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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26화 (26/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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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 지랄하면 평생 불구로 살게 해준다."

    성호의 음성은 차가움과 냉정함이 묻어 있어서 청년도 그 음성에 흠칫하며 성호를 보게 되었다.

    성호의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돌고 있었고, 진심으로 청년을 불구로 만들 것만 같은 의지가 번뜩였다.

    부르르.

    청년은 성호의 음성과 눈빛을 보고 진짜로 그의 말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경찰은 성호가 청년을 다루는 솜씨가 아주 마음에 들었는지 앉아 있는 청년을 부축하여 데리고 나갔다.

    청년은 더 이상 경찰들에게 반항하지 않고 조용히 지구대로 끌려갔다.

    이후 성호는 지구대로 가서 간단하게 조사를 받았고, 경찰도 그런 성호에게 상당히 호의적으로 대했다.

    조사를 마친 성호가 그만 가려고 하니 경사인가 하는 남자가 성호에게 다가왔다.

    "김성호 씨,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요. 그런데 저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 폭행죄는 성립되니 저분이 고소를 하면 바로 쇠고랑을 차야겠지요."

    성호는 청년과 다친 남자를 보다가 문득 자신도 예전이었다면 저렇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입맛이 썼다.

    성호는 경찰과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성호 오빠?"

    "그래, 집으로 가는 중이야?"

    "응, 지금 가고 있어."

    "잘하고 있네. 우리 미란이는 착하네, 말도 잘 듣고."

    성호가 하는 말에 미란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미란은 마치 유치원생이 부모님에게 칭찬을 받는 그런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묘하게 반발이 일어나는 그런 느낌이었다.

    "오빠, 나 애 아니거든?"

    "하하하, 미란이는 아무리 커도 나한테는 아직 동생이거든."

    성호는 미란에게 확실히 동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었다.

    오늘 미란을 보고 조금 묘한 시선을 느껴서다.

    자신은 아직 여자 때문에 골치 아프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친구 동생과의 로맨스는 절대 사양이었다.

    미란도 성호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오빠, 나 나중에 전화해도 받을 수 있지?"

    "미안. 오빠가 지금 시험 공부하는 중이라 조금 그런데……."

    미란은 마지막으로 시험해 보았지만, 성호는 그런 미란의 바람을 냉정하게 거절하였다.

    성호는 미란에게 오빠와 동생 사이로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라는 느낌을 언뜻 내비쳤다.

    미란도 성호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되자 더 이상 성호에게 미련을 두고 싶지 않아 이내 짤막하게 말했다.

    "오빠, 나중에 시간이 나면 그때 보자. 오늘 잘 먹었어."

    "너도 잘 들어가."

    성호는 미란과의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해 버렸다.

    나중에 정리를 한다는 것은 성호를 더 골치 아프게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었고, 미련이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한 번에 깨끗이 정리를 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다.

    돌아가는 성호의 눈에는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빛나는 모습과 그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자신은 아직 사회라는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그런지는 모르지만 왠지 익숙하기 보다는 낯선 느낌이 강하게 드는 성호였다.

    성호는 이내 머리를 흔들며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었다.

    자신은 아직 시험을 보지 않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이내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는데 바로 경찰에 잡혀간 청년의 생각이었다.

    성호는 청년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입가에 미소가 생겨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용히 끌려가더니 시간이 지나자 다시 발광을 하였고, 지구대에 가서는 자기의 다리가 병신이 되었다며 난리를 부렸다.

    "야! 이 개새끼들아, 내 다리가 병신이 되었는지 움직이지도 않는데 왜 저 새끼는 그냥 두는 거야?"

    경찰은 다리가 병신이 되었다는 말에 청년을 보게 되었고, 성호는 그런 청년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람은 강한 충격을 받으면 너처럼 잠시 다리가 마비되곤 하지. 무예를 익힌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리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성호의 말에 경찰들은 놀라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는 무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런 무술가가 바로 앞에 있을 줄이야.

    지구대에서의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할 무렵 즈음이 되었을 때 성호는 긴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갔다.

    성호는 한의사 시험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 준비를 하였고, 오늘 드디어 시험을 보기 위해 가고 있었다.

    아직 친구들에게 날짜는 알리지 않아 모르고 있지만 충분히 합격할 자신이 있어서 나중에 합격만 알리려고 하였다.

    "오늘은 하늘도 나를 도우려고 하는지 아주 청명하네."

    성호는 하늘이 맑아서 출발이 신선하다고 생각되었다.

    시험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지만 성호는 그런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시험에 관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오늘 모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을 쓰고 싶지가 않았다.

    침술에 대해서는 자신이 익히고 있는 것과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비교하여 이제는 교묘하게 치료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시험도 합격할 자신이 있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해온 공부가 아까워서라도 꼭 합격해야 하는 성호였다.

    시험 시작 시간이 되자 모두 긴장되고 있는지 주변이 조용해졌다.

    성호도 긴장이 되었기에 표정이 굳어지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시간은 흘러 드디어 시험을 마치는 시간이 되었고, 성호 또한 시험을 마치곤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다른 응시자들은 친구들과 가족을 만나고 있었지만 성호는 혼자 떠나고 있었다.

    자신의 집에 도착한 성호는 오늘 시험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보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발표가 언제지?"

    성호는 합격을 생각하고 발표를 기다렸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받은 이 능력을 가지고 과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가장 멋있게 사는 것인지를 말이다.

    남자가 인생을 살면서 돈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폼도 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성호는 남을 도와주는 삶과 폼 나게 사는 방법을 두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두 가지 다 욕심을 내게 되었다.

    자신이라면 그런 욕심을 내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였다.

    "합격을 하면 조그맣지만 나의 병원을 개원하자. 우선은 지압과 침술을 사용하여 없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보자."

    성호는 이름과 명성을 알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만 없는 사람들과 불쌍한 사람들에게 치료를 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면허증이 나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바로 침술을 이용하여 불쌍한 노인들을 치료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힘은 없고 돈도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다.

    물론 생각은 좋지만 나중에 현실과 다르게 변할지도 몰라도 지금만큼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선 한의사를 하려면 건강이 최고이니 결과가 나올 동안 운동이나 하자."

    성호는 공부에 매진하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못해 지리를 잘 몰랐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이 있으니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는 금방 알아낼 수 있으니 걱정은 없다.

    성호는 무슨 운동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았지만, 자신이 배운 것과 비슷한 것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러 광고들을 보던 중 수영장 광고를 보고 이거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수영은 못하니 일단 수영을 등록하여 배우면 되겠네."

    성호는 수영을 가르치는 곳을 찾았고, 의외로 많은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호는 그중에 집과 가까운 곳으로 찾아보니 걸어서 불과 십 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그곳으로 정하게 되었다.

    수영장에 가서 접수를 하고 오늘부터 배우기로 하였지만 수영복이 없어 우선은 수영복을 준비하기로 했다.

    "저기, 제가 수영복이 없어서 그러는데 수영복은 어디서 구매해야 하나요?"

    "수영복은 저기 매장에 가시면 기본적인 것은 있으니 보시고 사면 돼요."

    안내를 하는 아가씨가 상냥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고마워요."

    성호는 아가씨의 친절에 미소로 답을 해주고 매장을 향해 갔다.

    "얘, 저 사람 몸매 죽이지 않니?"

    "나이가 있으니 그렇지. 결혼하면 달라져."

    "그래도 인물도 좋고 우리 수영장에 오게 되면 거의 킹카에 들겠는데?"

    아가씨는 성호의 인상이 마음에 드는지 떠들고 있었다.

    안내를 하는 데스크에는 세 명의 아가씨가 항시 대기한 채  수다거리를 찾고 있었고, 그 대상이 성호가 되었다.

    성호는 아가씨들의 수다 대상이 된 줄도 모르고 열심히 수영복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 좋은 것을 찾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색상은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르고 싶었다.

    한참을 뒤지니 겨우 마음에 드는 옷을 보았고, 성호는 바로 골라 들었다.

    "이거는 얼마예요?"

    "만 원만 주세요."

    성호는 만 원이라는 소리에 바로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었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성호는 주인의 인사에 고개만 끄덕이고는 접수할 때 받은 키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옷장으로 갔다.

    육 개월을 이용하는 회원이 되면 개인 옷장을 주며 옷은 그 안에 보관하고 다니면 된다고 하였다.

    성호는 수영복을 안에 두고 갈 생각이었다.

    수영복을 갈아입는 탈의실로 가니 남녀가 따로 되어 있었고, 성호는 남자 탈의실로 들어갔다.

    702라고 쓰여 있는 열쇠를 들고 번호를 찾으니 바로 앞에 보여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여기구나. 일단 수영복만 안에 넣어놓고 시간 되면 오면 되겠네. 아니, 그냥 온 김에 한번 하고 갈까?"

    성호는 수영장이 눈앞에 있는데 이왕이면 구경이나 하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호는 결국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영장에는 성호가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수영을 하고 있었기에 성호의 눈길이 자동으로 몸매가 예쁜 여자에게 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동네가 번화가라 그런지 안에는 제법 아름다운 여성들이 수영에 열중하고 있었고, 성호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성호의 입장에서이고 여자들도 갑자기 등장한 성호를 보고 군침을 흘렸다.

    "저 남자 봐요. 근육 죽이는데요."

    "그러네. 저 정도면 운동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말이야."

    "호호호, 저 정도의 남자라면… 꿀꺽!"

    한 여자는 성호를 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성호는 무술을 연마하면서 몸에 군살이 하나도 없는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렇게 여성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누구도 성호를 보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성호는 몸매만 봐도 훌륭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키도 크고 몸매도 좋은 남자가 그리 흔하지 않으니 말이다.

    성호는 여자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도 모른 채 열심히 수영장을 구경하면서 여자들을 보고 있었다.

    아직 여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성호지만 그래도 여자가 싫지는 않았다.

    ‘저 여자는 제법 몸매도 좋고 인물도 예쁘구나. 저 정도라면 한번 사귀어도 좋겠는데 말이야.‘

    성호는 유일하게 한 여성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

    성호가 주시하고 있는 여자는 수영장에서 여신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미영이었다.

    미영은 이제 졸업반이지만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하여 이렇게 몸매나 만들자는 생각에 수영장을 다니고 있었다.

    그런 미영을 주시하는 남자들이 제법 많았고 미영 자신도 남자들이 자신을 보는 것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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