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려워 하지마-30화 (30/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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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잘 왔다."

    "반장님, 그런데 어디가 아프셔서 병원까지 오셨어요?"

    성호는 한 반장이 죽을 때까지 편안하게 살기를 원하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받은 은혜도 있고 자신도 한 반장이 마치 아버지처럼 느껴지고 있어서였다.

    "지난달부터인가 머리가 어지러워 치료를 받으려고 했는데 하는 일이 있어 미루고 있었거든. 근데 어제 내가 과음을 하고 직원 하나랑 집으로 돌아오다가 쓰러졌네.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놀라 입원을 하게 된 거야."

    성호는 머리가 어지럽다는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반장을 진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단 맥이나 잡게 손을 줘보세요."

    "자, 여기 있다."

    한 반장은 성호가 한방 쪽으로 아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냥 손을 내밀었다.

    혜영은 아빠가 눈앞의 남자가 하자는 대로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자신의 아빠는 고집이 강하기로 소문이 나 있는 인물이었는데 저 사람의 말에는 이상하게 그냥 따르고 있으니 신기하기만 했다.

    성호는 혜영이 있다는 사실도 생각지 못하고 진맥을 하기 시작했다.

    성호의 진맥은 이미 경지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에 내공을 이용하여 한 반장의 병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놈이 진맥을 할 때는 이상하게 뜨거운 기운이 몸속을 도는 기분이 드네?‘

    한 반장은 러시아에서도 이런 기분이 들어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신이 잘못 느낀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한 반장이 이렇게 내공이 몸에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한 반장은 모르겠지만 자신의 몸에도 미약하지만 자연의 기운이 남아 있어서였다.

    보통 사람은 그런 자연의 기운이 없지만 한 반장은 예전에 산에서 공사를 하면서 스님 한분에게 배운 기공술이 있었다.

    그때는 기공술을 재미삼아 공사 기간 동안 수련을 하였던 것이다.

    그 후로 기공술을 수련하려고 하였지만 서울에서는 별로 효과가 없어 포기를 하고 있었던 한 반장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몸에는 자연의 기운이 약간은 남아 있기에 성호의 내공을 느끼게 된 것이다.

    성호는 한 반장의 몸을 모두 검사를 하니 뇌에 있는 작은 혈관이 문제라고 판단을 내렸다.

    "한 반장님, 검사를 하셨으니 아마도 내일이면 결과가 나오겠지요. 아마도 뇌에 있는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가장 우선은 술을 그만 마시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는 담배를 끊으시는 겁니다. 오늘은 제가 가지고 온 침이 없으니 우선 응급처치로 간단하게 지압을 해드리고 내일은 침을 가지고 와서 치료를 해드릴게요."

    성호는 한 반장이 입원하였다는 소리에 급하게 오는 바람에 침을 가지고 오지 못했기에 지압을 해주려고 하였다.

    "지압도 시원하기는 하지. 그렇게 해."

    한 반장의 대답에 혜영은 두 사람의 대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의사도 아닌 사람에게 침을 맞는 것은 불법이라서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저기 죄송하지만, 침을 사용하려고 하시면 한의사가 되어야 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알고 있기로는 불법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혜영은 아직 상대를 모르니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다.

    아무리 아버지와 친하다고 해도 불법적인 침을 맞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허허허, 우리 혜영이가 불안해서 그런 것 같은데 이 친구는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을 치료해주었단다. 나도 그렇고 말이야."

    한 반장은 러시아의 일을 잠깐 혜영에게 들려주었다.

    성호는 그런 혜영이 무슨 말을 할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은 자신이 한의사라는 말을 하지 않고 말이다.

    한의사가 되었다고 하면 간단하겠지만 우선은 상대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런 일은 나중에도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이 되었고, 자신이 대처를 할 방법이기도 했다.

    성호는 혜영이 한 반장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얼굴이 수시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생각이 많은 아가씨라고 느꼈다.

    성격은 보기에도 차분해 보였지만 머리는 복잡하게 생각이 많아 보였다.

    ‘흠, 저 아가씨는 나중에 고생을 많이 하겠네. 저렇게 생각이 복잡해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야.‘

    성호의 생각대로 혜영은 아빠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미적거리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는 듯했다.

    "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지압이나 하자고요. 반장님, 우선 지압을 받을 준비를 하세요."

    혜영은 지압이라고 하니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았다.

    지압은 침과는 달리 몸속에 피가 잘 통하게 해주는 기술이라 알고 있었다.

    물론 지압으로 여러 가지를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대개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성호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한 반장의 몸에 지압하기 시작했다.

    "크윽! 역시 자네의 지압은 고통이 우선이야. 으윽!"

    "엄살 부리지 마세요. 이 정도는 러시아에서 항상 느끼시던 거잖아요."

    성호는 러시아에서 한 반장에게 지압을 많이 해드렸는데 항상 받을 때마다 저렇게 엄살을 부리고 있었다.

    한방에 거주를 하니 밤에 몸이 아프기도 하였고, 피곤하여 코를 골기도 하여 성호가 할 수 없이 한 반장이 일을 마치면 지압을 해드렸는데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반장이 군소리없이 지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으윽, 이번에는 진짜 아프다."

    한 반장의 얼굴에는 고통이 어려 있었지만 이 고통의 뒤에는 개운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참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을 지압을 하고 있던 성호가 마지막으로 머리 쪽으로 지압을 하였고, 머리에 지압을 하면서 성호는 반지의 힘을 이용하여 약간의 치료를 겸하고 있었다.

    "어, 시원하다. 위로 갈수록 시원하네."

    한 반장은 지압으로 인해 치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시원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한 반장은 내공은 느끼면서 반지의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성호는 한 반장이 내공의 뜨거운 기운은 감지를 하면서 반지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내공과 반지의 기운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데 어째서 한 반은 반지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가 이해되지 않아서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다.

    지압을 마친 한 반장은 정말 몸이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허허허, 역시 자네의 지압은 최고야. 이렇게 몸이 개운할 수가 있다니 말이야."

    "다행입니다. 개운하다니 말이에요."

    성호의 말에 한 반장은 입가에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이때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 의사가 들어왔다.

    의사는 밖에서 대강 들어보니 성호가 지압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고 오히려 성호를 보는 시선에 비웃음이 있어 보였다.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민수 씨."

    "그래, 무슨 병입니까?"

    한 반장도 오늘 받은 검사는 일반적인 것이라 결과가 바로 나올 것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걱정을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병은 아니고요. 저희가 한 검사에는 아직 특별히 나쁘게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안심을 하세요. 당분간은 지켜보고 그래도 증상이 변하지 않으면 세부적인 검사를 하도록 하지요. 제 생각으로는 머리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신경을 많이 쓰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의사는 사실 환자인 한 반장보다는 딸인 혜영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환자의 병명은 자신이 결과를 보니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그러니 좋게 말을 해주어 혜영에게 점수를 좀 따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호는 자신이 검사를 해보니 한 반장은 지금 뇌에 이상이 있어서 당장에라도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였는데, 병원의 의사라는 놈이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서 다시 보게 되었다.

    의사를 보니 환자에게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딸인 혜영의 얼굴에 시선이 가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어이가 없는 사람이네. 의사가 환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거지?‘

    성호는 지금 의사가 보이는 행동에 약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보기에는 분명히 오진을 하고 있는데 그런 사실은 모르고 엄한 소리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성호는 일단 자신의 진맥을 의사에게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저 사람이나 자신이나 같은 의사이니 좋게 지내자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저기 제가 보기에는 지금 환자는 뇌에 이상이 있는 것 같은데, 정밀 검사를 해보는 것은 어떠십니까?"

    성호의 말에 의사는 성호를 무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뇌에 이상이 있다고 하니 얼굴이 대본에 변하고 있었다.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여기가 병원입니다. 환자에 대한 검사와 치료를 하는 곳이라는 말입니다. 저희 병원의 검사결과를 믿지 못하는 그런 말씀은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시고 말을 하세요. 상당히 불쾌하군요."

    성호도 의사의 말에 화가 나기는 했지만 의사의 말 중 일부는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일단 먼저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한 말이 그렇게 들렸다면 먼저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환자의 상태는 분명히 뇌에 손상이 있어 일어난 일이니 다시 한 번 정밀 검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여보세요? 누구신지 모르지만 저도 의사입니다. 의사가 아니라고 하는데 뇌에 이상이 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의사와 성호가 다투는 모습을 보고 있던 혜영은 평소에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의사의 편을 들게 되었다.

    아직은 성호를 믿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요. 여기 의사선생님이 아니라고 하는데 자꾸 그러시면 아버지가 불편하게 생각하시게 되니 이제 그만하세요."

    성호는 혜영의 말에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딸이라면 당연히 아버지의 정밀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도리인데 저러고 있으니 정말 화가 났다.

    "혜영 씨라고 했지요? 저도 한의사입니다. 제가 정식으로 진맥을 해보니 한 반장님은 지금 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진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분이 오진을 하시는데 동참을 하시는 겁니까?"

    성호는 이제 당당히 한의사라고 밝히고 있었다.

    의사와 혜영도 성호가 한의사라고 하니 조금 놀라는 얼굴을 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판단을 오진이라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기에 바로 답변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한의사라고 해도 저의 판단을 그렇게 무시를 하실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진맥만 하고 뇌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을 하셨는데, 검사도 하지 않고 그렇게 진단을 했다는 것을 얼마나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의사는 성호가 한의사라고 했지만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진맥만 하고는 뇌에 이상이 있다고 하니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

    더불어 갑자기 나타난 성호가 자신의 판단을 무시하면서 오진이라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성호는 의사의 발언에 화가 났다.

    "지금 한의사의 진단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성호의 말에 의사도 흥분을 하였는지 언성이 커지고 있었다.

    "당연하지요. 저에게 오진이라고 하는 분의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손목만 잡고는 그렇게 단언하듯이 병명을 말하는 분이 오히려 더 이상하군요."

    둘은 서로의 진단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게 되었다.

    한 반장은 이러다가는 양측이 다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 같아서 중간이 개입을 하게 되었다.

    "성호야, 그만해라. 그리고 거기 의사 선생도 그만하시오."

    "반장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분은 지금 저의 명예와 한의사에 대한 명예를 비하하고 있는 말을 하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 가겠습니까? 정식으로 지금 이야기를 한 그대로 법에 신고를 할 생각입니다. 분명히 오진인데 아니라고 우기는 것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당신이 법에 신고를 한다고 하면 내가 무서워 할 것 같나요. 우리 병원과 나를 모독하는 말을 한 당신도 신고할 생각입니다."

    "아니, 오진을 해놓고 무엇을 잘했다고 큰 소리를 치는 거요?"

    "아니, 오진을 해놓고 무엇을 잘했다고 큰 소리를 치는 거요?"

    "누가 오진이라고 그래? 당신이? 당신이 무엇을 안다고 오진이라고 하는데? 한의사는 다 진단이 정확한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미쳤다고 생각이 드는군."

    의사와 성호가 언성이 커지는 바람에 간호사들은 둘의 상황을 빠르게 병원에 알렸고, 밖에는 의사와 성호가 다투는 내용을 모두 들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성호라는 한의사가 진단한 것이 틀렸다면 병원에서도 강력하게 성호를 고소할 수 있겠지만, 만약에 병원의 오진이라고 하면 이는 정말 대책이 없는 망신을 당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이었기에 바로 나서지를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상대를 비판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는 없어 병원의 과장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김 선생, 그만하시오. 그리고 거기 한의사분도 그만두시오."

    병원 측의 개입으로 성호와 의사는 다툼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이로 인해 불씨는 그대로 안고 있었다.

    결국 성호가 강력하게 항의를 하여 한 반장은 정밀 검사를 받게 되었다.

    병원 측도 성호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말에 어쩔 수없이 정밀 검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는 성호의 진단이 오진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만약에라도 자신들이 오진을 하였을 경우를 생각해서 병원 측이 잘못하였다면 담당의사만 징계를 하면 된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삼정 병원의 원장실에는 지금 간부 의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오늘이 바로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김 선생은 무슨 생각으로 상대에게 그렇게 행동한 겁니까?"

    "제가 보기에는 환자분의 따님이 미인이라 김 선생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그만 실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까?"

    "예, 한의사 시험이 합격하여 이미 면허가 나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원장은 기가 막히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에 그 한의사의 말대로 우리 병원의 오진이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겁니까?"

    "우선은 그 한의사에게 사과를 해야겠지요. 그리고 법적으로 가지 않게 보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물질적인 보상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담당의사는 징계를 받아야겠지요. 하지만 원장님, 우리 병원의 오진이 아니면 그 한의사도 마찬가지로 불명예를 안게 될 것입니다. 저희도 한의사를 상대로 그만한 법적대응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문제는 왜 김 선생이 그 한의사와 그런 다툼을 벌이게 되었냐는 것이고 한의학을 믿지 않는다는 발언은 지금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만약에라도 우리 병원이 오진을 한 것이 맞았다면 이는 병원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설사 법적으로 가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의 이미지는 실추되기 때문이니 그런 생각을 하고 해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김 선생이라는 의사가 한 발언이 지금 이들이 이렇게 모이게 만든 이유였다.

    의사 개인이 다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되면 병원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좋게 해결을 할 수는 없는 건가요?"

    "이미 서로간의 감정이 상해 있어서 당사자가 절대 용서를 하지 않겠다고 하며 변호사를 선임한다고 합니다. 그 한의사는 이미 김 선생과의 대화를 모두 녹음을 핸드폰에 저장을 하였다고 합니다."

    병원 측에서는 일단 정밀검사를 하는 중이지만 만약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한의사는 이미 법적인 대응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하니 원장의 입장에서는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법으로 가서 승리를 해도 문제였고, 패소를 하게 되면 더욱 문제가 될 것이 뻔했다.

    소송이 걸리게 되면 병원의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니 원장의 입장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아니, 아무리 여자가 미인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생각없이 그렇게 행동을 할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원장은 짜증이 나는지 목소리가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우선 자신이라도 그렇게 모욕을 당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상대를 어떻게 설득을 한다는 말인가.

    "죄송합니다. 제가 밑에 있는 선생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 일어난 일입니다."

    "아니, 박 과장이 무슨 잘못이 있어요. 잘못은 그 김 선생에게 있지. 그나저나 이거 골치 아프게 생겼습니다."

    꽝!

    한 명의 의사가 얼마나 급했는지 회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문을 강하게 열어젖히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원장님, 지금 결과가 나왔는데 저희의 오진이라고 합니다."

    의사의 보고는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지게 만들었다.

    병원의 오진이란 판단이 나왔으니 이제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한의사를 만나 법으로 해결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었고, 그다음이 환자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문제였다.

    이들이 나중에 신문이나 방송에 떠들기라도 하는 말에는 병원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는 사태까지 실추될 것이다.

    "당장 그 한의사를 과장님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법적으로 해결을 보지 못하게 구슬리세요. 지금 우리는 병원이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설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 측은 저와 다른 간부들이 처리하지요. 어서 움직이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원장의 호통에 간부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호는 오늘이 결과가 나오는 날이라 조금은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진단에는 절대 오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였다.

    "반장님, 무슨 생각을 하세요?"

    "나야 자네가 걱정이 되어 그렇지."

    한 반장도 지금 성호가 이 병원의 의사 개인이 아니라 이제는 병원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진단을 하였지만 절대 오진이 아니라고 믿으니까요. 아마도 지금 병원 측에서는 난리가 났을 겁니다."

    성호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였지만 한 반장의 입장은 그런 성호와는 달랐기에 아직도 눈에는 걱정스러운 빛을 담고 있었다.

    두 사람이 그러고 있을 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의사가 있었다.

    바로 최초 의사와 다툴 때 말리던 병원의 과장이었다.

    "김성호 씨, 잠시 저와 이야기를 좀 할까요?"

    "예, 알겠습니다. 가시지요."

    성호는 바로 일어서면서 가자고 했다.

    이미 성호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를 알고 있었기에 과장이 왜 자신을 찾아 온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성호가 나가는 모습에 한 반장은 걱정이 되는지 얼굴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잘되었으면 좋겠는데……."

    성호는 병원의 과장과 함께 작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여기 앉으세요."

    "예, 감사합니다."

    둘은 앉은 채로 잠시 서로를 보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지만 아무런 말도 없이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잠시간의 정적이었지만 유 과장의 입장에서는 지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서 풀어 나갈지를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선 제 소개를 해야겠군요. 저는 이 병원에 내과 과장을 맡고 있는 유병훈이라고 합니다."

    유 과장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 성호에게 주면서 자신을 소개하였다.

    "예, 저는 김성호라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의 의사와 그런 일이 있어서 저희도 잠시 조사를 하였습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조사를 하셨으니 아시겠지만 저는 한의사입니다. 그리고 지금 저를 이렇게 만나는 이유는 아마도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보입니다."

    성호의 말에 유 과장은 성호가 이미 자신의 진단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람에게는 다른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들었기에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맞습니다. 방금 전에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지금 저희 병원의 원장 선생님과 다른 분들이 환자분을 만나고 계실 것입니다. 저는 김 선생님을 만나 원만한 합의를 하였으면 해서 이렇게 따로 만나려고 한 것입니다."

    성호는 유 과장이 속이지 않고 그대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 그 담당의사는 어찌 되는 것입니까?"

    성호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바로 담당의사였다.

    "담당의사의 오진은 저희 병원의 실수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해서 담당의사는 우선 병원에서 퇴사 처리를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김성호 씨에게는 저희가 그만한 보상을 해드렸으면 합니다. 법적으로 가면 저희 병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는 일이니 좋게 해결을 하였으면 합니다."

    성호도 병원 측과 문제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이 가장 화가 난 이유는 바로 담당의사 때문이었기 때문이지, 병원에 화가 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담당의사가 이 병원에 계속 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저도 좋게 생각을 하겠습니다."

    유 과장은 성호가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해주자 솔직히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성호와 병원은 서로가 조금씩 양보를 하여 타협을 보았고 성호는 병원 측이 주는 돈을 받고 합의를 보게 되었다.

    물론 한 반장도 성호 덕분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많은 혜택을 보게 되었다.

    우선은 입원해 있는 동안의 비용을 병원 측과 반반씩 부담을 하게 되어 병원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반장의 병이 초기 증상이라 그리 오래 입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 병원에서도 한 반장에게 충분히 그렇게 해줄 수가 있었던 것이다.

    "반장님, 퇴원하시면 연락하십시오."

    "너 설마 나 퇴원하기 전에는 오지 않을 생각이냐?"

    "가끔 생각나면 올게요."

    성호는 그렇게 대답하고 있지만 한 반장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는 올 생각이었다.

    자신이 치료도 해주고 싶어서 말이다.

    반지의 힘을 성호가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고, 자신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 존재이기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하루에 세 번은 사용할 수가 있으니 생명이 위독한 사람에게는 아주 긴요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한 반장은 사실 성호가 자신의 딸인 혜영에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했지만 성호는 혜영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혜영이 미인이기는 하지만 애교가 없어 먼저 친근하게 다가서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성호와 딸은 가능성이 없어 보여 이제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성호야, 너도 이제 병원을 개업할 생각이냐?"

    "하기는 해야지요. 하지만 당장에 할 생각은 없어요. 일단 더 두고 보고 결정할 생각입니다."

    "그래, 급하게 생각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고 결정해라."

    "예, 알았어요. 반장님도 일단 건강부터 찾으세요."

    "고맙다, 성호야."

    한 반장과 성호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고, 성호는 진한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무조건 집으로 오라는 아버님의 명령 때문이었다.

    성호가 면허를 따고 나자 정민은 매일같이 성호를 닦달하고 있었다.

    집으로 오라고 말이다.

    드드드.

    성호는 전화번호를 보고는 진한의 아버지라 얼른 받았다.

    "예, 아버님."

    "언제 오는 거냐?"

    "지금 가고 있습니다. 한 삼십 분 정도 걸리겠네요."

    "그래, 알았다. 너 다른 데로 튀면 나와는 인연을 끊는 것으로 알고 있겠다."

    정민은 성호가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에이, 아버님, 이제는 그런 말씀 안 통해요. 하하하!"

    성호는 웃으면서 통화를 마쳤다.

    진한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성호는 웃음만 나왔다.

    집에 안 온다고 매일같이 전화를 하며 화를 내시는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다.

    평소 근엄한 모습을 보여주시던 아버님이 매일 자신을 닦달하는 모습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런데 막상 당하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했다.

    이제 자신도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성호를 기쁘게 해주고 있었다.

    이제 자신도 당당하게 한의사가 되었고, 누구에게도 신분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호가 진한의 집 앞에 도착하였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진한의 대문은 누구나 열고 안으로 들어올 수가 있기 때문이다.

    드르륵.

    "어머님, 저 왔습니다."

    성호의 목소리에 안에서 최 여사가 아주 반갑게 성호를 반겨주었다.

    "어서 오너라. 네 얼굴을 보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힘이 드는구나."

    "에이, 어머님도. 이제 저도 먹고살아야 하니 그렇지요."

    성호는 어머님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어서 안으로 들어와라. 아버지가 눈 빠지게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성호는 어머니의 말에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안방 앞에 도착한 성호는 밖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아버님, 저 왔습니다."

    "어서 들어와라."

    성호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조금은 밝은 것에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아버지와 다른 두 사람이 자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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