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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24화 (2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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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반장은 소주를 들고 마개를 따서는 성호를 보았다.

"어서 잔이나 들어."

"아니, 반장님. 왜 그러세요. 제가 먼저 따라 드릴게요.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제가 어떻게 먼저 받아요."

성호는 절대 먼저 받을 수 없다고 하며 술병을 빼앗았다.

"너도 참 별난 놈이다. 자, 따라봐라."

한 반장은 기분 좋게 잔을 들었고 성호는 그 잔에 가득히 술을 따라 드렸다.

"반장님, 건강하게 사세요."

"걱정 마라. 내가 이래도 건강에는 자신있는 몸이다."

한 반장은 그러면서 성호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인연이 이렇게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니 성호는 정말 좋았다.

한 반장은 성호에게는 마치 아버지와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이라 정이 가기 때문이었다.

"성호야, 너 지금 하는 일이 없으면 여기 와서 일해라."

"에이, 제가 갈 때가 없을 것 같아 그러시는 거죠?"

"아니야. 인마, 나도 혼자 있으니 함께 일하자는 거지."

한 반장은 진심으로 성호가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성호의 도움이 얼마나 큰지를 알고 있어서였다.

성호 자신은 모르지만 성호의 실력이면 지금도 국내에서 알아주는 대접을 받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성호는 지금 준비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한 반장과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저도 일이 있어서 당분간은 움직이지 못해요. 나중에 제가 연락을 드릴게요."

성호의 대답에 한 반장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지우고 있었다.

"할 수 없지. 대신에 나중에는 나하고 일하는 거다?"

"예, 약속할게요."

성호의 대답에 한 반장은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한 반장이 성호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성호는 한 반장과 오랜 시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중을 기약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러시아보다는 한국에서의 만남이 성호에게는 조금 새롭게 느껴졌지만 말이다.

성호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위해 도전을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반지의 힘을 정의롭게 사용하려고 더욱 마음을 먹게 되었다.

성호는 이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기가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중국의 침구사나 추나술 자격증으로는 한국에서 개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고심 끝에 한의사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공부를 한 것도 있고 배운 것이 아까워 그대로 사장시키는 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미련한 짓인 것 같아서였다.

"그래, 졸업을 하고도 한의사가 되지 못하면 나도 문제지. 이제 다시 시작을 해보자. 나에게는 아직 기회가 많으니 말이야."

성호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시험에 필요한 서적들을 사기 시작했다.

아직 시험 날짜가 많아 남아 공부를 하기에는 적당해 보였다.

성호가 믿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머리뿐이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요즘은 머리가 똑똑해져서 기억력이 상당히 좋다는 것에 승부를 걸고 있었다.

성호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소식은 친구들에게 바로 퍼져 나갔고, 친구들도 드디어 성호가 정신을 차렸다며 응원을 해주었다.

"성호야, 너 다시 공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더라."

"그래, 졸업을 했는데 아직 자격증이 없어 이번에 따려고."

"자식이 진즉에 그러지. 이번 시험에 합격하면 한잔 사."

"그래, 알았다. 나중에 보자."

성호는 이렇게 친구들에게 전화를 받으며 공부를 하게 되었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것은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지난 시절 어떻게 공부를 하였는지 스스로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성호도 졸업을 하고 학사가 되었지만, 국가고시를 치르기 전 사고가 나는 바람에 시험을 포기하고 군대에 입대하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성호가 조금 어리벙벙해 보이기는 해도 공부를 그리 못하지는 않았다.

성호의 동기들은 한의사로 취직을 하여 지금 자리를 잡은 친구도 있다.

성호도 시험을 앞두고 그런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여 시험에 대비하고 있었다.

"제기랄, 자격증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성호는 가지고 있는 자격증들이 국내에서는 사용이 되지 않아서 화 대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화 대인은 힘들게 만들어주었는데 자신은 사용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중에 중국에 가서 치료를 하려면 필요하니 가지고 있으면 되지."

성호는 중국에도 가보려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어 국내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진한의 아버지인 정민은 성호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소리에 가장 기뻐하고 있었다.

"그래, 성호가 한의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말이지?"

"예, 아버지."

"그래, 아주 잘 생각하고 있는 거다. 그 실력을 그냥 놀리면 안 돼."

정민이 보기에 성호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었기에 하는 소리다.

만약에 성호가 자격증을 따고 한의사가 되면 엄청난 환자들이 성호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몰려들 것을 장담하고 있는 정민이었다.

"시험이 언제라고 하더냐?"

"내년 일월에 본다고 하던데요?"

진한은 성호가 시험을 보는 날짜를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내년 일월에 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년이라……. 그러면 내년부터는 조금 바빠지겠구나."

"옛? 무슨 말씀이세요?"

"성호가 자격증을 따면 무엇을 할 것 같으냐?"

정민의 물음에 진한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친구인 성호가 한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는 것에 좋아하기는 했지만 무엇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한의 대답이 없자 정민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성호는 한의사가 왜 되려고 한다고 하더냐?"

"아직 그런 질문은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요?"

"너 그러고도 친구라고 하고 다니냐?"

정민의 질책에 진한은 말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말대로 자신은 친구이기는 했지만 성호의 입장에서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아, 나는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지 못하고 있었구나. 미련한 건가, 나는?‘

진한이 무언가 깨달은 것을 느낀 정민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 생각이 난 것이냐? 친구란 말이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마음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알았어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진한은 아버지의 말을 알아듣고는 바로 대답하였다.

성호가 지금 무슨 생각으로 공부를 하는지 사실 진한도 모르고 있지만 침술을 익히고 사용하고 싶어 하는 성호에게 한의사라는 직업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왜 침술을 사용하고 싶은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진한은 성호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자신에게도 발전이 되고 있었다.

한편 성호는 공부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공부가 쉽게 진행되자 절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이렇게 공부가 되면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게 붙을 수가 있겠구나."

성호가 가장 중점적으로 공부한 것은 바로 보건의약관계법규였는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생각처럼 어렵지 않게 기억이 되고 있어 기분이 좋아졌다.

한의사 자격증에 가장 필요한 내과학은 이미 학교에서도 배웠고 지금도 다시 공부를 하고 있으니 그리 걱정이 없었다.

특히 침구학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이미 침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오늘은 공부도 좋지만 나가서 술이나 한잔할까."

하루 종일 공부를 한다고 집에만 있었더니 몸이 이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성호는 오랜만에 하는 외출이라 제법 잘 차려입고 나가려고 했다.

때르릉.

"누구지?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전화를 하네. 여보세요?"

"성호 오빠?"

오빠라고 부르는 여자들이 누가 있는지를 기억해 보아도 아무도 생각이 나지 않는 성호에게 갑자기 이런 전화가 왔으니 요상한 일이었다.

"누구야?"

"오빠, 내 목소리도 몰라?"

"누군지 말 안 하면 그냥 전화 끊는다."

성호는 상대가 짜증나게 하자 바로 대꾸해 주었다.

"치이, 태성 오빠 동생 미란이다. 오빠 정말 너무한다."

성호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게 되자 이내 음성이 조금 부드럽게 변했다.

"너는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한 거야?"

성호의 목소리가 조금은 좋아졌지만 그래도 여자에게는 다르게 들리는 모양이었다.

"오빠는 내가 전화를 하니 기분이 나쁜 거야? 어떻게 동생이 전화를 했는데 그렇게 대답을 할 수가 있어?"

"미란아, 오빠 바쁘다. 그만 끊자."

성호의 냉정한 통화에 미란은 조금 놀라고 있었다.

성호를 알고 지낸 지가 얼마인데 그 성격을 모르겠는가.

그런데 성호가 예전의 성호가 아니라는 말을 실감나게 해주고 있었다.

"오빠, 오늘 시간이 있어? 나하고 술이나 한잔하자고 전화한 거야."

성호는 안 그래도 혼자 술을 마시려니 적적했는데 미란이 술이나 한잔하자는 말에 바로 허락했다.

"어디냐? 내가 갈게."

성호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라 누구를 만나도 괜찮았다.

아는 얼굴이면 더 편하기 때문이다.

"나 지금 신림동에 있는데 이리로 올래?"

"알았다. 신림동에 도착하면 전화 때리마. 전화만 받아라."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성호가 전화를 끊자 미란은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아니, 이 오빠가 정말 나는 여자로 안 보인다는 거야, 뭐야?"

미란은 오랜만에 성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거의 찬밥 대접이라 기분이 별로였다.

전에는 그래도 전화를 하면 다정하게 받아주었는데 지금은 전과는 다르게 그냥 할 말만 하고는 바로 끊으니 미란은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미란이 성호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내심 욕심이 있어서였다.

성호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제는 제대로 하고 있어서 충분히 한의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빠의 정보도 전해 들었다.

미란은 나름 미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참에 성호를 유혹해 보려는 마음이 있어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었는데, 때마침 나가려고 하던 성호였고, 미란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그였기 때문에 퉁명스럽게 받은 것이다.

"오기만 해라.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거야."

미란은 손톱을 갈면서 기다렸다.

성호는 버스를 타고 신림동으로 가고 있었다.

다음이 신림동이라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미란이가 왜 연락을 한 거지?"

성호는 미란을 예전에 보고 그간 만나지는 못했다.

군에 입대할 때도 그렇고 그리 친하다고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갑자기 자신에게 전화를 한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친구들과는 친하게 지내지만 동생들 하고는 그리 친하게 지낸 기억이 없는 성호다.

특히나 여동생들과는 거의 대화도 하지 않고 지낸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미란이 조금 특이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미란의 오빠 태성은 성호의 옆집에 살았고 부모님도 아는 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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