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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23화 (23/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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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의 아버지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많은 경륜이 있는 분이었기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골라 성호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성호가 가장 편하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저도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아버님."

진한의 아버지에게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가득 담고 있는 성호였다.

사실 성호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자신을 생각하여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 고마웠다.

그리고 이제는 무엇을 해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의사 시험이라도 충분히 합격을 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금이 충분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를 할 수가 있기도 했고 말이다.

중국의 화 대인을 치료하고 받은 자금은 성호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금액이었다.

진룡이 준 돈은 한국 돈으로 무려 십억이나 되었고 경호원 수장이 준 돈은 그보다 많은 삼십억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성호가 러시아에서 일을 하고 번 돈도 적지 않았기에 지금 성호는 돈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성호는 진한과 함께 그날 밤을 보내고 다음날부터는 자신이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지런히 다녔다.

성호는 가장 빨리 구할 수 있는 집으로 빌라를 사려고 하였고 광고에 보면 좋은 집이 보여 여러 집을 구경하며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

마침내 성호가 원하는 집을 구할 수 있었고, 지금 열심히 흥정을 하고 있었다.

"저는 대출을 받지도 않고 바로 현금으로 구입을 하겠다는데, 왜 그 경우와 가격이 같다는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성호는 현금으로 집을 사게 되면 얼마 정도는 싸게 살 수가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실장이라는 여자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말을 하고 있어서 조금 화가 났다.

자신이 그렇게 어리석게 보였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손님에게 대출을 연결해 드리는 것은 저희 때문이 아니라 손님이 그만큼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알아봐 드리는 겁니다. 물론, 손님처럼 대출을 받지 않고 구매를 하시겠다는 분도 계시지만 실질적으로 가격만 알아보시고는 그냥 가시는 분만 있어서 현금으로 사시겠다고 하시니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성호는 여자 실장의 대답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런 곳에서는 아무리 좋은 집이라고 해도 사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였다.

"그렇군요. 그럼 많이 파세요."

성호는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바로 나가려고 하였다.

여자 실장은 그런 성호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성호가 찾아와 집을 보고는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는 오늘 무조건 팔 수 있겠다는 생각했다.

그런데 모두 현금으로 구입을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만 욕심을 부렸는데 그냥 가버리려고 하니 놀란 것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조금 어리석게 보여 장난을 쳐도 되겠다 싶었는데 자신이 잘못 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기 손님, 그냥 가시지 말고 흥정을 해야지요."

성호는 이미 여자 때문에 마음이 떠나 신발을 신으면서 한마디를 해주고는 그냥 나가 버렸다.

"흥정도 마음이 있을 때나 하는 거지, 재수없는 집을 사려고 흥정을 왜 합니까."

성호가 마지막으로 던진 한마디에 여자는 멍하니 서서 보기만 했다.

첫날은 그렇게 마음에는 들었지만 여자 때문에 거래를 하지 못했으나 둘째 날은 어제보다 더 마음에 드는 집을 보게 되어 바로 계약을 할 수가 있었다.

계약과 동시에 입주를 할 수 있는 집이라 성호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니요. 저도 좋은 거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내일 이사를 오려고 하는데 안을 청소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요?"

"아,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분을 소개해 드릴게요."

"아니, 소개는 되었고요. 여기서 대신 전화를 해주시면 제가 돈을 온라인으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장님."

성호는 빌라를 파는 실장이라는 남자가 참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우선 손님을 편하게 해주고 거래도 깨끗하게 정리를 하는 것이 아주 깔끔해서였다.

새로운 보금자리는 그렇게 정해졌고, 성호는 집안에 필요한 물건들을 한 개씩 준비를 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집을 샀고 이제 안을 꾸미고 있으니 이것도 재미가 솔솔 했다.

"오늘은 한 반장님에게 연락을 드려야겠다. 그래도 러시아에서 나에게 도움을 주신 분인데 연락을 해야겠지."

성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한 반장에게 연락을 하였다.

때르릉.

"여보세요?"

"한 반장님, 저 성호입니다."

"어, 언제 귀국한 거냐?"

"며칠 되었습니다. 그동안 일이 있어 연락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은 무슨. 지금 어디야?"

"예, 봉천동 집입니다."

한 반장은 성호가 있는 곳이 서울이라고 하자 이내 말을 했다.

"여기 강남인데 여기로 올래? 오늘 얼굴 한 번 보자."

"예, 그럴게요."

성호는 한 반장과 약속을 하고는 집에서 나왔다.

아직 차는 사지 않아 전철을 타고 가야 했다.

성호는 서울의 거리가 많이 막혀 차를 사고 싶지가 않아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돈은 충분히 있지만 자신이 노력을 해서 번 돈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그 돈은 그리 쉽게 쓰지를 못하고 있었다.

성호는 전철을 타고 강남으로 가기 위해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남자가 여자의 뒤에 서서 요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성호의 눈에 보였다.

성호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동체시력이 좋아서 주변의 상황을 빨리 눈치채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가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데도 얼굴만 붉히며 가만히 있는 것이 아마도 창피해서 그러는 것 같아 보였다.

성호는 남자의 곁으로 가서는 조용히 남자의 손목을 잡았다.

"나이도 있는 분이 그런 짓을 하면 되겠습니까."

성호가 갑자기 자신의 손목을 잡으며 좋게 말을 하자 남자는 재빠르게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다행히 주변에는 아직 성호가 자신의 손목을 잡은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무슨 소리야? 젊은 놈이 나이를 먹은 사람에게 이렇게 행패를 부려도 되는 거야?"

남자의 목소리는 조금 컸지만 성호는 그저 담담한 시선으로 남자를 보기만 하다가 앞에 있는 여자를 불렀다.

"거기 아가씨, 아무 일이 없습니까? 신고를 하시면 현장에서 체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성호의 말에 여자는 성호가 경찰인 것으로 오해를 하고는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예, 그 사람 성추행범인가 봐요. 아까부터 자꾸 뒤에서 엉덩이를 만지고 그랬어요."

여자의 진술에 남자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설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자신의 행동을 이야기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자, 이래도 내가 나이 드신 분을 협박하는 겁니까?"

성호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도 남자가 성범죄를 하다가 현장에서 걸렸다는 생각에 호기심을 가지고 보기만 하고 있었다.

성호는 아가씨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가씨, 가셔서 이자가 한 일에 대한 말을 진술해 주실 거지요?"

아가씨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이 들어서인지 조금은 불안한 시선으로 성호를 보며 고개만 끄덕였다.

성호는 지하철 수사대가 있는 역에서 아가씨와 함께 내렸고 남자는 성호에게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를 해주십시오. 저는 처와 자식들이 있습니다. 제발 이번만 용서해 주시면 앞으로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형사님."

남자는 성호가 형사인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 용서를 빌고 있었다.

남자가 다급하게 용서를 비는 모습에 아가씨는 조금 불쌍한 생각이 들었는지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성호는 아가씨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냥 아가씨를 보고만 있었다.

성호가 가만히 있자 남자는 더욱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물론 그 직책이 부장이라 회사에서는 제법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범죄자나 마찬가지의 입장이기에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며 사정을 하고 있었다.

성호는 아가씨가 변하는 모습이 없자 그냥 남자의 손목을 잡고 끌고 가려고 하였다.

"그냥 갑시다. 시간이 없어요."

성호가 남자를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하자 남자는 엉엉 울면서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제, 제발 용서해 주세요. 엉엉, 아가씨에게 보상을 하겠습니다. 형사님."

아가씨는 보상을 한다는 소리에 바로 눈빛이 빛났다.

"아저씨, 얼마나 보상해 줄 거예요?"

성호는 아가씨의 행동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삼십만 원밖에 없으니 우선 그 돈을 주겠습니다. 아가씨."

"어서 주세요. 그리고 형사님, 저는 이 사람 고발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그냥 보내세요."

성호는 하도 어이가 없어 멍하니 아가씨를 보게 되었다.

생기기도 멀쩡하게 생긴 여자가 돈이라고 하니 아주 사람이 변하고 있었다.

남자는 아가씨의 말에 빠르게 한 손으로 품을 뒤져 지갑을 꺼냈고 그 안에 있는 돈을 모두 꺼내주었다.

"여기 돈이 있으니 이번만 용서를 해주세요. 형사님."

남자는 주변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성호에게 사정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돈을 받자 빠르게 도망을 가듯이 달려가고 말았다.

성호는 여자의 행동을 보고 진짜 골 때린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저씨, 다음부터는 그런 행동 하지 마세요. 오늘은 그냥 보내 드릴게요."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남자는 성호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잽싸게 사라지고 있었다.

물론 얼굴이 알려지지 않으려고 한 손으로 가리면서 말이다.

성호는 이상한 일에 끼였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했지만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바로 아가씨의 행동이었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그렇게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성호를 실망시키고 있었다.

"참 나,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앞으로는 절대 끼어들지 않는다. 에이 씨!"

성호는 기분이 잡쳤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려서 타고 갔다.

한 반장이 일하는 현장은 제법 규모가 있는 건물이었다.

"한 반장님, 어디세요?"

"어, 왔냐?"

"예, 지금 현장에 도착을 했어요."

"잠시만 입구에서 기다려라. 금방 갈게."

"예."

성호는 한 반장이 내려오겠다는 소리에 현장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얼마나 건물이 올라가는지는 모르지만 제법 크기가 있으니 한 이십 층은 올라갈 것 같아 보였다.

성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반장이 내려왔다.

"어이 성호, 건강해 보이는구나."

"하하, 반장님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그간 안녕하셨어요."

성호의 인사에 한 반장은 역시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웃어주었다.

"어째 너는 변한 게 없냐. 허허허."

"에구, 저는 변하면 죽는 날입니다. 반장님."

"자식이 엄살만 늘어가지고는. 가자."

한 반장은 성호를 데리고 식사를 하는 식당으로 갔다.

여기는 현장에 일하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곳이었고, 가끔 소주도 한잔하는 곳이었다.

한 반장은 안으로 들어가자 큰 소리로 주문을 했다.

"여기 소주하고 안주 좀 줘."

"어머, 한 반장님도 술을 드세요?"

"아니, 오늘은 손님이 와서 그러니 소주하고 우선 간단하게 안주거리나 좀 줘."

"호호, 알았어요."

아주머니는 한 반장과 친한지 대답을 하고는 소주와 안주를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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