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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48화 (48/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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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암이라든지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병을 치료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암은 치료하지 않아 자신이 없기도 했지만 그런 대단한 병을 치료하여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고 싶지는 않았기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전혀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성호는 비밀리에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었지, 누구에게 자랑하려고 한의사가 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침을 놓겠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세요."

성호는 정민의 친구 중 한 사람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

침은 박 원장도 제법 잘 놓는다는 평을 듣기에 일부 환자는 박 원장에게로 돌렸다.

다만 자신 때문에 오게 된 환자는 어쩔 수없이 자신이 직접 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성호가 치료를 마치자 환자는 아주 가뿐한 얼굴을 하면서 일어서고 있었다.

"희한해. 김 선생이 침을 놓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 같단 말이야."

"하하하, 그렇게 생각하시니 그렇지요. 그러니 평소에도 항상 그런 마음을 먹고 계시면 몸이 불편하지 않으실 겁니다."

성호는 환자에게 약간의 기운을 이용하여 치료하였기에 대부분의 환자들이 지금처럼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박 원장이 치료하는 환자는 일반 환자였기에 굳이 성호가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였다.

박 원장도 한의사로서 경험이 많은 의사이고 일반 환자를 보기엔 충분한 연륜과 실력이 있기에 안심이 되었고 말이다.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를 마치고 한의원을 마감하고 있을 때 진한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성호야, 저쪽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하는데 일단 이리로 와라."

"무슨 일인데 그래?"

"우선 와. 와서 이야기하자. 삼촌도 오신다고 하니 빨리 와."

"알았다. 이제 마쳤으니 금방 갈 수가 있을 거야."

성호는 진한의 말을 듣고는 빠르게 준비를 하고 나가려고 하였다.

"김 간호사, 오늘은 그만하고 저는 먼저 퇴근을 합니다.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 그러니 뒤를 부탁할게요."

"예, 다녀오세요. 선생님."

김 간호사는 한의원에서 가장 상냥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고 항상 웃는 얼굴로 환자들을 보고 있어서 그런지 사실 인기가 가장 많은 간호사이기도 했다.

성호는 김 간호사에게 말을 하고는 바로 차를 타고 진한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성호는 자신의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한때는 차를 사는 것을 망설였지만, 한의원을 차리기로 결심했던 그때 조용히 한 대 장만하였던 그였다.

한의원을 개업하게 되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 의해서였고, 고급은 아니지만 나름 중형의 괜찮은 녀석을 뽑아 편하게 이동 중에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성호는 진한의 병실로 찾아갔다.

그 안에는 진한의 삼촌과 그의 아버지가 진한과 더불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그래, 어서 오너라."

정민은 성호를 보자 웃으면서 반겨주었다.

하지만 정민과는 다르게 정현은 조금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이 무언가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성호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이번에 사건이 조금 이상하게 되어가서 그런다. 저쪽에서는 이번에 다친 놈의 아버지가 정치인을 이용하여 우리를 압박하려고 하고 있더구나."

정현의 설명에 정민이 조금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사실은 저쪽의 아버지가 인맥이 좋아 어지간한 일은 그냥 해결을 할 수가 있을 정도는 되는 집안이다. 그래서 내가 만나기도 했는데 도대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집안이구나. 결국 저쪽에서는 법적으로 처리를 하자고 하니 우리도 준비를 해야겠다."

성호는 자신 때문에 진한의 아버지까지 움직이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죄송스러운 얼굴을 하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아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는데 무슨 죄송이냐. 그래서 저쪽에서 인맥을 이용한다고 아니 우리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면 되는 문제야. 그러니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정민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하여 놈들도 그냥 두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성호의 인맥도 무시를 할 수 있는 그런 인맥은 아니었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정민이었다.

비록 자신 때문에 성호와 인연이 되기는 했지만 성호 덕분에 아내를 구한 정상수와 어머니를 치료한 한태민이 있기에 발벗고 나서리라 판단했다.

성호가 실수로 한 짓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는 누가 보아도 정당방위라 생각할 여지가 충분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쌍방이 고소하게 되면 어차피 서로가 다치게 될 것이 뻔한데 고소를 하려고 하니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정현이었다.

"형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저쪽에서도 서로 다친 것을 알고 있는데 이렇게 고소를 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단 말이죠. 서로 다쳤으니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인데 말입니다."

정민은 동생의 말을 듣고는 조금 생각을 하는 얼굴을 하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눈을 빛내고 있었다.

"…총선이겠군. 아마도 이번에 정 회장이 직접 나서려고 하는 것 같다. 내년에 총선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자신의 얼굴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러는 것 같다."

"아니, 자기를 알리려고 자식을 이용한다는 말입니까?"

성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

정민이 정성용 회장을 생각하며 천천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정성용은 한때 재계의 기린아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상당한 재력을 쌓으면서 여러 인맥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중에 가장 많은 인물들이 바로 정치인이었다.

정 회장은 정치인들과 친분을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을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상당한 피해를 당한 그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는데 상당한 재산을 잃은 정 회장은 재기를 위해 정치인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돈을 벌기 시작하였고, 그 돈으로 정치 로비를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마디로 지금은 예전의 총명하던 인물이 아닌 부정을 저질러 뇌물을 먹이는 그런 인물이라는 말이었다.

"아니, 그렇게 부정을 저지르는데 아무도 죄를 묻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부정적으로 돈을 벌기는 하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게 돈을 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지. 그만큼 정 회장이 비상하다는 이야기겠지."

성호는 음성적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지금 직접 그런 인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신기하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자신이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이왕이면 좋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 있어도 바쁜 시간이라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성호가 바쁜 것은 사실이었다.

한의원이 개업한 이후 찾아오는 손님만으로도 시간을 내기가 벅찰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면 정치인들이 그런 정 회장을 그냥 두고 보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정 회장의 뒤에는 정치인들이 있으니 아직까지 견디고 있다고 봐야 맞겠지."

도대체 한국의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기에 저런 인간들의 뒤를 봐주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성호였다.

일부 정치인이 썩었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지만 이 정도로 타락했다고는 믿지 않는 성호였다.

하지만 오늘 자신의 귀로 들은 이야기로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이가 타락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나쁜 이보다 착한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듣고 보니 그렇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 놈들은 정치인을 이용하여 저를 고발하려고 한다는 이야기입니까?"

"우리도 고발을 하니 서로가 피해를 입게 될 텐데 저렇게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구나. 형님의 말대로 자신의 이름을 전국으로 알리기 위해 하는 짓이라면 저놈은 정말 개자식이겠지."

자식을 팔아서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면 이는 아마도 정 회장이 무언가 단단히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회에 이름을 남긴다고 할 때, 악명을 남기는 사람도 있고, 명성을 남기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정 회장이 선택한 길은 바로 악명을 남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

"서로가 진흙탕 싸움을 원한다는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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