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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25화 (2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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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호는 태성과 나이가 같아 친구로 지내게 되었고, 미란은 자동으로 동생이 되어 한때는 집에 놀러 와서 놀기도 했던 사이다.

    미란이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알았으니 정말 오래되기는 했다.

    "미란이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구나."

    성호는 한때의 기억을 뒤져 미란을 찾았고, 예전 생각을 하다가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신림동에 내린 성호는 바로 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란아, 어디야?"

    "여기 일번 출구에 기다리고 있어."

    "알았다. 잠시만 기다려라."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미란은 성호가 또다시 전화를 끊어버리자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보통은 여자에게 전화를 하게 되면 남자들은 전화를 끊기 전에 미리 이야기를 해주고 끊는데 성호는 전혀 그런 예의라는 것이 없어서였다.

    ‘어서 오기만 해라.‘

    미란은 속으로 오기만 해라 하고 별렀다.

    성호는 일번 출구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밖으로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정작 미란은 보이지 않았다.

    성호가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미란은 자신을 찾는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자신의 얼굴도 모를 수가 있는지 정말 신기하기만 했다.

    "오빠, 내 얼굴도 몰라?"

    미란은 성호가 오면 화를 풀려는 계획도 잊고, 섭섭한 눈으로 성호를 보았다.

    "아, 미안하다. 그리고 인마, 그동안 만나지를 않았으니 그렇지, 자주 얼굴을 보여줘야 기억을 하지."

    성호가 미란을 만난 지 거의 오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기는 했다.

    그때는 고등학생이었기에 한창 신경을 쓰지 않고 다닐 때였지만 지금은 이제 완연한 숙녀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몰라보게 되었다.

    미란은 성호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외모는 변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많이 변한 것 같아."

    "그러냐? 나는 모르겠는데?"

    성호는 무엇이 변했는지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하는 말이다.

    미란은 그런 성호를 보고 있으려니 정말 화가 나려고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기분 나쁘게 지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이내 진정을 시켰다.

    성호가 미란을 보며 바로 물었다.

    "미란아, 너 먹고 싶은 것 있어?"

    "왜? 사주려고?"

    "그래. 오늘은 오빠가 너 먹고 싶다는 것 정도는 사줄게. 술 한잔할 생각이었거든."

    미란은 성호가 술을 먹고 싶다는 말에 조금 놀라고 있었다.

    예전의 성호는 그렇게 술을 좋아하지 않아 친구들이 먹자고 졸라도 안주만 먹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스스로 술을 찾을 정도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빠, 술도 마실 줄 알아?"

    "하하하, 오빠도 술 마실 줄 알지. 그리고 지금은 술 마시려고 나온 거고 말이야."

    성호의 대답에 미란은 혼란스러운 눈빛을 하게 되었다.

    예전의 성호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변하게 마련이라는 생각에 성호가 저렇게 변한 것도 나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 오늘은 내가 특별히 인심을 써서 오빠의 술친구가 되어줄게.

    미란이 인심을 쓴다고 하면서 대답하는 모습에 성호는 크게 웃고 말았다.

    "하하하! 그래, 오늘은 우리 미란이가 인심을 써줘서 고맙다. 어서 가자."

    성호의 말에 미란은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하기는 예전에도 여자에게는 그리 관심이 없던 성호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미란이었다.

    미란과 성호는 즐거운 마음으로 술을 파는 가게를 찾았고, 마침 눈에 보이는 간판이 마음에 들어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어떠냐?"

    오색찬란한 네온의 간판에는 우리는 함께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미란은 성호가 가리키는 간판을 보고 조금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오빠, 우리는 함께, 꼭 지금의 우리를 보고 하는 말 같다. 그치?"

    미란의 은근한 유혹에도 성호는 신경도 쓰지 않는지 그냥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미란은 자신의 미모가 성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 확실히 인정하게 되었다.

    ‘칫! 나도 여자란 말이야. 그리고 이 정도 미모면 어디 가도 꿀리지 않는데 신경도 써주지 않네.‘

    미란이 화가 난 이유는 바로 성호가 자신을 봐주지 않아서였다.

    미란은 그래도 남자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었는데 성호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하고 있으니 약간은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안 오고 뭐해?"

    성호는 미란이 따라오지 않자 바로 소리를 쳤다.

    미란은 그런 성호를 보며 오늘 그를 꾀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되었다.

    "알았어. 가!"

    미란은 바로 고함을 치며 따라갔다.

    성호와 미란이 안으로 들어가니 안에는 상당히 고급스럽게 꾸며 놓아서 그런지 제법 운치가 있어 보였다.

    가운데는 그냥 일반 테이블이 놓여 있는 것이 마치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하기 위한 것 같아 보였다.

    "어디에 앉을래?"

    성호는 미란을 보며 그래도 레이디 퍼스트라고 생각하고 물었다.

    미란은 안을 구경하다가 창가에 있는 자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손으로 그쪽을 가리키며 대답하였다.

    "오빠, 우리 저기 가서 앉자."

    "그러자."

    성호는 미란이 가자는 곳으로 갔다.

    성호는 창가에 자리를 잡자 바로 주문을 하려고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요! 주문 받으세요."

    성호의 부르는 소리에 입구에 있던 여자 종업원이 주문판을 들고 왔다.

    "여기 있습니다."

    "여기 우선 맥주 오백 두 잔을 주시고요, 오시면 안주를 시킬게요."

    "예, 알았습니다."

    여자가 가자 성호는 미란을 보았다.

    "너희 오빠는 어디 가고 너만 온 거야?"

    "오빠는 요즘 일이 많다고 바빠. 그리고 내가 오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어?"

    미란이 삐딱하게 나오자 성호는 그런 미란을 보며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후후, 미란아, 너 그러고 보니 참 귀엽게 생겼다?"

    성호가 갑자기 귀엽다고 하니 미란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붉어졌다.

    "귀엽기는, 나이가 몇인데."

    내심 좋으면서 일단은 한 번 튕겨보는 미란이었다.

    "지금 대학에 다니지? 그럼 몇 학년이냐?"

    "오빠, 동생이 몇 학년인지도 모르고 있다는 말이야?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성호는 무심결에 한마디 던졌다가 미란의 반격에 본전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호도 예전의 성호가 아니었기에 그냥 웃으면서 대화를 풀어 나갔다.

    "자식이. 인마, 너도 오빠 나이가 되면 그렇게 변하게 된다."

    성호의 농담에 미란은 바로 완패 당하고 말았다.

    이런 성호의 모습에 확실히 전과는 다른 인물이 되어 있다고 확신하는 미란이었다.

    "오빠, 진짜로 성호 오빠 맞아?"

    "하하하, 미란이 너 농담도 재미있게 하네. 내가 성호가 아니면 누가 성호야?"

    "아니, 그냥 그렇다고. 전에는 오빠가 농담하는 모습을 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져서 그렇지, 뭐."

    미란은 황급히 변명을 하고 있었다.

    이제 성호와 있어도 전과는 다르게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란과 성호는 그렇게 즐겁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가게에는 많은 손님이 들어오고 있었다.

    신림동이 원래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라 그런지, 시간이 어느 정도 되니 주변이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여기는 시끄러우니 다른 곳으로 가서 한잔 더 할까?"

    인상을 쓰고 있는 미란의 모습을 발견한 성호가 말했다.

    주변이 너무 소란스러워 그런 것으로 성호가 오해한 것이었다.

    "아니야. 그냥 여기서 마시자, 오빠."

    "그래? 알았다. 나야 어디를 가도 상관없으니 마음에 안 들면 말해."

    성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의 테이블에서 갑자기 욕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야, 이 개새끼야, 네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지랄이야!"

    "이 새끼가 돌았나? 갑자기 욕을 하고 지랄이니!"

    "뭐? 돌았나? 너 오늘 죽어봐라!"

    이제 한 스물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이 앞의 남자를 앞에 있는 병을 들어 때리고 있었다.

    "꺄악!"

    주변에 있던 여자들은 청년이 병을 들자 바로 비명을 질렀다.

    퍽!

    "악!"

    남자는 병으로 맞았고, 때린 청년은 깨진 병으로 다시 남자를 찌르고 있었다.

    성호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대처를 못하고 있었지만 깨진 병으로 두 번째 찌르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 빠르게 움직여 청년의 손을 발로 차버렸다.

    팍!

    "억!"

    청년은 갑자기 누가 자신의 손을 차자 병을 놓치고 말았고, 빠르게 뒤를 돌아 누군지를 보게 되었다.

    "어떤 새끼가 감히 나를 건드려!"

    "참 싸가지없는 놈이네. 너는 주둥이에 욕만 달고 사냐?"

    성호는 청년을 보고 화가 났다.

    나이도 어린놈이 입만 열면 욕을 하고 있어서였다.

    청년은 성호를 보고는 바로 다른 병을 잡았다.

    "그래, 새끼야! 오늘 내가 날 잡았다! 모두 죽어버려!"

    청년은 눈이 돌아가서는 병을 들고 성호를 때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성호는 그런 청년을 보고 참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닥쳐오는 청년의 손을 다시 피하면서 잡아 비틀어 버렸다.

    "아악! 이거 못 놔!"

    "이놈이 정말 매운 맛을 보려고 그러나. 영 싸가지가 없는 놈이네."

    성호는 청년의 다리를 그대로 걷어차 버렸다.

    퍽!

    "아악!"

    청년은 성호가 찬 다리가 그대로 풀리며 주저앉아 버렸다.

    종업원들은 싸움이 벌어진 장소로 오지도 못한 채 구경만 하고 있었다.

    병에 맞아 상처를 입은 남자는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었고, 성호는 그대로 두면 남자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빠르게 지혈을 하려고 근처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 솜이나 소독약이 있으면 가지고 와요."

    그렇게 말하고는 테이블에 있는 냅킨을 꺼내 우선 환부를 꾹 눌러 지압을 시도했다.

    성호는 냅킨을 대면서 반지의 힘과 혈도를 눌러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게 하고 있었다.

    반지의 힘은 상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였고, 혈도는 피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였다.

    성호가 피를 멈추게 하고 있으니 종업원이 소독약을 가지고 왔다.

    "여기 소독약 가지고 왔어요."

    "어, 여기 줘요."

    성호는 약을 들고 바로 피가 나는 곳을 천천히 닦았다.

    이미 상처는 치료하였으니 소독약은 눈가림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리를 다친 청년은 일어서려고 하였지만 이상하게 다리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 일어설 수가 없었다.

    "이 개새끼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청년은 고함을 지르며 발광을 하고 있었지만 성호는 말도 하지 않고 남자를 치료하기만 했다.

    입구로 경찰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신림동은 사람이 몰리는 번화가인 탓에 싸움도 자주 벌어지는 장소였다.

    "여기입니다."

    종업원이 경찰을 안내하여 데리고 왔다.

    성호는 경찰이 온 것을 알았지만 치료를 하고 있던 와중이라 이를 멈추지 않고 진행을 하였다.

    경찰이 와서 현장을 살폈을 때는 피해자로 보이는 인원은 성호에게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가해자일 것이라 생각되는 남자가 발광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종업원을 바라보았다.

    "저기 치료를 하시는 분이 병을 들고 때리는 것을 말렸습니다. 그리고 말리는 저분을 다시 공격하려 하자 저분이 다리를 걷어찼더니 저러고 있는 것입니다."

    종업원의 이야기를 들은 경찰은 성호가 개입하여 더 이상 때리지 못하게 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치료를 해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단 앉아 있는 놈을 먼저 경찰들이 데리고 가려고 하자 놈은 경찰을 보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야 이 개새끼야, 내가 누군지 알아? 너희는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모두 죽은 목숨이야!"

    경찰은 좋게 데리고 가서 정리를 하려고 하였는데 청년의 말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김 순경, 저 새끼 그냥 폭행죄로 처리해."

    일단 병을 들고 사람을 때렸으니 폭행죄는 성립이 되었기에 그렇게 하려고 하였다.

    "예, 박 경사님."

    순경은 청년을 바로 체포하려고 하였지만 청년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데도 손으로 반항하고 있었다.

    "이거 못 놔! 놓으란 말이야!"

    청년이 거세게 반항하자 순경은 수갑을 꺼내 청년의 손에 채워 버렸다.

    "나이도 어린놈이 아주 행패를 제대로 부리는구나."

    순경은 청년의 얼굴을 보고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알았다.

    순경이 수갑을 채우자 청년도 더 이상 손으로 반항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성호는 치료가 끝나자 부상을 당한 남자를 일으켰다.

    "이제 일어나세요."

    "예, 고맙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부상을 치료해 주고 상대도 처치를 해주었기에 고마운 생각에 인사를 했다.

    "실례합니다. 오늘 일에 대한 진술을 부탁합니다. 같이 저희 지구대로 가주시겠습니까?"

    "그러지요. 여기 부상을 당한 분도 가야겠지요?"

    "예, 병원에 가야 하는 부상이 아니면 가서 진술만 하시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남자도 경찰의 말에 가겠다고 하였고 성호도 함께 파출소로 가야 했다.

    미란은 성호가 싸움에 끼어들어 행패를 부리는 남자를 그대로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성호가 저렇게 남자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미란아, 오빠는 여기 경찰들과 가야 하니 너는 그만 집에 가라."

    성호는 미란을 보며 그만 돌아가라고 하였다.

    미란은 갑자기 남의 일에 끼어들어 요상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성호가 멋있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미란에게는 처음으로 남자가 멋있게 느껴지는 날이기도 했다.

    "응, 알았어. 나는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봐."

    미란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부드러운 음성이 나왔다.

    성호는 경찰들과 같이 이동하려고 하였는데 청년이 거세게 반항하자 청년에게 다가가서 차가운 음성으로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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