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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32화 (32/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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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호는 김 여사의 맥을 잡아보았다.

    그런데 맥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좀 이상했다.

    ‘응? 이런 맥은 책에 나와 있던 맥인데?‘

    성호는 김 여사의 맥을 잡고는 바로 이상함을 느꼈다.

    성호가 보았던 책의 내용에 의하면 인간의 신체는 다양하게 태어나지만 그중 절맥을 지니고 태어나는 인간이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절맥 중에 치료가 가능한 절맥도 있지만 아직도 방법을 찾지 못한 절맥도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런데 김 여사의 몸은 책의 내용에 있는 절맥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휴우, 현세에 칠음절맥이 나타나다니, 아직까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하구나.‘

    김 여사의 몸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절맥 중 하나인 칠음절맥이었다.

    고대에도 열에 하나만 치료가 가능했던 절맥이지만 현재의 의학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결을 받는 희귀 절맥이었다.

    "상무님, 사모님께서는 상당히 힘든 병을 가지고 계십니다. 아마도 병원에 가셨어도 모두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만 듣고 오셨을 겁니다."

    "헉! 어떻게 알았는가?"

    상수는 성호가 진맥만 하고도 아내의 병을 알아내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은 아내를 데리고 그 많은 병원을 다녔어도 아내의 병명도 모르는 곳이 숱하게 많았는데 성호는 맥만 짚고도 바로 알아내는 것이 자신의 예감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을 짚어보니 금방 병명이 나오는데요."

    성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을 하였지만 듣고 있는 성수는 그런 성호가 대단해 보였다.

    "자네에게 부탁을 함세. 제발 우리 아내의 병을 좀 고쳐주게. 자네가 아내의 병만 고쳐주면 내 달라는 것은 뭐든 주겠네."

    성수는 진심으로 간절하게 성호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성호는 그런 성수를 보며 아내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성수의 아내인 김 여사는 그런 남편의 모습에 힘은 없지만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죄 많은 이놈의 몸뚱어리 때문에 남편이 그동안 고생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죽어도 벌써 죽었어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죽지는 않고 버티는 몸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오늘은 예전과는 다르게 자신의 병명을 한 번에 알아내는 의사를 만나게 되었고, 김 여사는 자신도 모르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자 눈에서는 간절함이 구구절절 묻어 나오고 있었다.

    "서, 선생님,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저는 남편과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저의 이런 소망이 욕심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번만은 그 소망이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살려주세요."

    김 여사는 자신도 모르게 성호를 보고 간절하게 부탁하게 되었다.

    성호는 남편과 부인이 함께 간절하게 부탁을 하자 도저히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다만 이 절맥을 치료하려면 성호로서도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아직 말을 하지를 못하고 있을 뿐이다.

    "상무님, 부인을 치료하려면 우선 가장 오래된 산삼을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몇 가지 약을 적어드릴 테니 준비해 주시면 한번 치료를 해보겠습니다."

    성호의 말을 들은 성수는 희망이 아니라 이제는 기적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삼과 다른 약초는 적어주는 대로 내가 구하겠네. 그런데 진짜로 치료가 가능하겠는가?"

    성수가 원하는 것은 완전한 치료가 아니라 어느 정도만 치료가 되어도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내의 말대로 움직이기만 해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하게 될 일인데 성호는 완치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성수의 정신이 지금 온전하게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김 여사도 성호가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에 눈에서 봇물 같은 눈물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흑흑흑! 고맙습니다, 선생님."

    두 부부의 눈물바다에 성호와 정민은 그저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민은 성수를 달래고 다시 아내는 성수가 달래 겨우 수습을 하고 나니 성호가 김 여사의 몸을 살필 수가 있었다.

    "우선 오늘은 가볍게 지압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적어드리는 약초를 준비하시면 바로 치료에 들어가겠습니다. 치료 전에 매일 제가 와서 지압과 침을 사용하여 더 이상 병이 진행되지 않도록 해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성호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답을 하였고, 부부는 성호의 말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김 여사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니 우선 얼굴색이 달라지고 있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김 여사 같은 경우는 이미 삶을 포기하고 있어서 그동안 병이 더 깊어만 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삶의 희망이 생기니 몸이 자체적으로 병을 이기기 위해 저항력을 늘어나 잠시지만 몸이 좋아 보이는 것이다.

    "고마워요, 선생님."

    김 여사는 성호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자, 오늘은 우선 지압을 해야 하니 조금 아파도 참으세요."

    김 여사는 몸이 아픈 것쯤이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성호는 반지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여 지압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성호의 몸에서는 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정민과 성수는 지압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성호는 최선을 다해 지압을 하였고, 김 여사의 몸을 치료했다.

    김 여사는 자신의 몸이 이상하게도 지압을 하면서 약간의 힘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병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성호가 점점 밀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반지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성호는 치료를 마치고 지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성수는 성호가 치료하는 과정을 지켜보았지만 감히 말을 걸 수가 없었던 것이 과정이 너무도 경건하고 신비로워서였다.

    치료를 마친 성호는 기운이 모두 빠져나가서 서 있을 힘도 없었기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 안에서 성호는 운기를 시작하였고, 몸의 기운을 보충하고 있었다.

    "저 친구 진짜 대단한 친구일세."

    "그렇게 생각하지. 나도 처음에는 믿지를 않았으니 말이야."

    두 친구는 성호에 대한 칭찬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성호는 인정을 받는 의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지만 말이다.

    성호는 김 여사를 치료하기로 하고 지압을 해주고 돌아가고 있었다.

    "성호야, 오늘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인데요."

    "그래도 고맙구나. 덕분에 친구들에게 내가 큰소리를 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정민은 성호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들의 친구지만 자신을 아버지처럼 따라주고 있어 더욱 고마웠다.

    정민이 하는 사업은 친구들의 도움이 절실한 처지였기에 이번 도움으로 인해 정민의 사업은 한 걸음 앞서 나갈 수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성호는 집에 도착하여 준비해 두었던 침을 꺼내고 있었다.

    이번 시험에 합격을 하고 사용하려고 준비해 두었던 것인데 개업을 하기도 전에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금빛의 침은 성호가 직접 주문한 침으로 반지의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된 것이다.

    금은 아니지만 금보다 더 좋은 것으로 반지의 힘을 최대한 침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만든 것이라 성호의 침술을 알리기에는 가장 좋은 물건이었다.

    "너는 앞으로 나와 함께 이름을 알리면서 살아가자. 한국이 아닌 세계로 말이다."

    성호는 처음부터 국내에서만 자신의 힘을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세계의 모든 나라에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치료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성호가 러시아에 가서 치료를 하면서 가지게 된 생각이었다.

    성호는 한태민의 어머니는 오전에 가서 치료를 하고 오후에는 정상수의 아내인 김 여사를 치료하기 위해 갔다.

    "할머니는 그리 걱정이 되지 않지만 김 여사님의 치료가 문제인데 어떻게 해야 가장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성호는 김 여사의 칠음절맥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음기를 자신의 양기로 밀어내는 것인데 이는 남의 아내에게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기에 포기를 했고, 그다음이 침을 이용하여 음기를 조절하는 방법이지만 이도 사실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가서 치료를 하면서 조금씩 개선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겠구나."

    성호도 칠음절맥에 대해서는 알고는 있지만 아직 치료를 해본 경험이 없으니 솔직히 난감하기만 했다.

    물론 반지의 절대적인 효능이 있으니 치료를 하지 못하지는 않겠지만 상대의 몸이 약하다는 것이 가장 문제였기 때문에 성호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김 여사의 집에서는 성수가 출근도 하지 않고 성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김 선생."

    성수는 이제 성호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

    성호가 당당히 한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이제는 그렇게 불려도 상관이 없었지만 그래도 하룻밤 사이에 호칭이 변해 버리니 성호도 어색한 얼굴을 하고 말았다.

    그런 성호를 보며 성수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김 선생은 내가 그리 호칭을 하니 어색한 것 같아 보이네."

    "예, 조금 그렇습니다, 상무님."

    "아니네. 자네가 아내의 병을 치료해 주기로 했으니 당연히 그렇게 불러야지. 자네는 이제 의사가 되었으니 말이야."

    성호는 자신이 의사라는 성수의 말이 조금은 생소하게 들렸다.

    앞으로는 이런 소리를 자주 들어야 하는 입장이니 이제는 적응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나는 의사이니 이제는 이런 호칭에 연연하지 말고 좀 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을 하자.‘

    성호는 잠시의 생각이었지만 성장을 하였고, 성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안으로 가시지요. 환자가 저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지. 어서 들어가세."

    성수는 안내를 하면서 성호가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허허, 젊은 사람이 참 빨리 성장하는구나.‘

    성수는 성호의 발전에 기쁘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

    방에는 환자인 김 여사가 성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김 선생님."

    "예. 어제는 잘 주무셨습니까?"

    "저는 처음으로 간밤에 푹 잘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고마워요."

    김 여사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있었다.

    그동안 병 때문에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항상 몸이 무거웠는데 오늘은 정말 푹 자고 일어난 그런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자, 오늘은 침으로 병을 치료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미리 말씀드리지만 고통이 심할 것입니다."

    "알고 있어요. 마음의 준비는 했으니 치료를 해주세요."

    성호는 아직 약이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침술을 사용하려 하고 있었다.

    성수도 그런 성호의 마음을 아는지 뒤에서 말을 하였다.

    "김 선생, 산삼하고 다른 약초는 준비가 된다고 하는데 한 가지 약초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네. 아마도 그 약초도 내일이면 모두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내일은 김 선생이 원하는 약초를 모두 준비할 수 있을 것이네."

    성수는 어제 자신의 모든 인맥을 이용하여 성호가 부탁한 약초를 준비하게 만들었다.

    대그룹의 상무 자리에 있는 성수의 부탁을 거절할 인사들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잘되었습니다. 그럼 내일부터는 약과 함께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성호가 약을 준비하라고 한 이유는 지금 김 여사의 몸이 반지의 힘을 받아들이기에 문제가 있어서였다.

    그동안 병석이 너무 오래 있는 바람에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있어서 반지의 힘도 받아들일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성호가 치료하는 기운은 반지의 힘과 자신의 내공을 섞어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성호는 치료를 하고 나면 내공을 보충하기 위해 운기를 해야 했다.

    성수는 성호가 운기할 수 있는 방을 이미 준비를 해두고 있었는데 어제 성호가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김 여사는 침상에 누워 침술을 받고 있었는데 고통으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으으으……."

    참으려고 해도 본인도 모르게 나오는 신음 소리는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성수도 아내가 신음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신이 더 아프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기에 주먹을 움켜쥐며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런 성수의 주먹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고, 성호의 이마에도 서서히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호의 이마에는 땀의 양이 늘어났고, 김 여사의 신음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참으세요. 남편 분과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시면서 참으세요. 버티지 못하면 영원히 여행은 가지 못합니다."

    성호는 냉정하지만 김 여사를 보며 참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의 김 여사는 정신력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미 보통 사람들의 한계를 넘어선 지경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성호는 김 여사에게 더 강하게 버티라고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성수는 그런 성호에게 화가 났지만 지금은 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었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마음은 지금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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