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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음날이 되었고, 성호는 그저 담담한 시선으로 인터넷에 들어가고 있었다.
합격자는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넷의 안에 들어간 성호는 합격자를 발표하는 사이트로 들어가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성호의 예상대로 합격자의 명단에는 성호의 이름이 당당하게 나와 있었다.
"후후후, 이제 나도 한의사가 되어버렸구나. 원래는 먹고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가 없는 모양이다."
성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일이 진행이 되었지만 세상은 자격증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자신도 결국 그런 세상에 맞추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성호가 한의사에 합격을 하니 그동안 진한의 아버지인 정민이 소개를 해주겠다고 하였던 분들을 이제는 만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정민은 몸이 회복되고 많은 지인들에게 시달려왔는데, 바로 자신을 치료한 성호를 소개해 달라는 애원때문이었다.
정민은 성호에 대해 약간을 알려주었지만 어디에 살고 있는지 또 누군지는 알려주지 않고 있었는데, 정민도 너무 시달리니 결국 성호에 대해 알려주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들이 성호에게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인데 당시에는 성호가 아무 자격증이 없는 상태라 일단은 거부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시험을 준비 중인데 치료를 하다가 걸리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장민도 성호가 한의대를 졸업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동안 군대에 갔고, 다시 러시아로 일을 하러 갔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모두 기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공부를 하여 자격증을 딴다고 하니 정말 반가울 수밖에.
"성호가 자격증만 있으면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될 거다."
정민은 성호의 침술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는 사람 중의 한명이었다.
자신의 몸을 회복시켜 주었다는 사실이 정민을 그렇게 만들었다.
이는 정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한의 어머니인 최 여사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여자들이 소문을 잘 내는 사람들이라 성호의 소문은 알게 모르게 퍼지고 있는 중이었다.
성호는 합격을 하고 이제 자격증만 받아오면 되는 일이었기에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제 합격을 했으니 일단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진한의 아버님에게도 알려드려야겠다."
성호는 자신의 기억에 남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진한아. 나 합격했다."
"저, 정말이야? 정말 합격한 거야?"
"그래 합격했다. 이제부터는 한의사다!"
"자식, 축하한다. 나도 친구 중에 의사가 생겼다고 소문 좀 내야겠다. 의사 친구 생겼다고 말이다."
진한은 진심으로 성호의 합격을 축하해 주면서 의사 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성호의 소식은 친구들과 정민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었고,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특히 정민은 이제 성호가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하며 크게 웃어 주셨다.
모든 지인들의 축하를 받은 성호는 문득 한 반장이 생각이 나서 연락을 하게 되었다.
현장에 함께 일을 하자는 소리를 듣고 다른 일이 있다고 하며 거절을 하였던 성호다.
러시아에서 한 반장에게 받은 도움은 성호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이었고, 평생 갚아야 하는 빚이기도 했다.
"여보세요."
성호는 한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목소리가 한 반장이 아닌 젊은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려 자신이 잘못 걸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확인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기 한 반장님 핸드폰이 아닌가요?"
"예, 맞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세요?"
"저는 김성호라고 합니다. 혹시 한 반장님과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성호는 한 반장의 전화가 맞다고 하자 마음에 여유가 생겼기에 차분하게 대화를 하였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통화를 하실 수가 없어요. 여기 병원이거든요. 아빠가 몸이 좋지 않아 지금 입원을 하셨어요."
성호는 한 반장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니 어디가 아프셔서 입원을 하셨나요? 그리고 거기가 어디인가요?"
성호는 급하게 생각나는 대로 물었다.
"아직 정확한 진단은 나오지 않아 병명은 모르고요. 여기는 강남의 삼성동에 있는 삼정 병원이에요. 입원실은 302호실이고요."
아가씨는 성호와는 다르게 아주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성호는 아가씨의 설명을 듣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성호의 마음은 한 반장이 입원을 하였다고 생각하니 약간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바로 병원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나가고 있었다.
아직 세면도 하지 않은 얼굴로 그냥 나가고 있는 성호였다.
밖에 나온 성호는 바로 택시를 탔다.
"아저씨 삼정 병원이요."
"예,"
택시는 삼정 병원을 향해 달렸고 성호는 한 반장이 어디가 아파 입원을 했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러시아에서도 한 반장의 몸을 진맥해보았지만 특별히 이상이 있는 곳은 없었는데 국내에 와서 병이 생긴 것이라면 그렇게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자 조금은 안심이 되는 성호였다.
병원에 도착을 한 성호는 빠르게 입원실로 달려갔다.
302호실의 앞에 도착한 성호는 일단 숨을 크게 쉬어 심신을 안정시키고는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안에는 아까 전화를 받은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침상에는 한 반장이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고 그 옆에는 나이가 자신보다는 어려 보이는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어? 성호가 여기 어쩐 일이냐?"
한 반장은 성호가 들어오자 조금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
"아니, 반장님은 갑자기 입원을 하셔서 사람을 놀라게 하시는 겁니까? 그런데 어디가 아프셔서 입원하신 거래요?"
한 반장은 성호가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까 전화를 받았을 때는 반장이 검사를 받기 위해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지만 지금 검사를 하고 있으니 금방 알아내겠지. 그런데 어떻게 알고 온 거냐?"
"조금 전에 전화를 하니 한 반장님이 입원을 하셨다고 해서 이렇게 달려왔지요."
한 반장은 성호의 얼굴을 보고 아직 세면도 하지 않은 그 모습으로 왔다는 것에 조금 감격을 하고 있었다.
"성호야 아무리 내가 보고 싶다고 세수도 안 하고 오면 어떻게 하냐?"
성호는 한 반장이 하는 말에 자기가 아직 씻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 그러고 보니 진짜로 세면도 안하고 왔네요. 어차피 여기에 왔는데 여기서 씻으면 되지요."
성호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니 오히려 한 반장이 더 어리둥절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한 반장의 옆에 있던 아가씨는 그런 성호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호호호, 아빠 누구신지는 몰라도 참 재미있는 분이네요."
"크흠! 혜영아, 너 절대 성호에게 관심 가지지 마라."
성호는 한 반장이 말에 어이가 없는 얼굴을 하며 한 반장을 노려보았다.
아가씨는 아마도 한 반장의 딸인 것 같았는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려고 하자 바로 태클을 걸고 있으니 성호가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한 반장님, 제가 어디가 어때서 그러시는 겁니까?"
성호가 바로 따지기 시작하자 한 반장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러시아에 있을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현장 사무실 직원이 일과 관련하여 따지고 들었을 때 한 반장이 아닌 성호가 나서서 말로 직원을 박살 내버렸다.
그 결과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외려 사과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아는 한 반장이기에 입으로는 절대 성호를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혜영은 아빠가 성호의 말에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지 자신의 아빠를 빤히 보고 있었다.
한 반장도 딸이 자신을 보고 있자 헛기침을 하며 상황을 넘기려고 하였다.
"험, 험, 왜 그렇게 보는 거냐?"
"아빠, 오늘 이상하시네요? 저기 저분이 말을 하니 그냥 얌전히 계시니 말이에요."
한 반장은 딸의 말에 발끈하여 자신도 모르게 말하고 말았다.
"그거야 저놈이 하도 말을 잘하니 내가 당하지 못해서 그렇지."
성호는 한 반장의 말에 자신도 화를 내며 대꾸를 했다.
"아니, 반장님. 제가 언제 말을 잘했다고 그러세요. 그리고 반장님은 다른 소리 하시지 말고 제가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이나 해보세요."
성호는 자기가 어때서 관심을 가지지 말라고 한 것인지가 궁금해서 그랬다.
한의사 시험에도 합격을 했고, 이제는 당당한 의사인데 이렇게 무시를 당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의사라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조금 창피하지만 말이다.
한 반장은 말실수 한 번에 지금 아주 난처한 상황에 빠져 버렸다.
사실 성호 정도라면 자신의 딸과 교제를 해도 말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성호가 마음에 들었지만, 갑자기 혜영이 관심을 보이자 자신도 모르게 그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만 것이다.
원래 아빠라는 존재들이 딸에 대한 사랑이 너무 넘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해도 한 반장은 조금 심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성호야. 자꾸 따지냐?"
한 반장은 할 말이 없자 화가 난 얼굴을 하며 성호를 보며 오히려 역정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한 반장은 상대가 성호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반장님, 따지기는 제가 언제 따져요. 분명히 하신 말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하는 거지요. 그리고 한 반장님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오늘은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 저는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돌아서서 가려고 하니 한 반장은 다급하게 고함을 질렀다.
"야! 자식이 농담한 것을 가지고 그렇게 삐져서 간다고 하면 내가 기분이 좋겠냐? 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한 반장은 바로 항복을 하고 말았다.
한 반장이 투항하자 성호는 돌아서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반장님은 아직 저에게는 안 되지요. 그렇게 당하시고도 아직 덤비시네요. 하하하."
성호는 처음부터 장난을 치고 있었고 한 반장은 과도한 딸에 대한 보호본능이 결국 한 반장의 패배를 불러들였다.
"내가 저놈과 대화를 해서 이기려고 한 것이 잘못이지. 그런데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세면도 하지 않고 그냥 오는 놈이 어디에 있냐? 그리고 입원실에 오면서 빈손으로 왔어?"
한 반장은 은근히 뒤끝이 있는지 성호가 씻지 않은 것과 아무 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에 시비를 걸고 있었다.
"하하하, 세면이야 여기서 하면 되고 선물은 나가서 사오면 되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해결할게요."
성호의 대답에 한 반장은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혜영도 황당한 얼굴이 되었고 말이다.
넉살이 좋다는 것도 어느 정도인데 지금 성호는 거의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허허, 성호야. 너는 한국에 오니 조금 변한 것 같다."
"예, 러시아에서는 몰랐는데 한국에 오니 변하지 않으면 살기가 힘들어지니 어쩔 수없이 변하게 되네요."
성호의 대답에 한 반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은 외국과는 다르게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인맥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학맥이나 인맥을 잘 이용하면 출세를 할 수가 있지만 그런 것이 없는 사람은 출세하는 길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었다.
한 반장은 성호가 한국에 와서 많은 변화를 가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