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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41화 (4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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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이기는 한데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화 대인께서는 건강하시지요?"

    "예, 신의님의 안부를 항상 묻고 계십니다."

    왕 사장과 철중, 그리고 지연은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그중 왕 사장의 놀람은 상당했는데, 자신의 직원이라고 소개를 한 남자에 대해서 알고 있어서였다.

    "아니, 아는 분이신가?"

    "예, 화 대인과 친분이 있는 분이십니다."

    남자의 대답에 왕 사장은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화 대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정도로 중국에서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데, 그런 인물과 성호가 친분이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왕 사장의 성호를 보는 시선이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거 오늘 제가 엄청난 분을 만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왕 사장은 성호에게 최대한 공손하게 예의를 다하고 있었다.

    성호는 화 대인에 대한 것을 알게 된 이후 왕 사장의 행동이 달라져 솔직히 조금 불편하기는 했다.

    다만 한국인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들었다.

    "아닙니다. 예전 작은 인연으로 만나게 된 분입니다, 왕 사장님."

    철중은 지금의 상황이 자신이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그냥 가만히 주시하고 있었다.

    이는 지연도 마찬가지였다.

    성호가 중국인을 만나는 것이야 문제가 아니지만 지금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기에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허허허, 화 대인과 작은 인연이라면 우리 중국 사람들은 모두가 그런 인연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 것입니다. 그만큼 화 대인은 대단한 분이지요."

    왕 사장의 설명에 성호는 화 대인이라는 사람이 중국에서 가지는 위치를 어느 정도 알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성호에게는 화 대인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에게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왕 사장이 하는 말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저야 그냥 만나서 알게 된 사이이니 너무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성호의 대답에 경호원 남자는 무언가 생각이 있는지 그런 성호에게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신의님, 화 대인께서 언제 중국으로 오시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연락만 하시면 바로 여권과 비자는 보내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된 이유도 바로 신의님을 찾기 위해서였는데 이렇게 쉽게 만나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경호원의 말에 왕 사장은 성호의 말과는 다르게 화 대인에게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 성호는 경호원이 자신을 자꾸 신의라고 부르니 정말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화 대인을 치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신의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되어서다.

    "자꾸 저를 신의라고 부르시면 그냥 가겠습니다. 그리고 화 대인의 초대는 나중에 생각해 보고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하였습니다. 그러면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주십시오."

    경호원이 성호를 대하는 행동이 왕 사장을 대하는 것과는 천지차이였기에 철중과 지연도 지금 성호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었다.

    ‘아니, 저 오빠는 정체가 뭔데 중국인이 저렇게 대하는 거지?‘

    지연은 성호의 정체가 한의사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그런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호는 경호원이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자 조금 난처한 얼굴을 했다.

    사실 연락처를 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나중에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주저하게 되었다.

    경호원도 성호가 주저하는 것을 보고는 바로 이유를 알았다.

    "제가 연락처를 알고 있어도 절대 불편하게는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는 화 대인께서 직접 지시하신 일입니다."

    성호는 화 대인이 직접 자신을 불편하지 않게 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말에 안심이 되는지 연락처와 이름을 알려주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한의원으로 하지 마시고 핸드폰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경호원은 성호의 명함을 받았지만 한글을 모르니 그저 보기만 하고 있었다.

    성호는 그점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주었기에 바로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해주었다.

    "제 이름은 김성호라고 합니다."

    경호원은 성호가 직접 이름을 알려주니 얼굴이 환해졌다.

    "감사합니다, 성호님."

    성호는 경호원이 너무 과하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에 솔직히 조금 거북하기만 했지만 왕 사장도 있고 해서 그냥 받아 주고 있었지만 옆에 있던 왕 사장의 입장에서는 속으로 정말 놀라고 있었다.

    ‘아니, 화 대인과 도대체 어떤 관계이기에 저렇게 정중하게 대하고 있다는 말인가?‘

    왕 사장은 자신도 눈앞의 남자에게 대접을 받고 있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기에 가지는 의문이었다.

    성호는 왕 사장의 눈빛이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자 이만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왕 사장님, 이제 저희는 그만 돌아가야겠습니다."

    "아니, 벌써 가신다는 말이오?"

    "예, 저도 일이 있어서요."

    성호는 지연을 보고 눈치를 주었고, 눈치 빠른 지연은 성호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는 바로 지원하였다.

    "오빠, 우리 빨리 가요."

    "제 여자 친구도 가자고 하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뵙기로 하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성호는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호가 일어서자 왕 사장과 경호원도 따라 일어서게 되었고, 경호원은 이제 성호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았기 때문에 그리 신경 쓰지는 않았다.

    "성호님,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경호원은 성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고, 왕 사장은 그런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럼 김성호 씨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도록 하지요. 그리고 오늘은 정말 고마웠습니다."

    왕 사장도 인사를 하고는 헤어지게 되었다.

    성호는 호텔을 벗어나자 이제 안심이 되는 표정을 하였다.

    철중은 성호가 왜 급하게 자리를 피했는지는 모르지만 성호가 피할 정도라면 좋은 자리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가요. 식사도 하지 못하고 나왔잖아요."

    그리고 보니 모두 식사도 하지 못하고 그냥 나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호는 자신 때문에 식사도 하지 못하고 나오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 때문에 그렇게 되었으니 제가 오늘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아닐세. 오늘은 내가 초대를 하였으니 내가 안내하겠네. 여기 근처에 좋은 곳이 있으니 말일세."

    철중은 자신이 성호를 초대하였기에 식사는 자신이 사겠다고 하였다.

    지연도 아빠의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세 사람은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했다.

    왕 사장은 성호에 대한 이야기를 경호원에게 듣고는 지금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대단한 침술을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화 대인의 생명을 구해주었다는 대목에서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화 대인이라는 사람은 중국에서도 상당한 거물이었고, 그의 한마디면 모든 일이 성사될 수 있을 정도로 인맥도 대단한 사람이다.

    그렇게 대단한 화 대인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은 그냥 은인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성호가 화 대인에게 어떤 청탁을 하게 되면 화 대인은 자신의 재량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도움을 주려고 할 것이니 지금 성호의 위치가 보통의 자리는 아니라는 말이다.

    "허허허, 정말 대단한 젊은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나도 그 사람과 작은 인연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되지 않으니 더욱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왕 사장은 기업가라 성호가 화 대인과 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미 성호는 자신의 인맥으로 인정하고 싶어졌다.

    이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왕 사장이 성호와 친분을 만들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을 때 경호원은 화 대인에게 지급히 전화를 하고 있었다.

    "화 대인님께서 찾으시던 신의님을 찾았습니다."

    "오, 수고하였네. 그래, 한국에 계시던가?"

    "예, 한국에서 한의원을 하고 계십니다."

    "그렇군. 한국에서는 한의사가 되어야 침술을 사용할 수가 있으니 그렇겠지. 연락처는 알아보았겠지?"

    "예, 이름과 연락처를 받아두었습니다, 대인."

    화 대인은 성호를 찾기 위해 경호원을 한국에 보낸 것이다.

    비록 성호에게 중국 자격증을 만들어주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생명을 구한 것에는 미약한 보상이었기 때문이다.

    돈이라는 것은 화 대인에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성호는 화 대인에게 생명의 은인이었고, 그와 연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기 위해 경호원을 한국에 보내 성호를 찾게 하였던 것이다.

    신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성호의 침술이 영험하였기 때문이다.

    중국에도 대단한 명성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이 있지만 화 대인은 성호만큼 대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보았다.

    "차오, 자네는 신의를 주변에서 보호하고 있도록 하게. 우리에게는 귀인이시니 말이야."

    화 대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성호를 보호하려고 했다.

    "알겠습니다, 대인. 그런데 여기 왕 사장은 어떻게 할까요?"

    "왕 사장은 그냥 두고 자네는 신의를 보호하는 일이나 챙기면 되네."

    화 대인의 목소리가 약간 화가 난 것 같아 보이자 차오는 바로 대답했다.

    "제가 주제넘게 참견을 하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이번만 그냥 넘어간다, 다음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예, 감사합니다, 대인."

    차오는 바로 방을 나가 성호가 있는 근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화 대인의 명대로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주변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명함을 받고 바로 성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성호가 살고 있는 집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었다.

    화 대인은 인맥이 좋아서 한국에서도 정보를 모을 수가 있어 가능했다.

    화 대인이 비록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해도 성호를 이렇게 신경 쓰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성호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차오는 이제부터 목숨을 걸고 성호를 보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성호는 갑작스런 인연으로 인해 조금 골치가 아프기는 했지만 지연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철중에게는 인정받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세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제 헤어지려고 하였다.

    "식사도 맛있게 했으니 나는 그만 들어가 보겠네. 젊은 사람들 데이트하는 시간을 내가 너무 빼앗았으니 이제 둘이 시간을 가지도록 하게."

    성호는 철중이 지연을 두고 가려고 하자 내심 당황되었다.

    자신도 이제는 그만 집에 가서 쉬고 싶은데 지연을 두고 가면 또 끌려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늦었으니 지연이도 함께 따라가라. 나중에 병원 오픈하고 나서는 우리 자주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성호는 지연을 보며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지연에게는 성호의 말이 통하지가 않았다.

    "무슨 말이에요. 오늘이 지나면 나중에는 후회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러니 지금은 안 가요. 아직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성호는 지연이 분명히 저렇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도 다르지 않게 행동하는 지연이다.

    성호는 속으로 한숨을 쉬고 있었고, 철중은 그런 성호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오늘 즐거웠네. 내 딸을 부탁함세. 나는 바빠서 이만."

    철중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가 버렸다.

    성호는 철중이 무슨 의도로 지연을 두고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연이 남았으니 이제 이 골칫덩이를 어찌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도대체 여자애가 천방지축이라 어디로 튈지 예측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결과는 자신이 지연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라 성호는 이제부터 지연을 데리고 어디를 갈 것인지를 고민했다.

    "오빠, 어디 갈 데 있어요?"

    지연이 눈빛을 빛내면서 묻는 것을 보니 또 무언가 부탁이 있다는 것을 느낀 성호다.

    "어디가 가고 싶은데?"

    "아니, 가고 싶은 것은 아닌데 그냥 갈 데가 없으면 말이야."

    무언가 여운이 남는 말을 하고 있는 지연의 대답에 성호는 속으로 그냥 냉정하게 잘라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이제는 여자 친구인데 잘해주자는 생각이 들어 다시 물었다.

    "지연이가 가고 싶다는 곳이 어딘데?"

    "아니야. 오빠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지연은 갑자기 성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자 얼굴이 붉어지며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도 아까는 다른 생각을 하고 이야기했는데 성호가 부드럽게 대하자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았다.

    "아니야. 오늘은 지연이 말을 듣기로 했으니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해봐. 어지간하면 다 들어줄게."

    지연이 조금 신경 쓰이게 하는 성격이라 도망갈 구멍은 두고 대답하고 있는 성호였다.

    하지만 지연은 그런 성호의 대답에 얼굴이 화사하게 변하면서 입가에 밝은 미소를 머금고 성호를 보았다.

    성호는 지연의 갑작스런 변화에 조금 놀랐지만 이내 지연의 미모가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다.

    ‘저렇게 웃고만 있으면 참 예쁜데 말이야.‘

    성호는 지연이 정말 미인이라고 생각되었다.

    "오빠, 우리 나이트 가는 것은 어때요?"

    지연은 성호와 함께 나이트를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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