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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마-17화 (17/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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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을 마치고 군에 가서도 외국어 한 개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군에 있을 때도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였기 때문이다.

    "한 반장님, 이번 중국 현장에는 제가 갈게요. 제가 중국어를 할 줄 알아요."

    "응? 자네 중국어도 할 줄 아는가?"

    "예, 제가 한의대에서 중국어를 배웠던 터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한의사와 교류가 있어 중국어를 할 줄 압니다."

    성호의 말에 한 반장은 조금 놀라고 있었다.

    전에는 토목에 대해 배웠다고 해서 건축에 관한 학과를 다닌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거는 생각지도 못한 과에 있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허허허, 아무튼 신기한 친구야. 자네에 대해선 내가 사무실로 가서 박 과장에게 이야기를 해보겠네."

    한 반장도 중국 현장에 일이 생긴 것을 알고 있기에 누군가는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총소리가 들리고 나서는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

    성호는 총소리가 났기 때문에 누군가가 다쳤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은 자신의 현장이 먼저였기에 나서기로 했다.

    현장의 일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가고 싶어서였다.

    이제 반년만 고생하면 자신도 한국으로 갈 수 있으니 여기서 고생하는 분들이 더 힘들지 않게 하려면 확실히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 현장에 가서 총소리로 인해 한국 현장에 피해가 오지 않게 서로간의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러시아 정부에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는 총에 죽는 사람이 하루에 한 명이 될 정도로 많은 곳이라 그리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누가 총을 쏜 거지? 그리고 왜?‘

    성호는 누구를 죽이려고 총을 쏘았는지가 궁금했다.

    단 한 발의 총소리에 현장은 갑자기 공포의 분위기로 변해 있었고, 이번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총소리가 들리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니 말이다.

    사무실로 찾아간 한 반장은 성호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아니, 성호 씨가 중국인 현장에 가겠다는 말입니까?"

    "그렇네. 우리 현장에서 유일하게 중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성호뿐이라네."

    박 과장은 성호가 중국말을 할 줄 안다는 소리에 고민이 되었다.

    사실 중국 현장에서 난 총소리에 대하여 사태 파악이 확실히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보낼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그냥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현장에서 총소리가 나는데 누가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말이다.

    박 과장이 생각하기로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성호의 말대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성호가 가는 것이 가장 타당하기에 허락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회사 차원에서 보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반장님."

    회사 직원으로 가는 것과 그냥 일반인으로 가는 것은 상황이 달랐다.

    일단 회사 직원으로 가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회사에서 어느 정도는 보상이 되지만 그냥 갔을 경우에는 보상은 있더라도 직원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알겠네. 그런데 다른 직원은 가지 않는가?"

    한 반장의 말에 직원들은 모두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곳을 가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박 과장은 그런 직원들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의 책임자인 자신도 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부하 직원들에게 가라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박 과장을 보며 한 반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성호 혼자 가라는 말인가?"

    "죄송합니다. 지금 중국인 현장에 가려고 하는 직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반장님."

    "아니, 회사의 문제인데 어떻게 직원이 가지 않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한 반장의 항의는 당연한 것이었다.

    박 과장은 한 반장의 말에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현장의 인부는 가겠다고 하는데 막상 회사의 직원은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미안하고 창피해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휴우, 그럼 성호 혼자 간다고 치고 그만한 보상은 준비를 해주게. 아니면 내가 가지 못하게 할 것이네."

    한 반장은 성호가 가겠다고 했으니 그만한 보상이라도 얻어주기 위해 하는 말이었다.

    "제가 본사에 보고를 해서라도 그에 따른 보상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성호 씨 일당도 당장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박 과장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박 과장은 비록 현장의 책임자로 있지만 본사에 상당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니 이런 현장에 있다고 무시를 당할 정도의 사람은 아니었기에 한 반장도 박 과장의 약속을 믿을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알고 그럼 성호에게 준비를 하라고 하겠네."

    한 반장은 오랜만에 사무실 직원들에게 어깨에 힘을 주고 나오고 있었다.

    사실 성호가 가지 않겠다고 해도 이들이 강제로 가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성호는 회사의 직원이 아닌 인부였기 때문이다.

    계약직에 있는 사람이 그런 일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모든 합의를 마친 한 반장은 아주 기분 좋게 성호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성호를 불렀다.

    "다녀오셨어요."

    "그래, 사무실에 가서 너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 중국 현장에 가는 일은 그만한 보상이 있다고 하니 알아서 해라. 그래도 조심! 러시아에 와서 죽으면 그동안 고생한 것이 너무 아까우니 최대한 조심해서 돌아와라."

    한 반장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말은 모두 동원을 하여 해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는 것인데 죽기야 하겠어요. 하하하."

    성호는 웃으면서 대답을 하였다.

    한 반장은 그런 성호를 보며 참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런 인재라면 자신의 뒤를 이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성호는 한 반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바로 차를 타고 중국인의 현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시간을 끌어 좋을 것이 없어서였다.

    비록 회사 간에 문제는 있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편 중국 현장의 사무실에 있는 한 방에서는 총상을 입은 화 대인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 사무실이라 아직 의료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응급처치는 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화 대인, 정신을 차리십시오."

    "으으으……."

    화 대인은 신음 소리만 흘리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 소장은 무엇을 하길래 아직도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 어서 의사를 불러야지, 이대로 있다가는 화 대인께서 돌아가실지도 모른단 말이다!"

    만약에 화 대인이 이대로 죽는다면 경호로 와 있는 자신들은 정말 죽게 될 수도 있었다.

    현장 소장을 맡고 있는 진룡 또한 지금 미칠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현장 소장으로 올 때만 해도 이제는 자신의 출세가 보장이 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하루아침에 자신은 이제 죽은 목숨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소장님, 지금 화 대인을 치료할 의약품도 없는데 이대로 있다가는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빨리 옮기든지 아니면 한국 현장에 가서라도 도움을 받아야 조금이라도 해결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진룡은 수하의 말에 눈빛이 번쩍였다.

    일단 화 대인을 살리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당장 한국인 현장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의료진이 있으면 데리고 오게. 우리가 옮기려면 시간이 너무 걸리니 말일세."

    진룡의 지시로 수하들도 빠르게 움직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사무실 밖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장님, 지금 한국인 현장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한국인 현장에서 왔다고? 당장 들어오라고 해라."

    진룡의 말에 밖에 있던 남자는 바로 성호를 안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성호는 안으로 들어오니 분위기가 아주 초상집 분위기라 바로 말을 꺼내기가 조금 이상했다.

    "어떻게 오셨는지 모르지만 한 가지만 물읍시다."

    "말씀하시오."

    성호는 상대의 말에 중국어로 대답을 해주었다.

    진룡은 성호가 중국어를 상당히 유창하게 하고 있어 조금은 놀랍다는 얼굴이었지만 이내 지워졌다.

    "한국인 현장에는 의사가 있소?"

    "당연히 현장에서 다치는 사람을 위해 의사가 있기는 하지요.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우리 현장에서 총상을 입은 급한 환자가 있어서 그러니 한국인 현장에서 도움을 주셨으면 하오."

    성호는 중국인이 말하는 것을 보니 무언가 다급해 보이는 얼굴이었기에 자신이 직접 치료를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우리 현장에 의사가 있기는 하지만 총상으로 인한 상처를 치료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한 번 보았으면 합니다."

    "그대가 치료를 할 수 있소?"

    "나는 침술을 익히고 있지만 상처를 보아야 대답할 수가 있습니다."

    성호는 진룡의 강렬한 시선에도 담담하게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진룡은 성호를 보며 순간적으로 눈빛이 빛났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그렇고, 치료를 할 수가 있다는 말에 솔직히 암살을 하기 위해 준비된 자는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성호는 진룡의 날카로운 시선에도 주눅이 들지 않고 담담하게 보기만 했다.

    사실 성호라고 놀라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여기서 주눅이 들면 아마도 이들에게 무시를 당할 수가 있다는 생각에 절대 기가 죽지 않으려고 내공을 운기하고 있었다.

    내공이 없었다면 아마도 성호가 떠는 모습을 보았겠지만 지금은 누가 보아도 그저 담담하게 진룡 자신을 보고 있다고만 느끼게 하였다.

    ‘대단한 자다. 암살자가 아니라면 상당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겠구나.‘

    진룡은 대번에 성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진룡이 보기에는 성호의 눈빛이 암살을 할 사람의 것이 아니라 느꼈고, 진룡은 결국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진룡의 안내로 화 대인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된 성호는 조금은 긴장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지닌 반지의 힘이 강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총상을 입은 사람도 살릴 수가 있을지는 자신도 장담할 수가 없어서였다.

    사태 파악을 위해 찾아왔는데 갑자기 의사를 찾는 이들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껴 자신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 탓에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 참, 그놈의 호기심 때문에 이거 괜히 죽는 것 아냐?‘

    성호는 솔직히 총은 겁이 났기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자신이 익힌 무술을 이용하면 칼이나 무기 정도는 상대를 할 수가 있겠지만 만약에 총이라면 자신도 장담할 수 없어서였다.

    진룡은 화 대인이 있는 곳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뒤에 오는 성호를 보았다.

    성호는 생각은 하지만 겉으로는 그저 담담하게 상대를 주시하는 눈빛이었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것이 진룡을 조금은 안심하게 하였다.

    "여기가 총상을 입은 환자가 있는 곳이오."

    진룡이 들어오자 화를 내려 하던 경호원들은 진룡이 누군가를 데리고 오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였다.

    일단 진룡이 누군가를 데리고 온 이유가 화 대인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금 가장 급한 것은 바로 화 대인의 치료였고, 일단 치료를 하려면 주변이 조용해야 하는 게 가장 기본이었다.

    경호원들이 조용히 진룡을 보는 가운데 성호는 진룡이 가리키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

    남자는 지금 총상을 입어 아주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옆구리쪽 복부를 관통한 총상이 장기를 건드려 중상도 이런 중상이 없었으니 말이다.

    성호는 환자를 보자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당장 환자의 상의를 탈의시키고 소독을 하게 소독약을 가지고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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