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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31화 (3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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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이 계셨군요. 저는 나중에 오겠습니다."

    "아니다. 오늘 너를 보려고 일부러 온 친구들이니 일단 자리에 앉아라."

    성호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걸음 했다는 소리에 일단 자리에 앉았다.

    어려운 걸음을 하신 이들을 두고 그냥 나가 버리면 이는 큰 실례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성호가 자리에 앉자 정민은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저쪽에 있는 친구는 지금 정부의 일을 하고 있는 친구고, 여기는 한국그룹 상무로 있는 친구다. 인사드려라."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한의사 시험에 합격한 김성호라고 합니다."

    성호는 바로 일어서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반갑네. 나는 국정원에 있는 한태민이라고 하네."

    "나는 한국 그룹에 있는 정상수라고 하네. 자네 얼굴 한 번 보는 것이 정말 힘들구먼."

    성호는 자신을 만나기가 힘들다는 소리에 의문스러운 눈빛을 하며 보았다.

    정민은 성호가 의문을 느끼자 바로 이야기해 주었다.

    "사실은 이 친구들은 나와 오랜 시절 함께 지내온 친구들인데 내가 몸이 회복된 것을 보고 그동안 정말 괴롭혀 온 당사자들이란다."

    정민의 말에 성호는 그제야 이해를 했다.

    "하하하, 아버님도 괴롭힘을 당하시는군요."

    성호의 웃음에 두 사람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정민의 표정이 재미있게 변해 있어서였다.

    정민은 성호의 말에 헛기침을 하며 어색함을 모면하려고 하였다.

    "험, 험, 그럴 수도 있지."

    정민의 그런 어색함은 친구들도 웃게 하고 있었다.

    "허허허, 저 친구 표정 좀 보게."

    "허허허, 나도 오늘 처음 보는 표정이네."

    두 친구가 웃으면서 정민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었다.

    성호는 정민의 그런 행동이 처음 보는 것이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민은 잠시 요상한 분위기가 되었지만 이내 성호를 보며 이들이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기 있는 친구는 자신의 어머니 때문에 오게 된 것인데, 어머니의 병이 병원에 가도 차도가 없어 너에게 치료를 받았으면 하고 온 거다. 그리고 옆에 있는 친구는 아내의 문제 때문이고 말이다."

    성호는 아직 개업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에게 치료를 받으러 왔다는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버님. 저 아직 개업도 하지 않았는데요?"

    "그러니 하라는 말이다. 개업 기념으로 말이다. 저 친구들이 원하는 치료를 하게 되면 아마도 병원을 개업하기도 편하게 될 거다."

    정민은 친구들에게 확실하게 치료가 되면 그만한 보상을 하라고 하였고, 이들도 수긍하여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험, 자네가 확실히 치료를 해주면 내 장담하지만 병원은 내가 차려주겠네."

    확실히 대기업의 상무 정도 되는 파워를 가지고 있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일이기는 했다.

    성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이내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을 보았다.

    "제가 확실히 치료를 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의사는 병자를 보기 전에 확신을 할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여기에 오신 이유가 치료가 목적이라면 제가 환자를 보아야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성호의 대답에 두 사람도 인정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당연한 이야기고, 언제 시간이 나야 가볼 것이 아닌가."

    "제가 지금 시간이 있으니 오늘하고 내일로 나누어 가면 되겠군요. 어느 분이 먼저 하시겠습니까?"

    성호의 대답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 분은 어머니고 한 분은 아내라 누구를 먼저 가라고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정민은 그런 친구들을 보다가 자신이 개입을 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입을 열었다.

    "나는 어머니부터 치료를 하였으면 하네. 나이 드신 분이니 오늘 먼저 하고 어차피 내일 치료를 한다고 하니 자네가 양보를 하게."

    정민의 말에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일 치료를 한다고 하니 오늘은 자네 어머니에게 가자고. 대신 나도 같이 가고 싶네."

    "그렇게 하세."

    성호는 그렇게 국정원에 근무하는 한태민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성호가 태민의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연락을 받았는지 대문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태민은 성호와 친구들과 함께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아빠 오셨어요?"

    "어서 오세요."

    태민은 딸만 둘을 낳아 살고 있는데 제법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되었다.

    성호는 태민의 딸들에게는 관심이 없었기에 그저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태민도 딸보다는 지금 어머니의 치료가 우선이라 생각하고는 서둘러 성호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자, 어서 들어가세."

    태민의 안내로 집으로 들어간 성호는 집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혼자 살고 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도 크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보는 집은 그야말로 거대한 궁궐 같은 느낌을 주었다.

    태민의 안내로 일 층에 있는 방에 들어가니 나이 드신 할머니가 누워 계셨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태민의 말에 할머니는 힘겹게 눈을 뜨고 눈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성호는 할머니의 상태가 몹시 좋지 않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잠시만요. 제가 진맥을 해보겠습니다."

    성호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 맥을 짚어보았다.

    할머니는 몸이 정상이 아니고 매우 약하기 때문에 내공을 바로 집어넣었다가는 오히려 독약이 될 수도 있기에 서서히 내공을 운기하려고 하니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다.

    성호가 맥을 짚었지만 그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어 태민은 어머니의 병세가 좋지 않아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가 편치 않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성호는 할머니의 맥을 놓아드렸다.

    성호는 태민을 보며 할머니의 증상을 이야기해 주었다.

    "지금 환자 분은 원기가 상해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세가 있으시니 원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환자 분이 최근에 무언가 하신 것이 있습니까?"

    태민은 어머니에게 최근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것이 있었다.

    바로 최근 어머니가 한 할아버지를 사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였는데 태민이 결사반대를 하여 헤어지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 것이다.

    ‘설마 그런 이유 때문에 저렇게 되셨다는 말인가?‘

    태민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저었다.

    성호는 태민의 반응을 보고는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환자 분께서는 최근 무슨 일이 있어 지금의 상태가 되신 것 같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제가 치료를 한다고 해도 다시 재발하게 될 것입니다. 솔직히 지금도 치료를 자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환자 본인이 살려고 하는 의지가 없는데 어떻게 치료를 하겠습니까."

    성호의 말을 듣고 있던 태민은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정민은 친구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을 보고는 대번에 눈치채고 있었다.

    "잠시 나하고 이야기를 나누세."

    정민이 태민을 데리고 나가자 성호는 가만히 할머니를 보고만 있다가 우선은 기력을 찾게 해드리고 싶은 생각에 간단한 지압을 시작했다.

    성호가 지압을 하자 할머니의 몸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반지의 힘을 이용하여 서서히 할머니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지압을 하고 있는 것이라 서서히 정신을 차려가고 있었다.

    한편 정민은 태민과 나와 서재로 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자네는 알고 있지?"

    "휴우, 이거 정말 동네 창피해서. 우리 어머니께서 사랑에 빠지신 것 같네. 저번에 할아버지 한 분과 정식으로 교제를 하겠다고 하셔서 내가 결사적으로 반대를 했었네. 아마도 그 뒤로 저렇게 몸이 좋지 않게 변하기 시작한 것 같아. 나도 생각지 못했는데 성호라는 그 친구, 정말 용하기는 한 것 같구먼."

    "성호가 용한 것은 나중 문제고,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휴우, 저렇게까지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원하시는 대로 해드려야지."

    "잘 생각했네. 돌아가시기 전에 원하시는 바가 있다면 들어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네."

    정민의 대답에 태민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두 사람은 한참의 시간 동안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성호가 있는 방으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태민의 눈은 사정없이 크게 떠지고 말았다.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얼굴에 혈색이 돌고 있어 기운을 차리고 있어서였다.

    "아범 왔는가."

    기운이 없는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확하게 들렸다.

    "어, 어머니, 괜찮으세요?"

    "조금 기운이 없지만 여기 의사 선생이 지압을 해주니 점점 기운이 살아나고 있네."

    "다행입니다. 이제 어머니가 원하시면 그분을 만나세요. 저는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저, 정말인가, 아범?"

    "예, 어머니."

    할머니는 오랜만에 정신을 차리고는 아들에게 아주 큰 선물을 받은 표정이 되었다.

    "고맙구나, 태민아."

    할머니는 아들을 이름으로 불러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태민의 반응이었다.

    "어머니, 다시 한 번 불러주세요."

    "태민아, 고맙다."

    "어, 어머니, 저의 이름을 불러주시는군요."

    남의 가족사에 대해 알 수도 없고 끼어들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아들의 이름을 불러주었다고 저렇게 감격하는 아들을 보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드는 성호였다.

    ‘거참, 이상한 가족이네. 이름을 불러준다고 저렇게 감격할 수도 있는 건가?‘

    성호는 아무것도 모르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태민의 친구인 정민과 상수는 감격하고 있는 태민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모자간의 갈등으로 인해 이십 년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던 어머니가 드디어 아들의 이름을 불러주니 태민은 진심으로 감동했다.

    태민은 성호를 보며 정중하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맙네, 성호 군. 자네가 우리 가족의 불운을 거두어주었네.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네."

    태민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성호는 자신에게 감사한다고 하니 일단 받아들이고 있었다.

    "예, 우선 오늘은 지압을 해드렸지만 내일부터는 침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침을 맞으면 일주일 정도면 기력을 회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알겠네. 그런데 약은 없는가?"

    "아직은 몸이 약해 약의 기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어느 정도 회복되시면 그때 사용해도 늦지 않습니다."

    "성호 군이 그렇다면 맞겠지. 나는 모든 부분을 성호 군에게 맡기겠네."

    태민은 오늘 정말 대단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성호가 와서 잠시 지압을 한 것뿐이지만 그 지압 덕분에 가족의 오랜 염원이 풀렸으니 태민의 입장에서는 성호가 은인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알겠습니다. 할머니의 건강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예전의 모습을 찾으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성호의 말에 태민은 고마운 눈빛을 하였다.

    오늘 자신이 성호를 데리고 오기를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성호가 할머니를 치료하는 과정을 모두 보고 있던 상수는 성호의 실력이 정민에게 이야기한 것보다 더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아내는 사실 모든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지금 집에 누워 있는 중인데 자신도 희망이 보였다.

    성호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렇게 알려지고 있었다.

    사람의 입을 통해서 아주 은밀히 말이다.

    성호는 태민의 할머니를 치료하고 정민과 함께 집으로 가려고 하였는데 상수가 정민을 보며 조용히 성호가 자기네 집으로 가주기를 원했다.

    아직은 시간이 많이 있다면서 말이다.

    "정민이, 저 친구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가세."

    "성호도 피곤할 텐데 가려고 할까?"

    "나도 내일 가려고 하였는데 오늘 저 친구 치료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급해서 그러니 자네가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네. 은혜는 잊지 않겠네."

    상수는 정말 마음이 급했다.

    당장에라도 진맥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정민에게 부탁한 것이다.

    아내가 병으로 누워 지낸 지도 벌써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이제라도 좀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뿐이었다.

    "잠시 기다려 보게. 내 이야기는 해보겠네."

    "고맙네. 정말 고맙네."

    "허참……."

    정민은 친구의 부탁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저렇게 부탁을 하는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결국 정민은 성호가 있는 곳으로 가서 상수의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어떠냐? 저 친구네 집에도 갔다 오는 것이."

    "하기는 시간이 애매하네요. 아버님이 하시는 부탁인데 들어드려야지요. 가시지요."

    성호는 정민의 부탁이라고 생각하고는 기분 좋게 허락하였다.

    정민은 그런 성호가 정말 고맙고 든든해 보였다.

    "허허허, 너 때문에 내가 이제부턴 힘 좀 쓰겠다."

    "그러면 다행이지요."

    정민은 성호가 허락을 하자 상수에게 가자고 하였고, 상수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 감사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렇게 성호는 상수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한국그룹의 상무라는 자리는 아무나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아니었는지 우선 그 집의 규모부터 달랐다.

    상수의 집은 태민의 집과는 우선 평수가 달랐다.

    거의 두 배나 되는 평수였고, 안의 내용도 상당히 보기 좋게 꾸며져 있었다.

    상수는 성호를 아내가 있는 방으로 먼저 데라고 갔다.

    상수의 아내인 김미희 여사는 십 년을 병석에 누워 있어서인지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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