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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50화 (50/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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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까지만 해도 활발히 자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이 갑자기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한다니.

    누가 이 사실을 믿어주겠는가 말이다.

    "원장님, 그 두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지요?"

    김 변호사는 원장을 보며 물었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나도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소."

    병원의 원장도 두 사람의 가족사항을 알고 있기에 애가 타서 하는 말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두 사람을 정상으로 돌려놓으셔야 합니다. 지금 두 사람은 상당히 중요한 일을 치르고 있다는 것만 알고 계십시오. 아마도 이 사실을 정 회장이 알게 되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김 변호사는 이를 악물고 부득부득 가는 듯한 목소리로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던졌다.

    실제로 자신도 감당을 하지 못하는 사람의 심기를 긁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정 회장이 이번 사건에 도움을 주기로 한 결정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김 변호사였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가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알기에 하는 말이었다.

    원장도 김 변호사가 하는 말에 솔직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자신의 병원에 입원을 하고는 있지만 이번 일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이후 김 변호사가 나가자 원장은 창밖을 통해 병원을 빠져나가는 김 변호사의 차를 바라보며 혼자 조용히 투덜거렸다.

    "빌어먹을. 놈들은 갑자기 그렇게 되고 지랄이야."

    원장은 이유를 모르는 증상이 발생한 점에 조금 화가 나고 있었다.

    병원이 취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마쳤지만 아직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병원으로서는 지금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생긴 것이다.

    이는 원장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낳은 셈이었다.

    "과장님, 도저히 무슨 이유로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검사를 마쳤지만 신체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지 않습니까?"

    "원인이 없는 병이 있던가? 나도 궁금하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지를 말이야."

    과장도 두 사람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그냥 일반인이었다면 아마도 지금 학계에 알려 새로운 증상으로 발표하기 위한 실험을 해보겠지만 이는 불가능했다.

    아마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자신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검사의 결과만 보고 있는 중이었다.

    "과장님,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은 없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솔직히 두 환자 상태에 대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떤 검사에서도 확인되는 바가 없으니 원."

    태식과 상철은 지금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각성 상태 자체가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그렇다고 뇌사상태라고 하기엔 정밀 검사를 비롯한 각종 검사를 통해 종합해 볼 때 이는 어려워 보였다.

    즉, 어떤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각성 상태 여부를 파악하는 것조차 어려운 지경에 놓인 두 사람이라는 게 병원에서 내린 한 가지 추측이었다.

    그렇다 보니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병원으로선 그 입장이 매우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까지도 멀쩡하던 두 사람이 갑자기 이런 일을 당하게 되니 병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의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한 것이 그저 링거액을 준 것 외에는 아무런 문제의 소지가 없었다.

    심지어 투여했던 링거 또한 회수해서 알러지 반응이 있는 것은 아닌지까지 확인해 보았지만 이 또한 전혀 아니었다.

    "자네는 다시 한 번 두 환자에게 치료를 한 기록을 검사해보게. 아마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니 우리가 혹시 실수를 한 사실이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고 나에게 보고를 하게."

    과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과장은 이번 사태를 솔직히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두 환자의 신분이 문제가 아니라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데 있었다.

    병원에서는 두 사람 때문에 난리가 났지만 두 환자는 지금 그저 누워만 있을 뿐이었다.

    정성용은 김 변호사의 보고를 받으며 화를 내고 있었다.

    "아니 갑자기 병원에 입원해 있던 두 환자가 의식불명이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당장 경찰을 불러 조사를 하라고 하게. 누군가 아들놈과 친구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병원에 그 책임을 물을 것이야!"

    병원에도 CCTV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고의로 일을 처리하였다면 아마도 그 흔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뱉은 말이었다.

    경찰이 개입이 되면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그렇다고 아들을 저렇게 놔둘 수 없는 일이었기에 정 회장도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사건이 이상하게 변해 버렸지만 지금은 정 회장도 아내 때문에라도 아들을 저렇게 두고 볼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실질적으로 지금 정치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아닌 아내였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회장님."

    김 변호사는 정 회장이 화를 내는 이유를 알고 있기에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보다는 자식이 저런 상태가 되었다면 누구라도 정 회장과 같은 반응을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정 회장은 빠르게 움직이며 병원에 있는 아들과 친구의 상태를 확인하게 하였다.

    병원에서는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만 하고 있었고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에 정 회장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병원 측은 정 회장의 그런 반응에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아니, 정 회장은 우리 병원이 무슨 잘못을 하였다고 고소를 한다는 거야? 할 테면 하라지!"

    "원장님,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든지 고소는 일단 막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고소는커녕 의료사고 하나 드러내지 않으며 잘 키워온 우리 병원입니다. 그걸 자랑으로 삼고 있는 우리인데, 여기에서 정 회장이 고소를 한다면 병원 이미지에 입는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아니, 부원장은 정 회장이 고소를 하지 않을 작자로 보이는 것이오? 그리고 그 작자가 우리를 상대로 고소를 한다고 해서 승산이 있다고 보시는 거요?"

    "승산을 가릴 때가 아닙니다. 우리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갑자기 원인불명으로 의식을 잃고 있다고 소문이 나면 누가 우리 병원에 치료를 하러 오겠습니까. 하물며 상대는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는 인물입니다. 자칫하면 과격하게 말해 병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말입니다."

    부원장은 원장을 보며 답답하다는 듯이 강력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원장이 정 회장을 살살 달래주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저놈의 성질 때문에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따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당신 지금 병원이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 거요?"

    "그게 아니잖습니까. 저도 병원이 흥하기를 바라지, 망하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원장님이 하고 계시는 행동은 다른 사람들은 생각지도 않고 하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따지는 겁니다. 원장님의 말에 저희의 명예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원장은 부원장이 자신에게 다른 의사들의 명예가 달려 있다는 말에 그만 말을 잇지 못했다.

    원장이기는 하지만 병원은 원장의 것이 아니었고, 자신 또한 다른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월급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병원장으로 이루어낸 것에 대한 자존심 때문이었다.

    두 사람 간에는 말없이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원장이 먼저 입을 열게 되었다.

    "휴우, 내가 어떻게 했으면 하는 거요?"

    "원장님, 자존심이 상하신 것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병원을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자존심을 죽이시고 정 회장을 만나 고소를 하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원장만큼이나 오랜 세월 동안 일궈온 병원을 자신의 자존심으로 생각하는 부원장의 간곡한 말이었다.

    또한 병원의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원장도 부원장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런 사정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정 회장이 하도 지랄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저질렀던 반응이었다.

    물론 솔직히 자신도 후회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조금만 더 참았으면 되는 일을 자신이 망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휴우, 알겠습니다, 부원장. 일단 내가 정 회장을 만나보겠지만 확답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 양반이 내 말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 정도가 최고이니 말입니다."

    원장의 대답에 부원장은 아까와는 다르게 얼굴이 밝아져 있었다.

    "원장님, 저희는 원장님을 믿고 있습니다."

    다른 무슨 말보다도 부담이 가는 말을 부원장이 하고 있으니 원장은 마음만 답답해지는 기분이었다.

    김 변호사를 만나 일단 정 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해야겠지만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정 회장이 원하는 아이들을 깨우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고민이 되었다.

    현 상태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는 원장의 입장에서도 고민이었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 또한 원장을 괴롭히고 있었다.

    "하필이면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그런 일이 생겼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정 회장은 병원의 원장과 다툼을 하고는 바로 경찰에 고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김 변호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고소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병원의 원장에게 전화가 오자 김 변호사는 받을 것인지 아니면 받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이거를 받아야 하나?"

    한참을 생각하던 김 변호사는 결국 받기로 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원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김 변호사, 정 회장을 다시 만나게 해주시오. 내가 연락을 하니 받지를 않아서 말이오."

    김 변호사는 원장이 전과는 다르게 말을 하고 있어 조금은 편하게 대화를 할 수가 있었다.

    "정 회장님을 만나는 거야 제가 해결을 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아이들의 일은 어찌하시려고 하십니까?"

    "그 문제도 내가 만나서 직접 해명을 하겠소. 그러니 일단 만나게만 해주시오."

    김 변호사는 원장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연락을 해보고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고맙소. 나중에 일이 해결되고 술이나 한잔합시다."

    "예, 그러지요."

    김 변호사는 원장과 통화를 마치고 혼자 잠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원장이 변한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흠, 원장이 이제 정신을 차린 건가?"

    김 변호사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바로 정 회장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

    원장과의 문제는 자신이 끼어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을 하고 있었기에 정 회장이 직접 원장을 만나 해결을 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김 변호사는 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원장과 만남을 가지라고 이야기를 했다.

    "회장님, 원장이 전과는 다르게 고분고분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가도 병원의 완전한 잘못으로 보기에도, 의학적인 해결을 위해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만나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음, 김 변호사가 그렇 게 말을 하니 일단 원장을 만나는 것으로 하겠소. 날짜를 잡아보시오."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 변호사는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자 기분이 좋은 얼굴을 하고는 원장에게 연락을 하였다.

    두 사람은 내일이면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전과는 다르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진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김 변호사였다.

    성호는 이미 태식과 상철의 상태를 알고 있었기에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한의원에서 일에 전념하고 있었지만 진한의 삼촌인 정현은 상황이 달랐다.

    갑자기 병원에 입원해 있던 두 사람이 의식불명이 되었다는 정보를 얻자 상당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갑자기 의식불명 상태라니, 혹시 저들의 수작이 아닐까?"

    정민의 말에 정현도 아직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 바로 대답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형님, 저들이 아들을 가지고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고 보입니다."

    "음, 갑자기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말은 진짜로 믿기가 힘들구먼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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