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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39화 (39/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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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은 반드시 성호에게 먼저 말을 걸기 위해 오늘도 수영장에 나와 하루 종일 성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망할 인간들. 오늘도 오지 않을 생각인 거야?"

미영은 성호와 지연이 오지 않자 화를 내고 있었다.

미영이 왜 성호에게 집착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 정도면 거의 스토커 수준이라고 볼 수가 있었다.

성호는 그런 미영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오늘도 지연과 즐거운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만나고 있었다.

"오빠, 오늘은 우리 아빠가 밥을 사준다고 오라고 하는데, 어때?"

지연은 성호와 만나는 것을 이미 부모님에게 이야기했다.

정식으로 만나고 싶기도 했고 아버지에게 자신도 이런 남자를 만나고 있다고 자랑도 하고 싶어서였다.

성호는 갑자기 지연이 아버지를 만나자고 하니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다.

"지연이 아버지는 무슨 일은 하시는 분이야?"

지연은 성호가 대답은 하지 않고 아버지에 대해 묻자 조금 기분이 상하기는 했지만 성호가 평소 사려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바로 대답해 주었다.

"우리 아빠는 작은 사업을 하시는 분인데, 왜?"

"아니야. 오늘 저녁을 같이했으면 한다고?"

"응, 나도 아빠와 오빠가 인사를 했으면 좋겠어."

지연은 하루라도 빨리 성호를 부모님께 인사를 시키려고 했다.

요즘 은근히 지연을 보는 부모님의 시선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해서다.

성호는 지연을 눈을 보다가 피식 웃고는 이내 허락하고 말았다.

"그래, 그렇게 하자. 나도 지연이 아버지를 만나 뵙고 싶으니 말이야."

"정말? 오빠, 고마워."

"어서 연락을 해야 하는 거 아냐?"

"응, 내가 연락할게."

지연은 성호의 허락을 받자 바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에게 성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아버지는 지연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여보세요? 아빠? 저예요. 성호 오빠가 아빠랑 만나겠다고 해요."

지연은 그렇게 아버지와 약속을 잡게 되었고, 지연의 아버지는 지연이 만나고 있는 성호라는 사람이 일단 한의사라고 하였으니 그에 맞는 격식을 차려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아직 딸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실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그에 맞는 준비를 하게 되었다.

오늘 저녁 8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지연은 전화를 마쳤다.

"오빠, 오늘 저녁 8시에 만나기로 했어. 괜찮지?"

"하하하, 이미 약속을 하고 묻는 거니?"

지연은 자신이 무엇을 실수하였는지 성호의 대답을 듣고서야 까달았다.

비록 성호가 허락을 하기는 했지만 시간을 묻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 정했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오빠, 그래서 시간이 안 된다는 거야?"

지연이 생각과는 다르게 약간 삐친 것처럼 말을 하자 갑자기 성호는 정색을 하며 지연에게 말하였다.

"지연아, 너는 왜 항상 그렇게 하니? 자기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느냐는 말이다."

성호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묻자 지연은 지금까지 자기를 만난 남자들은 자기가 그렇게 행동을 해도 다 이해해 주었는데 성호는 그런 남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호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말을 하니 솔직히 두렵기도 했다.

이러다가 그만 만나자고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다.

지연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흑흑, 오빠, 미안해요."

지연이 바로 눈물 공세로 나오자 성호는 조금 황당하기도 했지만 여자에게 휘둘리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이번에 기회에 확실하게 지연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울지 말고 너의 행동을 생각해 봐. 나는 지연이 활발하고 명랑한 성격을 가진 것이 아주 좋지만 이렇게 경우 없이 행동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아.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성호는 지연을 보며 야단을 치는 것처럼 말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지연이 귀엽기도 했다.

‘후후후, 이 정도는 해야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지.‘

성호는 지연의 버릇이 나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했다.

성호의 따끔한 교훈을 받은 지연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성호에게 사과하게 되었다.

지연은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은 거의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는데 성호라는 사람은 그렇지가 않아서 솔직히 더 신기하기만 했다.

"오빠는 내가 잘못을 하면 왜 이해를 하지 않고 야단만 치는 거야?"

"지연아, 잘못을 하면 당연히 야단을 맞아야 하는 거야. 너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지."

성호는 지연이 다시는 저런 소리를 하지 못하게 못을 박고 있었다.

지연은 그런 성호의 대답에 약간 삐쳐 가고 있었다.

하지만 성호에게는 그런 지연의 행동이 모두 애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있다가 시간이 되자 강남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지연의 아버지인 김철중은 지금 지연과 성호가 오기로 한 곳에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딸의 문제라 그냥 있을 수가 없어 나오게 되었다.

"이제 올 시간이 되었으니 어디 얼굴이나 볼까."

김철중은 성호라는 남자가 어떻게 딸과 만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딸과 만남을 계속하게 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딸의 말대로 정식 한의사라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지연과 성호는 한 호텔 앞에 도착하였고, 지연은 이런 곳에 자주 왔는지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오빠, 여기 십 층이 아주 전망도 좋은 곳이라 이곳으로 했대요."

"그래, 어서 가자. 기다리고 계시겠다."

성호는 이런 곳은 처음이라 아는 것이 없었지만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는 지연에게 대답하였다.

성호는 지연의 아버지가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조금한 가게를 한다고 해도 사업이라 부를 수 있어서 그렇게 풍족한 집안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런 호텔에서 만나게 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생각과 달리 있는 집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연도 성호를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보통의 남자들은 이런 곳에 오게 되면 어딘지 모르게 기가 죽어 있었기 때문인데, 성호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니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특히 프런트가 있는 곳이 조금 소란스러웠다.

그곳에서는 성호가 듣기로 중국어를 사용하는 남자가 지금 예약에 대해 따지고 있었는데, 여기 직원은 중국어를 모르고 있는지 상대방이 화를 내는 것에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호는 자신이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문제라 지연을 보았다.

"지연아, 미안하지만 저기 지금 직원이 외국어를 몰라 곤란한 상황이 되었는데 내가 잠시 도움을 주고 올게."

성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중국인이 있는 곳으로 갔다.

성호는 아주 유창한 중국어로 상대가 화가 난 이유를 물었고, 상대는 성호가 중국어를 아주 잘하는 것에 이제 대화가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이 화가 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한참을 상대의 설명을 듣고 있던 성호는 호텔 직원을 보며 물었다.

"여기 이분은 이미 예약을 해놓았다고 하는데 왜 호텔에 예약이 되어 있지 않느냐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직원은 성호의 말을 듣고 바로 확인하였지만 중국인이 말하는 이름으로는 예약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하였다.

"저기 죄송하지만 그 이름으로는 예약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하네요. 아마도 무언가를 잘못 아시고 온 것 같은데 다시 확인해 보세요."

성호가 중국인에게 통역을 해주니 중국인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하였다.

그런데 성호가 전화 통화내용을 듣기로는 중국인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원이 잘못된 이름을 알려주어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국인도 통화를 마치고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직원에게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사과했다.

성호는 간단하게 중국인과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지연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지연은 성호가 중국어를 그렇게 유창하게 할 줄은 몰랐는지 성호를 신기한 눈빛으로 보았다.

"와아, 오빠, 정말 대단해요. 중국어를 언제 배웠는데 그렇게 잘하는 거래."

"잘하기는. 예전에 배운 것이라 그냥 알고 있는 수준이야."

성호가 더 이상 설명을 해주지 않자 지연은 또 삐친 모드로 돌입하기 시작했다.

지연은 성호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성호는 지연이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를 데리고 십 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성호는 지연과 함께 십 층에 도착하여 지연의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성호와 지연이 오고 있는 것을 확인한 지연의 아버지는 성호를 자세히 보고 있었다.

"아빠, 여기 내가 이야기한 성호 오빠야. 오빠, 여기는 우리 아빠야."

지연은 양측에 소개를 간단하게 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김성호라고 합니다."

"반갑네. 딸의 남자 친구라 내 말을 편히 하겠네. 김철중이라고 하네."

철중은 성호를 보고 첫인상이 사기꾼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기에 일단 대화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십시오. 저도 그렇게 하시는 것이 편합니다."

"자, 우선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하지."

철중의 말에 성호는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성호가 앉자 철중은 가장 궁금해 하던 것을 먼저 물었다.

"내 듣기로 한의사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어디서 하는 건가?"

"예, 이번에 한의사 시험에 합격하여 지금 봉천동에 개원하는 세기 한의원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성호의 대답에 철중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번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면 지금이라도 바로 알아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 그런가? 그러면 이번에 학교를 졸업한 것인가?"

"아닙니다. 졸업을 하고 군대에 다녀와 바로 외국에 이 년 정도 있다가 귀국하여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성호는 거짓없이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성호는 거짓이 없으니 부끄럽지가 않았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모습은 철중에게 믿음을 주고 있었다.

‘흠, 거짓말은 아닌 것 같으니 한의사가 맞겠군. 이번에 우리 지연이가 제대로 사람을 만난 것 같으니 어째 기분이 이상하네.‘

철중은 속으로 딸이 이제 컸다는 생각이 들어서 흐뭇해졌다.

"그러면 이번에 합격하고 바로 시작하는 곳이 세기 한의원이라는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성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철중은 성호가 생각이 깊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도 젊어 보이는데 생각하는 것이 남들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자 조금은 다르게 보이고 있었다.

철중과 성호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지연은 조금 심심했지만 지금 아버지가 성호를 보는 눈빛이 처음과는 달라지고 있어 일단은 참고 두 사람을 보고만 있었다.

이때 레스토랑의 지배인이 다가왔다.

"손님,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일이죠?"

지연은 아버지와 대화를 하는 중간에 누군가가 개입하자 기분이 상했다.

"아, 죄송합니다. 저기 손님이 아까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서 시간이 되시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지배인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아까 성호가 도움을 주었던 중국인이 자신을 향해 살며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빠, 저분은 아까 그 중국인 같은데?"

성호는 지연의 말을 들었지만 지금은 중국인과의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바로 지배인에게 대답했다.

"중국인 분에게 전해주세요. 제가 오늘은 아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시간을 낼 수가 없으니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손님."

지배인은 성호가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자 고마운 눈빛을 하며 물러갔다.

철중은 중국인이 만나자고 한다는 소리에 무슨 소린인가 하는 눈빛으로 지연을 보았다.

지연은 아버지의 눈빛을 보고는 아까의 일을 간단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허허허, 중국어를 그렇게 잘한다는 말이지."

철중은 성호가 대단히 유능한 인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회사도 이번에 중국으로 수출을 하게 되어 중국과 교역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성호의 유창한 중국어 실력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직 회사에는 중국어를 성호처럼 하는 직원이 없어서 이번에 중국어를 하는 직원을 새로 뽑으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창한 것이 아니라 겨우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 정도입니다."

성호의 대답에 철중은 그런 성호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잘한다고 하면 더 잘났다고 하는 놈이 있는데 그런 놈은 정말 재수가 없다.

하지만 성호는 그런 놈과는 질적으로 달라 보였다.

벼는 자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은 성호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잘났어도 잘난 척을 하지 않고 항상 겸손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성호는 그런 겸손을 아는 사람이라 철중의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자네는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일세. 우리 지연과 좋은 인연을 이어갔으면 하네."

난데없는 철중의 한마디는 지연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버지가 남을 칭찬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리고 칭찬을 한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극찬을 하는 경우는 지연이 보기에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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