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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49화 (4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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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지금 상황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너를 오라고 한 것이고 말이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 조사는 받아야겠지만 한의사라는 신분이 확실하기 때문에 내가 보증을 해주면 구속을 시키지는 않을 거다."

    현직 검사인 진한의 삼촌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성호는 놈들을 이대로 두었다가는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이상한 예감이 들고 있었다.

    ‘놈들을 차라리 평생 아무 움직임도 취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까?‘

    성호는 놈들이 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이들이 사건에 대해 말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고소를 해도 절대적으로 자신들이 유리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절대 이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겠지만 이들은 상습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놈들이라는 알고 있기에 가지는 판단이었다.

    놈들이 식물인간 상태나 혼수상태가 된다면 정 회장이라는 인간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성호였다.

    아들이 꿈쩍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는데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이는 마찬가지로 인간이라고 볼 수가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이 있는 병원에 들키지 않게 잠입할 수만 있다면 분명한 방법이 있었다.

    한참을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성호를 보고 정민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며 불렀다.

    "성호야, 걱정이 되냐?"

    성호는 정민의 물음에 바로 고개를 들며 아니라고 했다.

    "아닙니다. 아버님, 그냥 제가 걱정이 되기보단 아직도 우리나라에 그런 인간들이 설치고 있다는 게 열이 받아서요."

    성호의 대답에 정민은 조금 씁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세대가 나라를 위해 해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모두 우리 세대의 잘못이다."

    정민의 대답에 성호는 황급히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어찌 아버님의 세대가 잘못인가요. 시대가 그렇게 만들어놓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같지 않으니 생기는 일이겠지요. 기회주의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불안하다는 의미를 이야기하니 말입니다."

    성호의 말에 정민과 정현은 조금 놀랍다는 얼굴을 하며 성호를 보게 되었다.

    나이도 젊은 성호가 생각보다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지금은 자신들을 이해해 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성호가 대견스러웠다.

    아버지와 삼촌이 성호를 만족스러운 눈빛을 보고 있는 것에 진한은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친구이지만 성호는 나날이 발전하는 놈이었기에 나중에는 반드시 크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내 친구이지만 참 대단하단 말이야. 아마도 친구들 중에는 저놈이 제일 성공할 것 같아.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친구를 잘 사귀었지.‘

    진한은 성호를 보며 아주 흐뭇함을 느꼈다.

    이후 성호는 병원에서 돌아오면서 자신이 때린 놈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정치인들을 이용하여 자신과 진한을 압박하려고 하는 정 회장을 생각하면 자신도 가지고 있는 인맥을 이용하여 처리하면 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 성호였다.

    잘못은 그들이 하고 고민은 자신이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성호를 열 받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우선은 그놈들을 확 반 혼수상태로 만들어두었다가 나중에 풀어주는 것이 좋을까?"

    반지의 힘과 내공, 그리고 서책을 통하여 더욱 깊게 침술을 익힌 성호는 예전과 달리 진정한 침술 실력으로 거듭나 있는 상태였다.

    이미 다른 이들이 따르지 못하는 경지에 도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는 한의원을 차리고 사람들을 치유하면서 더욱 확신이 되었다.

    그렇기에 침에 내공을 불어넣어 사용한다면 분명 놈들을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는 성호였다.

    놈들을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들어 버린다면 자신을 압박할 수단이 사라지게 되니 정 회장이 어떻게 할지는 몰라도 당장 방법을 찾기 위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호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었지만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힘들게 되면 아무리 감추려 해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피해를 입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멍청한 놈이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 일단 놈들에게 벌을 준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처리하자."

    성호는 결단을 내리자 바로 놈들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병원에는 두 놈이 함께 입원을 한 상태였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정현을 통해 들었기 때문에 지금이라면 자신이 변장만 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놈들은 자신들의 수하가 병원에 있으면 나중에 문제가 되리라 생각하고는 일단 그들이 병원에 오는 것을 막고 있었다.

    감히 자신들을 해치려고 하는 자는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한 행동이었지만 이런 행동이 결국 자신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사실은 꿈에서도 생각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성호는 병원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두었다.

    자신의 얼굴이 전과는 다르게 보이게 하기 위해 최대한 변장을 하여 지금은 누가 보아도 사십대의 남자로 보이는 성호였다.

    성호는 예전에 새로운 능력을 사용할 때 얼굴을 알리지 않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연예인들이 변장을 하는 곳을 알게 되어 준비를 해두었던 것을 이번에 사용하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성호는 차에서 내리면서 다시 한 번 룸밀러를 보며 얼굴을 보았다.

    "이 정도면 절대 나라는 것을 알지 못하겠다."

    성호가 보기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안경까지 쓰니 전혀 다른 얼굴로 변해 있는 자신을 보고 성호도 신기하기만 할 정도였다.

    성호가 입원실로 가고 있을 무렵 입원실에서는 두 놈이 지금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야, 이번에 퇴원하면 세븐으로 놀러가자."

    "세븐이 물이 좋기는 하지. 그런데 갈 수 있을까?"

    "집에 이야기를 잘해야지. 이번처럼 사고가 터지면 아마도 나가기 힘들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야."

    두 놈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지 퇴원하면 놀러 갈 생각으로 가득했다.

    아직 나이가 젊으니 여자가 생각이 나는지 입가에 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 정말 꼴불견이었다.

    이들이 이러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면서 안경을 쓴 성호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즉시 성호는 내공을 불어넣은 침을 두 사람에게 날렸다.

    쉬이익!

    푸욱! 푸욱!

    털썩― 털썩―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놈들이 성호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성호의 침은 그들의 특정 혈에 꽂혀 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 위에 기절하듯 누워버린 두 사람이었다.

    성호는 이들이 그대로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이들의 몸에 있는 침을 회수하였고, 자세히 자신이 사용한 비법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한 뒤에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성호가 사용한 침술은 고서에 있던 방법인데, 현대에는 알려지지 않은 혈자리에 내공을 실은 침을 한 자가량 밀어넣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방법이었다.

    이는 온몸을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최소한 삼 년간 말도 하지 못한 채 꿈쩍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잊혀진 비술인 것이었다.

    고서를 외우는 과정에서 성호도 이를 완전히 익히긴 했으나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상당히 긴장하기도 했었다.

    모든 행동을 마치고 병원을 벗어난 성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휴우, 처음 사용하는 비법이라 걱정했는데, 정말 비술이 그대로 통할 줄이야.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어."

    침에 내공을 불어넣어 전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이기에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보아야 옳다.

    아마도 지금의 상태를 치료할 사람은 지구상에 자신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성호였다.

    오늘날에는 내공을 믿는 사람이 거의 전무하며 이를 이용할 줄 아는 이도 보이지 않는다.

    성호는 놈들에게 확실한 벌을 주었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차를 몰고 조용히 빠져나갔다.

    다음날 정태식과 전상철이 있는 병원에서는 난리통이 벌어졌다.

    어제까지 아무 이상이 없던 두 사람이 갑자기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고 있어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그로 인해 병원에 근무하는 모든 의사들이 동원되어 이들을 검사하게 되었다.

    한편, 김 변호사는 순조롭게 일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갑자기 마비가 온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말입니다. 아무튼 최대한 빨리 오셔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을 하겠습니다."

    김 변호사는 전화에 대답을 하고는 사무실의 직원들에게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여기 있는 서류들은 정리를 하고 내가 다시 와서 지시를 할 것이니 충분히 검토하도록 하세요."

    "예, 변호사님."

    김 변호사는 모든 지휘를 마치자마자 빠르게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지금 두 사람을 검사한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어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몸은 정상인데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대 의학으로는 증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말도 못하고 몸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저희도 검사를 했지만 신체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과장님."

    병원에서 취할 수 있는 현대 의학의 모든 방법을 동원하였는 데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의사들도 답답하기만 했다.

    자신들이 있는 병원은 그래도 제법 명성을 가지고 있는 병원이었는데 갑자기 환자들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이들도 불안하기만 한 표정이었다.

    멀쩡한 두 사람이 갑자기 병원에 있으면서 이런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병원의 입장에서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자부심을 걸고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나 다름없었다.

    "다시 검사를 해보게. 원인이라도 알아야 치료를 할 것이 아닌가?"

    "이미 모든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과장님."

    한 의사가 과장을 보며 재차 강조를 했다.

    혈액 샘플 채취 및 파악, 엑스레이, CT, MRI와 같은 정밀 검사는 물론이거니와 새롭게 마련한 최신 설비까지 동원하여 검사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검사를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시 했던 검사를 반복하는 수밖에는 없을 정도로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의사들이 곤란해하고 있을 무렵 김 변호사가 병원에 도착하여 곧바로 병원의 총책임자인 병원장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꽝!

    거칠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김 변호사는 안에 있는 원장을 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 멀쩡하던 환자가 갑자기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나 된다고 봐요?"

    "김 변호사, 우선 진정하고 이리로 앉으세요."

    원장은 김 변호사를 진정시키기 위해 차분하게 이야기를 했다.

    김 변호사도 원장의 말에 자신이 너무 흥분하였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기분을 가라앉히며 자리에 앉았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십시오."

    "오늘 아침에 우리 간호사가 병실에 갔는데 두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을 보고는 환자의 주사액을 교환하려고 할 때였어요. 평소랑 달리 두 사람의 반응이 이상하여 담당의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담당의가 가서 확인을 해보니 두 사람은 신체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몸이 굳어 있고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검사를 해보았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추가적으로 혹시 모를 유전적인 원인이나 파악하지 못한 증상, 원인이 있을지 몰라 계속적인 검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장의 설명에 김 변호사는 황당한 얼굴을 하며 원장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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