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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47화 (47/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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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호는 오늘 자신의 개업에 많은 친구들이 온다고 연락을 받았기에 하는 말이었다.

    그날의 일에 대해서는 친구들도 알고 있기에 사실 진한이 온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친구들도 진한이 맞고 있을 때 성호가 놈들을 두들겨 패준 사실을 모두들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쩝! 내가 가서 축하를 해줘야 하는데 말이야."

    "진한아, 너 솔직히 이야기해. 내가 아니라 혜영이가 보고 싶어서잖아?"

    혜영이 진한과 상당히 친해진 사실을 두고 하는 성호의 말이었다.

    진한과 혜영은 입원을 하고 나서 더욱 친해진 사이였는데 지금은 친구들도 혜영을 진한의 애인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혜영의 미모도 뛰어났지만 그 마음이 친구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혜영이 성호와 진한 사이에서 갈등하기는 했지만 지연이 때문에 결국 성호를 포기하게 되었다.

    그 여파인지 진한에 대한 사랑은 더 커지게 되었고 지금은 현모양처가 따로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진한을 챙기고 있었다.

    진한의 집에서는 아직 혜영의 존재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성호의 말에 진한은 솔직히 조금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래, 혜영이 때문에 가려고 한다. 친구라는 놈이 그 정도는 이해를 해줘야지. 알면서 꼭 따져."

    진한은 성호의 말에 바로 이실직고를 하고 말았다.

    혜영과 만난 지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입원해 있는 며칠 동안 혜영이 얼마나 정성을 다해 자신을 간호하였는지를 알고는 진한도 이제는 혜영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이었다.

    "호오, 이제 마누라처럼 챙기려고 하네?"

    "흠흠, 마누라는 무슨……."

    진한은 성호의 말에 부끄러운지 더욱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성호는 달아오른 진한의 얼굴에 속으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인 진한은 그동안 여자라고는 사귀지도 않았기에 이번에 혜영과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생각 외로 둘이 잘되고 있다는 소식이 성호를 흐뭇하게 하였다.

    혜영이 처음 자신을 보던 눈길은 부담되었지만 지금은 예전과 달리 진한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이 편하게 변해 있어 둘의 관계가 급속하게 친해지고 있음을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진한에게 직접 말을 들으니 기분이 한층 좋아진 성호였다.

    "내가 지연이에게 말해서 혜영이더러 병원에 들르라고 전해줄게."

    "아니 그러지 마, 혜영이가 오지 않는 이유는 내가 부모님과 삼촌이 오기 때문에 당분간 오지 말라고 해서 그런 거야."

    진한은 성호의 말에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만류했다.

    그리고 자신이 혜영을 보고 싶어 하는 사실을 그녀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혜영이 병원에 자주 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번 사건 때문에 삼촌이 병원을 오가기 시작한 순간부터였다.

    검사인 삼촌이 있으면 혜영과의 사이를 들킬 것 같아 미리 언질을 주어 나중에 만나기로 했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차라리 그때 사실을 알릴 걸 하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당시에만 해도 진한과 혜영의 사이는 그리 깊은 사이가 아니었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기였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자식이 보고 싶어도 남자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은 모양이지? 걱정 마라, 내가 혜영이를 설득해 주마.‘

    성호는 진한을 위해 혜영이 병원에 오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지금 전화로 연락만 하고 있었지만 성호가 보기에는 진한이 아무리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해도 혜영이 병원에 오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남자를 길들이려고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성호가 보기에는 혜영이 영악해서 자신의 남자가 어찌하면 자신을 찾게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 간다. 나중에 올게."

    "그래, 오늘 개업식이 잘되었으면 좋겠다."

    "개업식에 잘되고 못 되고 그런 게 어디 있냐. 그냥 오는 손님에게 대접을 잘하면 되는 거지."

    "큭큭, 하기는 그렇네. 아무튼 고생해라."

    "그래. 나중에 올게."

    성호는 그렇게 진한과 인사를 하고는 병원을 나섰다.

    드디어 오늘, 성호의 한의원 개업식이 시작되었다.

    세기 한의원이라는 간판이 아주 크게 붙어 있는 건물에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얼굴을 하며 찾아오고 있었다.

    여기엔 성호를 아는 얼굴들도 있었고, 한의원의 박 원장을 찾는 손님들도 있었다.

    간호사 문제는 성호가 서민선 간호사에게 부탁을 하여 다른 간호사들을 모두 구했기에 이제 한의원을 운영하는 일에 문제가 없었다.

    박 원장이 처음에 원한 대로 세 명의 간호사가 준비가 되었고, 두 명의 한의사가 있으니 솔직히 처음 개업한 한의원 치곤 넘치는 인력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보통의 한의원은 의사 개인이 개업을 하는 편이어서 간호사도 처음에는 두 명 정도가 적당한 수였다.

    하지만 두 명의 의사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 세 명은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박 원장의 말대로 성호가 따랐기 때문이다.

    "김 간호사, 김 선생님을 찾으시는 손님이 오셨어요."

    "네에, 저 안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세기 한의원의 새로운 간호사인 김희연은 아주 즐거운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오늘 개업식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제법 대단한 인사들이란 사실을 눈치채서였다.

    한의원이 개업을 하는데 이런 손님이 온다는 것은 앞으로 발전이 기대가 된다는 말이었기에 김 간호사의 얼굴이 밝아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자신의 미래도 한의원과 같이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김 간호사였다.

    성호의 손님은 모두 진한의 아버지인 정민이 그를 소개해주려 부른 자신의 친구들이었다.

    이들은 정민의 몸이 회복된 이후 그동안 지겹게 누가 치료를 하였는지를 물었던 당사자들이기도 했다.

    때문에 정민이 이번에 자신을 치료한 의사를 소개해 준다는 말에 모두 하던 일을 놔두고 이렇게 달려온 것이었다.

    "김 한의사,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소."

    "예, 저도 반갑습니다."

    성호는 병원을 다녀온 직후부터 하루 종일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성호의 옆에는 지연이 함께 따라다니기는 하지만 지연도 성호가 이렇게 많은 이들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지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해 보였다.

    그런 딸의 얼굴을 보면서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지연의 부모님이었다.

    지연의 아버지인 김철중은 성호가 대단한 인물이 될 것으로 이미 확신하고 있었기에 상관이 없었지만 어머니인 정 여사는 그렇지가 않았다.

    "여보, 저기 오신 분은 한국그룹 정 상무님이 아니세요?"

    "그렇구려. 정 상무님도 저 친구와 친분이 있는 모양이오."

    김철중은 담담하게 대답하고 있었지만 정 여사는 딸의 애인인 성호가 저렇게 대단한 사람과도 친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에 딸의 애인이라고 소개를 받았을 때는 한의사라고 하여 기뻐하였지만 지금은 기쁜 정도가 아닌 놀라움의 연속이라 심장이 떨리고 있었다.

    정민의 친구들은 그만큼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호에게 치료를 받은 정민의 친구 중에 국정원에 근무하는 한태민도 이번에 개업식에 찾아왔는데 그와 함께 온 인물들도 화제가 될 만큼의 거물들이라 여러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아니, 자네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을 데리고 오면 어쩌나?"

    정민은 태민이 데리고 온 인물들을 보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하하, 나도 어쩔 수 없었네. 저 친구들이 하도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성호가 개업하는 곳을 알려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네."

    태민은 어머니가 성호에게 치료를 받은 뒤 완쾌하고 나서는 자신이 근무하는 국정원에 소문이 냈고, 평소에 여러 사람과 친분을 가지고 있던 탓에 치료를 한 사람이 저마다 누구인지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터다.

    거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현직 공무원들이었고, 그 위치가 상당한 인물들이라 태민도 솔직히 조금 고민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도 모두 성호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성호를 이들에게 소개하기로 마음먹고 오늘 개업식에 데려온 것이다.

    "저기 성호가 있으니 일단 인사나 시키지."

    정민은 태민에게 성호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는 인사를 하라고 해주었다.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 성호네 개업식이라 그런지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태민이 보기에도 제법 저명한 사람들이 여기로 발걸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허허허, 김 한의사가 대단하기는 대단한 모양이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 것을 보면 말이야."

    "하하하, 앞으로 더 대단한 사람이 될 것이니 미리 얼굴에 도장을 찍어두게. 얼굴 보기 쉽지 않을 테니 말이야."

    태민도 정민의 말을 인정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 저기 내가 소개를 해주기로 한 인물이 있으니 저리로 갑시다."

    태민은 정민과의 대화를 마친 뒤 자신이 데려온 사람들에게 성호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그들을 안내했다. 그중 그의 곁에 섰던 사람이 태민의 말을 받았다.

    "허허허, 한 차장이 소개를 해준다고 해서 오기는 했는데 이거 대단한 자리에 온 것 같습니다. 저기 보니 한국그룹 정 상무님도 보이니 말입니다."

    "하하하, 대단하지요. 아마도 앞으로 국내의 한의사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낼 인물이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한태민의 말에 옆에 있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태민과 함께 온 인물들 중에는 지금 현직 장관과 차관도 있었다.

    무려 네 명이나 되는 인원이 왔다. 우리나라 장관의 수가 열다섯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상당한 수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한태민은 자신의 일행과 함께 성호가 있는 곳으로 갔다.

    성호는 자신에게 오는 한태민을 보고는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이렇게 찾아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습니다."

    "하하하, 아니네. 자네가 개업한다고 하는데 내가 오지 않을 수가 없지 않나. 오늘은 자네에게 소개를 해줄 사람들이 있어 겸사겸사 해서 동행했네. 여기 계시는 분은 현직 장관으로 계신 김종성 장관님과 저기 옆에 있는 분은 박성일 차관이네. 두 분 다 내무부에 근무하고 계시다네."

    성호는 내무부 장관과 차관이 개업식에 올 줄은 생각도 못한 터라 얼굴에 상당히 놀란 표정이 드러났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이렇게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허허허, 이거 한 차장이 이상하게 소개하는 바람에 얼굴에 철판을 깔게 생겼소. 아무튼 반갑고 사업이 번창하시기를 바라겠소."

    김종성 장관은 소탈한 성격으로 여러 사람들과 어려움없이 사귀고 있는 인물이었기에 성호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였다.

    박성일 차관도 마찬가지로 덕담을 하며 인사를 하고 성호는 나머지 인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성호가 있는 곳에는 나름 정재계에서 이름이 있는 인물들이 모여 있어서인지 박 원장의 손님으로 온 사람들이 오히려 어려워할 지경이었다.

    박 원장도 성호의 인맥이 이 정도로 좋을지는 몰랐는지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특히 간호사로 있는 서민선 간호사는 처음에 성호를 만나 제법 돈이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예 생각 자체가 바뀌고 있었다.

    ‘어머, 김 선생님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셨네. 여기는 죽어도 안 망하겠어! 아니, 망하는 게 뭐야. 번창하고도 남지. 죽어도 여기 남아야겠어!‘

    간호사들은 이곳이라면 서로 오려고 할 정도라는 것을 알고는 눈빛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었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일자리가 수시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기에 앞으로 더욱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박 원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성호의 손님들을 보고는 자신이 비록 원장으로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원장은 바로 성호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기에 성호의 손님을 보고는 예전과 같은 행동을 했다가는 자신이 남아 있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사실을 깨달았다.

    ‘허허, 김 선생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네. 잘못하다가는 나도 잘릴 수가 있으니 열심히 해야겠군그래.‘

    박 원장은 자신이 잘리게 되면 아마도 앞으로는 더 이상 의사로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이번에는 제대로 된 한의사 생활을 하려고 다짐하게 되었다.

    오늘 개업식으로 앞으로 빛날 미래가 보이니 박 원장과 간호사들은 그렇게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막강한 인맥이 따르니 한의원은 더욱 발전을 하게 될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런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었기에 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한의원의 개업식은 아주 거창하게 끝이 났다.

    성호를 바라보는 박 원장과 간호사들의 눈빛은 전과는 다르게 아주 존경의 눈빛으로 변해 있었다.

    성호는 개업 이후 정민의 친구들의 진료를 보게 되었다.

    그 대부분은 나이가 들어 생기는 그런 질병들이었기에 박 원장과 함께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성호는 어느 정도 수준의 질병은 박 원장에게 치료를 맡겼고, 사람의 손으로 고치기 힘든 것들은 자신이 직접 치료를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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