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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33화 (3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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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고통은 자신이 상상하던 것과는 천지차이였기 때문이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김 여사는 고통의 신음이 아닌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지 얼굴이 환해지면서 서서히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성호는 침을 모두 뽑으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김 여사의 꿈에 들리도록 이야기를 해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내일부터는 조금 편하게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성호의 말에 김 여사는 아주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성호의 말에 안정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성호는 치료를 마치고 자신이 쉴 수 있는 방으로 가려고 하였는데 성수가 원망 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김 선생, 그렇게 고통을 주면서 치료를 해야 하나?"

    "병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강한 정신력입니다. 그다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약이나 저와 같이 사용하는 침 같은 기구지요. 김 여사님은 그동안 약으로 치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악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상무님에 대한 미안한 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오래 묵은 병을 하루아침에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길고도 긴 성호의 말에 성수는 자신이 지금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아내의 병을 치료하겠다고 한 이는 많았지만 아직까지 지금처럼 아내가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적은 없다.

    성수는 아내의 치료를 보면서 조금씩 아내가 병을 이겨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가 있었지만 너무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났던 것이다.

    "미안하네. 나는 아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자네에게 실수를 하고 말았네."

    실수를 하면 바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성수였기에 성호에게 그 자리에서 정중하게 사과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사과는 나중에 병을 치료하고 받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우선은 조금 쉬어야 하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성호는 나중에 병을 치료하고 사과를 받겠다고 하고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가고 있었다.

    그런 성호의 모습이 성수에게는 정말 거룩한 성인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허허허, 우리나라에 정말 대단한의 신의가 탄생한 것 같구나. 실력이나 인품이나 어디 흠잡을 곳이 없으니 말이야.‘

    성수는 진심으로 성호에게 반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을 위해 저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직 나이도 어린 성호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성수로서는 놀랍기만 했다.

    그렇게 성호는 김 여사를 치료하기 시작했고, 정 상무가 준비한 약을 이용하여 최대한 김 여사의 몸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이제 마지막 날이 되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인가?"

    "예, 오늘이 최대의 고비입니다. 오늘만 무사하게 넘어가면 병이 완치될 수 있지만 오늘은 넘어가지 못하면 그동안 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겠지요."

    성호는 담담하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성수는 그런 성호의 태도에 사실 놀라고 있었다.

    그동안 성호가 치료하는 모습을 모두 보았고, 그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 성수는 성호의 신비로운 모습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나이나 경험을 보아 저렇게 신비하게 보일 정도는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오늘은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그저 담담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였기에 성수는 놀라고 있었다.

    자신도 나이를 먹었지만 이렇게 긴장이 되는데 정작 치료를 하는 당사자는 담담한 눈빛으로 치료에 임하니 아직은 자신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허허, 나는 아직도 세상을 더 배워야겠다. 오래 살았다고 해서 인생의 깊이는 아는 것은 아니구나.‘

    성수는 성호와 함께 있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기분이었다.

    성호는 그런 성수를 두고 김 여사의 곁으로 갔다.

    "그동안 치료를 받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고 여태의 치료와는 다르게 오늘은 더 심하게 고통이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 이것을 입에 물고 계십시오. 나중에 치아가 상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성호는 김 여사에게 입에 물고 있을 것을 주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가장 힘든 날이기 때문에 환자가 참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준비한 것이다.

    김 여사는 성호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인지 아니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성호가 주는 물건을 입에 물었다.

    "선생님, 저는 다시 살고 싶어요. 부디 오늘도 저에게 생명의 힘을 주세요."

    김 여사는 그동안 성호가 이용한 반지의 힘 때문에 몸이 많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힘을 김 여사는 생명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성호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성호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눈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호의 그런 행동은 김 여사의 입에 미소가 생기게 하였고, 성수도 아내의 미소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성호는 김 여사에게 서서히 침을 놓기 시작했다.

    침이 절반 정도 사용되자 김 여사의 얼굴에는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성호의 얼굴에도 비 오듯이 땀이 흐르고 있었다.

    한 사람의 생사가 오고 가는 것이 아닌, 이제는 두 사람의 생사가 걸린 일이 되어 가고 있었다.

    김 여사의 몸에 있는 음기는 반지의 힘에 의해 그동안 닦달을 당해서 그런지 성호가 반지의 힘을 이용하여 침으로 몰아내자 잔득 화가 나 좌충우돌하고 있었다.

    몸속에서 움직이는 포악한 행동이라 성호도 남감하기만 했다.

    ‘저 음기를 제어하지 않고는 절대 병을 치료할 수가 없겠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성호는 몸속에 있는 엄청난 음기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고민하게 되었고, 김 여사는 몸 안에 전쟁이 나 있으니 온몸이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으으으으… 끄윽!"

    입에 물려 있는 물건 때문에 비명을 지르지는 못하지만 신음 소리는 평소와 다르게 몹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성수는 아내가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미칠 것만 같은 심정이었지만 지금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눈물을 흐르게 했다.

    성호가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 엄청난 고통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에 성수도 알고는 있지만 도대체 얼마나 고통이 심하면 저렇게 얼굴이 변할 수가 있는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아내의 얼굴은 지옥의 야차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눈동자가 사라지고 거의 흰자만 보일 정도로 눈은 뒤집어지고 있었다.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는 바로 음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가 음기를 흡수하게 되면 환자는 조금이라도 편안해지지 않을까?‘

    성호는 김 여사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로 결정하고 침을 이용하여 음기를 자신의 몸으로 유도하기 시작했다.

    이미 김 여사의 몸에는 성호가 침을 모두 놓았기에 성호는 침을 잡으면서 음기를 자신에게 유도하고 있었다.

    음기는 반지의 힘과는 조금 다른 것이라 그런지 반지의 힘에는 저항하지 못하고 있다가 성호가 음기를 흡수하려고 하니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최대한 성호의 몸으로 들어오려고 아우성을 쳤다.

    갑작스럽게 음기가 몸속으로 유입되자 성호도 극도로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끄으윽!"

    성수는 갑자기 성호가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내의 고통이 줄어드는 대신에 성호가 고통스러워하자 말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성수가 보기에도 지금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어서다.

    성호는 엄청난 음기가 몸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몸에 있는 내공이 반발하기 시작했고, 성호의 내공과 김 여사의 음기는 충돌하기 시작하면서 성호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유입되던 음기가 이제는 한 번에 들어오려고 하는지 엄청난 양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 오고 있었기에 성호가 힘들어 하고 있었다.

    성호가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을 때 김 여사는 서서히 평온한 얼굴이 되어가고 있었다.

    김 여사도 엄청난 고통을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정신력도 바닥이었기에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 서서히 쓰러지려고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신의 몸에 고통을 주던 것들이 몸에서 빠져나가고 있어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있는 중이었다.

    김 여사가 정신을 차리고 있을 때 성호는 아주 죽을 맛이었다.

    엄청난 음기는 성호의 몸에 들어와 내공과 치열하게 다투는 중이었다.

    일부는 융합이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나머지들은 아직도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끄으으, 푸아악!"

    갑자기 성호가 피분수를 뿌리며 쓰러지고 성수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아니, 김 선생, 정신 차리게."

    성수는 성호가 쓰러지자 바로 달려와서 성호를 부축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성호의 몸은 차갑게 변해가고 있어 마치 시체를 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헉!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성수는 성호의 상태가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성수가 성호를 살피고 있을 때 김 여사는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뜨자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성호를 보게 되자 깜짝 놀랐다.

    "어머, 무슨 일이에요?"

    김 여사는 눈앞에 벌어진 일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억? 당신, 정신을 차린 것이오?"

    성수는 성호를 보다가 갑자기 들리는 아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이제는 아픈 안색이 아닌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에는 화색이 돌기 시작해 이제는 창백한 안색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김 선생님이 왜 피를 흘리고 있는 거예요?"

    "나도 모르겠소. 갑자기 피를 뿌리면서 쓰러지는 바람에 나도 지금 정신이 없소."

    성수의 설명에 김 여사는 자신의 몸에서 고통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꼈던 것이 생각났고, 성호가 자신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고통을 성호가 가지고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흑흑흑, 김 선생님이 나의 고통을 대신 받아주시는 바람에 저러시는 것 같아요. 이제 어떻게 해요."

    성수는 아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내의 고통을 성호가 대신 가지고 가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소리는 알아들었다.

    "저, 정말이오?"

    "예, 그런 것 같아요."

    "우선은 김 선생을 침대에 옮깁시다."

    "여보 그만두세요. 지금은 김 선생이 저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지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드니 우선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성수는 아내의 말에 성호를 보게 되었고 지금 성호가 이마에 땀을 흘리는 것을 보니 아마도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내의 말대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지금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 들었다.

    성호는 지금 몸에서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었는데 음기가 강해서 내공으로도 제어가 되지 않아 몸속이 말이 아니게 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 음기의 힘이 너무 강하다.‘

    성호는 음기 때문에 내공이 점점 밀리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음기가 몰려들었을 무렵 김 여사가 정신을 차린 덕분에 반지의 힘이 되돌아와 몸속의 음기를 다스리며 제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성호는 음기와 내공을 합치기 위해 운기를 시작했고, 음기는 서서히 내공과 융합하기 시작했다.

    반지의 힘은 음기와 내공이 융합을 하도록 해주고는 성호의 몸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음기로 인해 상처를 입은 혈도들은 반지의 힘에 의해 서서히 치료되고 있었고, 성호의 안색도 서서히 제 색을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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