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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닐 때도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던 미영이라 그런 시선에는 눈빛도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다녔다.
그런데 새로운 남자가 들어와서 자신도 모르게 눈길이 가고 있었다.
‘저 남자는 정말 운동을 열심히 했나 봐. 근육을 보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게 만드네.‘
미영은 성호를 보며 감탄을 했다.
아직은 성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그냥 뒷모습만 보고 있어도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성호가 수영장을 구경하기 위해 돌아서게 되었고, 둘은 눈길이 서로를 향하게 되었다.
‘어? 인물도 반반하잖아?‘
미영은 성호의 인물도 좋아 상당한 관심이 갔다.
성호 또한 미영을 보고 못지않은 호감을 보였지만 말이다.
성호와 미영은 서로가 호의는 있지만 먼저 말을 붙이기에는 쑥스러워 그냥 주시만 하고 있었다.
아마도 두 사람 모두 이성에게 쑥맥이라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붙이기가 쉽지 않아서이리라.
성호와 미영이 지금 그런 상태였다.
성호야 원래 여자를 사귀어본 적이 없으니 그렇지만 미영은 사실 많은 남자들과 만나고 있을 정도로 남자들이 주변에 넘쳐났다.
문제는 미영은 항상 남자가 먼저 대시를 하였기에 자신이 남자에게 대시를 하는 경우가 없어 어찌해야 하는가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쁘기는 한데 왜 나를 보는 거지?‘
성호는 아직 자기 자신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성호는 예쁜 여자가 자기를 보고 있으니 왠지 기분은 좋았지만 조금은 창피한 생각도 들었다.
주변에 있던 여자들은 성호를 보고 있다가 성호의 시선이 미영에게 가 있는 것을 보고는 이내 얼굴을 돌려 버렸다.
"흥, 남자들은 얼굴만 예쁘면 왜 모두 저렇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거야?"
"그러게. 재수없어, 정말."
수영장에 있는 여자들의 적은 남자들이 아닌 미영이었다.
남자들이 대부분 미영만 보고 있으니 자존심이 상해서다.
미영은 여자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
어쨌든 두 사람은 서로 간에 말없이 그저 보기만 했고, 성호는 그런 자신이 창피하단 생각이 들어 그냥 수영장을 나가기로 했다.
‘아, 이거 창피하게 여자만 보고 있었네. 그냥 나가자.‘
성호는 그렇게 결정하고는 바로 몸을 돌려 나가고 있었다.
성호가 나가려고 하자 미영도 일순 당황하고 말았다.
‘마음에 드는 남자인데 말이나 한번 걸어볼걸.‘
미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성호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수영장에 여자들이 많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수영장을 구경하러 왔는데 여자 구경만 하고 가는 꼴이 되어버렸네."
성호는 조금 우습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부터 강습을 해준다고 했는데 아직은 시간이 남아서 나갔다 오려고 하였다.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 더 있다가는 창피를 당할 것 같아서다.
성호는 수영장을 나와서 오늘은 쇼핑이나 하자는 생각에 주변에 있는 상점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옷을 사려고 하였지만 아직은 그리 마음에 드는 옷을 보지 못해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드드드.
"응? 진한이가 어쩐 일이지? 여보세요."
"너, 시험 보지 않았어?"
"어찌 알았냐? 일부러 말하지 않은 건데."
"인마, 내가 너에 대한 소식을 모르고 있으면 어떻게 하겠냐. 엉아가 다 알아내는 방법이 있지. 그나저나 잘 봤어?"
성호는 진한이가 아마도 인터넷으로 확인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일단 결과를 봐야겠지."
"잘 보았으면 됐지.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어디인데 이렇게 시끄러워?"
"어, 잠시 외근 중이다. 그리고 너 오늘 어디 가?"
"아니. 지금 수영장에 운동하려 접수하고 오는 길이지."
성호는 진한에게 수영을 접수했다고 말해주었다.
성호가 보기에 사실 운동은 진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진한의 뱃살에 지방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성호는 알고 있었다.
"수영 접수했다고?"
"그래. 그런데 여기는 여자들이 엄청 많더라. 물론 예쁘기도 하고."
성호의 말에 진한은 약이 오르는지 갑자기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너, 다른 데 눈 돌리지 말고 운동만 해라. 나중에 확인할 거야."
"크크크, 자식이. 알았다, 인마."
성호는 진한의 말에 대답하며 웃었다.
진한이나 자신이나 여자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둘은 여자가 없었고, 생기지도 않았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다고 해도 이상이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성호나 진한은 학교를 다닐 때 여자보다는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고, 졸업하고는 바로 군대에 가는 바람에 아직까지 여자가 없었다.
물론 진한도 제대 후 바로 직장에 들어가는 바람에 여자를 사귈 시간이 없었고 말이다.
이제 자리를 잡아가니 시간도 여유가 생기고 슬슬 여자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오늘 저녁에는 내가 한잔 살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나, 저녁 일곱 시부터 수영 강습 받는데?"
"언제까지 하는데?"
"한 시간이 강습이고 한 시간은 연습을 해야지."
성호는 두 시간은 연습해야 기본을 배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알았다. 그러면 내가 아홉 시에 전화할게."
진한은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만나자고 했다.
성호도 시험이 끝났으니 달리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바로 허락을 했다.
"알았으니 이따가 보자."
"그래, 수영 열심히 배워라."
"알았다. 나중에 보자."
성호는 그렇게 진한과 약속을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마치고 성호는 구경하던 것을 마저 하고 가도 시간이 늦지 않겠다고 생각 들었기에 조금은 느긋하게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눈에 보이는 옷이 마음에 들어 사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성호는 다시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영장 안에는 직장인들이 왔는지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자, 여기 오늘 처음 오시는 분들은 초보자용 강습을 들어주세요."
오늘 수영 강습은 아직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물에 뜨기 위해 필요한 다리를 흔드는 것부터 알려주고 있었다.
성호는 수영을 못해 온 것이지만 강습을 해주는 선생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듣기만 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냥 물에 들어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해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성호는 수영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눈으로 본 것들이 있어서 수영에 필요한 동작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내공이 있으니 움직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져서 하는 생각이었지만, 실제로도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선은 강습 내용을 들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그냥 혼자 연습을 하자.‘
성호는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이내 강사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성호의 집중도는 남들과는 달리 엄청 높기 때문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모두 기억했다.
성호는 강사가 하는 말을 듣고는 저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자리를 피해 혼자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수영을 하는 동작은 다른 것이 아니라 그만큼 숙달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성호는 그리 어렵지 않게 바로 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해보니 수월하게 해내는 자신을 보고 성호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이거 어렵지 않게 배우게 되었네."
성호는 기본적인 동작만 사용하고 있지만 남들보다는 월등히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이는 성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물속에서도 동작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내공은 어디를 가도 무시를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성호가 빠르게 적응하고 있으니 주변의 여자들은 그런 성호를 신기한 눈빛으로 보게 되었다.
"어머, 저 남자는 처음 보는 남자인데 아까는 초보자처럼 행동하던데 지금은 아주 숙달된 동작을 보여주네?"
"그러게요. 저 남자,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요."
"작업을 하기 위해 저러는 것 아니에요?"
"생긴 것은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에잉~"
여자들은 성호가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성호를 이상하게 몰아가고 있었다.
지금 수영장에 와 있는 남자들 중에는 성호가 가장 몸매가 좋고 호감이 가는 상이었다.
하지만 여자들이 아무리 관심을 보여도 그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속이 상하여 이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별로 관심을 보일 정도도 아니면서 말이다.
하지만 일부는 다르게 여전히 그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 무리에는 현 서울대의 학생인 지연도 있었다.
지연은 저녁 시간에만 수영을 하기 위해 오는데 오늘은 지연의 눈에 정말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타났다.
‘저런 남자라면 애인을 해도 되겠다. 너무 마음에 드는 몸을 가지고 있네.‘
지연은 나름 있는 집안의 자식이었기에 남자를 보는 눈이 조금 까다로웠는데 그런 지연의 눈에 아주 마음에 드는 먹잇감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지연은 모르지만 지연을 주시하고 있는 눈길 또한 많았고, 그 눈길이 지연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성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거 상당한 적수가 나타났는데? 어서 형님에게 알려드려야겠다."
남자는 모시는 형님이 지연에게 관심을 보이자 스스로 이렇게 지연을 감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전에도 지연이 관심을 보이는 남자에게 접근하여 두 번 다시는 수영장에 오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남자는 지연이 관심을 가지는 상대를 모두 적으로 판단했기에 성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자는 연락을 위해 재빨리 사라져 갔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지연은 성호를 관심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연이 보기에는 수영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능숙하게 하고 있어 놀랍도록 성장하는 성호의 실력에 경탄하고 있었다.
"어머, 저 남자, 이제는 능숙하게 수영을 하고 있네? 정말 대단한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어."
지연이 보기에 수영은 그리 만만한 운동이 아닌데 성호는 무리없이 바로 습득하고 있었다.
어설프기만 하던 동작은 이제 능숙하게 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으니 누가 보면 전에 수영을 할 줄 알았던 사람으로 오해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성호는 점점 수영이 몸에 익숙해지자 그동안 하지 않았던 동작을 하나씩 익혀 나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유형만 하였지만 이제는 점점 다른 동작도 보고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수영장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고, 각자가 가장 잘하는 동작으로 수영을 즐기고 있었기에 성호의 눈에는 여러 가지의 동작이 보였다.
"음, 저 동작은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저거는 조금 어렵지 않을라나?"
성호는 지금 주변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며 동작을 눈에 익히고 있었고, 다음에는 자신이 직접 동작을 실험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 성호였다.
"이거 정말 재미있는데? 아, 오늘은 그만하고 나가자. 진한이가 약속을 어기면 난리를 치니 말이야."
성호는 수영을 배우는 동안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가 있었는지, 아주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나가고 있었다.
지연은 성호가 나가려고 하자 빠르게 자신도 나갈 준비를 했다.
지연의 생각으로는 오늘 처음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상대라 그냥 보내기에는 무언가 걸리는 기분이 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