큰 문제는 저들이 고소를 시작했다는 것이야. 우리도 같이 고소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저들이 준비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으니 문제라는 말일세."

    정현은 두 사람은 식물인간이고, 이쪽은 한 사람이 8주 진단을 입고 있었기에 법정으로 가서는 절대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의사의 진단이었는데 이미 저들은 병원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몰라도 짜고 만든 진단서를 첨부하여 고소를 하였기 때문에 사태를 뒤집을 만한 마땅한 거리가 없었다.

    성호는 최대한 이성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였지만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서 결국 내공을 움직여 분노를 잠재우고 있었다.

    운기를 시작하자 다시 냉정한 이성이 돌아와 다시 상황을 정리해 보았고, 생각을 정리한 성호는 정현을 보며 물었다.

    "만약에 저들이 정신을 차리게 되면 어찌 되는 것입니까?"

    "그런 일이 생기게 되면 재판은 다르게 진행이 되겠지만 지금 그렇게 할 방법이 없지 않나?"

    정현은 혹시라는 생각을 하고는 성호를 보게 되었다.

    정민도 성호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는지 눈빛이 달라지고 있었다.

    성호가 자신을 치료하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나서였다.

    "그래. 성호야,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

    성호는 정민과 정현의 눈빛에 부담이 갔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일단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생각하기엔 저들이 의식을 잃기 전후를 기록했을 진짜 차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우선 그 기록을 먼저 찾아야겠지요. 기록이 없다면 그 검사를 한 의사가 있을 것이니 그를 설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저도 놈들이 정상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만약에 놈들이 정상이 되면 이번 재판에 우리가 더 유리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성호는 놈들을 재판장에 세워 증인을 요청하려고 하고 있었다.

    의식불명의 환자가 재판에 설 수는 없겠지만 이들이 원하게 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 성호였다.

    만약에 그렇게 되면 바로 치료를 하여 놈들이 정신을 차리고 하는 말을 그대로 모두가 듣기를 바랐다.

    사실 놈들은 지금 의식이 명확하게 살아 있는 상태였다.

    단지 말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을 뿐이었다.

    거기에 타인의 말이나 소리도 인식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무런 말도 듣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용하여 반전을 노리려는 의도였다.

    "자네의 말대로만 된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하지만 상황이 지금 좋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니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하네.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저도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러니 저 나름대로 준비를 하겠습니다. 준비가 되면 바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성호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민은 성호가 일어서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냥 묵묵히 보고만 있었는데 곁에 있던 정현이 보기에는 무슨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성호가 나가자 정현은 바로 자신의 의문점에 대해 물었다.

    "형님, 성호가 간다고 해도 아무 말씀도 없으신 것이 무슨 생각이 있으십니까?"

    "너는 그냥 상황이 불리하게만 되지 않도록 조정을 하도록 해. 수시로 상황이 변할 수도 있으니 항상 연락을 하는 것을 잊지 말고. 나도 일이 있어 잠시 나가야겠다."

    정민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동생인 정현에게 지시를 내리고는 나가 버렸다.

    정현은 형과 성호가 나가는 것을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진한이도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삼촌, 아버지와 성호는 어찌한다고 하는 거예요?"

    "아직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형님이 저러는 것을 보니 무슨 대책이 있는 것 같구나."

    정현도 형인 정민이 저렇게 반응하는 것은 아주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 이번 재판에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예전부터 형이 저런 행동을 보일 때는 항상 좋게 결말이 났기 때문이다.

    이미 고소는 시작되었고 이제 재판을 기다리는 입장이었기에 가지는 생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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