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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28화 (28/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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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호는 탈의실에서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

    이제 진한과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었기 때문이다.

    성호가 급하게 이동하고 있을 때 지연도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나왔지만 이미 성호가 떠난 이후였다.

    지연은 성호가 나오기를 기다려 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를 않자 안내 데스크를 통해 성호가 나간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기분이 묘하게 나빠지기도 했고 말이다.

    "흥! 감히 나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냥 갔다는 말이지."

    지연은 자신의 실수는 생각지도 않고 오로지 성호의 잘못으로만 생각하고 화를 내고 있었다.

    오늘 처음 보는 남자이고,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는데 자신을 기다려 줄 것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건지 정말 신기한 사상을 가진 지연이었다.

    성호가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이미 진한이 앞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오래 기다렸어?"

    "아냐. 나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냥 앉아라."

    성호는 진한의 말대로 일단 자리에 앉았다.

    "그래,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하게 보자고 한 거야?"

    "급하기는 무슨. 오늘은 내가 술 한 잔 사려고 불렀어. 오늘 우리 나이트나 한번 가자."

    성호는 나이트에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사실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이니 자기만 빠진다는 것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솔직히 나이트라고 하자 조금 경직되기는 했지만 지금은 나이트를 가도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

    몸이 예전과는 다르게 금방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 둘이만 가는 거야?"

    "아니야. 애들도 온다고 했으니 조그만 기다리면 올 거야."

    "누구누구 오는데?"

    "진욱이하고 종진이가 올 거야. 그러면 모두 네 명이니 딱 한 테이블이잖아."

    진한은 나이트를 가려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인원수도 맞추어놓았다.

    성호는 오랜만에 나이트를 간다고 생각하니 과거 망신당한 일이 생각났다.

    과거 진한과 나이트를 가서 친구들과 춤을 추려고 하였지만 한 번도 춤이라는 것을 춰보지 않은 진한과 성호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둘은 어색하기는 하지만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했고, 누가 보아도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학교의 후배들과 과 동기들이 나이트에 왔던 것이다.

    여자들은 성호와 진한을 발견하고는 세상에 어떻게 춤을 그렇게 출 수가 있는지 신기하다며 망신을 주었다.

    성호와 진한은 여자들 때문에 다음날 학교 전체에 알려졌고, 전교에 몸치의 대명사로 알려지게 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정말 오랜만에 나이트를 가보네."

    "하하하, 그 당시 그런 개망신을 당하고 갈 수가 없었잖아."

    진한은 당시 망신당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쪽팔려서 말하지 못했다.

    물론 성호는 제외하고 말이다.

    "진한아, 오늘 나이트 가서는 제대로 놀아보자. 어차피 쪽이야 이미 다 팔렸는데 더 이상 팔 것도 없잖아."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리고 나도 그동안 열심히 춤에 대해 배웠으니 오늘은 창피하지 않게 놀 수 있을 거다."

    진한은 춤에는 사실 거의 젬병이었다.

    그래서 춤을 배운다고 많은 곳을 다녔고, 이제는 전과는 다르게 출 수가 있는 정도가 되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즉, 완전한 몸치는 벗어났다는 말이다.

    "어, 저기 종진이가 오네."

    입구로 친구인 종진이 들어서고 있었다.

    성호는 종진을 보자 손을 흔들어주었다.

    종진도 성호가 손을 흔들자 금방 알아보고는 다가왔다.

    "어서 와라."

    "성호는 오랜만에 보네. 요즘 바쁘냐?"

    "바쁘기는, 그냥 그런 척하는 거지."

    성호의 대답에 종진은 웃으면서 진한을 보았다.

    "너는 어떠냐?"

    "나는 무지 바쁘다. 연말이라 그런지 일거리에 아주 치여 죽겠어. 오늘은 눈치만 보다가 그냥 도망 왔다."

    진한의 대답에 종진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천하의 진한이가 도망 왔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

    "야, 나도 사람이거든."

    진한은 특유의 입담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성호는 그렇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 친구인 진욱이 오자 함께 간단하게 소주를 마시러 이동하였다.

    나이트를 가려면 일단 약간의 음주는 기본이었다.

    성호가 가지고 있는 돈이라면 친구들과 나이트에 가서도 충분히 마실 수 있었지만 성호는 자신이 돈이 있다는 표시를 내고 싶지 않아 그냥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기로 했다.

    가볍게 한잔을 걸친 이들은 기분 좋게 나이트로 향했다.

    "오늘은 그냥 춤이나 추면서 즐기러 가는 것이니 모두 마음의 부담은 버리고 가는 거다."

    "그래. 가서 흔들면서 스트레스나 풀자."

    연말인지라 나이트클럽 안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여기 장난 아니게 사람이 많네."

    "원래 사람이 많아야 마음에 드는 여자도 있는 거지!"

    친구들은 나이트에 온 이유가 여자를 만나기 위해 온 모양이었다.

    성호는 그런 친구들과 안내를 받은 룸으로 갔고, 진한이 양주를 주문하였다.

    성호는 소주를 마실 때에만 해도 그냥 맥주나 마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오니 양주를 시키는 바람에 진한을 보게 되었다.

    진한은 성호가 자신을 보자 양주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바로 대답해 주었다.

    "여기서는 양주를 시켜야 부킹이 되는 곳이야. 오늘은 그냥 나만 믿고 즐기기만 해."

    진한은 무슨 생각인지 성호에게 그렇게 말했다.

    룸이라 그런지 안에는 밖과는 다르게 그리 시끄럽지가 않았다.

    성호는 나이트에도 이런 룸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나이트에도 룸이 있다니, 내가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나?"

    성호는 아직도 자신이 세상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부터는 자신도 조금 귀를 열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성호가 조금 무신경에 가까운 놈이라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아 그렇지,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성호의 성격이 조금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문제이기는 해도 요즘은 많이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 크게 문제는 되지 않을 정도였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우선 술이 먼저 들어왔다.

    진한은 친구들의 잔에 한잔 가득히 따라주면서 건배를 하자고 하였다.

    "야, 우리 오랜만에 건배나 한번 하자."

    "그러자."

    진한의 발언에 친구들도 잔에 술을 채우고 모두 잔을 들어 크게 외쳤다.

    "모두를 위하여!"

    "위하여!"

    챙!

    친구들과 건배를 하고는 단숨에 술을 털어 넣은 성호다.

    양주라 조금 독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먹을 만은 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이순신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남자가 아가씨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여기 앉아요. 오늘 이분들은 매너가 좋으신 분들이니."

    이순신이라는 남자는 그렇게 여자들에게 말을 하고는 다시 진한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마도 아가씨들이 마음에 드는지를 묻는 것 같았다.

    아가씨는 모두 세 명이 왔는데, 하나는 그냥 그렇고, 나머지 둘은 눈으로 보아도 완전히 날라리 같아 보였다.

    성호는 이런 아가씨들을 만나기 위해 이런 곳에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리 기분이 내키지가 않았다.

    "성호야, 너는 어떠냐?"

    "나는 그냥 그러네."

    성호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니 진한은 두말 않고 남자를 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남자는 알았다고 하고는 바로 아가씨들을 데리고 나가 버렸다.

    아마도 진한이 남자에게 많은 돈을 주었는지 남자는 반드시 부킹을 성공시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성호가 있는 룸에는 아가씨들이 수시로 들어왔고, 성호도 자꾸 여자들이 오고 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충 하나를 골랐다.

    "나는 저 아가씨로 할게."

    "오케이. 그러면 나는 저쪽으로 할게."

    성호와 진한이 파트너를 고르자 이제는 모두 파트너가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종진과 진욱은 이미 마음에 드는 파트너를 골랐고 진한과 성호만 남았는데 이제 모두가 파트너가 생기자 진한은 친구들을 보며 그만 나가서 춤을 추자고 말했다.

    "우리 이제 나가서 춤도 추고 파트너와 블루스도 한번 댕겨야지."

    "그래, 나가자."

    친구들이 모두 수락을 하여 성호도 파트너인 아가씨를 데리고 나가게 되었다.

    나이트의 스테이지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어서 성호와 친구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였다.

    친구들은 이런 자리를 자주 했는지 그 많은 사람들 틈을 파고들어 가고 있었다.

    성호도 친구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니 안에는 그래도 자리에 조금 여유가 있어 보였다.

    친구들과 성호는 아가씨들을 데리고 신나게 춤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남자들과 몸을 부딪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자 약간의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사람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보기에는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그만 추고 나가자. 이제 땀도 많이 흘렸는데 가서 술이나 한잔하자."

    "아니야. 나는 조금 더 놀다 갈게."

    진한과 진욱은 이제 불이 붙었는지 나가지를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남자들보다는 아가씨들이 더 적극적으로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성호가 들어가자고 말하자 옆의 아가씨는 성호의 귀에 대고 가지 말라고 했다.

    "오빠, 더 놀다가 가요."

    성호는 오늘 처음 보았는데 자연스럽게 오빠라고 하는 여자를 보았다.

    이름이 하영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가명일 것이 뻔했다.

    나이도 아무리 보아도 이제 스물이나 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 보여 그리 관심이 가지 않는 여자였다.

    그렇지만 오늘은 자신의 파트너이니 따로 놀 수는 없어 그냥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는지 드디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던 블루스 타임이 되었고, 주변 조명이 꺼지면서 여자와 남자들이 각자 파트너를 안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성호도 파트너인 아가씨와 가볍게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성호는 무술을 익히면서 배운 보법과 비슷한 춤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남들을 따라 할 수가 있었다.

    "오빠, 춤을 잘 추시네요."

    "나는 오늘 처음이라 잘 추는지 모르겠는데."

    "아니에요. 이 정도면 잘 추는 거예요. 그런데 무슨 일을 하는 분이세요?"

    하영은 성호에게 관심이 있는지 질문이 많았다.

    성호는 그런 하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이미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어린 여자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궁금해하는 지가 보였다.

    "나는 그냥 백수인데 저기 친구가 오늘 한잔 산다고 해서 오게 된 거야."

    성호의 대답에 아니나 다를까, 하영의 얼굴에서는 바로 관심이 사라지고 있었다.

    ‘하하하, 백수라고 하니 바로 반응이 오네.‘

    성호는 하영의 반응에 재미있다고 생각하였다.

    어쨌든 이제 하영의 관심은 진한에게 옮겨갔지만 성호는 하나도 아쉬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나이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헤어진 성호는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기다리던 합격자 발표가 성호의 생활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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