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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21화 (2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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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호는 품에서 침을 꺼내 생명체에게 놓았다.

    반지의 힘을 이용하여 일단 생명력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치료를 시작하자 움직임이 없던 괴물체는 조금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

    진룡은 성호가 침을 놓자 살아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자 다시 한 번 성호가 얼마나 대단한 침술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진룡은 존경의 눈빛을 확실히 뿌리고 있었고 진룡의 옆에 있던 수하들도 같은 빛을 뿌리고 있었다.

    진정으로 대단한 광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으으으……."

    성호는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는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침을 서서히 회수하고 있었다.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마 내일이면 정신을 차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 사람은 제가 보기에 얼마 살지 못할 것 같군요."

    성호의 말에 진룡은 일단 감사의 인사부터 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가 할 수 있는 치료는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맡겨야겠지요."

    성호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성호는 방에서 이들은 정말 무엇을 위하여 저렇게 잔인하게 변할 수가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도 힘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절대 아니라고 하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성호가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암살자가 있는 곳은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진룡은 암살자가 살아났으니 일단 화 대인에게 보고를 했다.

    화 대인은 아픈 몸으로 직접 보고 싶었지만 성호의 말에 암살자를 자신의 앞으로 데리고 오라는 지시를 내려 암살자는 화 대인의 앞으로 옮기게 되었고, 화 대인은 그런 암살자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저렇게 했나?"

    "죄송합니다. 제가 수하들을 단속하지 못해 일어난 일입니다. 대인."

    "아직 살아 있는가?"

    "예, 김 선생님이 일단 일차적인 치료는 했습니다."

    성호가 치료를 했다고 하니 화 대인은 다시 묻지를 않았다.

    성호의 실력을 그만큼 믿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놈의 뒤에는 누가 있는지는 확인을 했는가?"

    "죄송합니다.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입이 무거운 놈이군. 나머지는 나에게 맡기고 자네는 그만 가보게."

    화 대인의 말에 진룡은 빠르게 대답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대인."

    진룡이 나가자 화 대인은 경호원 수장을 보았다.

    "누구일 것 같으냐?"

    "제 생각에는 러시아 마피아가 아닌 본토에서 청부를 하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음……."

    화 대인은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 같았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화 대인은 수장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

    "이자는 일단 죽지 않았다고 하니 너희들이 데리고 있어라. 죽지만 않게 하면 되니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본국에 돌아갈 때까지는 무조건 살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런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수장은 대답을 하면서 성호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무리 어려운 환자라고 해도 성호가 있으면 죽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에게 부탁하려는 것이다.

    중국 현장의 일들을 생각하고 있던 성호는 자신이 힘을 가지고 엄청난 일들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신기하기만 했다.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정말 달라도 너무 달라보였다.

    지금의 성호는 무엇을 해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과거에는 삶을 비관하는, 정말 누가 보아도 찌질이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참 많이 변하기는 변했구나."

    성호는 스스로 생각해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살아오면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새롭게 체감하고 있었다.

    이는 성호가 정신적으로 성숙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종의 신고식이었다.

    스스로 자아를 살피고 발전을 하기 위한 단계라고 보면 되었다.

    성호는 이렇게 점점 발전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발전에 대해서는 느끼지만 얼마나 발전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직은 자신의 대단한 성취를 본인 스스로가 알지 못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성호는 일주일의 휴가를 정말 내면의 자신을 수련시키는데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현장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기에 작업복을 준비하고 있었다.

    "헉헉, 성호, 안에 있는가?"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다급한 목소리에 성호는 빠르게 대답을 하였다.

    "예, 무슨 일이세요?"

    성호는 왠지 모르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어서 가세! 지금 반장님이 사고를 당하셨네."

    "옛? 한 반장님이 사고를 당했다고요?"

    "그러니 어서 가세. 자네를 찾고 있다고 하네."

    성호는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남자를 따라갔다.

    한국인 현장에는 부상을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항상 의사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일반 병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치료를 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성호는 빠르게 병원으로 가서 한 반장을 찾았다.

    "반장님은 어디에 계세요?"

    "지금 급히 응급처치를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게."

    "아니, 어디를 다치셨는데요?"

    "현장에서 오늘 공구리를 치는데 갑자기 어제 작업을 해놓은 폼이 터지는 바람에 폼이 날아가 한 반장님의 머리를 때렸다네."

    성호는 설명을 듣고는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머리를 다쳤다고 하는데 응급처치만으로는 절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치료를 위해 침술을 펼칠 수는 없었기에 일단은 응급처치가 마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 정도 시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어떻게 폼이 날아갈 수가 있지요?"

    성호의 질문에 남자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무언가 현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저씨, 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세요. 어차피 반장님이 깨어나시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한 반장은 다른 문제는 그냥 넘어 가도 공사에 있어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다.

    부실 공사를 제일 싫어하는 성품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있는 현장에서 그런 부실 공사가 일어났으니 아마도 이번에 공사를 한 기술자들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돌아가게 될 것은 눈에 뻔히 보였다.

    남자는 한 반장의 수족이라고 불리는 성호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론을 내렸는지 입을 열었다.

    "사실 어제 한 반장님이 작업을 하는 이씨에게 술을 그만 마시고 작업을 하라고 했는데 이씨는 그런 한 반장의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더 많은 술을 마시고 일을 했고, 오늘 이씨가 일을 한 부분에서 사고가 생긴 것이네."

    성호는 설명을 듣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간단히 시정을 할 수 있는 일을 기분이 상했다고 그렇게 술을 마시고 공사를 했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었다.

    성호는 자신이 나서서 해결을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한 반장님이 깨어나시면 아마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 같네요. 그리고 회사 사무실에서도 다른 조치가 있을 것이고요."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바로 현장 책임자였다.

    그 현장 책임자가 바로 박 과장이었고 박 과장은 원래 성격이 부정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라 이번 부실에 대한 조사를 아마 지금 실시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미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실의 문이 열리자 성호는 자신의 생각을 접고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잠시만요. 지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나중에 조금 안정을 찾으면 오세요."

    현장의 유일한 의사가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성호는 그런 의사의 말을 듣고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한 반장님은 저에게 아버님과 같은 분입니다. 그런 분이 아프신데 그냥 가라고 하면 선생님은 그냥 갈 수 있겠습니까?"

    성호의 강렬한 눈빛에 의사는 더 이상 따졌다가는 주먹이 날아올 것 같아 뒤로 물러섰다.

    성호는 의사가 물러서자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한 반장이 침상에 누워 있었는데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성호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한 반장의 손을 잡으며 맥을 잡아보았다.

    아직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조심을 하자는 생각에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성호가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것처럼 보여서 아무도 성호가 맥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성호가 맥을 보니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침술이 아닌 손으로 반지의 힘을 이용하여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성호는 화 대인을 치료하면서 침이 아닌 손으로도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침으로 보내는 기운이나 손으로 기운을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한 번 시도를 해보았고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지금 이렇게 사용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 반장님, 정신 차리세요."

    성호는 손으로 치료를 하면서 입으로는 어서 정신을 차리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변을 인식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하는 행동이었다.

    반지의 힘은 치료를 하는 힘이라 지금 한 반장의 상처 정도는 충분히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성호의 치료로 인해 한 반장은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누… 구?"

    "접니다. 성호요."

    한 반장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한 반장은 눈을 뜨며 성호를 보았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 거냐?"

    "여기 현장의 병원이에요. 반장님은 머리를 다쳐서 여기에 오신 거예요."

    "그럼, 현장은 어떻게 되었다고 하드냐?"

    한 반장은 다쳐도 현장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확실히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책임감이 있는 분이었다.

    "아직 정확히는 모르지만 공사가 중단되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사무실에서 박 과장님이 조사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성호는 박 과장이 조사를 한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었다.

    일단 한 반장을 우선 안정을 시키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반장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얼굴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내 이 새끼를 그냥 두나 봐라."

    "반장님, 우선은 참으세요. 흥분을 하시면 몸에 좋지 않으세요."

    성호는 한 반장이 흥분을 하지 않게 최대한 노력을 하였고 시간이 지나자 한 반장도 조금은 안정이 되었는지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휴우, 어제 내가 술을 먹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듣지 않고 지랄을 하더니 결국 이런 사고가 나고 말았구나."

    한 반장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을 생각하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성호가 한 반장을 안정시키고 있을 때 박 과장은 사고 현장에 나와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반장님이 어제 술을 먹지 말라고 했는데도 술을 마시고 일을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는 말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과장님."

    "그런데 왜 그런 겁니까?"

    박 과장은 한 반장이 데리고 있는 사람들이 부실공사를 하였다고 하니 조금 이상해서 물었다.

    "이번 사고를 낸 이씨는 예전에 한 반장님과 함께 일을 하시던 분이신데 자기는 아직도 인부로 일을 하는데 반장님은 일도 하지 않으면서 지시만 한다고 평소에도 불만이 많았어요. 어제는 기분이 좋지 않아 그냥 점심을 먹으면서 한잔을 했는데 친구인 한 반장이 지적을 하니 화가 난 모양입니다."

    박 과장은 사고의 원인을 알게 되자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술을 먹고 일을 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런 지적을 받았다고 술을 더 마시고 일을 하였다는 말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박 과장은 일단 모든 조사를 마치자 바로 사무실로 돌아갔고 이번 사고에 대한 보고를 지사에 보고를 하게 되었다.

    "이런 사람은 그냥 두면 계속해서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번에 확실히 버릇을 고쳐준다는 의미로 강력하게 응징을 해줘야 해."

    박 과장은 이번에 입은 피해를 뽑았고 그 피해를 그대로 지사에 보고를 해버렸다.

    아마도 당사자는 이제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끝이 나지는 않고 회사에 입힌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박 과장은 단순하게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회사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지사는 이번 사고를 그대로 본사에 보고를 했고 본사는 이번 사고로 인해 발칵 뒤집어지고 말았다.

    해외의 현장에서 술을 마시고 회사에 피해를 주었다는 보고에 회장은 화를 냈고, 바로 현장의 감독을 소홀히 한 간부들을 모두 소환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되었다.

    한 사람 때문에 일어난 일치고는 조금 크게 일이 번졌지만 덕분에 일하는 인부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일이 되고 있었다.

    인건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현장 사무실에 근무하던 직원들 중에 감독 소홀로 지사로 가게 된 인원이 무려 열 명이나 되었다.

    박 과장과 한 반장님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번 사건에 가장 피해를 입은 분은 바로 한 반장님이었다.

    직접적인 부상을 입었는데도 본사에서는 그런 한 반장을 더 이상 현장에 둘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한 반장님은 귀국을 하게 되었다.

    "자네는 이제 얼마 안 남았지?"

    "예, 반장님."

    한 반장은 성호의 치료로 인해 이제는 몸이 정상이 되었다.

    "아직 남은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하고 나중에 한국에 오면 연락을 해서 보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나중에 연락하면 소주나 한잔 사주세요."

    "허허허, 알았다."

    한 반장은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하고는 일행과 떠나고 있었다.

    박 과장은 현장을 떠나면서 한국에서 서로 연락이나 하자는 말을 남기고 갔다.

    모두 떠났지만 성호에게는 소중한 인연들이었다.

    성호는 남아 있는 기간 동안 열심히 일과 공부를 하였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고 있었다.

    이미 졸업을 했지만 이제 한국에 가면 그래도 필요한 것이 지식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시간이 흘러 성호도 귀국을 해야 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이제는 아는 분들이 그리 많이 있지를 않아 인사를 할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함께 일을 했던 분이라 성호는 가볍게 인사를 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성호가 귀국을 한다고 하니 중국 현장의 소장인 진룡이 직접 인사를 하러 와서 한국 현장을 긴장시키기도 했지만 하나의 에피소드로 이해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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